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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인생의 고수, 변순철 <전국노래자랑>

16.06.10 0

전국노래자랑 경북 봉화, Digital Pigment Print, 76x102cm,2014

 

방송인 이경규의 <마이리틀텔레비전(이하:마리텔)>의 인기가 거세다. 노익장이라고 생각했던 이경규가 많은 방송인들이 어려워하는 마리텔에서 승승장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경규는 처음 방송 당시 집에 있는 강아지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힘들다고 눕기도 하고, 강아지 분양을 하기도 하면서 사람들과 웃으며 이야기하며 방송을 이어나갔다. 이후에 낚시도 하고, 승마 방송도 하면서 여러 가지 아이템을 시청자들에게 내보였다. 이미 방송 경력이 오래된 그는 마리텔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힘들이지 않고 유유히 이어나가는 모습이 되레 힘을 빡 준 다른 출연진들보다 정감이 간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그런 모습이 이경규라는 방송 고수를 더욱 고수처럼 보이게 한다. 힘을 주지 않고 긴장하지 않은 모습이 주는 편안함이라고 해야할까. 아마 백종원이 인기가 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아니면 우리가 그만큼 긴장하고 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현한 이경규, 출처: MBC 연예 스포츠



고수는 여유롭다. 그리고 그 여유로움이 다른 사람들에게 향기처럼 퍼져나간다. 하지만 걱정과 긴장이 계속되는 사람은 옆에 있는 사람에게마저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긴장’은 잘하고 싶다는 욕망에서 오는 것인데, 초보자인 사람들은 욕망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 고수가 된다는 건, 그 욕망을 가져도 보고 버려도 보고, 자신을 자책하기도 하고 스트레스 받으면서 지혜를 갖췄다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경규(아저씨)가 좋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저렇게 무슨 일을 할 때 긴장감이 없어진 상태가 아닐까 싶다.

 

 

전국노래자랑, 경북 봉화 Digital Pigment Print,102x127cm 2014

 


전국노래자랑 부산 중구 Digital Pigment Print, 76x102cm, 2014

 

전국노래자랑 대구 달성 Digital Pigment Print, 2014, 102x127cm

 

이런 느낌은 특히 지도교수님을 만나면서도 받았다. 대학원을 다니며 좋은 점은 회사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던 고수를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회사였다면 느꼈을 매너리즘을 느끼지 못하게 해주는 분이기 때문이다. 이순(耳順)을 넘기셨지만 아직 학문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시다. 한 분야의 30년 전문가가 내뿜는 여유와 열정은 내 마음 속 꺼져가는 불씨를 살려준다. 그래서 교수님을 만난다는 사실이 무서우면서도 그의 열정과 학문에 대한 관심을 공급받는 소중한 순간이다. 누군가 옆에서 계속 열심히 하면, 그 열정을 나도 따라가기 때문이다.

어쨌든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어렵다. 처음에 생긴 불씨를 소중하게 여겨 바람이 불어 꺼지면 다시 불을 붙이고, 누군가 물을 부으면 스스로 생성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매 순간의 작은 불씨를 모아서 절대 꺼지지 않는 화력을 만들어내야 진짜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전국노래자랑 경북 안동 Digital Pigment Print, 102x127cm, 2014

 

이경규와 교수님, 그리고 다른 전문가라고 칭해지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과 여유,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필수인 것처럼 보인다. 아는 것이 많아서 당당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노력하며 살아온 자신에 대한 당당함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요소들이 한 데 모여 그 사람만의 아우라를 형성한다.


그래서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은 저런 요소들을 갖추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들이 전문가를 이길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초심자만이 가질 수 있는 ‘당당함’이다. 그들은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에 당당할 수 있는데, 그러한 부분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들의 아직 완성되지 않은 열정은 누군가는 저 옛날 자신이 지녔던 열정을 곱씹게 하고, 누군가에게는 저런 열정으로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을, 누군가에게는 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보면서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노래자랑 강원도 속초, Digital Pigment Print, 152x177cm, 2013

 

나는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함께 모인 자리가 바로 <전국노래자랑>이라고 생각한다. 노래를 즐기는 사람들, 노래를 제법 잘하는 사람들, 몸으로 웃기는 사람들, 몇 십 년 동안 노래를 한 원로 가수,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중년의 신입 가수, 노익장을 과시하시는 술을 거나하게 드신 할아버지, 자기만의 인생을 열심히 묵묵히 걸어오신 동네 주민들, 그리고 오랫동안 이 프로그램을 하시면서 여유와 재치로 프로그램을 이끄는 송해 할아버지 등,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아주 예전부터, 할머니가 틀어놓는 이 프로그램을 제대로 본 적은 많이 없지만, 그들이 한데 모여 풍기는 에너지가 다른 프로그램들보다 긍정적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절대 변명하는 일이 없다. 가사나 음정이 틀려도, 춤을 잘 못 춰도, 언제든 변명하지 않고 자신의 순서에 할당된 그 순간을 지켜나가는 것이 멋져 보였다.

 

전국노래자랑 강원도 속초, Digital Pigment Print, 152x177cm, 2013

 

그래서 자신의 일상을 열심히 살며 그 날 하루만큼은 한바탕 놀고 들어가시는 분들을 보면 그 당당함과 열정에 빙긋 미소가 지어진다. 나름 준비도 철저하고, 재치있는 말솜씨를 뽐내는 분들을 보면 저들이 바로 ‘인생의 고수’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분들의 모습을 담아낸 작가가 있다. 바로 변순철 사진작가다.

 

전국노래자랑 전남 보성, Digital Pigment Print, 102x127cm, 2014

 

전국노래자랑 전남 보성, Digital Pigment Print, 76x102cm, 2014

 

전국노래자랑 경기도 부천, Digital Pigment Print, 102x127cm, 2013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평등한 공간에서 각자의 장기를 뽐내며 최고의 판타지를 만끽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다는 것은, 누가봐도 흥미롭고 유쾌한 순간들이었다. 대부분의 출연자들은 무대에 오르는 순간부터 본인의 사회적 위치에서 갖춰야 할 모습들을 내려놓고, 욕망과 판타지의 세계에 빠진듯 자연스럽게 변신하였다. 특히, 출연자들의 때론 엉뚱하고, 선명한 색의 화려한 의상과 소품들에서 느꼈던 당황스러움 등은 언제나 밝은 순수함으로 바뀌어 웃음짓게도 해주었다. 2014년

-  출처: 변순철 홈페이지

 


변순철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떤 영역의 비전문가든 전문가든 자신의 인생을 열정과 당당함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두 인생의 고수가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든다. 저 여유로움, 카메라 앞을 당당하게 마주하는 저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어차피 삶은 한바탕의 연극 무대인데, 그 무대를 당당히 즐기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나 역시 언제 어디서든 삶에 대한 열정과 당당함, 그리고 여유를 지니고 살아가야겠다.

 

십사

안녕하세요, 십사입니다.
미술, 만화영화, 춤, 피천득님, 법정스님을 좋아합니다.
살아있음을 기쁘게 여기며, 지혜롭고 성실하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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