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존중] 4화 - 2013년의 끝을 잡고

14.01.03 3


어릴 적 일요일 오후, 내가 요리사가 되어 짜파게티를 끓여 먹고, 채널 9번에서 전국노래자랑 끝나고 보았던 TV 만화영화 ‘2020 원더키디’의 현실화가 이제는 어느덧 6년 앞으로 다가오며, 2013 뱀의 해는 떠났고, 2014년 말의 해가 새로이 왔다. 12월 31일 밤이면 공중파 TV(2개 방송사에서만)에서는 연기대상이 열린다. 살면서 1월 1일이라 하여 밖에서 새해를 맞은 적이 거의 없어서, 집에서 편안하게 12시 타종행사 중계를 보기 위해 반강제적으로 연기대상을 살짝 시청하게 된다. 평소에 드라마를 재밌게 보는 편이라면 누가 일생에 한 번 있는 신인상을 타고, 누가 영예의 대상을 타는지 흥미롭게 보겠지만 아쉽게도 드라마는 잘 보지 않아서 수상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이번 화에서는 필자의 취향에 맞는 아주 디테일한 부분에서 올해 최고의 작품, 혹은 순간을 선정하여 발표하고자 한다. 아주 공정하고 객관적인 지표로 선정하지 않았다. 왜냐면 이 칼럼제목 자체가 취향 존중이니까. 후후. 또한, 연재 주기가 2주에 한 번이다 보니, 아쉽게도 2013년을 넘겨 이 주제를 선택하게 된 것에 대해 심심한 사과를 전한다. 그럼 본격적으로 극히 주관적인 시상식을 진행하도록 하겠다.

 

 

1. 올해의 웹툰 : <수업시간 그녀>


수업시간그녀
작가 박수봉
연재시기 2013. 05. 09 - 11.21
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557673

웹툰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엄청난 양의 웹툰이 쏟아지고 있으며, 폭발하는 조회 수와 그에 비례하는 인기는 높은데, 딱히 웹툰 시상식이 없어 아쉽다. 인터넷 방송 생중계라도 해서 시상식 열고 웹툰 작가들의 수상소감을 들어보는 것도 굉장히 흥미로울 것 같아 네이버에 건의라도 해볼까 싶다. 여하튼 훌륭한 작품이 정말 많지만 오래전부터 연재 중인 웹툰을 제외하고 2013년에 연재를 시작한 작품 중 ‘수업시간 그녀’를 올해의 웹툰으로 선정해 보았다.
<수업시간 그녀>는 지금은 연재를 종료한 웹툰으로 대학 시절의 살랑살랑한 감정을 말랑말랑하게 잘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 바스티앙 비베스의 작품을 바로 떠올렸는데 이것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꽤나 많은 지적을 받기도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 작품은 그 작품대로, 또 이 작품은 이 작품대로 충분히 훌륭하고 개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디테일한 감정묘사가 돋보인다거나, 모호하지 않게 더 확실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생각해서 나는 이 작품도 좋다. 앞서 언급한 바스티앙 비베스를 비롯한 그래픽노블로 분류되는 만화책에 대한 주제는 다음화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니 많은 관심을 바라는 바이며, 다시 한 번 올해의 웹툰으로 선정된 것을 축하한다는 닿지 못할 메시지를 전해본다.

 

 

2. 올해의 영화 포스터 : <프레셔스>



프레셔스
감독 리 다니엘스
개봉 2013. 01. 10 (국내)
포스터 디자인 Ignition Creative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1080

아주 예전에 지금은 폐간된 영화잡지 필름2.0에서 올해의 영화 포스터를 선정한 적이 있었다. 당시 열정 있는 미대생이었던가, 재수생이었던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아무튼 그 기사를 굉장히 흥미롭게 봤었다. 지금은 영화제는 많아도 시상부문에 올해의 영화 포스터는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청룡영화제에 건의라도 해봐야 되나 싶다. 여하튼 그때를 떠올리며 국내에서 개봉하고 배포된 영화 포스터 중 하나를 선정했다.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선정된 영화는 <프레셔스>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4년 만에 깜짝 개봉한 영화로 흔하지 않게 일러스트를 메인 포스터로 사용했다. 그 점이 참 맘에 들어서 올해의 영화 포스터로 선정했다.
사실 이 포스터를 제외하고는 다른 포스터들이 다 비슷해 보여서 오히려 쉽게 선정한 것 같다. 영화라는 매체 자체가 다분히 대중적이기 때문에 특이한 것 보다는 무난한 디자인을 선택하게 되고, 배우의 힘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주연배우를 크게 부각 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모든 포스터가 비슷하게 제작된다는 점은 늘 아쉽기는 하다. 영화 얘기를 잠깐 해보자면 이 영화는 굉장히 가슴 먹먹해지는 내용을 덤덤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포스터가 그 느낌을 훌륭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포스터 만큼이나 영화도 아주 좋긴 한데 너무 슬퍼서 강력 추천하진 못하겠다. 

 

 

3. 올해의 야구경기 : <LG vs 넥센> 2013. 7. 5 경기

모바일 영상 : http://m.sports.naver.com/video.nhn?id=51371&type=GAMEID

2013 프로야구
7월 5일 <LG vs 넥센> 전

LG와 넥센은 엘넥라시코라하여 예전부터 유명한 더비 중 하나였다. 올해는 특히 두 팀 다 훌륭한 성과를 거두며 좋은 경기를 많이 보여줬는데 7월 5일에 펼쳐진 두 팀 간의 경기는 잊지 못할 경기가 되었다. 이 경기에서 라뱅(이병규) 형님은 최고령 싸이클링 히트를 기록했고, 문우람은 데뷔 후 첫 홈런을 날렸으며, 이성열은 2년 만에 다시 포수를 보는 등 보기 드문 장면이 많이 연출되었다. 지하철에서 이 경기를 보고 집에 도착해서도 눈을 떼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2013년에도 수많은 야구경기를 보았으나 이만큼 인상적인 경기는 없었던 것 같다. NC의 팬임에도 불구하고 LG, 넥센의 경기를 올해의 경기로 꼽을 만큼 훌륭한 경기였다. 프로야구 시상식에서 부문별 골든 글러브, MVP 등을 수상하는데 올해의 경기를 뽑지 않는 것이 아쉽다. 올해의 경기를 뽑는다면 재밌는 경기를 만들어내는 데에 약간의 좋은 효과를 가져올 것 같다. 이것도 KBO 측에 건의를 해봐야 되나... 건의할 것이 참 많은 이번화인데 꼭 건의해서 그 결과를 알려드리도록 하겠다.



2013년을 보내며 흔하지 않은 올해의 작품, 경기를 꼽아 보았다. 공중파에서 방송되는 시상식 만큼 주목받지 못하는 부분에서 한 해 동안 수고한 사람들에게 소소한 축하를 보내고 싶다. 그동안 수고 많았습니다. 왠지 취향존중도 끝나는 느낌 같지만 2주 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후후.

* 댓글로 자신만의 올해의 OO을 추천 받아 봅니다.


양재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디자인 그룹 5unday(선데이)의 소속 디자이너.
긍정적으로 먹고 살고 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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