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아버지라는 존재 십사

아버지라는 존재

15.10.23 <Portrait of the artist's father> Marcel Duchamp   나의 아버지는 스스로를 ‘노가다를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건축 관련 일을 하다 보니 항상 현장에 있어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인상은 술을 많이 마시고 나를 많이 혼냈고, 엄마와도 많이 싸우고 회사도 많이 옮겼던 사람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몇 달 쉬는 그를 보면 나는 항상 패닉이 왔다. 이모부나 다른 친구들의 아빠를 비교하면서 나의 아버지를 이해할 수가 없었고, 솔직히 이해 하기도 싫었다. 부모님의 부부싸움을 본 기억은 아직도 내가 어떤 상황이 오면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아 내 의견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상황에 갇히는데 일조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감성적이어서 그랬을지 몰라도 부모님이 싸움을 하면 삶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기분을 느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동생에게 그들의 관계를 에둘러 말하며 0 Read more
Column 미술사를 시작하게 해준, 나의 알폰스 무하 (Alphonse Maria Mucha) 십사

미술사를 시작하게 해준, 나의 알폰스 무하 (Alphonse Maria Mucha)

15.10.06 Job Cigarettes 1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다 보면 섣불리 빠르게 가려고 하는 내가 보인다. 이번 학기는 기필코 잘 해보겠다고 다짐했지만 그것마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은 앞서있지만 쉽지 않은 환경 탓에 매 순간 나를 시험해보다 한 달이 지났다. 그러던 중 옛 친구들을 만났다. 사실, 요즘의 내 생활을 일일이 설명하는 일이 귀찮기도 했지만 어쩐지 친구들과의 만남이 겁났다. 모두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라 어떤 대화를 나눠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일이 많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공부할 게 많아’ 라고 해야 할까. 많이 망설였지만 친구가 청첩장을 준다고 하니 발걸음을 뗐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만남은 유쾌했다. 장(醬)과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는데, 친구들은 근심의 눈초리거두고 “공부하니 좋아?”라는 한 마디만 물었다. 연이어 좋다는 내 대답에 “원래 회사 다니다가 진짜 좋아하는 0 Read more
Column 빨리 가려고 하는 나에게, 미래주의 십사

빨리 가려고 하는 나에게, 미래주의

15.09.18 <Unique Forms of Continuity in Space> Umberto Boccioni, bronze, 1913.   무엇이든 새로운 것은 쉽지 않다. 새 학기가 시작되니 강철 멘탈로 무장한 동기들도 보이고, 나약해진 내 자신의 모습도 보인다. 이번 학기 초에는 많은 잡다한 일들이 나를 괴롭혔는데, 심약한 나는 3월에 가졌던 초심이 모두 엉켜버린 것 같아 속상했다. 잡다한 일들이 얽히자 가장 괴로웠던 건 나를 둘러싼 모든 일이 ‘나를 괴롭히려고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그러니 매사에 행복한 일이 있을 수가 없고, 남을 탓하기 시작했다. ‘빨리 가려고 하는 마음’은 사람을 병들게 만든다. 지난 2주가 그랬던 것 같다. 빨리 가고 싶다는 이상과 열망은 높으나 그 열망을 제대로 내 것으로 만들지도, 이겨내지도 못한 자괴감이 나를 짓눌렀다. 그래서 너무나도 쉽게 상황에 흔들렸고 아무것도 사람도 아닌 0 Read more
Column 노동의 가치, 장 프랑수아 밀레 (Jean Francois Millet) 십사

노동의 가치, 장 프랑수아 밀레 (Jean Francois Millet)

