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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럽고 복잡한 ‘열병’의 시기, 청춘(youth)

17.02.24 1

 

난 핸들이 고장 난 8(eight)톤 트럭
내 인생은 언제나 삐딱선
세상이란 학교에 입학 전
나는 꿈이라는 보물 찾아 유랑하는 해적선
sun like one piece sun comes up &down
일출몰의 반복이 서둘러 내 방에 달력을 넘긴다
억지로 26번째 미역국을 삼킨다
oh no!! 벌써 넓어지는 이마
왜 이리 크냐 어린 꼬마들의 키가
때론 명예 돈 욕심도 조금 납니다
제발 떠나가지 마라 내 님아
하루를 밤을 새면 이틀은 죽어
이틀을 밤새면 나는 반 죽어
위통약은 내 생활 필수품
위통약은 내 생활 필수품

-<고백>, 다이나믹 듀오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가 생각난다. ‘억지로 스물 여섯 번째 미역국을 삼킨다’는 가사를 보고 "쟤네(=다이나믹 듀오) 스물 여섯이면, 완전 아저씨 아니야?”를 떠올렸던, ‘군대 갔다 오면 곧 서른이야’를 보고 “우와! 나이 짱 많다!”를 떠올렸던, 어리석은 지난 날의 나. 그만큼 ‘스물 여섯’과 ‘서른’이라는 숫자가 주는 중압감은, 고작 치맛단 줄이기와 클린앤클리어 훼어니스를 바르는 게 지상 최대 과업이었던 중딩에겐 너무나도 큰 것이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스물 여섯’도 꼬꼬마인데, 뭐가 그리 나이 들었다고 생각했던 걸까.

 

Brad S., Adrienne Salinger, 1991 / Transfiguration,Gosha Rubchinskiy, 2012, 디뮤지엄 제공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 또한 억지로 미역국을 삼킬 나이가 됐을 무렵 첫 취직을 했고, 업계특성 상 어딜 가든 막내자리를 꿰 찰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하고 다니는 복장이며 내뱉는 말투, 관심 있던 분야, 가치관, 연애 등, 상사들은 ‘청춘’이라는 명목 하에 나를 부러워하거나 ‘우리 때랑은 달라, 그치?’하고 자신들의 청춘을 떠올리곤 했다. 나 또한 12학번 이상 차이가 나는 그들을 보면서 나와 같은 나이대의 선배들의 모습을 떠올렸지만, 그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었다.

 

Ryan McGinley


청춘(靑春). 이름만큼이나 입 밖으로 내어 발음하면 따듯함과 푸르름이 절로 연상되는 이 단어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상을 갖는다. 소설가 김홍신은 ‘젊음은 소중한 가치가 있고,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는 놀라운 힘이 있다’며 70대 재벌총수의 전부를 맞바꿀 수 있을 만큼 청춘은 가치가 있다고 했다. 청춘을 소재로 한 영화, 소설, 흔하디 흔한 노래의 가사만 주의 깊게 들어봐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청춘에 대해 갖는 환상이 얼마나 큰지를.

 


느낄 수 있을 만큼 빠르게 변해간다.

세상은 이런 거라고 위로해보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다.
서러움에 눈물 한없이 흘러내린다. 돌아오지 못할 강물처럼 흘러간다
다시 오지 않을 아름다운 나의 청춘
어릴 땐 뜬구름이라도 잡았었지만
지금은 책임감이 먹구름이 돼 추격하고 있다
너무 많이 세상을 알아버린 걸까
아니면 한치도 헤아리지도 못 한 걸까
감정은 메말라서 남들 다 흘리는 눈물도 몇 번을 쥐어짜야 눈꺼풀에 겨우 맺히고
날아갔어 무모한 객기도 넘치던 패기도 눈물처럼 증발했어 눈가에 주름만 생기고
무뎌지고 흐려져 나 때때로 부풀어져 만만하던 세상이 무서워져 산다.
또한 우리네 아버지들처럼
흐르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졌어

-<청춘(spring time)>, 다이나믹 듀오

 

Untitled (Kids), Larry Clark and Simon Lee Gallery, 1995, 출처: 디뮤지엄 제공

 

Jake Snelling, Richard Gilligan, 2012, 출처 디뮤지엄 제공 

 

‘ㅊ’을 발음할 때 느껴지는 특유의 느낌 때문인지, 아니면 ‘청춘’을 구성하는 낱자가 ‘푸를 청’에 ‘봄 춘’이기 때문인지 청춘은 밝은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그러나 그와는 상반되는 심상을 가지고 있기도 한데, 반짝반짝 빛나는 푸르름과 대척되는 ‘불안’과 ‘일탈’, 그리고 ‘아픔’이 그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청춘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으로 규정짓고 청춘이 흘러가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그래서 때때로 불안과 일탈, 그에 따른 아픔을 청춘으로 승화하라고 말하기도 한다. 때문에 한 대학교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담론으로 욕을 먹었지만, 그만큼 청춘의 단상은 상반되고 소란스럽고 또 시끄럽다. 그리고 많은 작가들은 이러한 시기적 특성을 프레임 안에 간직하고자 했다.

