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봄, 사랑, 그리고 보나르(Pierre Bonnard) 김월

봄, 사랑, 그리고 보나르(Pierre Bonnard)

15.04.24 벚꽃연금으로 버스커버스커가 행복한 계절, 밥을 먹고 앉아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꾸벅꾸벅 조는 계절, 의무적으로 여의도에 가야 할 것 같은 계절이다. 라디오에서는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봄 봄 봄 봄이 왔어요’, ‘봄 사랑 벚꽃 말고’가 연신 흘러나온다. 물론 겨우내 두꺼운 패딩 속으로 감춰둔 살과 눈물겨운 이별을 해야 하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역시 봄의 미덕은 우리의 시각을 나날이 다채롭게 만드는데 있다고 본다. 이렇게 봄만 되면 생각나는 작가의 그림이 있다.   -<계단이 있는 정원 L'escalier du jardin>, 1940, 출처 : http://www.wikiart.org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 꽃놀이를 가면 파워풀 한 색감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기계들은 자연 그대로를 담지 못한다. 때문에 만족할만한 순간을 남기 0 Read more
Column 10세기 파파라치 : 고굉중(顧閎中)의 <한희재 야연도> 김월

10세기 파파라치 : 고굉중(顧閎中)의 <한희재 야연도>

15.02.24   어느 늦은 밤, 정치거물의 대저택에서는 연회가 한창이다. 군주의 밀명을 받고 연회에 참석한 젊은 두 화원은 비지땀을 흘린다. 얌전히 궁정에서 그림만 그리던 젊은이들은 연회의 분위기를 북돋우는 아가씨들의 차림새만큼이나 화려하고 문란한 밤에 정신이 팔릴게 뻔하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연회장의 구석구석을 머릿속에 담는다. 풀어헤친 앞섶들, 맨다리에 휘감겨있는 한희재와 무리들, 어지럽혀진 침상, 거나하게 차려진 술상, 간드러진 음악소리, 비싼 가구들, 아련히 맡아지는 묘한 향내까지.   왜 우리의 군주는 방탕한 밤의 주인을 곁에 두려고 하는가? 젊은 화가는 곳곳을 살피던 중 붉게 취해 어린 아가씨들의 시중을 받던 거물과 눈이 마주친다. 화가는 연회장을 뛰쳐나가고, 거물은 껄껄껄 웃다가 시종에게 손짓한다. 연회를 가장한 길고 길었던 연극은 그렇게 끝났다.   드라마의 한 장면이냐고? 단 하나의 그림으로 중국미술사에 길이 이름을 남긴 고굉중(顧閎中)의 &l 0 Read more
Column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예의 김월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예의

15.01.20   혼자서도 잘 가던 식당이 사라졌다. 입에도 맞고 손님이 바글거리지 않아 혼자 들어가 식사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러나 하도 오래된 건물인 탓에 건물주가 헐어버린 모양이다. 주인 아줌마는 어디로 가셨을까, 요새는 통 가보지도 못 했는데… 주머니에 손을 넣고 돌아오는 길이 허무함으로 가득했다. 이렇게 갑자기 없어져버리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은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다. 그 대상이 사람이라면 공허함이 몇 배로 클 것이다. 아직은 사람을 ‘잃는 일’ 보다는 ‘얻는 일’이 더 많은 나이인지라 구체적으로 감정의 크기를 가늠할 순 없지만 글쎄,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은 으레 ‘가슴에 구멍이 나는 느낌’ 일까. 그러고 보면 이 ‘좋은 것’ 들이 사라져버리는 것은 보통 예상치 못한 일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슴이 뚫린 느낌이 더 큰 모양인가보다.   화가들에게도 너무 일찍 가버린, 1 Read more
Column '새해'하면 '달력'이지! <베리공의 호화로운 기도서(Les très riches heures du Duc de Berry)> 김월

