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존중] 9화 - 소소한 물건

14.04.29 3

 

[취향존중] 9화 - 소소한 물건

세상에는 잘 버리는 사람과 잘 못 버리는 사람 둘 중의 하나인데, 당신은 어떠한 타입인지 모르겠으나 나는 잘 버리는 사람이다.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면 바로 내 품에서 보내 버리는데 미련이 없다. 생각보다 미련 따위 없는 쿨남이랄까. 하지만 애초에 소비가 별로 없어서 버리는 것도 잘 없는 게 함정이다. 후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건의 필요 여부를 떠나 이건 뭔가 추억에 남을 것만 같다 싶은 것은 또 모아두는데, 이것도 언젠가 필요하겠지라는 생각보단 이거 나중에 보면 진짜 재밌겠다 싶은 것만 남겨둔다. 오늘은 그것 중 극히 개인적인 것은 조금 숨겨두고, 지금 다시 보니 "허허 참 새롭구먼." 싶은 것들만 모아 모아 모아서 소개해 보고자 한다. 전국의 85년생들은 꼭 이글을 보고 격하게 공감하길 바란다. 보아라! 이것의 과거의 나의 취향을 말해주던 아주 소소한 물건들이다!

 

 

1. 왜!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영화 티켓은 영수증 따위가 되어버렸는가!

- 2006년 3월 25일 오후 5시 40분, 시네코아 <메종 드 히미코> 영화 티켓

영화 표가 단순 영수증이 되어버리기 전에는 영화 표를 모으는 사람이 제법 있었다. 나 또한 그런 사람 중 하나로 그 이전 표들은 거의 전부 아직도 가지고 있다. 1년 동안 영화 표를 안 버리고 전부 모아서 연말이면 다시 꺼내 보면서 "크으... 이 영화 정말 재밌었지. 허허허!" 하며 감상에 젖는 시간을 갖곤 했으나 지금은 쓰레기통으로 바로 직행시키고 있다. 영화 표가 수집의 대상에서 찢거나 꾸겨서 버리는 영수증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얻어지는 비용 절감의 효과, 종이 한 장을 줄임으로써 얻어지는 환경 보호의 효과. 알고 있음에도 참 서운하다. 이 슬픈 감정 나 혼자만의 것은 아니리라 생각하며 적어본다.

수많은 오래된 영화티켓 중에서도 특히 기념될만한 시네코아 영화 표를 꺼내보았다. 지금은 폐관한 시네코아는 고맙게도 그닥 흥행되지 않을만한 영화를 많이 해주었는데, 특히 일본영화를 많이 해주었다. 심지어 저 당시에는 영화관 하면 종로! 라는 이미지도 있어서 허리우드도 가고 피카디리도 가고 서울극장도 가고 그랬는데, 몇 해 전 주말에 찾아갔던 서울 극장은 참 씁쓸했었다. 아. 홀로 조용한 영화관을 찾아가 소소한 관람평도 싸이월드에 적었던 감성 청년 시절이 내게도 있었는데... 지금은 주로 토요일 주말에 멀티플렉스를 찾아가 조조로 블록버스터나 챙겨보는 아저씨가 되어가고 있으니 씁쓸하다. 이렇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네코아 영화관과 영화 표를 추억해본다.

 

 

2. 쇼 미 더 머니에서 엠씨 메타를 보게 될 줄이야!

- 고등학교 학생수첩에 받았던 엠씨 메타 싸인

지금이야 거의 대다수의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지만, 고등학교 시절 우리의 로망은 씨디피였다. 지금의 씨디는 거의 수집의 목적만을 가지고 있지만, 그 당시 씨디는 수집의 목적이자 실제로 음악을 듣기 위한 수단이었다. 엠피쓰리 받아서 컴퓨터로 음악을 듣긴 했어도 길에서 들으려면 씨디피를 이용해야 했다!

바로 그 시절에 내가 참 좋아했던 힙합 가수. 엠씨 메타의 싸인이다! 어디에서 싸인을 받았는지 잘 기억은 나질 않지만 엠씨 메타, 대거즈의 예솔, 엠씨 성천, 인세인 디지의 싸인이 내 고등학교 학생수첩에 남아있다. 엠씨 메타를 제외한 다른 분들은 현재 무엇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다. 심지어 이제는 요즘 힙합 음악에서 누가 유명한지도 잘 모르겠는 상태까지 와버렸는데, 얼마 전 쇼 미 더 머니에서 엠씨 메타가 나왔을 때 참 반가웠다. 엠씨 메타 좋아해서 메타콘도 자주 사 먹었었는데... 이렇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 나의 거칠었던 힙합 정신도 추억해본다. 

 

 

3. 우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다고??!!

- 스카이 IM 3100 모델의 외부 장착형 카메라

핸드폰으로 못하는 걸 찾는 게 빠른 시대가 왔다. 그렇다. 핸드폰으로 별걸 다 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심지어 이제는 핸드폰이 아니라 스마트폰이니까 이 얼마나 똑똑한 기계인가. 허나 과거의 최신형의 기준은 벨소리가 몇 화음인가! 구현하는 색상이 몇 가지인가! 듀얼 화면인가 아닌가! 등 이었다. 이 얼마나 순박한 세상인가. 그러한 시대에 핸드폰에 카메라를 장착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핸드폰이 출시되었다. 와우! 내장된 카메라가 아니라 외부 장치를 장착해서 사진을 찍다니! 믿을 수 없는 시절이지만 너무 신기했다. 필자는 당시의 최신폰을 손에 얻을 수 있었는데 1년 정도 사용한 뒤 도난당하고 말았다... 지금까지도 범인은 잡지 못했으나 어딘가에서 잘 먹고 잘살고 있길 바란다. 이제는 용서했으니까... 후후. 핸드폰은 도둑맞았으나 카메라는 다행히 아직 간직하고 있다. 지금은 그 어떤 방법으로도 쓸 수 없는 물건이지만 스마트폰이 아닌 핸드폰을 추억할 수 있는 물건이기에 아직 간직하고 있다. 그 당시의 핸드폰을 고르는 기준은 외형이 크게 좌우했는데 지금의 천편일률적인 벽돌 디자인과는 뭔가 다른 기준이었다. 서로의 최신폰을 보며 "와 이쁘다!" 라고 하던 시절이었으나, 이제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스마트하지 않은 핸드폰 또한 추억해본다.


물건이라는 것이 참 그렇다. 꼭 필요해서 샀다가도 금세 필요 없어지고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리는데, 과감하게 줘버리거나 처분하는 것은 제법 훌륭한 정리습관이다. 하지만 가끔씩 꺼내어보며 추억할만한 물건 하나쯤은 상자 속에 있으면 그것은 굉장히 재미가 있다. 과거의 물건으로 알아본 나는 핸드폰 셀카를 좋아하고 힙합 가수의 싸인이나 받으러 다녔으며, 혼자서 찌질하게 일본영화를 보러 다니던 취향의 청년이었다. 후후... 취향이었습니다. 존중해주시죠.

 

양재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디자인 그룹 5unday(선데이)의 소속 디자이너.
긍정적으로 먹고 살고 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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