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외면의 속삭임, <Noname Film series> 박상호 십사

외면의 속삭임, <Noname Film series> 박상호

16.05.13 oname film-L'Arc de Triomphe acrylic painting on photo, 80x120cm, 2007   Königstrasse Farbfotografien digitalbearbeitet und übermalt, 60x80cm, 2006    schloss Farbfotografien digitalbearbeitet und übermalt, 60x80cm, 2006   우리는 외적인 것에 쉽게 현혹된다. 그만큼 외면을 가꾸는 일은 현대인들에게 중요한 일이 되었다. 물론, 나도 그렇고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실제로 사생활이 복잡하고 윤리적으로 나쁜 짓을 저지른 연예인조차 흔히 ‘예쁘고 잘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도 한다. 앞으로도 그들은 ‘예쁨과 잘생김’을 무기로 행동하고 계속해서 엉망 0 Read more
Column 보고싶은 대로 보는 여성의 몸, <Great American Nude series> 십사

보고싶은 대로 보는 여성의 몸, <Great American Nude series>

16.04.19 <Great American Nude series> Tom Wesselmann출처: Artplastoc.blogspot.kr 예쁜 옷을 입고 버스를 타면 흥미로운 일이 벌어진다. 내게 ‘예쁜 옷’이란 ‘치마’를 뜻하는데, 버스에서 내리려고 문 쪽으로 걸어가면 낯선 이의 시선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하는 게 느껴진다. 그저 ‘치마’만 입었을 뿐이다. 재미있는 현상은 치마를 입은 다른 여성에게도 이런 일이 곧잘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 아저씨는 카톡을 하다가도 안경을 내려쓰고 여성들의 다리를 이리저리 쳐다보고 있었다. 심지어 교복이 짧은 미성년자도 말이다. 그의 눈은 굉장히 당당했다. 나와 그녀들을 쳐다보는 데 아무런 느낌조차 없어 보였다. 마치 그냥 광고를 보듯, 잡지에 나온 사람의 얼굴을 보듯, 당당하고 무관심해서 심히 당황스러웠다.       Great American 0 Read more
Column 2016년의 100년 후는? 십사

2016년의 100년 후는?

16.03.25   1999년 9월 2일 목요일 맑음, 제목: 컴퓨터 학원 드디어 내가 컴맹의 시대에서 벗어나는 기회가 왔다. 바로 컴퓨터 학원을 다니게 된 것이다. 선생님께서는 내가 컴퓨터를 잘 못하니까 기초부터 배우자고 하셨다. 그래서 오늘은 왼손 윗 글씨, 오른손 윗 글씨를 배웠다. 요즘은 컴퓨터 못하면 대학교도 못 간다고 한다. 열심히 배워서 자격증이라도 따 놓으면 어디 가서도 어엿한 사람이 될 것 같다. 아직 기초도 모르는 나지만, 언젠가는 꼭 컴퓨터를 잘하게 될 것이다. 컴퓨터에 대한 포부가 호기롭게 적혀있는 저 글은 13살 무렵 쓴 일기다. <한컴타자연습>을 처음으로 배우면서 굉장히 설레는 마음에 일기를 썼던 것 같다. 미래의 일은 어찌될지 정말 모르는데 저 때 이후로 컴퓨터 실력이 많이 늘지는 않았다.  미래를 알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항상 미래를 상상해보곤 하지만 아무런 답을 얻을 수 없다.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자는 인생을 제대로 살 0 Read more
Column 기억과 흔적, 임민욱 <만일(萬一)의 약속> 십사

