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마지막과 시작,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의 습작 십사

마지막과 시작,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의 습작

15.06.15 -< 투구를 쓴 노인의 두상 습작 (Etude d'une tête de vieillard coiffée d'un casque)> 소묘, 10.6 x 9.9 cm, 15세기 경, 루브르 박물관     한 학기의 끝이 보인다. 그 동안 공부한다고 글쓰기에 소홀했던 나의 모습에 앞으로 어떻게 글쓰기를 공부해야 할지 눈 앞이 깜깜해진다. 사실 공부를 하면서 새롭게 느끼는 것들이 많이 없어 글을 쓰지 못했다. 감정이 말라버리고 딱딱해지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학기가 끝나니 글을 쓰는 것에 자신감이 없어진다. 원래 시작을 했을 때가 더 어렵다고 했던가. 어제도 부랴부랴 늦은 과제를 제출하며 마지막 수업을 들었다. 3월부터 시작된 새로운 학기 동안 몸은 너무나 힘들었다. 해야만 하는 일정이 있는 하루하루가 전투적이기도 했고 즐겁기도 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고 보니, 오롯이 내가 공부 해야 할 몫들만 남아 마음의 짐이 무겁다, &nbs 0 Read more
Column 설치고, 떠들고, 생각하라 下: 붓을 뽑아 든 여자들 김월

설치고, 떠들고, 생각하라 下: 붓을 뽑아 든 여자들

15.06.10 나날이 메르스 확진 환자가 늘어가는 가운데 디씨인사이드에도 메르스 갤러리(지금은 ‘결혼 못하는 남자’ 갤러리로 이주했다는 게 유머 아닌 유머)가 생겼다. 본인이 메르스에 걸린 줄도 모르고 건방지게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다닌 ‘김치녀’는 잘 갈린 칼로 썩둑썩둑 잘도 썰려나갔다. 상황이 180도로 급 반전된 건 최초 감염자가 남자였다는 것이 밝혀 지면서부터다. 묵묵히 썰리고만 있던 김치녀들은 칼을 빼 들었다. 그다지 어렵지도 않았다. 그저 여태껏 들어왔던 말의 주체와 객체만 바꾸면 되는 일이었다.   - '여자나이가 25살이면 크리스마스'라던 그 간의 논리에 주체와 객체를 바꿨다. 같은 논리로 키보드 위에서 재생성되는 그녀들의 문장들을 보며 갑자기 떠오른 장면은 <킹스맨> 속 위풍당당 행진곡에 맞춰 펑펑펑 터지던 머리들이었다. 벌거벗은 임금님에게 거울을 들이댄 꼴이었을까, 혹은 세계에서 119위라는 성기 크기 데이터를 들이댔 1 Read more
Column 설치고, 떠들고, 생각하라 上: 페미니즘 미술의 등장 김월

설치고, 떠들고, 생각하라 上: 페미니즘 미술의 등장

15.06.03 - 출처 : http://www.notefolio.net/youjino/32814 사실 시작은 장동민이 아니었다. 그 전에 스타벅스가 있었고, 명품백이 있었고, ‘된장녀’가 있었다. 장동민과 그 무리의 발언은 이 사회에 암묵적으로 깔려있던 생각이 드디어 때가 돼 터져버린 것뿐이다. 푹 익은 여드름처럼 언젠가는 터져야 할 일이었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여혐’ ‘여혐종자’ 라는 단어가, 그리고 차마 타이핑하기도 싫은 온갖 원색적인 표현들이 게시판을 가득 메우고 있다. 어딘가에선 아예 맨스플레인(Men+Explain, 설명하는 남자)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애초에 여성을 약자, 자신들보다 못한 존재로 여기고 ‘친절하게’ ‘지식의 자비를 베풀어 주시는’ 남자들을 표현하는 단어란다. 운전자가 여자든 남자든 사고를 내는 건 ‘김여사’며 더치페이를 하는 1 Read more
Column 다른 동물 말고 너 김월

