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나는 결혼을 포기했다.

나는 결혼을 포기했다.

17.03.07 <나도 이제 결혼한다2> 이홍민, oil on Canvas, 89.4 x 130.3cm,2015   나는 결혼을 포기했다. 가까운 지인들에게 이런 말을 내뱉고 나면 ‘그런 애들이 제일 일찍 가더라!’, ‘지금은 그렇지 나중에 외로워서 어떻게 살 건데?’라는 반격 아닌 반격을 듣곤 한다. 그에 대한 논리 정연한 답변을 준비해야 할 가치를 느끼지 못해 따로 정리해두진 않았지만, ‘네가 정말 그럴까?’라는 의심의 눈초리는 피할 수가 없다. 그도 그럴게 어쩌면 나 스스로도 정말 비혼자로서 평생을 살 수 있을지, 경제적인 상황이나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글을 앞두고 고민해보건대, 아무래도 내가 ‘자발적인 비혼주의자’가 된 건 사회와 제도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비혼주의를 택해야 하는 ‘타의적인 이유&rs 0 Read more
Column 잡을 수 없는 유토피아를 향해서, 이불(Lee Bul) 십사

잡을 수 없는 유토피아를 향해서, 이불(Lee Bul)

17.03.06 <Civitas Solis III10>,  acrylic mirror, plywood, and galvanizing on nickel-plated aluminum frame, 162 x 112 x 14.5 cm, 2015 ‘시급 남편(時給男便)’이라는 단어가 있다. 시간당 1만 5,000원에서 2만 5,000원을 받고 남편이 하는 다양한 역할을 대신하는 대행 서비스이다. 여기서 말하는 ‘남편의 역할’이란 결혼식에 함께 참석하고, 수도꼭지나 형광등 설치와 같은 집안일을 돕기도 한다.    시급남편 서비스 항목, 출처: IT조선   시급 남편은 1900년대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른바 ‘골드미스’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그 시초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을 갖추었으나 단지 ‘남편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깔보 0 Read more
Column 글과 그림, 기록의 또 다른 형태

글과 그림, 기록의 또 다른 형태

17.02.28 이미지 출처: http://www.humitekglobal.com 글을 쓰는 이유는 다양하다.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놓치지 않기 위해, 꼭 기억해야만 하는 생각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우리는 글을 통해 순간을 담아낸다. 때로는 어떤 사안에 대한 분노의 표출, 또는 지극히 개인적인 결심이 글을 쓰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복잡한 생각을 글로 정리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일기를 쓰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일까.   # 해소하는 방법으로써의 기록   한 연구는 스트레스 해소 방법으로 독서가 효과적이란 사실을 밝혔다. 물론, 이러한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격하게 공감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사적인 감정을 정제된 언어로 표현한 책을 만나면,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의 저자도 누군가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글을 쓴 것일까? 아마 대작의 8할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 1 Read more
Column 소란스럽고 복잡한 ‘열병’의 시기, 청춘(youth)

소란스럽고 복잡한 ‘열병’의 시기, 청춘(youth)

17.02.24   난 핸들이 고장 난 8(eight)톤 트럭 내 인생은 언제나 삐딱선 세상이란 학교에 입학 전 나는 꿈이라는 보물 찾아 유랑하는 해적선 sun like one piece sun comes up &down 일출몰의 반복이 서둘러 내 방에 달력을 넘긴다 억지로 26번째 미역국을 삼킨다oh no!! 벌써 넓어지는 이마 왜 이리 크냐 어린 꼬마들의 키가 때론 명예 돈 욕심도 조금 납니다제발 떠나가지 마라 내 님아하루를 밤을 새면 이틀은 죽어 이틀을 밤새면 나는 반 죽어 위통약은 내 생활 필수품위통약은 내 생활 필수품 -<고백>, 다이나믹 듀오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가 생각난다. ‘억지로 스물 여섯 번째 미역국을 삼킨다’는 가사를 보고 "쟤네(=다이나믹 듀오) 스물 여섯이면, 완전 아저씨 아니야?”를 떠올렸던, ‘군대 갔다 오면 곧 서른이야’를 보고 “우와! 나이 짱 많다!&rdquo 1 Read more
Column ‘영원한 터전’’은 신기루, 믹스라이스의 ‘이주노동자’에 대하여 십사

‘영원한 터전’’은 신기루, 믹스라이스의 ‘이주노동자’에 대하여

17.02.20 믹스라이스, 이주에 관한 운세과자 반(反) 트럼프 시위가 거세다. 작년 전 세계의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인물이었던 트럼프는 그가 말했던 공약들을(생각보다 엄청) 빠르게 진행하고 있는데, 특히 그 중에서 ‘순혈주의’를 중시하는 정책들을 강경하게 진행하고 있다. 멕시코와 미국 국경에 벽을 쌓고자 하는 것, 그리고 이민자들을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 등등 생각만으로도 위험한 이런 일들을 정말 제대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자 KBS 뉴스에서는 고국에서 미국으로 들어가게 된 타국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가 나왔다. 내일부터 학교에 갈 수 있어 좋다는, 학생의 아주 평범한 인터뷰였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반트럼프 시위가 전개되었다는 소식도 함께 보도되었다.   그러나 정작 재미있는 건 미국인들의 반응이다. 이민자 정책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거의 반반으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극단적인 ‘순혈주의’에 대해 0 Read more
Column 기다리는 설레임, <Waiting>

