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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움직인다는 것, 사진가 박귀섭(Baki)

16.12.09 1

By Baki

 

요즘 ‘방송댄스’를 배우고 있다. 그래서 허리가 좀 아프기도 하고 무릎이 나갈 것 같기도 하다. 나이 먹고 춤을, 그 중에서도 ‘방송댄스’를 배운다고 하면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린다. 아이돌의 춤을 춘다는 것이 쓸모 없어 보이는 걸까? 어찌됐든 사람들의 웃음 속에는 일종의 부러움도 녹아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원 1~3학기에는 일을 병행하느라 스트레스를 풀 구멍을 찾지 못했는데, 이번 학기에는 조금이나마 여유로워져 춤을 배우고 있다.

 

 

 <Dance in the Country> Pierre-Auguste Renoir,캔버스에 유채,
180 cm × 90 cm, 1883, 오르세미술관, 파리

 

‘춤’이란 무엇일까? 쉽게 예상할 수 있듯, 춤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아주 예전부터 회화에 춤이 등장했다. 사람들은 힘이 들 때, 기쁠 때, 신에게 감사할 때도 춤을 췄다. 내가 가지고 있는 신체를 흔든다는 것은 굉장히 자기주도적인 일이다. 왜냐하면 ‘흔들지 않으면’ 절대 흔드는 일이 없는 게 우리의 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번 ‘흔들기 시작하면’ 멈추지 못하는 것도 춤이 아닐까 싶다.

 

3000여년 전에 있었던 그리스의 춤, 출처: http://www.athenswalkingtours.gr

 


춤은 낯선 사람과 친해지기 좋은 방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낯선이와의 만남에서 눈인사와 말로 안면을 트고, 이후 가끔 하는 악수와 여타 스킨십을 거치며 친해진다. 여기서 춤은 어느 단계에도 해당되지 않지만, 어느 단계에 들어가도 상관이 없다. ‘춤’에는 모든 단계를 아우르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춤’을 추며 서로에게 다가가면 이후에 어떤 단계가 있든 상대와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서로의 몸을 ‘주체적으로’ 흔드는 행위가 ‘당신과 내가 함께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어쩌면 좀비처럼 살아오던 우리 모두가 자신의 의지에 따라 흐르는 음악에 몸을 맡긴 채 춤을 춘다는 것이 새로운 관계가 시작됨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By Baki

 

그래서 요즘 춤을 출 때 정말 즐겁다. 나이 때문인지 한 번 추고 나면 약간의 현기증(!)까지 올라오지만, 정말 즐겁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생각해보면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춤을 좋아했다. 그래서 낮은 굽의 신발을 신고 클럽에 남아 새벽까지 놀았고, 뮤지컬에도 참여하고 탭댄스도 배웠다. 그런데 대학원이라는 인생의 변수를 맞이하면서 몸과 마음이 굉장히 움츠러들며 몸이 굳어갔다. 그러자 점차 대인관계에 자신이 없어지고 우울한 마음이 커졌다. 이런 모습은 진짜 ‘내가 바라던 어른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나를 다시 찾기로 했다. 방법은 춤이었다. 그런데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춤출 수 있는 클럽은 유부녀에게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합법적인 시간대에 춤을 출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방송 댄스’가 적격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방송댄스’를 배운지 4개월이 되어간다. 다행히 내 몸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게 변하고 있다.

 

By Baki

 

춤은 몸을 유연하게만 하지 않는다. 자신의 몸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되면 몸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운동이 자신감을 심어주는데 유연하게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면 그 몸은 하나의 작품이 된다. 그래서 유연한 몸을 가진다는 것은 세상의 축복일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가 발레나 춤 공연을 보며 환호하고, 어딘지 모르게 느껴지는 쾌감을 맛보는 이유일 것이다. 유연한 몸은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가져온다. 그래서 매일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는 사람들도 자신의 몸에 대해 책임을 지며 조금이라도 남은 유연성을 잡아 당겨야 한다. 

 

요즘 즐겨보는 주간잡지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런 나의 생각을 잘 대변하는 작가의 작품이 있다. 본래 발레리나였던 ‘박귀섭(BAKI)’이라는 작가의 작품이다. 그는 유연한 몸이 강렬한 작품으로 탄생하는 찰나를 알아채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원래 춤을 추었던 사람이었던 지라 그만큼 동료들의 가장 멋진 순간을 잘 포착해낸다

 

By Baki, 모든 사진 출처: http://www.a-apollon.com

 

"처음엔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런데 찍어보니, 발레와는 다르게 상상을 담을 수 있다고 해야 하나, 머리 속에 있는 걸 그대로 펼칠 수 있더라고요. 발레는 안무를 받고, 똑 같은 반복 훈련을 해서 무대에 올라가잖아요. 물론 등장인물에 제 성격이 드러나긴 하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만들어져야 하죠. 그런데 사진은 제가 담고 싶은 걸 마음대로 담을 수 있어서, 발레보다 더 흥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발레를 13년 정도 했어요. 처음은 다 어려운 것 같아요. 미술을 하다가 고등학교 때 발레를 시작했을 때도 물론 어려웠었고요. 처음엔 흥미롭지만, 어느 정도 가면 무언가를 계속 뛰어넘어야 하는 순간들이 오니까요. 사진을 처음 시작했을 때도, 전공도 아니고 인맥도 없어서 더 많이 힘들었어요. 무시도 당했고요. 어디 가서 포트폴리오를 냈을 때, 한예종 나왔다 그러면 사람들이 다 기대를 하는데, 무용과라고 하면 상대가 당황해 하더라고요."

출처: SBS 뉴스

 

 

박귀섭 작가의 작품은 사비나미술관에서 개최했던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의 작가 조던 매터(Jordan Matter)를 떠올리게 한다. 두 작가 모두 각자 ‘춤’과 그것을 표현하는 ‘몸’에 관한 사진을 찍지만 느낌의 차이가 있다.

 

 

By. Jordan Matter, 모든 사진 출처: https://jordanmatter.com

 

두 사람의 사진을 보면 나의 비루한 몸뚱아리도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쉽지 않겠지만, 남편이라도 그렇게 생각해주는 그날까지 ‘방송댄스’를 열심히 배워야겠다.

 

십사

안녕하세요, 십사입니다.
미술, 만화영화, 춤, 피천득님, 법정스님을 좋아합니다.
살아있음을 기쁘게 여기며, 지혜롭고 성실하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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