'새해'하면 '달력'이지! <베리공의 호화로운 기도서(Les très riches heures du Duc de Berry)>

15.01.13     모든 일터가 그렇지만, 연말연시가 다가오면 더 바빠지는 곳이 있다. 바로 달력업체다. 10월부터 시작하는 인쇄업체의 야근 덕에 우리는 여러 곳에서 나눠주는 새해 달력을 받아볼 수 있다. 이렇게 대량으로 제작되는 달력 외에도 최근에는 특별제작 달력이 대세다. 매 해 없어서 못 판다는 <무한도전> 달력과 원래는 지인들에게만 선물할 예정이었으나 시청자들의 엄청난 요청으로 판매된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삼둥이 달력이 그 예다. 은행에서 받아온 달력이든, 나만의 특별한 달력이든, 내년도 달력을 걸어놓는 순간은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통과의례다. 더군다나 순간의 벅찬 기대감이나 새로운 결심(물론 1월 3일이 되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은 또 얼마나 설레는가. - 5500원에 판매된 <삼둥이 달력>은 11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출처 : http://starin.edaily.co.kr       0 Read more
Column 본격 대리만족 : 나는 여전히 마시고 싶다 김월

본격 대리만족 : 나는 여전히 마시고 싶다

14.11.18   최근 신드롬인 드라마 <미생>에서 눈길을 끌었던 장면이 있다. 신입사원 넷이 회사생활의 고충을 토로하는 자리에서 5:5로 정갈하게 가르마를 탄 친구가 화려하게 폭탄주를 제조하는 장면이다. 그 작은 디테일은 다이어트를 위해 술을 끊고 있는 사람에게는 침이 꼴깍 넘어가게 하는 유혹이자 고통이요, 애주가에게는 지금 당장 소맥을 말아먹고픈 충동을 선사했다. 여름 밤의 음주는 음주 후의 후끈거림이 싫어 어찌저찌 피할 수 있겠으나 온도가 내려가며 코 끝이 시려지자 자꾸만 생각난다, 술집에서 기울이는 소주 한 잔과 뜨끈한 국물!!!! 바야흐로, 얼큰한 국물의 계절이 당도했노라!     - <쓴 술 (Der bittere Trank)>아드리엔 브라우어, 1630 ~ 1640, 슈타델 미술관 소장         플랑드르 (현재의 북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지역) 출신이었던 브라우어(Adriaen Brouwer)는 우 0 Read more
Column 드디어 러버덕이 서울에도 왔~어~요~ 김월

드디어 러버덕이 서울에도 왔~어~요~

14.10.21    지난 14일,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러버덕이 상륙했다. 일반적으로 어린이들이 욕조에서 가지고 노는 노란 고무 오리인 러버덕(Rubber duck)은 1940년대, 처음 특허를 받았다. 이후, ‘어린이’와 ‘목욕’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소품인 러버덕이 화제가 된 것은 22년 전 바다에서 한 화물선이 폭풍우를 만나면서부터다. 미국으로 향하던 화물선에는 러버덕이 잔뜩 실려있었고 침몰과 동시에 약 3만여 개의 러버덕이 바다 위를 표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러버덕 무리는 가라앉지 않고 무려 20여년동안 해류를 따라 뜻밖의 여정을 떠났다. 이는 본의 아니게 해양학자들의 조류 연구에 큰 도움이 됐다. 더군다나 전 세계 바다를 돌아다니는 러버덕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고 어느새 ‘어린이’와 ‘목욕’대신 ‘사랑’과 ‘평화’의 상징으로 등극했다. 0 Read more
Column 여전히 우리를 유혹하는 초록 세이렌 김월