다른 동물 말고 너

15.05.27     아직도 주말에 가면 주차할 자리가 없어 임시 주차장까지 만들었다는 이케아에 드디어 다녀왔다. 소문대로 주거 생활에 필요한 모든 용품이 싼 가격으로 ‘제발 날 데려가 달라!’며 아우성치고 있었다. 사람들은 무언가에 홀린 듯 장바구니를 꽉꽉 채우고 있었고 나 역시 무엇이든 하나 사야겠다는 일념 하에 눈을 부릅떴다. 그 때, 한 장식 소품이 시선을 강탈했다.   목마 모양의 피난시엘(Finansiell)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소품은 가격이 무려 14900원이다. 스웨덴의 전통 목각인형인 달라호스(Dalahorse)에서 디자인을 뽑아온 듯 한데, 여전히 북유럽 감성 인테리어가 핫 한 우리나라에서는 인기상품 중 하나다. - 피난시엘, 출처 : http://www.ebay.de     밤이 길고 수목이 우거진 스칸디나비아 지방의 특성상 집 안을 장식하는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은 대부분 나무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 1 Read more
Column 제인(Jane)의 비극과 우리의 비극 김월

제인(Jane)의 비극과 우리의 비극

15.05.20 제인(Jane)이라는 이름,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봤을 거다. 우리나라의 ‘영희’ 정도로 영미권에선 흔한 이름이라 얼핏 스치는 인물들만 해도 엄청 많다. (제인 에어, 지 아이 제인, 제인 구달, 제인 버킨, 제인 오스틴, 그리고 레이디 제인 등) 영화나 소설 속 가상 인물이든,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든 간에 참 많은 ‘제인이’들이 사고회로 속에서 앞다퉈 줄을 선다. 그 중에서 우리가 오늘 만날 제인은 ‘9일의 여왕’, 제인 그레이(Lady Jane Gray, 1536~1554)다. - 제인 그레이의 왕실 공식 초상화, 작자 미상, 1590년대 ,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Lady_Jane_Grey     런던에 가면 내셔널 갤러리를 꼭 들러야 하는 이유가 있다. 그 곳에 소장된 어마어마한 명작들 때문은 물론이요, 무엇보다 화장실이 공짜라는데 있다. 맥도날드에서마저 화장 0 Read more
Column [365 ART ROAD] Black in CUBA 김물길

[365 ART ROAD] Black in CUBA

15.05.20       Havana, Cuba black in Cuba     16세기 초부터 에스파냐인들은 아프리카의 흑인 노예를 수입해 담배,사탕수수 재배에 종사시켜 막대한 이윤을 거뒀다.이베리아 반도의 통치를 받을 당시, 고된 노동으로 원주민들이 거의 다 죽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19세기까지 쿠바에 수입된 흑인 노예는 100만 명에 이르렀다. 현재 쿠바에 흑인이 많은 이유다.   흑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진 것은 작년 초, 아프리카 여행을 하면서 부터다. 인도에서 남아프리카로 넘어가는 동안 기대감도 있었지만 걱정도 많이 됐다.   - No.322 Black Boys, Havana, Cuba, with Havana newspaper     검은 대륙으로 가는구나.흑인들 무섭지 않을까. 혼자 잘 여행 할 수 있을까.근거 없는 걱정들과 함께 시작됐다.     하지만 6개월간의 아프리카 0 Read more
Column 엔젤 솔져(Angel Soldier) by. 이용백 십사

