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엄마라는 존재, 파울라 모더존-베커 (Paula Modersohn-Becker) 십사

엄마라는 존재, 파울라 모더존-베커 (Paula Modersohn-Becker)

15.04.03       며칠 전, 치과에 다녀온 엄마는 잇몸에서 피가 난다고 했다. 매일 잘 씻고 밥도 잘 먹는 엄마인데 왜 안 좋은 거냐고 물어봤더니 “원래 엄마 나이 되면 그냥 다 아파.”라고 한다. ‘하고 싶다’라는 단순한 명제 아래 ‘엄마와 같은 삶을 살고 싶지 않은’ 나는 무언가를 찾아서 살고 있지만, 왠지 저 말이 속상하고 가슴이 아프다. 아니, 이건 아픔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마음이 ‘저리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엄마의 느낌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엄마가 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아이를 낳은 여자는 ‘엄마가 된다’. 그러고 보니 갑자기 엄마는 왜 ‘하는’ 것이 아니고 ‘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영화 <WILD(와일드)>의 여주인공은 엄마의 죽음을 맞이한 후 0 Read more
Column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전진한다!, 고갱 (Paul Gauguin) 십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전진한다!, 고갱 (Paul Gauguin)

15.03.23 - <Alone> Paul Gauguin, oil on canvas, 1893       대학원에 들어온 지 3주째, 어디에 정신이 있는지 모른 상태로 시간이 흐르고 있다. 아주 바쁘고, 공부할 것들이 많지만 어떤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대학원에 들어와서 놀란 것은, 의외로 학생들이 많다는 것과 의외로 정말 공부할 것이 많다는 점, 그리고 나의 무지(無知). 그 중에서도 나의 무지와 공부할 것이 많다는 점이 나를 복잡미묘하게 만든다. 그러다 우연히 고미숙 고전평론가의 기사를 읽게 됐다. - <Tahitian Women on the Beach> Paul Gauguin, oil on canvas, 1891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이야기. 배경은 조르바와 두목이 갈탄광 사업을 위해 들어간 크레타 섬. 파블리라는 청년이 마을의 ‘팜므파탈&rsquo 0 Read more
Column 죽음을 기억하라!,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십사

죽음을 기억하라!,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15.03.04 - <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 1991       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다.      아침 7시. 목탁을 두드리며 소리치는 늙은 남자의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아파트 창문 아래를 내려다 보니 형광 옷을 입은 경찰들이 쫙 깔렸다. 영화에서처럼 그들이 옥상에서 뛰어내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커튼을 닫았다. 목청 좋은 그 사람(들)의 목소리가 아파트 전체에 울렸다. 뭐라고 하는지도 알 수 없는 웅얼거림과 목탁소리가 혼합되자 공포감이 밀려왔다. ‘정말 떨어지기라도 하면 어쩌지.’라고 생각했다. 공포심을 누르고자 음악 어플을 켜서 노래를 들었다. 노래 중간 중간 그 사람들의 웅얼거림이 섞여서 들려왔다. 집에서 나가고 싶었지만, 당장 갈 곳이 없었다. 1시간 반 정도 목탁소리가 왔다 갔다, 목소리가 커졌다 작아 졌다 0 Read more
Column 모든 것을 품을, 김수자 십사

모든 것을 품을, 김수자

15.02.23   - <To Breathe: Bottari, Solo Exhibition at The Korean Pavilion, Venice, 2013>           “김 여사”. 김 씨가 아니더라도 운전을 잘 못하는 여성(넓은 의미로는 운전을 하는 여성)에게 붙는 이름이다. 사실 나도 운전을 할 때 운전 스타일을 보면서 ‘저 차는 분명 아줌마일거야.’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런 나를 보며 흠칫 놀라기도 하고, 앞 차를 가로지르며 확인해보면 정말 아줌마일 때가 많아 속상하기도 했다. 물론 전화를 받으며 유유자적하는 아저씨, 차선 변경을 하며 기선제압 하는 외제차 속 젊은 남자, 40km 너무나 안정적인 속도로 운전하는 백발의 중후한 할아버님 차 등, 남자라고 항상 좋은 운전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상의 고정관념에 규정된 것을 무의식적으로 따라가는 것은 아닐까. 여차하면 0 Read more
Column 자신을 사랑하라, 정성원 십사

자신을 사랑하라, 정성원

15.01.30 -<Antic and Deers, Oil on canvas> 193x260cm, 2011           우리는 ‘당신이 틀렸다’라는 말을 얼마나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최근 새롭게 일을 시작하면서 시스템 이해 부족으로 마음을 다친 적이 있다. 상대방은 의도와 맞지 않으니 내용을 수정해달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처음에는 화가 났다. 목소리도 많이 떨렸다. 나는 항상 화가 나거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되묻는 습관이 있다. 이 날도 여지없이 감정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전화를 받았다. 분명 그 분은 나를 탓하는 것이 아닌, 시스템에 맞게 일을 처리하길 바란 것뿐인데 마음속의 화를 참지 못한 내가 너무 가냘픈 속내를 갖고 있구나 싶었다. 그런데 화를 내다 문득, ‘미움 받으면 어떡하지?’라는 모순적인 생각이 들었다. 사실, 타인의 아픔은 공기보다도 가벼울 수 있는데 어쩜 이 0 Read more
Column MY CONNECTING DOTS, 서도호 십사

