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끊임없는 인생의 굴레, 모리츠 에셔 (Maurits Cornelis Escher) 십사

끊임없는 인생의 굴레, 모리츠 에셔 (Maurits Cornelis Escher)

14.08.20 <Encounter> Lithograph(석판화), 464mm x 342mm, 1944   나는 할머니 손에 컸다. 아빠와 엄마는 일을 하느라 너무 바빴고, 밤에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나의 기억력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할머니에게 많은 영향을 받으면서 자란 것 같다. 이북(以北)에서 내려오신 나의 할머니는 동네에서 굉장히 무서운 사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항상 ‘통장’이나 ‘반장’같은 동네의 장(長)을 맡으셨다. 마트 직원이 행여 조금이라도 손님 접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골목시장이 떠나가도록 화를 내셨다. 나는 그럼 그런 할머니가 무서워서 졸졸졸 시장 입구로 나와서 할머니의 화가 풀릴 때까지 기다렸었다. 할머니는 항상 부지런하셨고, 우리 집에 있던 큰 모과나무에서 매일 떨어지는 잎사귀와 부산물들을 쓱쓱 치우면서 하루를 시작하셨다. 동네 도둑고양이들이 헤집어 놓고 간 쓰레기 0 Read more
Column 초심을 잃지 말자!, 작가 유승호 십사

초심을 잃지 말자!, 작가 유승호

14.08.06 <어흥~ 옛날 옛적에 eoheung~ once upon a time> acrylic on aluminum, 672x98cm, 2003     “초심을 잃지 말자” 용두사미(龍頭蛇尾)를 방지하기 위해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을 잊지 말자는 말이다. 우리는 무언가 다짐할 때 ‘초심’에 관해 이야기한다. 사실, 시작할 때의 마음은 곧잘 잊게 돼 정의가 어렵다. 그렇다면 초심이란 ‘자만하기 바로 직전의 마음’이 아닐까?  초심은 즐겁다. 무언가 새롭게 내 인생에 더해진다는 것은 에너지가 넘치는 일이다. 정확한 의미는 모르지만 왠지 21세기형 인간이 되는 것 같다. 남보다 부지런히 산다는 느낌은 물론이다. 하지만 초심이 오래가지 못하는 이유는, 새로움이 가득 찬 에너지가 너무 빨리 휘발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초심을 지키면서 처음과 중간, 그리고 끝까지 가는 일은 어렵다.  즉, 초심을 0 Read more
Column 나를 만나는 시간, 렘브란트의 자화상(自畵像) 십사

나를 만나는 시간, 렘브란트의 자화상(自畵像)

14.07.30 <야경 (프란스 바닝 코크 대장의 민병대), The Night Watch><The Militia Company of Captain Frans Banning Cocq>, 캔버스에 유채, 363 x 437 cm, 1642   시사 프로그램에서 몇 달간 준비한 소재가 떨어지거나 사회적인 이슈가 잠잠해질 쯤, 한번씩 방영을 하는 주제가 있다. 바로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다. 이와 같은 방송은 대개 같은 포맷을 띈다. 이를테면 하나같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네요!”라고 입을 모으는 성우와 심한 악취와 벌레, 그리고 쓰레기와 공존하는 사람이다. 서커스의 코끼리도 어릴 때부터 발목을 묶으면 도망가지 않는 것처럼, 살아있는 생물은 저마다 자신의 환경에 동화하는 놀라운 적응력을 보인다. 쓰레기 더미에 사는 아이들 역시 도망가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으레 프로그램의 마지막 0 Read more
Column You are more beautiful than you think, 사진작가 여 지 십사

