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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을 찾아서, 조안 코넬라의 잔혹동화

14.10.01 1

이제 갓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한 남동생에게 카톡을 하나 받았다. "누나이그림알아?해석이없네담번엔이거ㄱㄱ" 요즘 고등학생 특유의 띄어쓰기 없는 (문학시간에 배우는 이상 작품의 영향인걸지도 모른다)  무자비한 카톡으로 링크 하나가 딸려왔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페이스북에서 한번쯤 본 것 같은 일러스트다. '조안 코넬라 Joan Cornella' 라고 선명하게 서명된 그림들을 보고 있자니 히에로니무스 보스 <지옥도> 속 기괴한 인간(?)군상들이 떠오른다.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하며,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엽기' 일러스트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아래의 작품 <Gangsta grandma>는 여전히 미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흑인차별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Gangsta grandma> 2014

 

 <세속적 쾌락의 동산> 히에로니무스 보스, 3폭 제단화, 마드리드 프라도 박물관 소장, 1500

조안 코넬라(Joan Cornellà Vázquez)는 1981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나고 자랐다. 현재도 바르셀로나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순수회화를 전공했지만 일찌감치 잡지나 신문의 카투니스트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다. 멀쩡하게 생긴 스페인 청년은 왜 이런 기괴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까? 활동 초기, 4컷짜리 만화에는 아직 그 기괴함이 나타나지 않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표현 방법이나 인물들의 표정에서부터 조금씩 변화를 보인다.

본격적으로 2012년 말부터 현재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을 발표하는데 마치 바비인형 같은 일러스트 속 인물들은 주변상황과 ‘완벽한 부조화’를 이룬다. 쉽게 비유하자면, 절대 웃음이 나오지 않을 상황에서 아주 활짝 웃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행복해 보이기까지 한다.

 

 

 

 <Civic Mindedness> 2014

 

<Free Hugs> 2014

일러스트를 본 사람들은 '아무런 뜻 없는 작가의 자위적 배설이다.'혹은 '현실을 풍자하는 일러스트다.'라는 두 가지 의견으로 갈린다. 그리고 처음 작가를 소개한 사촌동생도 이 기괴함과 끔찍함이 재미있긴 했지만 해석이 필요했다.

첫 번째로 '작가의 자위적 배설' 이라는 의견은 동화 같은 그림체에 끔찍함을 담아 ‘끔찍함’ 자체로 눈길을 끌려고 한다는 관점이다. 이는 조안 코넬라의 일러스트를 현대인의 입맛에 맞춘 MSG같은 일러스트로 본다. 일리가 있다. 요즘 페이스북에서 한창 유행중인 '이렇게 엽기적인 일러스트 처음 봤으면 좋아요 눌러' 게시글에 오르면 아마 수많은 ‘좋아요’와 덧글이 엄청나게 달릴 거다.

반대로 신체 절단이나 자살을 암시하는 장면에서도 활짝 웃는 인물을 통해 ‘현실풍자’를 떠올릴 수 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사실은 해석 자체가 없는 건 아닐까? 지금 이 일러스트를 보고 있는 당신의 생각 자체가 또 하나의 해석이 되는 것이다. 만약, 조안 코넬라의 일러스트 속에서 역함을 느꼈다면 그건 그대로 기분 나쁜 작품이 된다. 반면 솔직하게 인간 내면을 드러냈다고 느낀다면 코넬라의 일러스트는 풍자의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Hopity> 2014

 

<jambotango> 2014

하지만 조안 코넬라의 일러스트를 통해 '사고'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품은 의의를 갖는다. 그의 그림에 미술학적 의의까지는 부여할 수는 없다. 하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생각을 거쳐 나름의 정의를 내리게 한다는 점이 현대 예술의 조건을 충분히 갖췄다. 한 커뮤니티를 가보니 조안 코넬라의 일러스트를 두고 한참 설전이다. 사실, 설전 자체만으로도 조안 코넬라의 입지가 다져진 느낌이다.

분명 엽기적이고 불편한 일러스트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하는지에 따라 해석은 달라진다. 굳이 정해진 답을 찾을 필요는 없다. 띄어쓰기를 잊어버린 고딩들에게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줬다는 그 사실 자체가 의미 있는 거다. 지금 이 시간에도, 조안 코넬라의 잔혹동화는 작가나 평론가의 거창한 해석 없이 스스로 명성을 쌓고 있다. 벽에 걸어놓기는 살짝 찜찜하겠지만 작가 홈페이지에방문 하면 일러스트를 구매할 수 있다. 살짝 순화된 버전의 티셔츠도 있고 작가의 활동도 구경할 수 있으니 원하는 독자는 공식 홈페이지를 둘러보길 바란다.

 

 


조안 코넬라 일러스트 출처 : 조안 코넬라 홈페이지 http://joancornella.bigcartel.com
히에로니무스 보스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Hieronymus_Bosch

 

 

김월

나의 글이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예술과 친근한 세상을 만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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