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당신의 절대 고독, 김종학 화백 십사

당신의 절대 고독, 김종학 화백

16.02.11 출처: http://www.imagian.net/board_essay/detail.asp?serial=604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스스로 삶을 제어하며 살아갈까?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이 아주 부드럽게 모난 것 없이 이뤄진다고 믿어본 게 언제일까? 사실, 나이가 들수록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다. 생각부터 말, 시선, 감정 기복, 웃음까지. 나는 점차 ‘내가 내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을 제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흘러가기만 할 뿐, 우리는 그 어느 것도 붙잡을 수가 없다. 지금 당장을 아주 잠깐만 멈추고 싶어도 1분 1초는 지나가고 있으므로 어떨 때면 문득 그 시간들이 아쉽게 느껴지기만 한다.  출처: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9061247871 나이가 들면서 더 많은 일이 통제가 되지 않는 건 아마도 내 인생만을 0 Read more
Column 만화가 신문수와 김춘수의 <꽃>이야기

만화가 신문수와 김춘수의 <꽃>이야기

16.02.05   어린 시절, 글과 그림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아버지의 책장에 꽂혀있던 노트를 꺼내보길 좋아했다. 아주 어릴 때라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노트 속에는 굵고 거친 선으로 그린 꽃과 새, 사람들이 있었고 간혹 만년필로 적힌 아빠의 시(時)도 있었다. 아빠의 노트를 훔쳐보는 게 재미있던 건 아마도 아빠의 글과 어수룩한 그림을 통해 태어나 처음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껴서인 것 같다.    <만화일기> 시리즈 일부, 출처: http://www.book4949.co.kr/ 맹꽁이서당, 출처: http://www.lgchallengers.com/ 같은 이유 때문인지 유아기 때의 나는 ‘명랑만화’를 참 좋아했다. 지면의 2/3는 그림, 1/3은 글자로 채워진 ‘그림동화 덕후’이기도 했지만 어수룩하게 생긴 ‘꺼벙이’의 <만화일기>시리즈나 캐릭터 ‘허 2 Read more
Column 인위와 허상, 발레리 블랑(Valerie Belin) 십사

인위와 허상, 발레리 블랑(Valerie Belin)

16.01.22 <Still life with mirror> 얼마 전 읽은 신문 기사에서 아이들의 장래희망 중 공무원이 적지 않은 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읽는 내내 공무원이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 알고는 있을까 궁금했지만 몇 십 년 전의 아이들이 ‘대통령, 의사, 과학자’를 꿈으로 삼았던 과거와는 달리 많은 아이들이 ‘안정적인 공무원’을 꿈꾼다는 사실에 씁쓸해졌다. 아마도 부모님이 주입한 장래희망이겠지. 하기야 꿈이 사치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누굴 탓할 수는 없지만, 모순적이게도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읽히는 책 중에는 반기문, 김연아, 유재석 등 자신만의 꿈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다. 어릴 때는 ‘꿈꾸는 사람들’을 보여주고 막상 아이들이 꿈을 꿀 때는 ‘안정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가르치는 학생 중, 아주 어릴 때부터 ‘검사’ 0 Read more
Column 서른과 판타지 그리고 앤 해밀턴(Ann Hamilton) 십사

서른과 판타지 그리고 앤 해밀턴(Ann Hamilton)