You are more beautiful than you think, 사진작가 여 지

14.07.23 # 2012년 여름. 영업 실무 OJT를 위해 선배가 담당하는 강남 성형외과를 방문할 때였다. 그때는 신참이라 군말 없이 선배를 쫓아다녔고, 영업을 한다는 데 꽤나 자부심이 있었다. 선배는 의사와 끊임 없는 대화를 나눴다. 가끔 이야기가 지루해지면 으레 옆에 있던 내게 포커스가 맞춰졌다. 대부분의 성형외과 의사는 남자였는데, 남자인 선배와 의사는 죽이 척척 잘 맞았다. 예를 들면 “원장님, 얘가 이번에 들어온 신입입니다. 혹시 후배가 성형한다고 하면 싸게 해주실래요?”, “허허, 손댈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닌 것 같은데요?” 뭐 이런 이야기를 자기들끼리 자주 나눴다. 어떤 분은 대놓고 내 눈을 보며 “수술하면 진짜 잘 될 눈인데 왜 안 해요? 싸게 해줄게~”라며 역(易)영업을 시도했다. 나는 그 옆에 그저 어리버리 하게 앉아, 그들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거나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네요.”라고 영혼 0 Read more
Column 뛰어 내리기 바로 직전의, 사진작가 안 준 십사

뛰어 내리기 바로 직전의, 사진작가 안 준

14.07.15 <Self-portrait>  HDR Ultra Chrome Archival Pigment Print, 53" x 40", 2011   ‘그럴 수도 있지.’ 내가 요즘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많은 것들을 이분법적으로만 생각하던 날들. 그래서 인생을 사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던 나는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을 잘하지 못했다. ‘어떻게 그래? 어떻게 너는 그렇게밖에 살지 못해?’라며, 주변 사람들을 독촉했던 것 같다. 따지고 보면, 누구 하나 많이 다르지 않던 날들인데. 어쨌나 난 내가 만든 틀에 스스로를 맞추며 살아왔다. 그게 맞는 거고, 그렇게 사는 게 ‘틀리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어쩌면 나는 내가 만든 기준으로 사람들을 분리해서 이해해 온 것 같다. ‘이 사람은 이럴 것이고, 저 사람은 저럴 것이다.’ 라고 말이다.  0 Read more
Column 내 인생의 ‘장인‘이 되는 법, 김동유 십사

내 인생의 ‘장인‘이 되는 법, 김동유

14.07.04 날씨가 맑았던 작년 가을 어느 월요일, 예술의 전당에서 하던 ‘알폰스 무하’ 전시를 보러 갔다. 프랑스에서 샀던 엽서를 예쁘게 그렸고, 그림이 어렵지 않아 머리를 식히러 갔다. 월요일 오전이라 사람도 적었고, 나와 동시에 티켓을 샀던 대여섯 명의 아주머니들의 웃음소리가 간혹 들렸다. 나 역시 그 사람들 틈에 끼어 전시를 즐겁게 보고 있던 순간, 나는 알폰스 무하의 그림을 보며 울어 버렸다. 진짜 갑작스럽게 울었는데 생각보다 눈물이 많이 나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으려 책으로 얼굴을 가렸던 기억이 난다.   <사계> 알폰스 무하, 1895(이미지 출처 : www.kdy.kr) 그때는 눈물을 닦느라 운 이유를 제대로 생각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그림에 완벽함을 느끼고 눈물이 났던 것은 기억난다. 나는 알폰스 무하의 그림에서 완벽을 향한 그의 고집을 느낄 수 있었다. 세심하게 늘어뜨린 여성의 머리카락, 요염하게 움직이는 눈동자, 비단을 3 Read more
Column 찬란한 현실을 위해, Use your Illusion! 서상익 십사

찬란한 현실을 위해, Use your Illusion! 서상익

14.06.19 <Circus3 (Paint it Black)>, 193.9 x 97cm, Oil on canvas, 2010아직 그 어느 것도 정확해진 것은 없지만, 새로운 쪽으로 일을 시작 하려고 한다. 천천히 그리고 묵직하게 나를 관통하고 있던 3개월의 시간 동안, 부정확한 과정에 있던 나의 인생은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그 존재를 확인 받곤 했다. “뭐 해?” “앞으로 뭐 할거야?” “현실 앞에 지는 네가 아니었잖아” 어쩜, 내가 고민하고 있던 것들을 어떻게 이렇게 잘 알고 나의 이야기를 이 테이블의 술안주로 올려놓을까. 그래도 밝게 사는 것을 연습하는 중이므로, 최대한 자연스럽고 시원하게 대답을 해준다. “글쎄, 내가 그랬나?” 대답을 해놓고도 속이 시원하지 않다. 정말 자연스러웠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가 남기도 한다. 원래 나는 사람들에게 10년 뒤 꿈이라든지, 살면서 꼭 이뤘으면 하는 것들 0 Read more
Column 머물렀던 자리에 당신의 모든 것이 있어요!  김청진의 <맛있는 저녁이든 아니든> 십사