여전히 우리를 유혹하는 초록 세이렌

14.10.16   얼마 전 서래마을에서 고속터미널 방향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함께 걷던 친구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야 저게 뭐야?” 경악에 찬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내 입에서도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악 진짜 뭐야?”스타벅스의 상징인 세이렌이 실로 거대한 형상으로 건물 외벽에 붙어있었다. 100미터 밖에서도 선명하게 눈에 띄는 모습으로 양 손(실제로는 꼬리라고 한다)들고 웃고 있는 여자는 여-기-가-바-로-스-타-벅-스-다 라고 만 천하에 알리고 싶은 것 같다.   - 스타벅스 파미에파크 점 전경. 건물 좌측의 거대한 세이렌을 주목할 것   허먼 멜빌의 <모비딕> 속 항해사 스타벅의 이름을 딴 이 커피체인점이 세이렌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세이렌은 흔히 알고 있듯 화재경보를 의미하는 ‘사이렌’의 어원이다. 강의 신과 뮤즈 사이에서 태어난 세이렌은 보통 반인반어(半人半漁)의 1 Read more
Column 해석을 찾아서,  조안 코넬라의 잔혹동화 김월

해석을 찾아서, 조안 코넬라의 잔혹동화

14.10.01 이제 갓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한 남동생에게 카톡을 하나 받았다. "누나이그림알아?해석이없네담번엔이거ㄱㄱ" 요즘 고등학생 특유의 띄어쓰기 없는 (문학시간에 배우는 이상 작품의 영향인걸지도 모른다)  무자비한 카톡으로 링크 하나가 딸려왔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페이스북에서 한번쯤 본 것 같은 일러스트다. '조안 코넬라 Joan Cornella' 라고 선명하게 서명된 그림들을 보고 있자니 히에로니무스 보스 <지옥도> 속 기괴한 인간(?)군상들이 떠오른다.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하며,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엽기' 일러스트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아래의 작품 <Gangsta grandma>는 여전히 미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흑인차별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Gangsta grandma> 2014    <세속적 쾌락의 동산> 히에로니무스 보스, 3폭 제단화, 마드리드 프라도 박물관 소장, 1 Read more
Column 진짜 오마주를 보여주마! 김월

진짜 오마주를 보여주마!

14.09.17 최근 가요계에 일고 있는 표절 논란은 독특하게 음악적인 것이 아닌 뮤직비디오나 전체(혹은) 부분적인 컨셉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논란은 한 단어로 종결된다.바로 '오마주'네티즌들 사이에서 표절 의혹이 돌기 시작하면 소속사는 '오마주 입니다.' 라며 일을 해결한다. 그래서 궁금했다. 대체 오마주가 뭐길래 표절의 ‘치트키’로 사용되는 걸까. 오마주(Hommage)란, 프랑스어로 존경, 존중을 뜻하며 예술 분야에서 존경하는 작가나 작품의 영향을 받아 비슷한 작품을 창작하거나 원작 그대로를 표현하는 것(두산백과사전)을 의미한다. 다른 창작자의 작품에서 차용한다는 점에서 ‘패러디’와 ‘모티브’의 개념과 맥을 같이 하지만 '원작/원작자를 존경하는 차원에서 재창작 된다.’는 점이 오마주의 가장 큰 특징이다.   <킬빌 Kill Bill : Vol.1, 2003>가장 대표적인 오마주의 예는 <킬 빌 1 Read more
Column 귀여운 침략자, 인베이더 그래픽 김월

귀여운 침략자, 인베이더 그래픽

14.09.03 몇 년 전 파리로 여행을 떠나면서 가장 먼저 다짐했던 것은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겠어!’ 였다. * <파리의 스노우 캣>에서 처음 언급된 인베이더 그래픽 타일은 여행 내내 작은 숨바꼭질을 하는 것 같은 즐거움을 선사했다. * 파리의 스노우 캣 - 만화가 권윤주가 2004년에 출판한 파리 여행기. 그녀는 나른한 고양이 ‘스노우 캣’을 의인화하여 그의 시선을 빌려 파리 여행기를 서술했다.스페이스 인베이더(Space Invader)는 1978년 타이토 사(社)에서 선보인 아케이드 게임으로 화면 위에서 내려오는 외계인을 물리치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단순한 슈팅 게임이다. 스코어를 계속해서 갱신해나가는 단순성 때문인지 이 게임은 일본 전역에 100엔 품귀 현상을 일으켰을 정도로 밀리언셀러가 되었다. 현재도 신(新)버전이나 아이폰 앱 용이 따로 나올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자랑한다.     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