15.08.26     몇 주 전, ‘제15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에서 개막작이었던 <노동의 싱글 숏(Labour in a Single Shot)>이라는 영화를 보고 왔다.   이 영화의 감독 하룬 파로키는 오랫동안 함께 작업했던 작가이자 큐레이터 안트예 에만과 함께 세계 각국의 도시를 순회하며 비디오 워크숍을 진행했다. 15개 도시의 수많은 연출자들은 노동을 1-2분 이내의 한 숏으로 담으라는 과제를 수행했고 이 작품은 그 결과물의 조합이다. 도시를 이루는 수많은 가시적, 비가시적 노동을 담은 이 작품에는 도시의 특수와 그것을 관통하는 보편이 흥미로운 긴장을 이룬다. 세계를 기록하여 재생하는 데서 오는 초기 영화의 흥분이 비디오라는 매체와 집단 예술의 형태로 재현되었다. - 출처:  네이버 영화  - <괭이 든 남자 (L'Homme à la houe)>, vers 1860-1862, 캔 0 Read more
Column 관계의 법칙, 폴 시냑 (Paul Signac) 십사

관계의 법칙, 폴 시냑 (Paul Signac)

15.07.30 -<Comblat le Chateau. Le Pré.>1886, Dallas Museum of Art       흔히 말하는 자존심 싸움은 “내가 옳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시작된다.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옳을 지도 모르지만, 그 ‘옳은 것’이 무엇인지 제 3자가 정확히 알지 못할 때가 많다. 예를 들면, 모 연예인의 사장님과의 카톡 대화, 모 변호사의 알고 싶지 않은 사랑 이야기, 또 다른 연예인의 가족 간의 법정 싸움 등 수 많은 제 3자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제 1과 2의 관계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사실’을 정확히 알기가 힘들다. 그렇기에 제 3자들은 자신과 친한 사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자신과 관계가 되는 사람의 편에 서서 이야기를 한다. 그것이 옳은 조언이지 아닌지를 떠나서 자신의 쪽에 서있는 사람이 상처받지 않게 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성격차이 때 0 Read more
Column 왕년의 기억- <Frozen Hero>, 임안나 십사

왕년의 기억- <Frozen Hero>, 임안나

15.07.21 왕년(往年)에 잘 안 나가본 사람이 어디 있을까? ‘자기계발서’에서는 왕년의 기억을 생각하는 사람을 거의 밥값도 못하는 사람으로 표현하지만, 사람은 저마다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왕년의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은 비록 상대적이지만, 사람들에게 ‘한 때 잘 나가던’ 기억은 놓기 어려운 나만의 보물상자 같은 느낌이다. 어릴 때는 왕년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우습게 여기곤 했다. 해병대 몇 기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 톱스타의 반열에서 내려왔지만 아직도 잘 나갈 때를 잊지 못해서 돈을 헤프게 쓰는 연예인들, 사업이 망해 갚아야 할 빚이 4-5억이라 딸과 아내를 죽이고 자신은 끝내 죽지 못한 서초구의 사장님, 지나간 옛날의 기억이 너무 커서 그 기억에 영영 갇혀 망상 환자로 변한 사람 등등.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투성이라고 여겼다. 그렇지만 이제서야 나는 그들이 정상적이거나 혹은 인간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0 Read more
Column 미켈란젤로와  <아담의 창조> : 너와 나의 연결 고리 십사

미켈란젤로와 <아담의 창조> : 너와 나의 연결 고리

15.07.15   SBS의 <동상이몽>이라는 프로그램에 엑소를 좋아하는 중학생 여자아이가 출현했다. 엑소의 한 멤버를 보며 “신이라면 이 사람이 아닐까!”를 연신 외치는,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가 등장하자 너무 좋아 얼굴이 붉어진 아이의 모습이 그저 귀엽기만 했다. 그런데 좋아하는 아이의 모습 뒤로 아이의 엄마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저렇게 좋아하는데”라는 말과 함께 눈물을 훔치시는 아이엄마의 모습이 보통의 어머니들 같아 마음이 짠했다. - SBS <동상이몽>     그런데 그 방송이 유독 인상 깊었던 이유는 아이가 엑소를 좋아하게 된 계기 때문이다. 아무도 나를 돌봐주지 않는 것 같아서 자해 시도를 몇 번이나 했다던 아이는, 엑소를 알고부터 친구들과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엑소를 더 좋아하게 됐고 세상과 연결되는 느낌마저 받았다고 했다. 이유를 듣고 보니 그녀에게 엑소가 정말 ‘신&rsq 0 Read more
Column 원하는 것을 위한 노력, 알타미라(Altamira) 동굴 벽화 십사

