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취향’의 발전

‘취향’의 발전

17.08.24 한 선배기자가 재미 있는 사람의 블로그를 발견했다며 직접 url을 입력해가며 보여줬던 일이나 ‘요즘 관심이 생긴 부부가 있어’라며 부부의 일상을 이야기하던 친구의 모습에 놀란 적이 있다. 처음엔 단순히 타인에게 관심이 많은 ‘개인의 성향’쯤으로 여겼지만, 사실 이러한 현상은 낯설지가 않다. 지인과의 만남에서 SNS로 맛집을 검색하거나,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듯한 인물의 일상을 쉽게 탐하는 일이 흔하디 흔해서다. 이러한 현상에는 매체 발달이라는 사회적 배경과 관음의 심리가 작용한다. 그러나 조금 더 파고들면, 우리는 ‘취향’을 발견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자신이 팔로우하고 있는 인물을 공통된 범주로 묶어봐도 뭔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뭔가’를 우리는 ‘취향’이라 부른다.    2017 Gucci S/S에는 꽃과 동물이 등장했다 0 Read more
Column [미술 말하기] 인생의 허망함을 이겨내는 관계에 대하여 십사

[미술 말하기] 인생의 허망함을 이겨내는 관계에 대하여

17.08.08 앞으로 노트폴리오 매거진에 게재할 <미술 말하기>는 필명 ‘십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주원의 평론글입니다. 평론을 통해 미술사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다양한 작품 속 이야기와 그녀만의 해석을 만나보세요. 글의 원본은 ‘대안공간 눈’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인생의 허망함을 이겨내는 관계에 대하여   <Vanitas Vanitatum(바니타스 바니타툼)> 우무길   찬란한 것들은 모두 순간에만 존재한다. 순간이 지나면 시간이 지녔던 빛은 모두 무채색의 빛으로 바래 버린다. 지금 이 순간에 생기는 오해와 인생에 대한 회한, 그리고 다양한 존재에게 내뿜고 싶어지는 미움과 허망함과 화는 조금만 지나면 없어지기 마련이다. 시간은 그만큼의 힘을 지니고 있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모든 것이 조금씩 희미해지기 때문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찬란함은 조금 있으면 모두 꺼져버릴 불씨이다. 우리 인생의 불꽃놀 0 Read more
Column 우정이라는 이름, 오인환 십사

우정이라는 이름, 오인환

17.07.14 <우정의 물건(Things of friendship)> 오인환, 2000-2008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상대방과의 공통점과 차이점, 좋은 점과 싫은 점을 찾으며 관계를 이어나갈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게 된다. 그렇게 여러 번의 만남을 통해 공통점이 많고, 좋은 점이 많이 보이는 사람을 옆에 두고자 (서로 혹은 혼자) 노력하는 게 관계를 맺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의 농도가 짙어진 단계를 우리는 ‘우정' 혹은 '사랑'이라고 명명하곤 한다. 사전에 게재된 정의를 보면, 우정은 ‘친구 사이의 정’이다. 그렇다면 친구는 무엇일까? 친구(親舊)는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을 말한다. ‘정(情)’은 마음의 작용이라고 하니, 결국 우정은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 간에 일어나는 마음의 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우정의 물건(Thin 0 Read more
Column 사랑을 말하는 그림들

사랑을 말하는 그림들

17.07.06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면 작가 개인이 겪은 일화나 그로 인한 정서가 고스란히 전해지지 않을 때가 있다. 작품은 행복을 이야기하는데 나는 행복하지 않을 때, 작품 속 인물은 비극의 절정을 맞이하는데 나는 삶이 즐거울 때가 그렇다. 특히 보편적인 정서가 아닌 특수한 상황에서의 감정을 다룰 때면 더욱 공감하기가 어렵다. 그럴 때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감정에 쉽사리 공감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작품으로부터 멀어져 완전히 타자의 입장이 될 때면 너와 나, 아니 작가와 관람자 사이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느낀다.   <In Bed the Kiss> 툴르즈 로트렉(Henri de Toulouse-Lautrec), 1982   하지만, 보편적인 감정을 소재로 다룬 작품을 보면 왠지 모르게 친근한 마음이 들어 더 깊이 관찰하고 다가가게 된다. 이는 작품의 예술성과 관람자의 지적 수준과는 별개의 문제다. 우리가 흔히 겪고, 그래서 공감할 수 있는 감정 중 0 Read more
Column 비누로 대리석을 번역하는, 작가 신미경 십사

비누로 대리석을 번역하는, 작가 신미경

17.06.30 <트랜스레이션 시리즈> 신미경, 비누, 가변크기, 2006-2013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를 번역하고 해석하는 일이다. 즉,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해석’이라는 것은 ‘사물이나 행위 따위의 내용을 판단하고 이해하는 일, 혹은 그 내용’인데, 여기서 ‘내용을 판단하고 이해하는 일’의 기준이 굉장히 주관적이므로 관계는 오해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첫만남 이후,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고 친해지는 것은 그만큼 오해를 얼마나 잘 풀어내는가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오해가 완전히 풀린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자신이 속한 공간과 시간에 의해 항상 변하기 때문이다.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며 최대한 오해를 푸는 쪽으로 번역을 했지만, 그럼에도 오해가 생기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나 0 Read more
Column 기억을 저장하는 남다른 방식, 쑹둥(Song Dong)의 <버릴 것 없는> 십사

