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매일을 기록하는 화가, 온 카와라 (On Kawara) 십사

매일을 기록하는 화가, 온 카와라 (On Kawara)

14.10.24           엄마가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송일국 삼둥이들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그러면서 “쟤네는 좋겠다. 어릴 때 모습을 방송에서 다 찍어줘서~”라고 말했다. 엄마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회사에 다니느라 나와 동생의 커가는 모습을 많이 찍지 못했다. 아주 어릴 때 나는 어떤 아이였을까, 바쁜 엄마대신 나를 키운 할머니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이 궁금하다. 아쉬운 대로 옷장에 감춰둔 학창시절의 편지 상자를 꺼냈다. 1년에 한 번 꺼낼까 말까 한 상자 속에서 빛 바랜 옛날 편지들이 마구 쏟아진다. 중고등학교 때 사이 좋게 롤링페이퍼를 돌린 아이들의 얼굴이 하나 둘씩 떠오른다. 다퉜던 친구와의 화해 편지, 사이가 좋던 친구들과의 비밀일기 등, 그 때의 추억들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옛날을 추억하는 것들을 쉽게 버리기는 힘들다. 나는 아직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의 교복을 가지고 있다. 정리의 달인은 & 0 Read more
Column 자극 – 반응 = 고독, 작가 김인숙 십사

자극 – 반응 = 고독, 작가 김인숙

14.10.17     자극과 반응, 인간관계를 설명하는 간단한 공식이다.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아이와 아이의 가족에 관한 정보를 얻게된다. 일을 하는 곳이 잘 사는 동네인데, 그 동네 아이들은 일단 의식주 걱정이 없어서 외관상으로는 굉장히 밝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긴장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업을 하다 보니 아이들의 마음이 닫혀있는 것을 느꼈다. 엄마가 집에 있어도 아이의 마음을 돌봐주지 않는 경우도 많고, 부모님이 바쁜 탓에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못하기도, 그래서 호기심이 이상한 쪽으로 흐르는 아이도 있었다. 영어 유치원에 다니며 좋은 옷을 입은, 궁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은 ‘바빠서 자신과 놀아주지 못하는 부모들’과 이야기하기를 기다린다.   어떤 아이는 내게 “엄마가 돼서 같이 살자”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 보는 내게 아이가 무한한 사랑을 바라는 것 같아서 -하지만 나 0 Read more
Column 끊임없는 노력과 자신과의 싸움을 보여준, 연필화가 원석연 십사

끊임없는 노력과 자신과의 싸움을 보여준, 연필화가 원석연

14.10.02 <개미> 종이에 연필, 410x350cm, 1976     나는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지만 얕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수능영어를 공부하다 잘 안되자 영어를 놓았던 기억이 난다. 대학교 때도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들만 공부 하려 했다. 물론, 관심이 있는 것들이 내가 잘 하는 것이었지만 어려운 일에 도전하는 편은 아니었다. 단지 선택한 범주 내에서 수치심이나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기 위해 공부 했고, 그래서 대학시절에 공부를 즐기지 못했다. 딱 한 번, 교환학생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3학년 1학기 때 열심히 공부했다. 그 때, 정말 한 만큼 나오는 게 공부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 후로도 공부를 지속하고 싶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콤플렉스와 나의 발목을 잡는 일은 내가 건성으로 했거나 지레 겁먹고 포기한 것들에서 시작된다. 예를 들면, 전공이었던 불어와 이해부족으로 포기했던 경제학, 방학 때 교수님께 배우다가 놓은 스페인어, 주말에 잠시 배우던 탭 댄스, 그 0 Read more
Column `가장 객관적인 자리에서 본 ‘남편’, 오인숙 <서울 염소> 십사

`가장 객관적인 자리에서 본 ‘남편’, 오인숙 <서울 염소>

14.09.18 #1 오인숙. 46cm x 31cm. inkjet print. 2009   주변에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0대 후반의 가을에는 누군가의 결혼식을 위한 일정이 항상 있기 마련이다. 잘 알든, 잘 알지 못하든 그 누군가의 결혼식은 축하와 축복을 받아야 하는 곳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참 많은 사람들과 연결이 되고, 그 와중에 어떤 사람과 인연을 맺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혼 전까지 서로의 좋은 모습들을 보여주고, 가족이라는 이름이 맺어지기 전까지 서로 많은 노력을 하다가 결혼을 하고도 그 노력을 잘 이어가는 사람이 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은 편해지면 녹아 들기 마련이므로, 뼈를 깎는 느낌으로 항상 마음을 새롭게 하지 않으면 결혼 후 나의 가족이 된 상대방과 힘을 빼는 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 ‘가족이 된다’는 것은 ‘이 힘든 세상에 나의 편이 있다’는 0 Read more
Column 우리의 모든 ‘철수’와 ‘영희’를 위해서, 작가 오석근 십사

