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우리가 사랑해야만 했던 도시 - 마지막 방문, 용문동 김포포

우리가 사랑해야만 했던 도시 - 마지막 방문, 용문동

14.04.02 마지막 방문, 용문동 나는 6호선 효창공원역에서 내려 누군가를 몹시 기다렸다. 때로는 바래다 주는 길 이기도 했다. 용문동은 용산구에 속해있는 작은 동네다. 언덕이 많고 오래된 동네다. 활기 없는 해가 뉘엿뉘엿지는 그런 동네였다. 이 이야기는 서울에 관한 글을 쓰게 되면서 이미 기획 되었던 이야기다. 쑥스럽지만 구(舊) 연애 이야기의 종착역이다. - 용산역 광장연애라는 것이 깊어지면 말하자면 어떤 동네가 생긴다. 그 사람이 사는 동네. 대체로 살아가면서 올 일이 없던 동네. 그리고 나중엔 가면 안되는 동네. 내게 그런 곳이 용산이었다. 노트폴리오를 통해 글을 쓰게 될 기회가 생긴 후. 나는 막연히 언젠가 이 동네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이 연재를 관통하고 있는 상실의 코드를 스스로 마무리 하려는 생각이었다. 중앙선 지하철을 타고 용산역에 내렸을 때 어쩐지 그 곳이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하지 않았다. 익숙할 것 같았는데, 익숙하지 않았다.   3 Read more
Column 우리가 사랑해야만 했던 도시 - 혼자 남산 산책로를 걷다 김포포

우리가 사랑해야만 했던 도시 - 혼자 남산 산책로를 걷다

14.03.18 혼자 남산 산책로를 걷다 그녀가 말 했다.'생각해보니 이렇게 좋은 곳들을 늘 혼자 다닌 것 같아.' 나는 혼자 다니는 일에 대해 익히 알고 있어서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혼자 다녀보기도 해야, 누군가와 함께 할 때 데려갈 수 있지.'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그래 맞아. 바로 그거야.'   - 남산 산책로감기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날 이었다. 매번 새로운 계절이 오면 그 좋은 계절을 만끽할 새도 없이 나는 감기에 걸려버리기 때문이다. 검은 코트를 가방에 걸쳐놓고, 남산 서울 성곽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빛에는 그림자가 있지만, 빛 자체도 그림자가 되기도 한다. 그런 시각적 경험은 잠시만 그림자를 들여다보면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다. 그런 빛 그림자가 아름답게 떨어지는 오후였다. 나는 철저히 혼자였다. 물론 개인적인 일정이었지만, 이런 좋은 산책을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남산 산책로 방향으로 방향을 다시 잡았다. 사람들은 움직이는 0 Read more
Column 우리가 사랑해야만 했던 도시 - 영화 '북촌 방향'과 북촌 김포포

우리가 사랑해야만 했던 도시 - 영화 '북촌 방향'과 북촌

14.02.27 영화 '북촌 방향'과 북촌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불편하다. 영화 속에서 인물과 장소가 반복되고, 인물들이 하나하나 무장해제 된다. 홍상수 영화의 진면목은 관객들을 피학적 홍상수 매니아로 만드는 데 있다. 이 영화들은 관객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그렇지만, 자꾸 다음 작품을 찾아보게 하는 마력이 있다. 관객들은 영화 속에 나오는 해원, 선희, 성준, 이선생 등 을 보면서 자기 과거(또는 현재) 의 숨겨왔던 추한 내면을 바라보게 되는. 그런 피학적인 상태가 된다. 나 또한 홍상수 영화의 피학적 팬으로, 영화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특히 이번 취재를 통해서 알게된 사실: 결국 홍상수 영화에서의 장소는 장면을 담아내는 그릇의 역할에 지나지 않다는 결론이다. - 다정 한정식 골목. 홍상수 영화의 단골 촬영지다.이번 글 쓰기를 계획하면서 중점에 둔 영화는 2011년에 개봉한 '북촌 방향'이다. 지방에 내려가 교수를 하고 있는 영화인 '성준'이 서울에 잠시 머물게 되며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0 Read more
Column 우리가 사랑해야만 했던 도시 - 세종로 하늘 보기 김포포