기억과 흔적, 임민욱 <만일(萬一)의 약속>

16.03.11 Bigdata, 출처: http://www.muycomputerpro.com   “SNS는 인생의 낭비다.”라는 말이 있지만 이미 우리의 일상은 SNS와 함께 가고 있다. 아니, 오히려 인터넷의 사용과 함께 일상의 기억이 모조리 기록되는 점도 있다.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나의 과거, 혹은 내 친구의 과거까지도 어제 일처럼 기억해 낼 수 있는 것이다. 몇 년 전, FACEBOOK의 인기가 하늘로 치솟았을 때 한 도둑이 어떤 사람의 페이스북을 보고 여행 중이라는 것을 알아 빈집털이를 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이렇게 인터넷에 남은 우리의 정보는 ‘빅데이터(bigdata)’라불리며 개인정보가 손쉽게 남의 손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우리의 흔적은 가지각색의 형태로 남아있다. 어떤 대리운전 기사는 술 취한 고객이 집 주소를 모르자, 그의 네비게이션에 남아있던 주소를 물색해 집에 데려다 주었다고 한다 0 Read more
Column 진부한 외로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십사

진부한 외로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6.02.25 Hotel Window, 1955한낮의 카페는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과외 시간이 붕 떠 앉아 있던 한 카페에서 아주머니들의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오후의 대화를 엿듣게 됐다. 아주머니들은, 아니 그 여성분들은 굉장히 즐겁게 서로의 외모를 칭찬하고 여행지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물론 일부러 들으려는 것은 아니었고, 그분들의 목소리가 워낙 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들렸던 대화였다. 한 40분정도 지났을까, 나는 끼고 있던 이어폰을 빼고 다음 과외를 가기 위해 자리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분들의 대화 내용이 바뀐 것을 알게 되었다. 새로운 주제는 남편에 대한 이야기와 대학원에서 석•박사 공부를 하는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들은 자신이 왜 대학원을 다니지 않는지, 공부는 왜 어려운지, 박사 하는 친구가 힘든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마침 주제가 남편과의 여행으로 바뀌던 찰나에 어떤 분이 갑자기 “이번에 유럽에 갔는 2 Read more
Column 당신의 절대 고독, 김종학 화백 십사

당신의 절대 고독, 김종학 화백

16.02.11 출처: http://www.imagian.net/board_essay/detail.asp?serial=604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스스로 삶을 제어하며 살아갈까?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이 아주 부드럽게 모난 것 없이 이뤄진다고 믿어본 게 언제일까? 사실, 나이가 들수록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다. 생각부터 말, 시선, 감정 기복, 웃음까지. 나는 점차 ‘내가 내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을 제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흘러가기만 할 뿐, 우리는 그 어느 것도 붙잡을 수가 없다. 지금 당장을 아주 잠깐만 멈추고 싶어도 1분 1초는 지나가고 있으므로 어떨 때면 문득 그 시간들이 아쉽게 느껴지기만 한다.  출처: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9061247871 나이가 들면서 더 많은 일이 통제가 되지 않는 건 아마도 내 인생만을 0 Read more
Column 만화가 신문수와 김춘수의 <꽃>이야기

만화가 신문수와 김춘수의 <꽃>이야기

16.02.05   어린 시절, 글과 그림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아버지의 책장에 꽂혀있던 노트를 꺼내보길 좋아했다. 아주 어릴 때라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노트 속에는 굵고 거친 선으로 그린 꽃과 새, 사람들이 있었고 간혹 만년필로 적힌 아빠의 시(時)도 있었다. 아빠의 노트를 훔쳐보는 게 재미있던 건 아마도 아빠의 글과 어수룩한 그림을 통해 태어나 처음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껴서인 것 같다.    <만화일기> 시리즈 일부, 출처: http://www.book4949.co.kr/ 맹꽁이서당, 출처: http://www.lgchallengers.com/ 같은 이유 때문인지 유아기 때의 나는 ‘명랑만화’를 참 좋아했다. 지면의 2/3는 그림, 1/3은 글자로 채워진 ‘그림동화 덕후’이기도 했지만 어수룩하게 생긴 ‘꺼벙이’의 <만화일기>시리즈나 캐릭터 ‘허 2 Read more
Column 인위와 허상, 발레리 블랑(Valerie Belin) 십사

