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정심을 유지하라 그리고 하던 일을 계속하라!

15.01.30 1

- <Keep Calm and Carry On> 포스터 한글 버전, 한글씨, http://www.notefolio.net/hangulssi

 

 

 

 

 

 

"내 사전에 불가능(=포기)이란 없다"는 나폴레옹 말처럼, 성격이 급한 내게 ‘평정심’과 ‘유지’와 같은 말은 ‘내 사전에서’ 전혀 찾을 수 없었다.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 때는 더 그랬던 것 같다. 중심을 잡지 못했던 탓일까. 외부충격에 쉽게 흔들렸고 주변시선에 쉽게 나를 놓았다. 연애를 할 때는 증세가 악화됐다. 상대의 표정, 행동, 말투 하나에도 쉽게 날이 선 채 “진짜 헤어져 말아.”를 마음 속으로 하루걸러 하루 고민했다. 일이 이지경이니 곰신생활이 제일 고달팠다. ‘헌신하면 헌신짝 된다더라’, ‘요즘엔 군화 거꾸로 신는 게 대세라더라’ 등,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별 시답잖은 인스턴트 말들에 휘휘 휘둘렸고, 둘만 아는 게 연인 사이인데도 ‘세상에 이런 말들이 있대. 그럼 나는 어떡해?’라며 상대를 괴롭혔다. 어쨌거나 관계를 위해 ‘기다림’은 필수불가결 했고, 군대는 누구 할 것도 없이 서로를 기다리는 일이었다. 하지만 마치 누가 명령을 내린 것처럼, 어쩔 수 없는 일을 하듯 기다림을 대했다. 그러다 보니 예상치 않은 순간에도 자꾸 흔들렸다. 상대에 대한 마음과 믿음이 확고한데도 주변의 말과 시선에 자꾸 ‘흔들흔들’했던 것이다.

 

결과만 말하자면, 난 흔들거리면서도 잘 버텼다. (물론, 시간이 흘러 우리는 여느 연인들과 같은 이유로 헤어졌다) 그리고 경험은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한 채 하던 일을 계속했던 일’이 됐고, 부글부글 끓는 속을 참고 상대를 기다리는 '기다림'의 자세도 배우게 됐다. 

 

사실, 애정관계에만 흔들림이 있었던 건 아니다. 한 번 겪어봤으니 비슷한 일이 아예 없던 것도 아니다. 차라리 예전에는 평정심만 없고 하던 일은 계속했는데, 지금은 평정심도 없고 하던 일도 지속하지 못하고 있다. ‘먹고 사는 일’을 결정하는데도 참 많은 방황을 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도저히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는 직업을 꿈으로 택한 것도 있지만, 내 지난 날의 연애처럼 주변의 시선과 인스턴트 말에 많이 흔들렸다. 겉으로는 평정을 유지한 채 “나는 꿈만 먹고 살아도 좋아”라고 했지만, 속은 이미 중심을 잃은 채 분열하고 있었다. 그래서 하던 일도 중간에 뚝, 뚝 잘도 끊어냈다.

 

- <평정심을 유지하라 그리고 가만히 있으라> 패러디 한글씨, http://www.notefolio.net/hangulssi

 

 

 

 

 

 

최근,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나는 또 평정심을 잃었다. 분명 수많은 고민 끝에 스스로 내린 결정인데도 자꾸 흔들렸다. 그 일을 택하면 수반하는 모든 일을 예상했는데 막상 현실이 되니 무서웠다.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이게 과연 맞는 일일까?’. 인생의 나비효과가 될 갈림길 앞에서 선뜻 발을 내밀 수 없었다. 그래서 겁이 잔뜩 난 채 주변이들에게 묻고 또 물었다. “야, 이거 진짜 괜찮은 거 맞아? 나 진짜 불안해”, “이게 맞겠지?”라고. 묻는 순간에는 평정심이고 나발이고 없었다. 상대의 표정과 대답이 조금이라도 부정적이면 쉽게 나 자신을 놓았다.

 

나에게는 스스로 내린 결정을 오롯이 믿고 나갈 힘이 부족하다. 연애든 일이든 누가 뭐래도 나 자신을 믿을 사람은 나 뿐인데 나에겐 자기 확신과 신념이 없는 것이다. 이런 나를 두고 몇 날 며칠을 고민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끝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부터는 온전히 내 스스로 생각하고 내린 결정을 믿고 나아가는 힘을 길러야겠다고.

 

 

그래서, Keep calm and carry on

 

그 어떤 말에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고 나아가기 위해,
지난 연애에서 가끔 상대가 툭, 하고 던진 솜사탕(이라 쓰고 애정과 관심이라 읽는다)이 난리 난 마음의 평정을 되찾았듯, 불안함을 순식간에 잠재울 자기주문을 외어본다.

 

평정심을 유지하라 그리고 하던 일을 계속하라.
그렇게 살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뭐

 

 

 

- KEEP CALM AND CARRY ON의 원본 포스터

 

영국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몇 개월 전인 1939년에 대규모 공중 폭격이 예정된 가운데 영국 시민들의 사기를 돋우기 위해 제작한 포스터. 포스터는 2000년 경 어느 노부부의 중고서점에서 발견된 이후, 다양한 상품의 디자인으로 활용 됐고 많은 패러디를 양산했다. 관련 이야기로 <런던에서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은 어떻습니까>를 읽어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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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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