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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 변색, 엠마 핵(Emma Hack)

16.08.18 0

 

아주 어릴 적, <동물의 왕국>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카멜레온의 색이 변한다는 사실을 알고 많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자기 마음대로 색을 바꿀 수 있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대로 자신이 원하는 색으로 변할 수 있는 카멜레온이 부러웠다.

 





살다 보면 가끔 카멜레온처럼 내가 아예 이 공간에서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때가 있다. 마음처럼 일이 풀리지 않을 때, 그렇다고 어디 가서 쪽팔리게 내 입장을 말하고 싶지도 않을 때, 내게 주어진 책임감이 너무 막중할 때, 어쨌든 쉽지 않다고 느낄 때가 바로 그 때다. 그럴 때면 지금 앉아 있는 장소의 벽지처럼 바뀌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 아예 내가 앉아있는 환경처럼 되고 싶은 것이다. 또한, 때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아집을 꺾고 다른 사람 말에 귀 기울여 마냥 모든 것과 조화롭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니 카멜레온처럼 변색하는 능력은 남에게 지금의 나를 보이지 않고 싶을 때, 부끄러운 내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을 때 필요하다.

 

 


하지만, 엠마 핵(Emma Hack)의 작품을 보면 ‘변색(카모플라주)’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단지 카멜레온처럼 적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색을 바꾸는 수동적인 의미의 변색뿐만 아니라, 배경과 사람의 조화가 이루는 ‘능동적인 변색’도 나타나는 것이다. 현재 엠마 핵의 전시는 사비나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플로렌스 브로허서트의 작품, 출처: http://www.florencebroadhurst.com.au

 

원래 미술가의 꿈을 꿨던 엠마 핵은 가족의 반대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된다. 이후 그녀는 그녀의 창의성을 십분 발휘해 바디페인팅 아티스트가 된다.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디자이너인 플로렌스 브로드허스트의 작품들을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되면서 엠마 핵의 작품 세계는 더욱 다양해진다. 그녀의 작품은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시작을 했으면 끝을 봐야 하는데, 때문에 모델과 작가 사이의 유대감이 필수다. 

 


 

원래 바디페인팅 분야에서 활동하던 엠마 핵은 2005년 카무플라주 아트를 시작했다. 초기에는 신체 위에 배경을 덧씌우는 작업을 주로 하다가 나비 등 동물들을 배치하며 독자적 작품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모델을 배경보다 다소 앞쪽에 세우거나 특수렌즈를 이용한 이미지로 착시효과를 유도하는 등 작업 반경을 넓히고 있다.

엠마 핵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캔버스에 먼저 그림을 그린 뒤 모델을 세운다. 어깨를 먼저, 마지막으로 몸 중간 부분을 그린다. 모델은 그 자리에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모델과 주고받는 호흡이 중요하기 때문에 특별한 프로젝트를 제외하면 3명의 모델과 줄곧 작업해왔다고 한다.

- 출처: 연합뉴스 

 

* 칼럼에 게재된 모든 작품은 엠마 핵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엠마 핵의 작품을 보면, 단순히 배경이 예뻐서 혹은 모델의 몸이 예뻐서만 진행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모델의 능력이 아무리 출중해도 배경과 어우러지는 엠마의 손길을 이겨내야 하고, 배경 역시 그 자리를 아름답게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신의 고집을 내려놓고 환경과 하나되어 조화를 이루는 것이 바로 엠마 핵의 작품이 아닐까 싶다. 쉽지는 않겠지만 앞으로의 인생을 엠마 핵의 작품처럼 살고 싶다. 내가 가진 고집으로 버텨내는 삶 보다는 주변과의 조화를 이루는 삶처럼 말이다.

 

십사

안녕하세요, 십사입니다.
미술, 만화영화, 춤, 피천득님, 법정스님을 좋아합니다.
살아있음을 기쁘게 여기며, 지혜롭고 성실하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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