MY CONNECTING DOTS, 서도호

15.01.16 - <High school Uni-Form 300개의 경신고등학교 교복> 철구조 바퀴, 175 x 500 x 701 cm, 1996           요즘 초등학교 5학년들에게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워낙 재미있는 역사책이 많은데다 내가 교육 받을 때보다 역사에 관한 인식도 높아서 아이들의 지식이 높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인과관계는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외운 단어나 어디서 들어봤던 장군의 이름을 대답하곤 한다. 물론, 암기가 선행 돼야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요즘 아이들은 ‘외운 지식’을 하나의 선으로 잇지 못한 채 정보를 축적한다. 나 역시 공부를 그렇게 했다. 하지만 그저 ‘축적했던’ 지식은 기억나지 않는다. 수능을 치르기 위해 외운 영어단어보다 외국인을 만났을 때 사용한 쉬운 회화가 더 기억에 남는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외국어는 쉬운 단어 0 Read more
Column 자신의 욕심을 지키는 법, '크리스토'와 '장 끌로드' (Christo and Jeanne-Claude) 십사

자신의 욕심을 지키는 법, '크리스토'와 '장 끌로드' (Christo and Jeanne-Claude)

15.01.07 -<Christo, Wrapped Motorcycle>Christo and Jeanne-Claude,  38 1/4 x 67 x 19 5/8" (97 x 170 x 50 cm), 1962         유비에게 "제갈량"이 있었다면 칭기즈칸에겐 ‘야율초재’가 있었습니다. 출신성분을 따지지 않고 오직 능력만 보고 인물을 썼던 칭기즈칸이 한낱 피정복민의 젊은 지식인에 불과했던 야율초재를 그토록 신임했던 이유는 천문, 지리, 수학, 불교, 도교 할 것 없이 당대 모든 학문을 두루 섭렵한 그의 탁월한 식견 때문이었습니다. 하늘과 땅과 인간, 그리고 세상 만물의 이치를 꿰뚫어 봤던 야율초재! 그가 남긴 아주 유명한 명언이 하나 있습니다.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여일리불약제일해 생일사불약멸일사)"하나의 이익을 얻는 것이 하나의 해를 제거함만 못하고, 하나의 일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일을 없애는 것만 못하다 0 Read more
Column 한계를 넘어, 석창우 화백 십사

한계를 넘어, 석창우 화백

14.12.16 <한국의 몸짓>         지난 주 <힐링캠프>에 나온 김영하 작가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나약한 것이 아니지만, ‘감성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감성근육’을 키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중심을 잃지 않는다면서. 지금의 40대는 꿈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도 됐던 시기였기에 넘어갈 수 있었지만 이 어려운 시대에 꿈을 찾아 가는 것도 힘든 일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지금 ‘버티는 것’ 만으로도 힘이 드는데 ‘꿈까지 찾으라’는 일종의 압박을 받는 세대가 지금의 젊은이들이라고 했다. 맞는 말도 있고, 아닌 것도 있었지만 김영하 작가의 말이 닿았던 것은 어떤 청중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잘 기억 나지 않지만, 그의 대답이 “내가 지금 갑자기 피겨 스케이팅을 한다고 해서 김연아처럼 잘하지는 0 Read more
Column 살아있음을 나타내는 욕망에 관하여, 에곤 실레 (Egon Schiele) 십사

살아있음을 나타내는 욕망에 관하여, 에곤 실레 (Egon Schiele)

14.12.11 <Autumn Trees> Oil on canvas, 79.5 x 80 cm, 1911     며칠 전, 아침에 눈을 떠보니 중국남방항공이 실시간 검색어 1위다. 유럽 왕복이 33만원이라는 소리에 눈이 번쩍 떠져 휴대폰과 컴퓨터로 광클릭을 했다. 몇 십 번의 ‘새로 고침’끝에 33만원까지는 아니지만 왕복 70만원에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기쁨과 카드결제만 남겨놨다. 그런데 그 때부터 사이트는 ‘플러그인’에 걸리며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 후로도 몇 십 번, 새로 고침을 해봤지만 사이트가 멈춰버렸다. 나는 유럽에 가고 싶은 욕망이 ‘그 때부터’ 생겼다. 그리고 ‘욕망’은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닐까,는 생각했다.   자기 본성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사실 아무 것도 탐할 것이 없다. 저절로, 자연적으로 실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0 Read more
Column 생산성이 있는 삶에 대하여, 빈센트 반 고흐 십사

생산성이 있는 삶에 대하여, 빈센트 반 고흐

14.12.01 <별이 빛나는 밤에> 빈센트 반 고흐, 캔버스에 유채,  73.7 x 92.1 cm, 1853         며칠 동안 감기가 낫지 않아 괴로운 날들이다. 수업을 하는 도중, 나도 모르게 마른기침이 계속 나자 아이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계속 수업하기 싫다고 이야기를 하던 남자아이는 내게 “그래서 하기 싫었던 거에요.”라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어떤 아이는 괜찮은지 물으며 물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참, 몸이 아픈 것도 내 맘대로 아픈 것이 아닌데 왠지 서럽다. 하지만 ‘내가 조금 더 조심했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잘못을 돌려본다. ‘매번 기초체력을 키운다고 생각만 하고 안 한 내 잘못이지 뭐’라는 자책으로 애써 서러움을 다독인다. 생각을 접자니 조금 우울해진다. 생각이 쭉쭉 뻗어 나가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 주인이 해야 할 몫인데 아직 수련이 부족하다는 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