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MY CONNECTING DOTS, 서도호 십사

MY CONNECTING DOTS, 서도호

15.01.16 - <High school Uni-Form 300개의 경신고등학교 교복> 철구조 바퀴, 175 x 500 x 701 cm, 1996           요즘 초등학교 5학년들에게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워낙 재미있는 역사책이 많은데다 내가 교육 받을 때보다 역사에 관한 인식도 높아서 아이들의 지식이 높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인과관계는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외운 단어나 어디서 들어봤던 장군의 이름을 대답하곤 한다. 물론, 암기가 선행 돼야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요즘 아이들은 ‘외운 지식’을 하나의 선으로 잇지 못한 채 정보를 축적한다. 나 역시 공부를 그렇게 했다. 하지만 그저 ‘축적했던’ 지식은 기억나지 않는다. 수능을 치르기 위해 외운 영어단어보다 외국인을 만났을 때 사용한 쉬운 회화가 더 기억에 남는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외국어는 쉬운 단어 0 Read more
Column 자신의 욕심을 지키는 법, '크리스토'와 '장 끌로드' (Christo and Jeanne-Claude) 십사

자신의 욕심을 지키는 법, '크리스토'와 '장 끌로드' (Christo and Jeanne-Claude)

15.01.07 -<Christo, Wrapped Motorcycle>Christo and Jeanne-Claude,  38 1/4 x 67 x 19 5/8" (97 x 170 x 50 cm), 1962         유비에게 "제갈량"이 있었다면 칭기즈칸에겐 ‘야율초재’가 있었습니다. 출신성분을 따지지 않고 오직 능력만 보고 인물을 썼던 칭기즈칸이 한낱 피정복민의 젊은 지식인에 불과했던 야율초재를 그토록 신임했던 이유는 천문, 지리, 수학, 불교, 도교 할 것 없이 당대 모든 학문을 두루 섭렵한 그의 탁월한 식견 때문이었습니다. 하늘과 땅과 인간, 그리고 세상 만물의 이치를 꿰뚫어 봤던 야율초재! 그가 남긴 아주 유명한 명언이 하나 있습니다.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여일리불약제일해 생일사불약멸일사)"하나의 이익을 얻는 것이 하나의 해를 제거함만 못하고, 하나의 일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일을 없애는 것만 못하다 0 Read more
Column 한계를 넘어, 석창우 화백 십사

한계를 넘어, 석창우 화백

14.12.16 <한국의 몸짓>         지난 주 <힐링캠프>에 나온 김영하 작가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나약한 것이 아니지만, ‘감성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감성근육’을 키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중심을 잃지 않는다면서. 지금의 40대는 꿈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도 됐던 시기였기에 넘어갈 수 있었지만 이 어려운 시대에 꿈을 찾아 가는 것도 힘든 일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지금 ‘버티는 것’ 만으로도 힘이 드는데 ‘꿈까지 찾으라’는 일종의 압박을 받는 세대가 지금의 젊은이들이라고 했다. 맞는 말도 있고, 아닌 것도 있었지만 김영하 작가의 말이 닿았던 것은 어떤 청중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잘 기억 나지 않지만, 그의 대답이 “내가 지금 갑자기 피겨 스케이팅을 한다고 해서 김연아처럼 잘하지는 0 Read more
Column 살아있음을 나타내는 욕망에 관하여, 에곤 실레 (Egon Schiele) 십사

살아있음을 나타내는 욕망에 관하여, 에곤 실레 (Egon Schiele)

14.12.11 <Autumn Trees> Oil on canvas, 79.5 x 80 cm, 1911     며칠 전, 아침에 눈을 떠보니 중국남방항공이 실시간 검색어 1위다. 유럽 왕복이 33만원이라는 소리에 눈이 번쩍 떠져 휴대폰과 컴퓨터로 광클릭을 했다. 몇 십 번의 ‘새로 고침’끝에 33만원까지는 아니지만 왕복 70만원에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기쁨과 카드결제만 남겨놨다. 그런데 그 때부터 사이트는 ‘플러그인’에 걸리며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 후로도 몇 십 번, 새로 고침을 해봤지만 사이트가 멈춰버렸다. 나는 유럽에 가고 싶은 욕망이 ‘그 때부터’ 생겼다. 그리고 ‘욕망’은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닐까,는 생각했다.   자기 본성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사실 아무 것도 탐할 것이 없다. 저절로, 자연적으로 실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0 Read more
Column 생산성이 있는 삶에 대하여, 빈센트 반 고흐 십사

생산성이 있는 삶에 대하여, 빈센트 반 고흐

14.12.01 <별이 빛나는 밤에> 빈센트 반 고흐, 캔버스에 유채,  73.7 x 92.1 cm, 1853         며칠 동안 감기가 낫지 않아 괴로운 날들이다. 수업을 하는 도중, 나도 모르게 마른기침이 계속 나자 아이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계속 수업하기 싫다고 이야기를 하던 남자아이는 내게 “그래서 하기 싫었던 거에요.”라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어떤 아이는 괜찮은지 물으며 물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참, 몸이 아픈 것도 내 맘대로 아픈 것이 아닌데 왠지 서럽다. 하지만 ‘내가 조금 더 조심했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잘못을 돌려본다. ‘매번 기초체력을 키운다고 생각만 하고 안 한 내 잘못이지 뭐’라는 자책으로 애써 서러움을 다독인다. 생각을 접자니 조금 우울해진다. 생각이 쭉쭉 뻗어 나가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 주인이 해야 할 몫인데 아직 수련이 부족하다는 2 Read more
Column 사소한 것에 대하여, 작가 이미경 십사