16.01.06 서른이 됐다. 갑작스러운 ‘서른’이 썩 내키지는 않지만 그 나름의 낭만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새해를 맞이했다. 어릴 때 생각했던 서른은 지금의 모습과 달랐던 것 같은데, 내가 생각했던 모습과 조금 가까워지고자 1월 1일 새해부터 <어린왕자>를 조조로 관람했다. 생텍쥐페리의 유명한 소설을 영화로 만든 이 영화는 포스터도 예쁘고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 좋아 선택했다. 그리고 영화를 통해 다 갉아진 것 같은 나의 감정을 다시 끌어 올릴 수 있기를 바랐다. - 어린 왕자 포스터 인생 스케줄을 모두 짜놓은 엄마와 그 밑의 착실한 딸이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해 이사를 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우리가 아는 이야기와 많이 다르지 않다. 물론, 어린 왕자가 눈앞에서 살아 움직인다는 점과 그의 할아버지가 <어린왕자>에 나오는 조종사였다는 사실이 새롭기는 하다. 이야기가 꽤 전개된 것 같아 시계를 보니 시작한지 한 시간 남짓이다. 나머지 한 시간은 어떤 이야기로 버 0 Read more
Column 삶의 궤적을 그리는, 이상원 화백 십사

삶의 궤적을 그리는, 이상원 화백

15.11.27 <동해인> 한지 위에 유화물감과 먹 언제부터인가 백종원씨가 종이컵으로 계량을 하며 요리를 하는 게 무척 편해 보여서, 이번 주말에 김장을 할 때는 할머니께 양념을 꼭 종이컵에 담아 계량해달라고 부탁했다. 좋은 파와 무를 사서 운반하는 것을 도와드렸으니 그 대가로 바란 것이었다. 일이 있어 함께 양념을 만들 수 없으니, 꼭 그 양념 맛을 익히고 기억하고 싶었다. 할머니는 흔쾌히 알겠다고 하셨다.   <동해인> 한지 위에 유화물감과 먹 일을 보고 집에 들어가니, 할머니는 크고 빨간 함지박에 이미 양념을 버무려 놓은 상태였다. 엄마와 나는 그 옆에 앉아 배추에 속을 넣기 시작했다. 소금에 절어 힘이 빠진 배추는 그 상태로도 최상의 맛을 냈는데, 할머니의 속이 함께 하니 맛은 배가 됐다. 나는 ‘할머니가 해주는 김장 김치를 언제까지 먹을 수 있을까’는 생각이 들었다. 삼대(三代)의 여자가 둘러앉으니 이야기꽃이 피었는데 이런 저런 이야 1 Read more
Column 몽마르트의 수호자, 모리스 위트릴로(Maurice Utrillo) 김월

몽마르트의 수호자, 모리스 위트릴로(Maurice Utrillo)

15.11.20   코 끝이 싸늘해지는 날씨가 다가오면 유독 안쓰러워 보이는 부류가 있다. 동이 터오는 아침 즈음, 골목 어귀에 널부러져 있는 취객들이다. 자우림의 <이런 데서 주무시면 얼어 죽어요>라는 노래도 있지 않은가. 무더운 여름 밤은 취객들에게 괜찮은 잠자리가 되어주지만 이제는 저체온증 걱정을 해야 하는 시기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언급하고 넘어가야 하는 화가가 한 명 있다. 새벽 길에 귀가하는 취객들의 수호성인(?)이자 파리 몽마르트 언덕의 지배자, 모리스 위트릴로(Maurice Utrillo, 1883~1955)다.   <모리스 위트릴로의 초상(Portrait of Maurice Utrillo)> 쉬잔 발라동, 1921   <사크레-쾨르 대성당(Sacre-Coeur)> 위트릴로, 1937   그의 골목길 인생은 태생부터 예견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어머니는 르누아르와 드가의 모델이자 본인이 직접 화가의 길을 걷기 0 Read more
Column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모견도(狗圖) 김월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모견도(狗圖)