우리가 사랑해야만 했던 도시 - 세종로 하늘 보기

14.02.12   세종로 하늘 보기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키는 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시간이 흐르기를 바라면서 여러 가지 일에 집중해보려고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다른 일에 집중하는 일은 더디게 흐르는 시간을 무두질한다. 내가 군대에 있던 시절, 시간을 도둑맞은 핏기 없는 눈을 둘 곳이 되어주었던 세종로의 하늘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 눈 내리던 밤의 세종로 굳이 표현하자면 광화문부터 동화면세점 부근까지 뻗은 세종로는 전장과도 같은 곳이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출동. 깊은 밤을 접고 접어야 해가 뜨고, 그제야 쉴 수 있었던 장소. 나뿐 아니라 동료들, 나아가서는 종로 관내의 모든 대원들의 얼굴에는 그 밤보다도 더 깊은 검은색이 드리워져 있었다. 저마다 다른 생각들을 하는 우리들은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시간에 고통받는다는 사실'과 '운신의 폭이 좁은 우리 신분을 되새김질한다'라는 사실이었다. 밤이 퇴근하고 새벽이 출근 도장을 찍으면, 선임들은 땅을 0 Read more
Column 우리가 사랑해야만 했던 도시 - 덕수궁 돌담길의 이별전설 김포포

우리가 사랑해야만 했던 도시 - 덕수궁 돌담길의 이별전설

14.01.29 덕수궁 돌담길의 이별전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는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 덕수궁 돌담길을 걷는 연인은 헤어지게 된다는 이야기. 낭만 어린 이야기지만, 설득력은 없다. 모든 만남에는 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꽤나 널리 알려지고 사랑 받았다. 그래서 돌담길을 걷는 연인들은 다들 만남의 끝을 표정 속에 숨기고 걷는다. 아무렇지 않은 척 먼저 이야기를 꺼내도 본다.   덕수궁 돌담길, 2013년 가을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걸었다. 소나기가 내렸다. 구름 사이로 볕이 새어 나왔다. 큰 일 이라고 생각했다. 발 닿는 길 위로 양지가 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늘이 사라지더니 가을볕에 완전 포위되고 말았다. 그 날 햇살은 돌담에 녹았고 가을의 정취는 비를 맞았지만 여전히 좋았다. 시선을 피할 수가 없었다. 비 맞은 길은 담담하게 빛이 났고, 사람들은 눈부시고 행복 하였다. 그런 풍경과 내가 비교되고 있었기에 나는 시선을 자꾸 돌렸다. 0 Read more
Column 우리가 사랑해야만 했던 도시 - 서울의 첫 인상과 굴뚝에 관하여 김포포

우리가 사랑해야만 했던 도시 - 서울의 첫 인상과 굴뚝에 관하여

14.01.08   서울의 첫 인상과 굴뚝에 관하여 _ 김포포 나는 열일곱이 되고 나서야 굴뚝이란 것을 처음으로 봤다. 내가 살던 지역이름에 붙은 시(市)가 무색했구나 생각했다. 작은 도시와는 달리 큰 도시의 지평선은 다른 눈높이로 바라봐야 했다. 높은 스카이라인 사이로 뭉게뭉게 구름이 폈다. 이 글은 굴뚝에 관한 이야기다. - 당인리 발전소, 제일 좋아하는. 서울에 관한 글을 써가면서. 마치 ‘하나의 도시를 도축하고, 지역마다 분류하여 등급을 나누고, 부위의 특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서울의 ‘첫 인상’에 관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 연재물이 축산학 개론이었다면, 이번 글은 일종의 요리 프로그램이라고 해두려고 한다. 서울에서 알게 된 사람들 중엔 지방 사람들도 많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서울의 ‘다름’을 이야기하다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0 Read more
Column 우리가 사랑해야만 했던 도시 - 반대라서 끌리는 이유, 서울 숲 김포포

우리가 사랑해야만 했던 도시 - 반대라서 끌리는 이유, 서울 숲

13.12.25   반대라서 더 끌리는 이유, 서울 숲   나의 유년기는 폐광촌, 그리고 소년시절을 모두 바다를 끼고 있는 소도시에서 살았다. 도시적인 삶에 대한 동경. 지하철과 고층 빌딩은 어린 나에게 상대적인 결핍으로 다가왔었다. 길었던 수험생활의 끝에, 그렇게 나의 서울살이가 시작되었다.생각해보니 도시보다는 숲과 백사장에 가까웠던 G시는 나를 서울이란 큰 도시에 더욱 매료되도록 만들었던 것 같다. 열아홉의 나는 명동이며 홍대, 강남 같은 번화가에서 기분이 고조되는 것이 좋았다. 조용하지 않다는 것. 그것은 곧 무료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 시절의 나는 빌딩 숲과 지하철이 내 삶을 멋지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시끌벅적함이 싫어졌다. 사당역의 긴 버스 줄이며, 출퇴근 시간의 2호선은 정말 끔찍했다. 가슴 속의 답답함을 풀어내고 싶을 때엔 하늘에 가까워지거나 땅에 닿아야했다. 서울 숲은 그럴 때 마다 내 답답함을 경청해주는 장소였다.자연에 가까이 살 0 Read more
Column 우리가 사랑해야만 했던 도시 - 청춘의 갈림길, 서교동 김포포