사소한 것에 대하여, 작가 이미경

14.11.19         어릴 적 사진을 정리했다. 기억에 남는 것도 있고 내가 기억하지 못한 추억도 있다. 그 때는 디지털카메라가 없던 시절이라 가족들끼리 놀러 갔을 때나 사진을 많이 찍었다. 하지만 그 외에도 특별하지 않은 날, 특별하지 않은 공간에서 찍힌 나는 정말 즐겁게 웃고 있었다. 사진의 배경은 예전에 살던 집 마당, 붉은 철쭉 꽃이 훤하게 핀 꽃나무 옆이다. 동생과 나는 체육복을 입은 채 나란히 서있다.  마루에서 피아노를 친다거나 생일 때 받은 케이크를 먹는 아주 일상적인 사진에서는 더 밝게 웃고 있다. 2살 때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기억 하는 아이들도 있다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기억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 어린 시절 모습이 잘 기억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일상 속 사진을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나를 즐겁게 하는 것이 ‘일상’이라는 것을, 어린 시절의 나는 잘 몰랐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0 Read more
Column 나는 ‘함께’ 산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 제라르 프로망제 (Gérard Fromanger) 십사

나는 ‘함께’ 산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 제라르 프로망제 (Gérard Fromanger)

14.11.14  -Bastille Flux, 2007         2014년 4월 16일, 잊지 못할 사건이 일어났다. 지금까지도 모두가 잊지 못하는, 그리고 잊어서는 안 될 그 일은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참 많은 감정을 선사했다. 세월호 사건은 많은 이야기를 품고 선체 인양 작업을 시작한다. 당시 새벽까지 이어지는 뉴스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무서워 잠을 자지 못했다. 아마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이를 둔 엄마들은 자신의 아이 생각에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고, 평범한 사람들은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시청 앞 광장이나 동네의 분향소에서 풀어냈다. 우리는 무엇이 그렇게 미안했을까?   - En Chine, à Hu Xian, 1974         명절 때면 고속도로는 어김 없이 막힌다. 나는 텔레비전에서 비추는 실시간 교통상황 속 꽉 막힌 0 Read more
Column 감촉, 기억, 촉각, 미디어, 소통 –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에브리웨어> 십사

감촉, 기억, 촉각, 미디어, 소통 –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에브리웨어>

14.11.03       손으로 무언가의 감촉을 느낄 때면 괜히 기분이 좋다. 아침에 일어나 얼굴을 비비적대는 이불과 베개, 알람이 울리는 스마트폰, ‘혹시 병균이 있는 것은 아닐까?’는 생각이 드는 TV 리모컨과 밤새 나를 지켜준 따뜻한 전기장판. 엄마가 해준 밥을 뜨는 주걱과 압력밥솥 뚜껑의 감촉. 그리고 이내 누르는 노트북 전원과 일주일 치나 밀린 신문, 그리고 지금 느껴지는, 그리 건강에는 좋지 않을 것 같은 노트북의 뜨끈한 온기. 우리는 매번 손으로 무언가를 만지고, 촉감을 통해 대상에 대해 알게 된다. 사실 우리가 손으로 무언가를 만지는 이유는 ‘기억하기’ 위함이 아닐까? 프랑스에 갔을 때, 나는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건물 벽을 만지며 다녔다. 정신이 이상한 사람처럼 보였을 수도 있지만, 잊고 싶지 않았다. 차가운 아스팔트 벽의 느낌, 기숙사에 있는 벽 만한 창문의 이음새, 옷장과 문고리, 프랑스 아이들이 동양인 0 Read more
Column 매일을 기록하는 화가, 온 카와라 (On Kawara) 십사

매일을 기록하는 화가, 온 카와라 (On Kawara)

14.10.24           엄마가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송일국 삼둥이들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그러면서 “쟤네는 좋겠다. 어릴 때 모습을 방송에서 다 찍어줘서~”라고 말했다. 엄마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회사에 다니느라 나와 동생의 커가는 모습을 많이 찍지 못했다. 아주 어릴 때 나는 어떤 아이였을까, 바쁜 엄마대신 나를 키운 할머니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이 궁금하다. 아쉬운 대로 옷장에 감춰둔 학창시절의 편지 상자를 꺼냈다. 1년에 한 번 꺼낼까 말까 한 상자 속에서 빛 바랜 옛날 편지들이 마구 쏟아진다. 중고등학교 때 사이 좋게 롤링페이퍼를 돌린 아이들의 얼굴이 하나 둘씩 떠오른다. 다퉜던 친구와의 화해 편지, 사이가 좋던 친구들과의 비밀일기 등, 그 때의 추억들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옛날을 추억하는 것들을 쉽게 버리기는 힘들다. 나는 아직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의 교복을 가지고 있다. 정리의 달인은 & 0 Read more
Column 자극 – 반응 = 고독, 작가 김인숙 십사

자극 – 반응 = 고독, 작가 김인숙

14.10.17     자극과 반응, 인간관계를 설명하는 간단한 공식이다.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아이와 아이의 가족에 관한 정보를 얻게된다. 일을 하는 곳이 잘 사는 동네인데, 그 동네 아이들은 일단 의식주 걱정이 없어서 외관상으로는 굉장히 밝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긴장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업을 하다 보니 아이들의 마음이 닫혀있는 것을 느꼈다. 엄마가 집에 있어도 아이의 마음을 돌봐주지 않는 경우도 많고, 부모님이 바쁜 탓에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못하기도, 그래서 호기심이 이상한 쪽으로 흐르는 아이도 있었다. 영어 유치원에 다니며 좋은 옷을 입은, 궁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은 ‘바빠서 자신과 놀아주지 못하는 부모들’과 이야기하기를 기다린다.   어떤 아이는 내게 “엄마가 돼서 같이 살자”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 보는 내게 아이가 무한한 사랑을 바라는 것 같아서 -하지만 나 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