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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해야만 했던 도시 - 반대라서 끌리는 이유, 서울 숲

13.12.25 0

 

반대라서 더 끌리는 이유, 서울 숲

 

나의 유년기는 폐광촌, 그리고 소년시절을 모두 바다를 끼고 있는 소도시에서 살았다. 도시적인 삶에 대한 동경. 지하철과 고층 빌딩은 어린 나에게 상대적인 결핍으로 다가왔었다. 길었던 수험생활의 끝에, 그렇게 나의 서울살이가 시작되었다.

생각해보니 도시보다는 숲과 백사장에 가까웠던 G시는 나를 서울이란 큰 도시에 더욱 매료되도록 만들었던 것 같다. 열아홉의 나는 명동이며 홍대, 강남 같은 번화가에서 기분이 고조되는 것이 좋았다. 조용하지 않다는 것. 그것은 곧 무료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 시절의 나는 빌딩 숲과 지하철이 내 삶을 멋지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시끌벅적함이 싫어졌다. 사당역의 긴 버스 줄이며, 출퇴근 시간의 2호선은 정말 끔찍했다. 가슴 속의 답답함을 풀어내고 싶을 때엔 하늘에 가까워지거나 땅에 닿아야했다. 서울 숲은 그럴 때 마다 내 답답함을 경청해주는 장소였다.

자연에 가까이 살 땐 도시를 동경했고, 도시에 살아보니 자연이 필요했다. 그런 것들이 우리가 반대의 존재에 끌리는 이유인가보다 생각했다.

 

- 2013년 10월 아이들의 가방, 원을 그리고

서울 숲은 정말 숲이다. 개인적으로 숲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숲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조언이 딱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숲의 낮과 밤을 모두 만나보는 편이 좋다는 것이다. 서울 숲의 낮은 사람들이 채운다. 소풍을 나온 유치원생들, 연인들, 가족 또는 친구와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 내가 사당역 버스 정류장에서 본 사람들과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두 부류의 사람들은 너무나도 다른 표정을 하고 있다. 파란색 풍선을 크게 분 모양처럼. 서울 숲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속이 환히 비춘다. 그런 웃음소리들이 공중에 맑게 흩어지곤 하지만, 여전히 서울 숲은 차분하고 고요하다.

 

- 2013년 10월 어둑어둑 해지는 서울 숲

 

반면에 밤의 서울 숲은 사색가들과 별이 채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고 팔을 벌렸을 때 보이는 밤하늘. 요즘은 그 하늘이 온통 보이는 곳이 드물다. 그런 점에서 하늘이 넓고, 어둑어둑한 서울 숲은 좋은 천문대의 역할을 한다. 그런 하늘을 머리 위에 두고 걷거나 앉아있는 사람들이 밤의 서울 숲을 채우는데. 바로 그 사람들을 ‘사색가’라고 부른다. 이미 고요한 서울 숲에 더 커다란 고요가 내려앉는다. 밤의 서울 숲을 거닐어 본 사람만이 진짜 밤이 그곳에 있음을 안다.

주머니의 푼 돈. 작은 노력을 통해 도시의 삶과는 반대되는 곳으로 떠날 수 있기에 서울 숲의 가치는 더욱 빛이 난다고 생각한다. 서울 숲에 가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참 소박하기만 하다. 일이 이렇다면 우리들이 서울 숲에 가기를 망설일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김포포

일종의 미술치료로 시작했던 사진이, 지금은 나의 전공이 되어버렸다.
소중한 것들을 기록하는 일이 좋다.
언젠가 내 이름으로 된 책을 가지고 싶단 꿈이 있고, 심야 라디오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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