기다리는 설레임, <Waiting>

17.02.07 무언가 기다리는 ‘설렘’에 대해 생각하자면, 글쎄. 내겐 어떤 설렘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택배’가 먼저 떠오른다. 배달음식은 잘 시켜먹지 않는 편이라 모르겠고, 연인을 만나러 갈 때 조차 내가 기다리는 것보다 자신이 기다리는 게 낫다는 배려심 덕분에 ‘기다림의 즐거움’을 온전히 택배에 쏟고 있다. 아, 요즘 기다리는 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졸업식이다. 며칠 전, 일기를 쓰다 무의식 중에 날짜를 ‘2015년 2월’로 적어놓고 마치 보지 말아야 할 장면을 본 사람처럼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인생시계가 2015년에 멈췄네, 멈췄어’를 혼자 중얼거리면서, 볼펜으로 두 선을 짝짝 긋고 2017을 되새겨 넣은 것이다. 그도 그럴게, 2017년 새해가 밝았을 때 “너 이제 몇 살이지?”란 지인오빠의 질문에 아무런 의심도 없이 “나 이제 0 Read more
Column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별, <실연의 박물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별, <실연의 박물관>

17.02.03 <실연의 박물관> 실연에 관한 82개의 이야기와 헤어짐을 기증하다, 출처: 네이버 책    실연(失戀). 연애에 실패함. 국어사전을 찾아볼 필요도 없이, 내가 아는 ‘실연’의 의미나 네가 아는 ‘실연’의 의미가 같을 거라 생각했다. 유치한 제목만큼이나 단순히 유치한 이별 이야기의 모음집이겠거니, 라는 생각에 책을 내려놓을 찰나 ‘근데 여기서 말하는 실연의 의미가 뭔데?’ 싶었다. 그렇게 다시 책을 들추고, 책에서 말하는 실연의 의미를 찾고 보니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형태의 헤어짐’이란다. 이번에는 다시 국어사전을 띄어 ‘연애’의 의미를 검색해본다. (국어사전에서 말하는 실연과 이 책에서 말하는 실연의 차이를 비교해보고 싶었다.) ‘남녀가 서로 그리워하고 사랑함’이라니.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뜻이다. 그래서 ‘실연 0 Read more
Column 당신을 위로할 ‘기술’과 ‘예술’의 결합, 그룹 팀랩(Team Lab) 십사

당신을 위로할 ‘기술’과 ‘예술’의 결합, 그룹 팀랩(Team Lab)

17.01.24 Connecting! Block Town, teamLab, 2016, Interactive Digital Installation, Wooden blocks, Sound: Hideaki Takahashi, 출처: https://www.team-lab.net 내 인생의 최초의 ‘터치’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나를 뱃속에 안고 10개월을 무사히 버텨준 엄마의 손길일 것이다. 27살의 여자는 나를 배에 가지고 회사도 다니고, 시집살이도 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배를 간간히 할머니가, 아빠가, 이모들과 친구들이 만졌을 것이다. ‘세상에 나오면 보자’면서 말이다. 그래서 “엄마 손은 약손”이라는 말이 있는 걸까?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태어나기 전부터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고, 또 그 연결이 서로의 ‘터치’로 이어진다. 그래서 우리 0 Read more
Column ‘꿈의 세계’에 대한 열망, 초현실주의(surrealism)

‘꿈의 세계’에 대한 열망, 초현실주의(surrealism)

17.01.20 <Being John Malkovich> 출처: http://www.enterate.mx   우리는 종종 영화나 소설, 미술 작품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꿈’을 접한다. 시공간을 초월한 곳에서 발생하는 무한한 자유와 꿈을 자각한 이가 꿈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려는 시도는 꿈이기 때문에 아무리 비정상적인 일이라도 허락된다. 오히려 현실과는 색다른 이야기가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구성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때문에 ‘꿈의 세계’를 지향하는 초현실주의(Surrealism)를 주제로 한 문학·예술 작품이 많다.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영화,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사진, 자각몽(Lucid dreaming)을 주제로 한 음악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렇듯 꿈은 형태만 다를 뿐, 익숙한 소재로 예술의 한 분야로 사용되어왔다. 그만큼 우리는 현실적으로 접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끌림으로 꿈을 소비하며 궁금해 한다. 그럼에도 0 Read more
Column 패션은 돌고 돈다, 그러니 잘 간수해!

패션은 돌고 돈다, 그러니 잘 간수해!

17.01.17 10minutes, 이효리, 2003, 출처: K-pp Aminio 출처: 중앙일보 <시간을 되들리는 패션아이템>, 2012년에 쓰여진 해당 기사는 2000년 전후로 여가수들이 착용한 특대형 귀걸이가 언제 다시 유행할 것인지 추측하고 있다. 이효리는 2003년에 솔로 1집을 발매했다.    출처: 2013년에 발매된 이효리 <미스코리아> MV    아침에 눈을 뜨면 손에 잡히는 대로 옷을 입는 터라, 패션에 특별나게 고집이 있다거나 나만의 철학이 있지는 않다. 그런데 요즘 즐겨 입는 아이템에 대해 생각해보면, 유난히 ‘옛 스러운 것’들이 많다. “나~ 나나 난난나나나나 쏴”를 외치며 두 팔을 흔들어 재끼던 채연 언니와 ‘10분’이면 다 된다는 효리 언니의 공통점은 바로 링 귀걸이! 정작 링 귀걸이가 유행하던 시절에는 ‘버스 손잡이 같은 게 뭐가 이 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