우리가 사랑해야만 했던 도시 - 청춘의 갈림길, 서교동

13.12.11 청춘의 갈림길, 서교동 청춘은 본디 촉촉한 성질인 것. 젊은 우리들은 그 습함을 견디지 못해 차라리 활활 불태워버리기를 소망한다. 우리나라 청년문화의 현주소에서 과연 홍대인근, 흔히 홍대 앞이라 부르는 서교동을 빼놓을 수 있을까. 밤과 낮을 불태워 청춘을 맞바꾸던 그이들. 그들은 홍대 앞을 지나서야 정숙하고 차분한 청춘에 눈을 뜨게 된다. 화려하고 열정적이었지만 생의 수분을 빼앗기는 일을 반복하는 곳. 하지만 누구나 한 번 쯤은 그럴 수 있다며 담담히 미소 짓는 곳. 청춘이 갈라지는 곳, 서교동이다.누구나 한 번쯤은 소년, 소녀의 티가 사라지기도 전에 홍대 앞의 밤거리를 서성이면서 가득히 취해보거나, 클럽에서 두근거리는 가슴과(아마도 무식하게 큰 소리의 스피커 때문이겠지만) 타인과의 불쾌한 거리감에 온통 정신이 없어 봤을 테다. 청춘들의 밤은 그렇게 저물곤 했다.서교동의 낮은 과제에 찌든 미대생들과, 그 모습들을 동경으로 바라보는 미술학원 아이들, 그리고 조용한 표정으로 홀로 바쁘게 0 Read more
Column 우리가 사랑해야만 했던 도시 -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상수동 김포포

우리가 사랑해야만 했던 도시 -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상수동

13.11.26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상수동 언제나 외출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잔뜩 설레곤 한다. 일이나 학업을 위해 세상 밖으로 떠밀려 나가는 외출이라 하더라도, ‘일상의 장소(집)를 벗어날 것이다.’ ‘어디에 들려 무엇을 하고, 누구를 만나야지.’ 같은 상상은 기분을 좋게 만든다. 우리의 외출에는 언제나 출발지와 목적지, 그리고 경유지가 정해진다. 아침에 회사로 출근을 하더라도 오늘은 정시에 퇴근할 것을 확신하는 순간, 이른 저녁 무렵부터 나에게 주어진 이 금 같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하고 설레는 것이다. 이런 경우 회사라는 목적지에 작별을 고하고 우리의 하루는 온통 저녁이라는 경유지로 달려가는 것이다. 여름이 여물어가는 어느 8월에 나는 합정역에서 6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것은 변화에 관한 작은 깨달음과, 내가 사랑하길 마다하지 않았던 상수동에 대한 이야기다.   2013.09 상 0 Read more
Column 우리가 사랑해야만 했던 도시 - 선유도의 아침 김포포

우리가 사랑해야만 했던 도시 - 선유도의 아침

13.11.04 2013.01 선유도, 작은 온실에서 (사진 : 김포포) 선유도의 아침은 아주 조용하다.  서울은 하루 중 어느 때라도, 어느 곳이든 사람들이 북적이는 편이기 때문에, 문득 오늘은 혼자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 어느 날 아침, 정리해야 할 많은 생각들을 챙겨서는 아침 전철을 탔다. 약도를 고쳐들고 안내받은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탔다. 버스가 다리 한가운데에서 멈추고 여기서 내릴 예정인 사람은 혼자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너무나도 기뻤다. 어쩌면 선유도에 나 혼자만 있을 수 있지는 않을까 기대하게 되었다. 어쩌면 나는 그런 여행을 깊이 바란 것이 분명했다.본래 옛날엔 정수장 시설이었던 선유도는 도심과 주거지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풍경으로 가득했다. 넓은 수조였을 걸로 짐작되는 곳에서는 다리기둥을 따라 수풀과 나무가 감싸며 자라나 기이한 터널을 만들어 놓았다. 선유도라는 공간이 기존에 가졌었던 목적성을 철거하지도 않은 채로 새로운 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