15.10.26   그녀는 유독 사람 손 타는 것을 싫어했다. 남들처럼 팔을 베고 잔다든지 배 위에 올라탄다든지 좋아서 폴짝폴짝 뛰며 걸음을 못 걷게 한다든지. 모두 먼 나라 이야기였다. 그녀에게 최고의 애정표현은 살며시 다가와 모른 척 엉덩이를 슥 붙이고 앉는 것이었다. 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던 해, 우리 집으로 온 그녀는 타고난 성정부터 아주 도도하고 앙칼졌다. 사료는 딱 한 종류만. 간식은 절대 입에 대지 않았고, 평생 1.5kg을 유지했다. 무엇이 맘에 안 들었는지 3살 되던 해에 집을 나갔다가 고고하게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녀는 분명 고양이는 아니었다. 말티즈와 포메라니언이 섞인 누가 봐도 강아지, ‘개’였다. 출처: http://www.notefolio.net/Tteun-geum/34978 중학생 교복을 입고 처음 그녀를 받아 들었을 때를 아직도 기억한다. 하얗고 뭉실뭉실하던 그녀는 우리가 교복을 벗고 혼삿길을 걱정하는 나이가 될 0 Read more
Column 아버지라는 존재 십사

아버지라는 존재

15.10.23 <Portrait of the artist's father> Marcel Duchamp   나의 아버지는 스스로를 ‘노가다를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건축 관련 일을 하다 보니 항상 현장에 있어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인상은 술을 많이 마시고 나를 많이 혼냈고, 엄마와도 많이 싸우고 회사도 많이 옮겼던 사람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몇 달 쉬는 그를 보면 나는 항상 패닉이 왔다. 이모부나 다른 친구들의 아빠를 비교하면서 나의 아버지를 이해할 수가 없었고, 솔직히 이해 하기도 싫었다. 부모님의 부부싸움을 본 기억은 아직도 내가 어떤 상황이 오면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아 내 의견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상황에 갇히는데 일조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감성적이어서 그랬을지 몰라도 부모님이 싸움을 하면 삶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기분을 느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동생에게 그들의 관계를 에둘러 말하며 0 Read more
Column 미술사를 시작하게 해준, 나의 알폰스 무하 (Alphonse Maria Mucha) 십사

미술사를 시작하게 해준, 나의 알폰스 무하 (Alphonse Maria Mucha)

15.10.06 Job Cigarettes 1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다 보면 섣불리 빠르게 가려고 하는 내가 보인다. 이번 학기는 기필코 잘 해보겠다고 다짐했지만 그것마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은 앞서있지만 쉽지 않은 환경 탓에 매 순간 나를 시험해보다 한 달이 지났다. 그러던 중 옛 친구들을 만났다. 사실, 요즘의 내 생활을 일일이 설명하는 일이 귀찮기도 했지만 어쩐지 친구들과의 만남이 겁났다. 모두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라 어떤 대화를 나눠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일이 많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공부할 게 많아’ 라고 해야 할까. 많이 망설였지만 친구가 청첩장을 준다고 하니 발걸음을 뗐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만남은 유쾌했다. 장(醬)과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는데, 친구들은 근심의 눈초리거두고 “공부하니 좋아?”라는 한 마디만 물었다. 연이어 좋다는 내 대답에 “원래 회사 다니다가 진짜 좋아하는 0 Read more
Column 기회주의자 혹은 리얼리스트! 김월

기회주의자 혹은 리얼리스트!

15.10.05   미술사에 이름을 남기는 데 큰 기준이 되는 것은 ‘기존의 것을 전복시키고 혁신을 이루었는가’다. 쉽게 말해 완전히 새로운 흐름을 탔느냐 이거다. 혹은 누가 보아도 정말 ‘천재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작품을 창조해냈는가’도 미술사 속 인물이 되는 방법 중 하나다. 파격과 발견, 새로운 시도와 놀라운 아이디어들은 두꺼운 미술사 서적 속에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앞서 말한 두 가지와 또 다른 기준이 있다. 바로 ‘시대상을 얼마나 반영했는가’다. 시대상이란 정치, 경제, 역사를 아우르는 모든 상황을 일컫는다. 시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은 그 자체만으로도 후대의 사람들이 당시의 삶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증거가 된다. 그래서 이 기준에 부합하는 작품들은 굳이 새롭거나 독특한 시도가 아니더라도 그대로 미술사의 여러 페이지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 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