인위와 허상, 발레리 블랑(Valerie Belin)

16.01.22 <Still life with mirror> 얼마 전 읽은 신문 기사에서 아이들의 장래희망 중 공무원이 적지 않은 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읽는 내내 공무원이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 알고는 있을까 궁금했지만 몇 십 년 전의 아이들이 ‘대통령, 의사, 과학자’를 꿈으로 삼았던 과거와는 달리 많은 아이들이 ‘안정적인 공무원’을 꿈꾼다는 사실에 씁쓸해졌다. 아마도 부모님이 주입한 장래희망이겠지. 하기야 꿈이 사치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누굴 탓할 수는 없지만, 모순적이게도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읽히는 책 중에는 반기문, 김연아, 유재석 등 자신만의 꿈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다. 어릴 때는 ‘꿈꾸는 사람들’을 보여주고 막상 아이들이 꿈을 꿀 때는 ‘안정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가르치는 학생 중, 아주 어릴 때부터 ‘검사’ 0 Read more
Column 서른과 판타지 그리고 앤 해밀턴(Ann Hamilton) 십사

서른과 판타지 그리고 앤 해밀턴(Ann Hamilton)

16.01.06 서른이 됐다. 갑작스러운 ‘서른’이 썩 내키지는 않지만 그 나름의 낭만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새해를 맞이했다. 어릴 때 생각했던 서른은 지금의 모습과 달랐던 것 같은데, 내가 생각했던 모습과 조금 가까워지고자 1월 1일 새해부터 <어린왕자>를 조조로 관람했다. 생텍쥐페리의 유명한 소설을 영화로 만든 이 영화는 포스터도 예쁘고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 좋아 선택했다. 그리고 영화를 통해 다 갉아진 것 같은 나의 감정을 다시 끌어 올릴 수 있기를 바랐다. - 어린 왕자 포스터 인생 스케줄을 모두 짜놓은 엄마와 그 밑의 착실한 딸이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해 이사를 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우리가 아는 이야기와 많이 다르지 않다. 물론, 어린 왕자가 눈앞에서 살아 움직인다는 점과 그의 할아버지가 <어린왕자>에 나오는 조종사였다는 사실이 새롭기는 하다. 이야기가 꽤 전개된 것 같아 시계를 보니 시작한지 한 시간 남짓이다. 나머지 한 시간은 어떤 이야기로 버 0 Read more
Column 삶의 궤적을 그리는, 이상원 화백 십사

삶의 궤적을 그리는, 이상원 화백

15.11.27 <동해인> 한지 위에 유화물감과 먹 언제부터인가 백종원씨가 종이컵으로 계량을 하며 요리를 하는 게 무척 편해 보여서, 이번 주말에 김장을 할 때는 할머니께 양념을 꼭 종이컵에 담아 계량해달라고 부탁했다. 좋은 파와 무를 사서 운반하는 것을 도와드렸으니 그 대가로 바란 것이었다. 일이 있어 함께 양념을 만들 수 없으니, 꼭 그 양념 맛을 익히고 기억하고 싶었다. 할머니는 흔쾌히 알겠다고 하셨다.   <동해인> 한지 위에 유화물감과 먹 일을 보고 집에 들어가니, 할머니는 크고 빨간 함지박에 이미 양념을 버무려 놓은 상태였다. 엄마와 나는 그 옆에 앉아 배추에 속을 넣기 시작했다. 소금에 절어 힘이 빠진 배추는 그 상태로도 최상의 맛을 냈는데, 할머니의 속이 함께 하니 맛은 배가 됐다. 나는 ‘할머니가 해주는 김장 김치를 언제까지 먹을 수 있을까’는 생각이 들었다. 삼대(三代)의 여자가 둘러앉으니 이야기꽃이 피었는데 이런 저런 이야 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