원하는 것을 위한 노력, 알타미라(Altamira) 동굴 벽화

15.06.26 - 알타미라 동굴 벽화, 출처 : http://www.travelbook.de/europa/Die-Hoehlen-von-Altamira-267657.html       어린 시절, 내가 살던 오래되고 허름한 단독 주택에는 옆 집과 우리 집을 잇는 벽이 있었다. 시멘트로 잘 발린 벽은 가끔은 임신한 고양이들이 떼 지어 지나가는 길이었고, 옆 집과 우리 집을 구분하는 선이었으며 담쟁이 넝쿨이 자신의 영역을 키우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벽을 칠판 삼아 동네 아이들과 함께 선생님 놀이를 했다. 마치 여러 개의 칠판이 붙어있는 듯했던 그 벽에 나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적거나 그림을 그리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래서 집이 허물어지기 전까지, 혹여 그 벽 때문에 이 집이 팔리지 않을까 가족들에게 미안했다. 하지만 그 때의 벽은 나를 다른 세상과 연결해주는 통로였으며, 내가 만든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문이었다. 아마 인간의 마음은 모두 비 0 Read more
Column 마지막과 시작,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의 습작 십사

마지막과 시작,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의 습작

15.06.15 -< 투구를 쓴 노인의 두상 습작 (Etude d'une tête de vieillard coiffée d'un casque)> 소묘, 10.6 x 9.9 cm, 15세기 경, 루브르 박물관     한 학기의 끝이 보인다. 그 동안 공부한다고 글쓰기에 소홀했던 나의 모습에 앞으로 어떻게 글쓰기를 공부해야 할지 눈 앞이 깜깜해진다. 사실 공부를 하면서 새롭게 느끼는 것들이 많이 없어 글을 쓰지 못했다. 감정이 말라버리고 딱딱해지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학기가 끝나니 글을 쓰는 것에 자신감이 없어진다. 원래 시작을 했을 때가 더 어렵다고 했던가. 어제도 부랴부랴 늦은 과제를 제출하며 마지막 수업을 들었다. 3월부터 시작된 새로운 학기 동안 몸은 너무나 힘들었다. 해야만 하는 일정이 있는 하루하루가 전투적이기도 했고 즐겁기도 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고 보니, 오롯이 내가 공부 해야 할 몫들만 남아 마음의 짐이 무겁다, &nbs 0 Read more
Column 엔젤 솔져(Angel Soldier) by. 이용백 십사

엔젤 솔져(Angel Soldier) by. 이용백

15.05.18       몇 일전, 예비군 훈련에서 사고가 있었다. 그 날 밤에 이 글을 쓰려고 했으나 가해자의 유서를 보니 마음이 뒤숭숭해서 쓰지 못했다. 원래 사건 사고에 관한 유서를 찾아보지는 않는데, 그날 밤의 유서는 기존의 글과 달리 마음이 무거웠다. 나는 그의 유서가 유서 같지 않았다. 총과 자살, 사살에 관한 이야기만 빼면 지금의 20대들이 겪는 고민과 걱정이 담긴 일기 같았기 때문이다. 걱정거리가 있다고 해서 죄 없는 사람을 다 없애버리는 것은 명백히 옳지 않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가 담긴 유서는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우울함이란 뭘까? 내가 우울할 때는 배고프거나 자고 싶은데 잠이 안 오거나, 남과 비교되는 때이다. 그러고 보면 나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채워지지 않을 때 ‘우울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 기본적인 감정은 사실 누군가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낸 것&rsqu 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