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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해야만 했던 도시 - 영화 '북촌 방향'과 북촌

14.02.27 1

영화 '북촌 방향'과 북촌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불편하다. 영화 속에서 인물과 장소가 반복되고, 인물들이 하나하나 무장해제 된다. 홍상수 영화의 진면목은 관객들을 피학적 홍상수 매니아로 만드는 데 있다. 이 영화들은 관객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그렇지만, 자꾸 다음 작품을 찾아보게 하는 마력이 있다. 관객들은 영화 속에 나오는 해원, 선희, 성준, 이선생 등 을 보면서 자기 과거(또는 현재) 의 숨겨왔던 추한 내면을 바라보게 되는. 그런 피학적인 상태가 된다.

나 또한 홍상수 영화의 피학적 팬으로, 영화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특히 이번 취재를 통해서 알게된 사실: 결국 홍상수 영화에서의 장소는 장면을 담아내는 그릇의 역할에 지나지 않다는 결론이다.

- 다정 한정식 골목. 홍상수 영화의 단골 촬영지다.

이번 글 쓰기를 계획하면서 중점에 둔 영화는 2011년에 개봉한 '북촌 방향'이다. 지방에 내려가 교수를 하고 있는 영화인 '성준'이 서울에 잠시 머물게 되며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담은 영화다. 제목 부터가 '북촌 방향'. 이 영화는 북촌이라 불리는 삼청동, 가회동을 중심으로 촬영 되었다. 하지만 영화의 영어 제목을 보면 'The Day He Arrives'인데. 영제에는 '북촌'이 등장하지 않는다. 결국 서론에 잠깐 이야기 했던 것 처럼, 홍상수 영화에서의 장소란: 딱히 어디였어도 영화 내용에는 지장이 없는 그런게 아닐까? 영화 'Gravity'는 배경이 꼭 우주여야 했지만, '북촌 방향'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확실히 구별할 수 있다.

영화는 인물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주인공 성준과 그의 선배 영호. 두 사람은 매일 가회동 술집 '소설'에서 만나 술을 마신다. 매일 고독하고 무료해 보인다. 성준은 서울에 와서 술을 마시곤 억제 했던 외로움이 새어나와 버린다. 과거의 여자에게 연락을 하고, 다음 날 아침에는 아무 일이 없었다는 것 처럼 도망간다. 성준의 비겁하고 이기적인 모습에 관객들은 치를 떤다. 반복적이지만 착실히 흘러가는 영화 속 하루하루를 통해 관객들은 성준을 비난하기도 하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수치심을 느끼기도 한다. 이 영화는 끊임 없이 관객을 가학하는 일과 동시에 위로하고 있다. 정말 '병 주고 약 주고'다.

- 정독 도서관. 성준과 영호가 낮에 서성인다.

영화에 대한 궁금증으로 북촌에 취재를 갔다. 주말 연속극 애청자들이 드라마 촬영지에 관광을 가는 것 처럼. 나도 피학적 관객의 한 사람으로써 북촌에 찾아갔다. 비록 홍상수 영화에서 장소가 중요한 부분을 취 하지는 않지만, 그 장소에 실제로 가서 영화의 장면을 다시 느껴보는 것은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다. 북촌을 영화 중심적으로 돌아 본 다는 것은 순전히 '북촌 방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 이었다.

(좌)'소설'. 영화 속에서 무척 자주 나오는 곳 이다. (우)영화인 '성준'을 알아보는 사람에게 성준이 사진을 찍히는 곳 이다.

나약하고 고독한 한 개인의 추한 모습과 지식인들의 외로운 모습을 담은 영화 '북촌 방향'은 가슴 아픈 영화였다. 이번 취재를 통해 영화와 그 촬영지가 한 관객에게 어떤 영향을 주게 되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진심으로 즐거웠다. 영화는 만들어진 인생을 보여주는 컨텐츠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직접 사는 인생에도 '인물'이 있고 '배경'이 있다. 누구에게나 기억에 남을 인생의 장면들이 있고, 꼭 그것이 북촌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 다시 가보는 건 어떨까 하는 그런 인간적인 제안을 하고 싶다. 어쩌면 그런 부분에서 꼭 '북촌'이 아니라도 좋다는 점에 관객들이 홍상수 영화에 마음을 빼앗기고, 피학적 관객이 되는게 아닌가 싶다.

그의 영화들은 관객들의 인생을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에.

 

- 영화 <북촌 방향>의 포스터.

 

김포포

일종의 미술치료로 시작했던 사진이, 지금은 나의 전공이 되어버렸다.
소중한 것들을 기록하는 일이 좋다.
언젠가 내 이름으로 된 책을 가지고 싶단 꿈이 있고, 심야 라디오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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