 

Peepers, Ryan McGinley, 2015 / Chris and Sarah in Bed of Flowers, Andrew Lyman, 2014 / Miss You Always, Paolo Raeli, 2016, 출처: 디뮤지엄 제공

 

순간의 찰나를 기록하는 사진과 영상은, 그래서 청춘을 더 의미 있게 한다. 흘러가는 시간을 잡아 프레임 안에 박제하고, 언제든 그 시절의 감정(불안 혹은 희망)을 꺼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참 신기하게도, 그로부터 수십 년이 흘렀음에도 청춘은 일관된 모습을 하고 있다. 동시에 사람들에게 끊임 없는 영감을 준다. 사진을 통해 느낄 수 있겠지만, 청춘은 어딘가 몽글몽글하고 눈 부시다. 그리고 자꾸만 감수성을 자극해서 끊임 없이 무언가를 말하고 싶게 한다. 우리의 지난 사랑에 대해, 처음 겪은 실패에 관해, 서툰 첫경험에 관해, 열정에 대해 말이다. 하지만 조금 궁금하다. 사람들은 왜 그토록 흘러간 청춘에 아쉬움을 표하고 그 때로 회귀하고 싶어하는 걸까. 어째서 청춘은 ‘나이 듦’과 반비례할 수 밖에 없는 걸까.

 

FASTbeat, Paul Franco, 출처: 디뮤지엄 


우리는 항상 시간이 부족한 시대에 살고 있어요.

뛰고, 서두르는, 모든 것이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이죠.
그래서 저는 본질에 집중하고 싶어요. 연기처럼 사라지고 싶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고, 이는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하죠.
희망이라는 감정.
저는 청춘(youth)의 순수함과 무모함이 어떤 영감을 주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라 생각해요.
청춘에는 편견이라는 것이 없어요.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비판적으로 변하게 되죠.
청춘은 모든 것에 열려있고 열정적이죠.
우리는 백지와 같은 상태로 돌아가 다시 순수해져야 해요.

by. Paul Franco

 

영화 <몽상가들>, 출처: 네이버 영화

 

작품은 <몽상가들> 속 이사벨과 테오를 떠올리게 한다. 이해할 수 없는 감정으로 점철된 관계라든가, 몸은 성인이지만 정신적 성숙이 뒤따르지 않는 불안의 상태라든가, 축적된 지식으로 세상을 논하지만 세상 밖으로 나오기 보다 당장의 안식처를 택하는, 자신들이 형성한 틀 속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모습이 말이다. 분명 이들의 모습은 어떤 목적도 없이 불안정하지만, 동시에 아름답고 몽환적이다. ‘몽상가’라는 젊음이 주는 특권아래 이들의 다소 철 없는 모습은 ‘순수’가 되고, 실패가 뻔히 보이는 시도도 ‘경험’이 된다. 그만큼 청춘은 이 모든 것을 아름다움으로 승화하는 힘이 있다. 때문에 생각해보건대, 우리는 특정한 시기를 ‘청춘’으로 칭하지만, 실은 세상 밖으로 나가기 전의 육체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청춘’으로 칭하는 게 아닐까.

 

Polina Jumping into Nothing,Masha Demianova, 2014, 출처: 디뮤지엄 제공

 

나 또한 어느덧 하루를 밤새면 이틀은 죽고, 이틀을 밤새면 반이 죽는 나이를 지났다. 다른 게 있다면 <고백> 속 쟤들은 군대 갔다 오면 서른인데, 나는 그냥 목전에 서른을 앞둔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다듀가 서른 무렵에 쓴 <청춘(spring time)> 가사가 참 깊이 와 닿아야 하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다. 무엇보다 스스로 내린 ‘청춘’의 정의에 따르면, 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계선에 있다. (물리적으로 가장 아름다울 나이도 지난 것 같고 아직 온전히 세상 밖으로 나오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나 역시 작품 속 청춘들의 아름답고 빛나는 육체와 열정, 그들이 가진 순수가 부럽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요소들이 청춘의 시기에만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나이 듦’에는 그 나이대에 맞는 성숙과 지혜가 있다. 그래서 자신의 시기에 맞는 삶을 살면, 청춘 못지 않은 아름다움으로 반짝이리라 믿는다.

 


전시명 
YOUTH, 청춘의 열병, 그 못다 한 이야기
전시기간 2017년 2월 9일 – 2017년 5월 28일 
장소 디뮤지엄 (서울특별시 용산구 독서당로 29길 5-6, Replace 한남 F동)
문의 디뮤지엄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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