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존중] 5화 - 만화의 맛

14.01.17 5


다들 살면서 가슴 속에 만화에 관련된 기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만화책이 2,500원이었는데, 그 시절 그 가격을 잊을 수가 없다. 어렸을 때 엄마한테 5,000원을 받아서 동네 서점에서 <뱀프 2분의 1>이라는 만화책을 2,500원에 주고 사서 집에 가고 있었는데, 불량배 형에게 딱 걸려서 고스란히 2,500원을 갈취당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잊지 못하는 그 가격 2,500원. 그런데 지금은 단행본 한 권이 5,000원이라니 '격세지감'이라 하였던가...

그것 말고도 만화와는 꾸준히 인연이 깊다. 초등학교 시절 드래곤볼 따라 그리는 걸로 최강자에 올랐었고, 중학교 때는 바람의 검심 동호회에 가입해서 채팅방에서 밤을 지새우며 정모도 나갔었고, 고등학교 때는 만화부에 들어갔는데 <킹 오브 파이터즈> 단체 코스프레를 강요해서 바로 탈퇴했다. 그때 그 만화부 선배님.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마라." 라고 하셨었는데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

필자만 그렇겠는가. 만화를 아예 보지 않는 사람이면 몰라도 만화를 보는 사람들은 늘 끊임없이 만화를 본다. 어렸을 때는 그때 재미있는 만화가 있고, 나이를 먹어서는 또 그때 재미있는 만화가 있기 마련이다. 설마 아직도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 거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겠냐 싶겠느냐만 그런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어른들을 위한 만화를 오늘은 소개하고자 한다. 굉장히 화끈한 성인만화 위주로 성인의 취향을 존중하고 싶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부류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후후.

 

1. 염소의 맛


염소의 맛
작가 바스티앙 바베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155350065

'흑염소의 염소 말고 소금 주성분 말하는 염소'

염소의 맛이라고 할 때 '메에메에' 우는 염소 고기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물론 나도 염소고기를 뜯어먹는 이미지가 바로 떠올랐다. 하지만 여기서 염소는 수영장을 소독할 때 쓰는 화학물질 염소다. 표지에 수영장이 그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염소고기가 먼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어쨌든 이 작품은 지난 칼럼에서 소개한 웹툰 '수업시간 그녀'에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짐작되는 작품이다. 수영장에서 일어나는 미적지근한 로맨스를 다룬 이 작품은 밍숭맹숭한 맛이 일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래서 이게 끝이야?" 라고 받아들이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면 장면이 참 인상적이다. 작가인 바스티앙 비베스는 약간 천재 계열인데, 그림을 참 잘 그린다. 이야기의 강한 흡입력은 없으나 잔잔한 감정묘사와 뛰어난 장면연출이 훌륭한 작품이다. 보고 나면 수영장을 다니고 싶은 충동이 들 것이다. 물론 실행의 옮기는 이는 적겠지만.

 

 

2. 쥐



작가 아트 슈피겔만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8404718

'쥐와 고양이와 돼지'

유대인 학살을 다룬 작품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참 많다. 그중에 '쥐'는 상당히 독특한 작품이다. 작가는 실제 자신의 아버지가 겪은 그 시절 이야기를 인터뷰해서 만화로 담았다. 작품은 액자식 구성으로 현재의 아버지를 인터뷰하는 장면과 과거의 참혹함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번갈아 가며 다룬다. 현재 아버지를 조금 이상한 성격으로 묘사하며, 과거의 사건은 그의 아버지가 왜 그렇게 변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한다. 심지어 만화 속 인물들은 모두 동물이다. 유대인은 쥐, 나치군은 고양이, 폴란드인은 돼지 등으로 표현한다. 등장인물을 단순한 이목구비를 지닌 동물로 표현한 것은 잔혹한 시대에 인간답지 않았고, 인간 취급도 받지 못했던 것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 추측도 해본다. 만화는 참고로 슬프다. 지하철에서 보다가 사람들 눈을 피해서 눈물을 찔끔 흘렸던 작품이다. 오늘 소개하는 작품 중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3. 무면목/태공망전


무면목/태공망전
작가 모로호시 다이지로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4072901

'기분이 이상해. 하지만 끌려!'

오늘 소개하는 작품 중 가장 독특한 작품이 아닐까 한다. 작가인 모로호시 다이지로는 기묘한 이야기의 덕후인데, 다른 작품들 모두 기괴한 분위기를 풍긴다. 보고 나면 기분이 이상해지기도 하는데 하지만 이야기 솜씨가 훌륭해서 자꾸 끌리게 된다. 그래서 다른 작품은 또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계속 읽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오늘 소개할 무면목/ 태공망전은 2개의 작품을 하나의 책으로 엮은 것인데 그중에서도 무면목을 강력추천한다. 기괴함을 물론 현대사회에 던지는 훌륭한 메시지도 담은 작품이다. 책을 살짝 볼 때는 그림 진짜 못 그린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작가가 진짜 열심히 그린 것이란 것을... 기나긴 겨울밤 귤 까먹으며 보기 가장 좋은 책 중 한 권이다.

 

 

4. 아스테리오스 폴립


아스테리오스 폴립
작가 
데이비드 마추켈리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0641470

'이 사람, 똑똑할 것 같아'

똑똑한 사람은 조금만 얘기를 섞어보면 티가 나는데, 이 작품이 그렇다. 쭈욱 보다 보면 '아, 이 작가는 참 똑똑하구나...' 느끼게 된다. 예술사조에 대한 지식과 표현방법에 대한 이해를 작품 안에서 조합하여 멋있게 보여준다. 단순히 폼만 잡는 거라면 굉장히 재수 없게 느껴지겠지만, 이 작품의 이야기를 풀어 가는 데에 있어 꼭 필요한 부분이며, 그림 퀄리티나 스타일은 뭐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스타일적인 부분이 굉장히 매력적인데, 일러스트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훌륭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심지어 이야기까지 재미있다.(뭐하나 빠지는 게 없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결말을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 '유리의 도시'도 참 좋아하는데 내용이 다소 난해한 감이 있으나, 이 사람 진짜 장난아니구나라고 생각이 들 것이다. 이 작품이 맘에 든다면 그 작품 또한 추천!

 

 

5. 고우영 삼국지


고우영 삼국지
작가 
고우영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9191299

'아저씨 개그의 감성을 만나보자'

앞서 지난 칼럼에서 어렸을 때 책을 전혀 읽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고백했었다. 그랬으니 삼국지라고 읽었을 리가 있겠는가. 후후. 그러던 중 몇 년 전 삼국지를 섭렵하고자 고우영의 삼국지를 보게 되었다. 온갖 계략이 넘치는 혼란스러운 지금 시대에 삼국지는 참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현대사회와 다를 것이 없달까... 참으로 안타까울시고... 작품에서는 이러한 말투가 자주 나오고 아저씨 개그도 난무하는데 요즘 감성과 달라 재미가 있다. 또 들은 바로는 고우영의 삼국지는 인물묘사가 다른 작품들과 조금 다르다고 한다. 가장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유비를 쪼다라고 부르니...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유비의 얼굴을 작가 본인의 얼굴로 그린 것이 참 해학적이고 재미있다.

 

만화책이야 나보다 박사님이 훨씬 많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약간 덜 알려진 작품 위주로 추천을 던져 보았다. 이 중에 제발 하나라도 입맛에 맞는 작품이 있길 바라며, 겨울엔 귤 까먹으며 만화를 봅시다! 그것은 진리!

 

 

양재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디자인 그룹 5unday(선데이)의 소속 디자이너.
긍정적으로 먹고 살고 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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