엔젤 솔져(Angel Soldier) by. 이용백

15.05.18       몇 일전, 예비군 훈련에서 사고가 있었다. 그 날 밤에 이 글을 쓰려고 했으나 가해자의 유서를 보니 마음이 뒤숭숭해서 쓰지 못했다. 원래 사건 사고에 관한 유서를 찾아보지는 않는데, 그날 밤의 유서는 기존의 글과 달리 마음이 무거웠다. 나는 그의 유서가 유서 같지 않았다. 총과 자살, 사살에 관한 이야기만 빼면 지금의 20대들이 겪는 고민과 걱정이 담긴 일기 같았기 때문이다. 걱정거리가 있다고 해서 죄 없는 사람을 다 없애버리는 것은 명백히 옳지 않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가 담긴 유서는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우울함이란 뭘까? 내가 우울할 때는 배고프거나 자고 싶은데 잠이 안 오거나, 남과 비교되는 때이다. 그러고 보면 나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채워지지 않을 때 ‘우울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 기본적인 감정은 사실 누군가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낸 것&rsqu 0 Read more
Column 완벽함의 미학 김월

완벽함의 미학

15.05.08   우연찮은 기회로 전공과는 전혀 다른 일을 시작했다. 본투비 예술 워너비! (세일러문 포즈와 함께!)라고 생각했는데 이상과 현실의 합일은 역시나 어려운 일인가 보다. 항상 봐왔던 색면과, 흐드러지는 인물 군상, 자유롭게 나부끼는 물감의 자욱은 모두 사라지고 이제부터 내가 봐야 할 대상은 기계, 기계, 기계였다. - 이런 것들이 수십 수백 가지가, 그것도 사이즈는 각각 다르게 존재하고 있었다. 전동 모터라니, 미니카에 돌리고 끼우던 그 모터밖에 생각이 안 난다. 게다가 나는 그 미니카도 만들 줄 모르던 불량(?)초등학생이었다,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Electric_motor         보통 ‘기계를 다루는 일’ 이라고 하면 굉장히 투박하고, 거칠고, 날카로워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뭣도 모르고 거래처에 다니기 시작한 기계 생 초보 여직원이 마주하는 나날은 너무나 생경 0 Read more
Column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로버트 롱고 (Robert Longo) 십사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로버트 롱고 (Robert Longo)

15.05.06 - <Men in the Cities – Untitled>, 1982-84, Mixed Media, 243.8 x 467.4 x 91.4 cm   얼마 전, 아이들이 가상의 친구와 대화하는 어플을 많이 다운 받는다는 기사를 봤다. 기사에 따르면 어플 제작자는 중년층의 이용자가 많을 거라 예상했지만, 실제 사용자는 10대 청소년이 대부분(70%)이라 놀랍다고 했다. 그는 ‘힘들다’, ‘외롭다’는 말이 나오면 대답을 더 길게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진짜’ 친구와 이야기하고 싶지만 친구가 없는 아이들이 가상의 친구와 대화를 나눴다. 요즘같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세상에서 아이들이 있어봤자 얼마나 큰 고민이 있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은 ‘각박한 세상’을 이미 눈치챈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걸 보면 10대, 20대 상관없이 우리는 누구나 외로움에 허덕이고 0 Read more
Column 봄, 사랑, 그리고 보나르(Pierre Bonnard) 김월

봄, 사랑, 그리고 보나르(Pierre Bonnard)

15.04.24 벚꽃연금으로 버스커버스커가 행복한 계절, 밥을 먹고 앉아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꾸벅꾸벅 조는 계절, 의무적으로 여의도에 가야 할 것 같은 계절이다. 라디오에서는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봄 봄 봄 봄이 왔어요’, ‘봄 사랑 벚꽃 말고’가 연신 흘러나온다. 물론 겨우내 두꺼운 패딩 속으로 감춰둔 살과 눈물겨운 이별을 해야 하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역시 봄의 미덕은 우리의 시각을 나날이 다채롭게 만드는데 있다고 본다. 이렇게 봄만 되면 생각나는 작가의 그림이 있다.   -<계단이 있는 정원 L'escalier du jardin>, 1940, 출처 : http://www.wikiart.org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 꽃놀이를 가면 파워풀 한 색감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기계들은 자연 그대로를 담지 못한다. 때문에 만족할만한 순간을 남기 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