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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동물 말고 너

15.05.27 1

 

 

아직도 주말에 가면 주차할 자리가 없어 임시 주차장까지 만들었다는 이케아에 드디어 다녀왔다. 소문대로 주거 생활에 필요한 모든 용품이 싼 가격으로 ‘제발 날 데려가 달라!’며 아우성치고 있었다. 사람들은 무언가에 홀린 듯 장바구니를 꽉꽉 채우고 있었고 나 역시 무엇이든 하나 사야겠다는 일념 하에 눈을 부릅떴다. 그 때, 한 장식 소품이 시선을 강탈했다.

 

목마 모양의 피난시엘(Finansiell)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소품은 가격이 무려 14900원이다. 스웨덴의 전통 목각인형인 달라호스(Dalahorse)에서 디자인을 뽑아온 듯 한데, 여전히 북유럽 감성 인테리어가 핫 한 우리나라에서는 인기상품 중 하나다.


- 피난시엘, 출처 : http://www.ebay.de

 

 


밤이 길고 수목이 우거진 스칸디나비아 지방의 특성상 집 안을 장식하는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은 대부분 나무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 역시 목각인형으로 제작된다. 그 중에서도 스웨덴 사람들에게 친숙한 동물 중 하나인 말을 본따 만든 것이 바로 ‘달라호스’다. 4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목각인형은 스웨덴 여행 후 꼭 하나쯤은 챙겨오는 기념품으로 자리잡았다. 행운과 복을 가져다 준다는 의미 역시 이 말 목각인형이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말은 우리나라에서도 중요한 가축이자 이동수단이었다. 아주 오래 전으로 돌아가보자. 고구려 고분인 무용총(舞踊塚, 중국 길림성 집안현 위치)의 가장 유명한 벽화 중 하나인 <수렵도> 속 멋진 오빠들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수렵도> 출처: http://intl.ikorea.ac.kr/korean

 

 

 


<수렵도>는 고구려의 특징을 정의할 때 빠지지 않는 표현, 즉 ‘활달하고’ ‘힘차며’ 고구려의 ‘드높은 기상’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림 속에는 말을 탄 다섯 명의 오빠들이 있는 힘껏 달리며 동물을 사냥하고 있다. 여기서 상단에 있는 오빠는 무려 허리를 꺾어 뒤에 있는 동물을 겨냥하는 고급 기술을 선보인다. 이 그림만으로도 우리는 과거 우리민족이 말을 다루는 데 얼마나 전문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말이 북방 기마민족의 일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동물이었고, 실제로 청동기~철기시대에 융성했던 오르도스 (현 내몽고 중남부 지역)의 문화가 한반도까지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 출처 : http://animal.memozee.com

 

 




그 증거로는 원삼국 시대의 대표적인 유물인 마형 대구(허리띠 버클)을 들 수 있다. 양 쪽을 여며 입는 북방계 복식에는 허리띠가 필요했고, 그 허리띠를 장식하는 요소로서 말이 선택된 것이다. 새나 말을 주로 공예 모티브로 사용했던 북방 양식이 우리나라에도 전해져 무려 청동기 시기부터 말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아직 400여 년 밖에 되지 않는 스웨덴의 달라호스보다 우리의 ‘말’이 더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기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살짝 옆길로 새서 ‘한반도의 말’ 에 대한 이야기 하나 더. 현재 김해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가야 사람들에게 ‘말 토템’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들어보셨는지? ‘삼국시대’ 그룹에 끼지 못한 가야 사람들의 미적 감각은은 유난히 투박하고 터프하다. 게다가 말 토템은 북방 유목민족들의 특징인데 대체 왜 경남 지역에서 북방 유목민족의 흔적이 나타나는지 궁금증이 밀려온다.


- 간세 인형, 출처 : http://www.hkbs.co.kr

 

 

여태까지 너무 학술적이었다면, 지금 소개할 또 다른 ‘한반도의 말’은 좀 더 흥미로울 것이다. 스웨덴에 ‘피난시엘’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바로 ‘간세 인형’이 있다. 간세는 제주 말로 ‘게으름’을 뜻하는데 제주 하면 떠오르는 ‘조랑말’을 형상화한 수공예품이다. 제주에서만 만들고 구입할 수 있는(최근에는 서울의 카페거리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이 귀여운 인형은 제주 여성들이 직접 자투리 천이나 안 입는 헌 옷을 재활용해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간세라는 말처럼 느리게, 천천히, 자연과 가까이 더불어 살자는 뜻을 담고 있는 이 인형은 제주를 여행하다 보면 카페나 식당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말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제주에게 이토록 귀엽고 아기자기한 수공예품이 있다니! 게다가 간세인형의 수익금은 모두 올레길을 유지하고 정비하는 데에 쓰인다고 하니 왠지 하나쯤 가져다 두고 싶은 마음이다.

말, 이라고 하면 어쩐지 고급스러운 취미인 것 같고 실생활과는 동떨어져 있는 동물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하나하나 돌이켜 보니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과 가장 가깝고 친숙한 동물이었다. 살아가는 데 그냥 지나쳐가는 존재들, 항상 그 자리에 있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 존재들을 문득 생각해본다. 어쩌면 가장 우리의 삶과 가깝게 맞닿아 있기에 쉽게 무의미해진 건 아닌지. 사실은 그것들이야 말로 나, 너,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글을 마무리하며 그냥 이런 농담을 던지고 싶어진다. 말 좋아해? 나는 그닥~ 내 맘속으로 다그닥 다그닥!

 

 


일러스트 출처 : http://www.notefolio.net/Doo329/35011

 

 

김월

나의 글이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예술과 친근한 세상을 만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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