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만족하게 될까요?

15.02.05 0


- <오체불만족> Nina Kim, http://www.notefolio.net/ninakim26/29921

 

 

 

 

 

 

아, 또, 먹어버렸다. 동생이 치킨을 시켰다. 성의를 무시할 수 없었다. 낮에 운동을 다녀오면서 ‘좋아, 식단조절 시작이야!’ 라고 결심한 지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았다.

 

 

‘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요’

 

 

나를 표현하는 문장이다. 부모님께 좋은 유전자 (하드웨어까진 힘드셨나 보다)를 받았고 모나지 않은 성격까지 형성했으니 이 정도면 괜찮다. 싶다가도, 그 놈의 ‘노력’ 이나 ‘성실’에서는 기가 확 죽는다. 눈치껏 어느 정도만 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가 나왔었다. 무난하게 친구관계를 만들고 무난한 학교에 들어가 무난한 성적으로 무난하게 졸업했다. 그래서 여전히 ‘무난하게’ 사는 나는 항상 궁금했다. 음, 여기다 좀만 더 노력했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게다가 더 슬픈 점은 ‘좋아하는 것만 열심히 하는 타입’이라는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이런 나를 일찍이 간파하시고는 알림장에 쓰셨다. ‘월이는, 국어는 하늘을 나는데 수학은 바닥을 기네요..’ 나는 이런 선생님의 선견지명을 배반하지 않고 수능 날 수리영역 시간에 꿀잠을 자는 훌륭한 수포자로 성장했다. 그래서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타입의 사람은 무얼 하든 성실이 제 1덕목인 사람이다. 성실을 기본템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은 결과가 헛되지는 않은 것 같다 (라고 가정하는 건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건 있겠지) 어른이 되어서 무언가 변화한다는 건 그만큼 끊임없는 노력이 따른다는 것이기에 나는 성실도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폴 세잔(PAUL CÉZANNE)이 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예술가는 두 타입이 있다. 한 쪽은 타고나길 천재로 태어나서 싫어도 천재가 되는 타입, 다른 쪽은 어느 정도 재능이 있어도 살을 깎아먹는 노력까지 해서 뭔가를 이뤄내는 타입이다. ‘고약하고 늙은 화가’ 세잔이 미친 듯이 그려댄 생트 빅투아르 산 (La Montagne Sainte-Victoire) 연작 시리즈는 무서울 정도로 성실하고 집요하다. 세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끊임없는 사각의 붓터치는 지금 이 순간의 대기와 햇빛, 바람 한 점에 변하는 아주 미묘한 색까지 담아냈다.

 

- <생트 빅투아르 산 Mont Sainte-Victoire> 폴세잔, 코톨드 갤러리 소장, 1887

 

- <생트 빅투아르 산 Mont Sainte-Victoire> 폴세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소장, 1906, http://en.wikipedia.org/wiki/Paul_C%C3%A9zanne

 

 

 

 

 

하얗고 보드라운 살결을 지닌 여인들이 눈에 익은 평론가들은 두텁고 끈질긴 세잔의 인물과 산, 집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연이은 사람들의 혹평에도 완고했던 세잔의 그림은 자꾸만 나에게 영적인 감각을 전한다. 항상 의지박약으로 고생하는 내게 세잔의 성실성은 그 정도로 엄청나다. ‘그림 그리는 일은 내게 최고로 귀중한 일’ 이라고 하며 모든 홀대와 혹평을 감수했던 세잔의 말을 생각해본다. 여태껏 내가 관심을 보였던 모든 것들이 그만큼 귀중한 일이었는지, 그래서 온전히 빠져들었었는지를..

 

붓 터치 하나에 지나가버린,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순간을 잡기 위해 세잔은 몇 시간을 움직이지 않고 집중했다. 근 2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수도 없이 많은 그림 속 모델이 되어 준 생트 빅투아르 산은 결국 세잔이 원하던 이상향 (자연의 모든 것은 구(球)와 원추 및 원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이 단순한 도형들로 그림 그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으로 변하는 데 성공했다.

 

“생각하라, 끈질기게 매달려라.” 현대미술의 아버지가 된 세잔의 작품은 그래서인지 의지박약인 내게 항상 회초리 같다. 자정이 지났으니 이미 칼로리는 리셋 됐고, 날이 밝으면 다시 식이조절에 도전해 보기로 한다. ‘성실’을 기본템으로 갖추지 못한 채 태어났지만 다행히 회복력은 뛰어나기에 개의치 않고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거겠지 뭐. 지금보다 더 재미있게 살기 위해 오늘도 나는 다짐한다. 조금만 더 노력하자! 성실하자! 나에게 만족하는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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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월

나의 글이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예술과 친근한 세상을 만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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