기억을 저장하는 남다른 방식, 쑹둥(Song Dong)의 <버릴 것 없는>

17.06.15 Waste Not, Song Dong, Courtesy of Tokyo Gallery + BTAP, 2005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짐들을 아주 간소하게 정리하며 사는 ‘미니멀리즘적인 삶’이 한동안 인기를 끌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데, 당장 사는데 있어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면 ‘현재에 집중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물건을 버리고 나서 단정한 삶을 시작했다는 사람들의 증언도 많았다. 소소한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어질러져 있는 집안을 치우며 겸사겸사 ‘버리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막상 버리려고 하면 눈 앞에 보이는 물건이 모두 추억이었다. 그래서 버릴 수가 없었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 때 살던 단독 주택의 열쇠, 중학교 때 처음 받은 ‘친하게 지내자’던 편지, 일기를 썼던 수첩과 친구들의 롤링페이퍼, 국토대장정에 갔을 때 썼던 1 Read more
Column 현대판 ‘마담 드 퐁파두르의 실현’, 셀피

현대판 ‘마담 드 퐁파두르의 실현’, 셀피

17.06.12 1720년대 이후, 파리에는 패션화가 유행했다. 패션화는 프랑스 원어로 ’따블로 드 모드 (Tableaux de mode)‘로 귀족과 사회 지도층의 엘리트, 그리고 행정가들이 살롱이나 궁정에서 담소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그림은 주로 패셔너블한 귀족들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었다. 패션화 중에는 개인 초상화 작업도 눈에 띄는데, 그 중 하나가 ‘모리스 켕탱 드 라 투르(Maurice Quentin de La Tour)’가 그린 악보를 들고 있는 <퐁파두르 후작부인(Madame de Pompadour)>이다. <퐁파두르 후작부인(Madame de Pompadour)> 모리스 캉탱 드라 투르, 1755 초상화는 인물의 부유함과 그의 신분에 걸 맞는 기품 있는 의상을 표현했다. 또한, 단순히 부(富)이상의 지적 소양과 다재 다능함을 표현하고자 했다. <마담 드 퐁파두르(Madame de Pompadour)&g 0 Read more
Column [미술 말하기] 잃어버린 자신을 찾는 여정, 김누리의 <Incubator> 십사

[미술 말하기] 잃어버린 자신을 찾는 여정, 김누리의 <Incubator>

17.06.05 앞으로 노트폴리오 매거진에 게재할 <미술 말하기>는 필명 ‘십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주원의 평론글입니다. 평론을 통해 미술사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다양한 작품 속 이야기와 그녀만의 해석을 만나보세요. 글의 원본은 ‘대안공간 눈’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잃어버린 자신을 찾는 여정 <소리> 혼합매체, 55X55cm, 2017   나는 여성의 글쓰기에 대해, 여성의 글쓰기가 할 일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여성은 여성 자신에 대해 써야 한다. 즉 여성에 대해 써야 하며 여성들 자신이 쓰게 해야 한다. 여성들은 자신의 몸에서 멀어졌었다. 그만큼 격렬하게 여성은 글쓰기로부터 멀어졌다. 여성은 스스로의 몸짓으로 자신을 텍스트 안에, 이 세계와 역사 속에 두어야 한다. 출처: Hélène Cixous(1976), 「메두사의 웃음(The Laugh of the Medusa)」, 윤 0 Read more
Column The room, No exit, 심규동 작가의 <고시텔> 십사

The room, No exit, 심규동 작가의 <고시텔>

17.05.26 ‘시발비용’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의 정의를 살펴보면 ‘시발비용’이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을 말한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아서 홧김에 치킨을 시켜 먹는다든가 평소라면 대중교통 이용했을 텐데 짜증이 나서 택시를 타는 비용을 말한다. 시발비용과 맥락을 같이 하는 또 다른 신조어에는 ‘탕진잼’과 ‘YOLO’가 있다. ‘탕진잼’은 사람들이 ‘다이소’에서 값싼 물건을 잔뜩 사고 인증샷을 올리거나 인형 뽑기에 몇 만원을 쓰는 상황을 말한다. ‘YOLO’라는 단어는 ‘인생은 한 번뿐이다(You Only Live Once)’라는 문장의 줄임말로, 미래를 계획하기가 불안정하고 현재밖에 보이지 않는 삶을 사는 이 시대 사람들의 모습을 나타내는 용어다.   ‘시발비용’의 1 Read more
Column 여행, 시선이 닿는 그 곳에 예술

여행, 시선이 닿는 그 곳에 예술

17.05.24 여행. 언제라도 가슴 설레게 하는 이 단어는 요즘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삶의 원천이다. 우리는 저마다의 이유와 목적, 취향을 가지고 어딘가로 떠나기를 꿈꾼다. 누구는 오로지 자신을 위해 가치 있는 소비를 하겠다는 목적 하나만으로, 또 다른 누군가는 새로운 경험을 쌓거나 낯선 문화를 접하며 영감을 얻고자 하는 갈망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그만큼 여행은 새로운 장소에 있을 나를 상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 하나하나까지 모두 ‘여행’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국내/해외 같은 물리적인 공간은 물론, 추억과 시간, 간접, 내면 등, 추상적인 개념에도 ‘여행’이라 붙여 말한다. <YOUTH>展중 <Soar> Palermo, Courtesy of Paolo Raeli, 2016, 출처: 대림미술관 제공 그런 맥락에서 자유와 일탈을 즐기는 청춘의 시간에 동화되어 과 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