머물렀던 자리에 당신의 모든 것이 있어요! 김청진의 <맛있는 저녁이든 아니든>

14.06.09 <좋은아들되기>, 150 x 150 cm, Digital Print, 2011(이미지 출처 : http://www.keemkeemkeem.com/dinner.html)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을 할 때, 포털 사이트를 통해 누구누구의 블로그에 들어가 맛집을 검색해보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다. 블로그와 스마트 폰이 보편화 되면서 페이스북에 음식을 먹기 전 사진들이 많이 올라왔고, 인스타그램은 음식 사진이 많이 올라와서 ‘먹스타그램’으로 까지 불리곤 한다. 여전히 직장인들의 점심메뉴 고르기는 너무나도 어려운 숙제이며, 가장 중요한 하루의 일정이다. 그러니 ‘밥을 먹는다’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 얼마나 큰일일까 싶다. 인간의 원초적 욕구 중 ‘식욕’은 절대적인 위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먹기 전의 음식들’을 찍는 것은 그 순간의 기억을 남기고 싶어서 일수도 있 2 Read more
Column ‘진짜’가 되세요! , 구성수의 <Magical Reality> 십사

‘진짜’가 되세요! , 구성수의 <Magical Reality>

14.05.29 <Statue of Liberty - Motel 자유의 여신상-모텔, 120x160, c-print, 2005>(이미지 출처 : www.koosungsoo.com)         ‘살라가둘라 멘치카불라 비비디 바비디 부, 신기한 요술을 보여주마! 비비디 바비디부!’  요정할머니가 신데렐라가 무도회에 갈 수 있도록 호박으로 마차를 만들어줄 때 사용하는 주문이다. 비비디 바비디부! 요정 할머니 덕분에 신데렐라는 예쁜 옷을 입고, 마차를 타고, 무도회에 간다. 요정 할머니는 신데렐라에게 신기한 요술로 ‘잠시 잠깐’, 신데렐라에게 꿈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몇 시간의 입장권을 선사해 주었다.   구성수의 작업 시리즈, ‘Magical Reality’는 어쩌면 요정 할머니의 방망이를 갖지 못해 주변에서 방망이와 비슷한 것을 찾아 현실을 마법으로 만들고 3 Read more
Column ‘오늘’과 ‘나’를 열심히! 우리는 모두 사라진다, 김 아타 (ATTA Kim) 십사

‘오늘’과 ‘나’를 열심히! 우리는 모두 사라진다, 김 아타 (ATTA Kim)

14.05.20 자기계발서의 원조 격인 <PRESENT>라는 책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번역이 되었다. 그 책을 읽고 내 방 거울 앞에 ‘Present is the present!’를 써 놓고 수능공부를 했던 기억이 난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살자. 나는 내일을 앞당겨 쓸 수 없고, 어제를 다시 쓸 수 없다. 오직 이 순간에 몰두하자.’라는 문구를 보며 간단하면서도 실천하기가 힘든 책이라고 생각했다. 자기계발서는 읽을 때는 책을 손에 든 ‘그 때’만 열성을 다해서 읽게 된다. 책을 보는 동안은 책에서 말하는 대로 살면 될 것 같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마음을 가다듬기도 전에 일이 터져있기 때문이다. ‘오늘 읽은 책에 1,2,3의 내용들을 꼭 실천해봐야지.’라고 뒤돌아 선 순간, 중간고사 성적이 발표된다거나 지하철에서 내 앞의 자리를 아주머니한테 뺏긴다든가 하는 그 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