우리의 모든 ‘철수’와 ‘영희’를 위해서, 작가 오석근

14.09.04 학교에서 잘 지내는 것이 곧 인생의 성공이라 믿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런 생각 이전에 친한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교무실에 심부름 가는 것을 좋아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선생님들 사이에서 ‘질문 많고 귀찮은 아이’ 였을지도 모르겠다. 그게 모두 관심의 표현이었다고 하면 진심을 믿어 주시려나. 하지만 그런 이유로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기 쉬웠다. “다른 것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라고 말해주는 엄마와, 사실 다른 곳에 신경을 별로 쓰지 않았던 나와, 그저 “착하게 사는 것”이 법이라고 생각하던 할머니. 가족과의 대화에서 나는 세상의 큰 존재를 잘 알지 못했다. 우물 밖을 살피거나 탐색해볼 관심이 없었을 수도 있고, 방법을 몰랐던 것도 같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 활동하던 RCY나 여러 동아리들, 그리고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요즘 아이들은 0 Read more
Column 끊임없는 인생의 굴레, 모리츠 에셔 (Maurits Cornelis Escher) 십사

끊임없는 인생의 굴레, 모리츠 에셔 (Maurits Cornelis Escher)

14.08.20 <Encounter> Lithograph(석판화), 464mm x 342mm, 1944   나는 할머니 손에 컸다. 아빠와 엄마는 일을 하느라 너무 바빴고, 밤에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나의 기억력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할머니에게 많은 영향을 받으면서 자란 것 같다. 이북(以北)에서 내려오신 나의 할머니는 동네에서 굉장히 무서운 사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항상 ‘통장’이나 ‘반장’같은 동네의 장(長)을 맡으셨다. 마트 직원이 행여 조금이라도 손님 접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골목시장이 떠나가도록 화를 내셨다. 나는 그럼 그런 할머니가 무서워서 졸졸졸 시장 입구로 나와서 할머니의 화가 풀릴 때까지 기다렸었다. 할머니는 항상 부지런하셨고, 우리 집에 있던 큰 모과나무에서 매일 떨어지는 잎사귀와 부산물들을 쓱쓱 치우면서 하루를 시작하셨다. 동네 도둑고양이들이 헤집어 놓고 간 쓰레기 0 Read more
Column 초심을 잃지 말자!, 작가 유승호 십사

초심을 잃지 말자!, 작가 유승호

14.08.06 <어흥~ 옛날 옛적에 eoheung~ once upon a time> acrylic on aluminum, 672x98cm, 2003     “초심을 잃지 말자” 용두사미(龍頭蛇尾)를 방지하기 위해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을 잊지 말자는 말이다. 우리는 무언가 다짐할 때 ‘초심’에 관해 이야기한다. 사실, 시작할 때의 마음은 곧잘 잊게 돼 정의가 어렵다. 그렇다면 초심이란 ‘자만하기 바로 직전의 마음’이 아닐까?  초심은 즐겁다. 무언가 새롭게 내 인생에 더해진다는 것은 에너지가 넘치는 일이다. 정확한 의미는 모르지만 왠지 21세기형 인간이 되는 것 같다. 남보다 부지런히 산다는 느낌은 물론이다. 하지만 초심이 오래가지 못하는 이유는, 새로움이 가득 찬 에너지가 너무 빨리 휘발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초심을 지키면서 처음과 중간, 그리고 끝까지 가는 일은 어렵다.  즉, 초심을 0 Read more
Column 나를 만나는 시간, 렘브란트의 자화상(自畵像) 십사

나를 만나는 시간, 렘브란트의 자화상(自畵像)

14.07.30 <야경 (프란스 바닝 코크 대장의 민병대), The Night Watch><The Militia Company of Captain Frans Banning Cocq>, 캔버스에 유채, 363 x 437 cm, 1642   시사 프로그램에서 몇 달간 준비한 소재가 떨어지거나 사회적인 이슈가 잠잠해질 쯤, 한번씩 방영을 하는 주제가 있다. 바로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다. 이와 같은 방송은 대개 같은 포맷을 띈다. 이를테면 하나같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네요!”라고 입을 모으는 성우와 심한 악취와 벌레, 그리고 쓰레기와 공존하는 사람이다. 서커스의 코끼리도 어릴 때부터 발목을 묶으면 도망가지 않는 것처럼, 살아있는 생물은 저마다 자신의 환경에 동화하는 놀라운 적응력을 보인다. 쓰레기 더미에 사는 아이들 역시 도망가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으레 프로그램의 마지막 0 Read more
Column You are more beautiful than you think, 사진작가 여 지 십사

You are more beautiful than you think, 사진작가 여 지

14.07.23 # 2012년 여름. 영업 실무 OJT를 위해 선배가 담당하는 강남 성형외과를 방문할 때였다. 그때는 신참이라 군말 없이 선배를 쫓아다녔고, 영업을 한다는 데 꽤나 자부심이 있었다. 선배는 의사와 끊임 없는 대화를 나눴다. 가끔 이야기가 지루해지면 으레 옆에 있던 내게 포커스가 맞춰졌다. 대부분의 성형외과 의사는 남자였는데, 남자인 선배와 의사는 죽이 척척 잘 맞았다. 예를 들면 “원장님, 얘가 이번에 들어온 신입입니다. 혹시 후배가 성형한다고 하면 싸게 해주실래요?”, “허허, 손댈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닌 것 같은데요?” 뭐 이런 이야기를 자기들끼리 자주 나눴다. 어떤 분은 대놓고 내 눈을 보며 “수술하면 진짜 잘 될 눈인데 왜 안 해요? 싸게 해줄게~”라며 역(易)영업을 시도했다. 나는 그 옆에 그저 어리버리 하게 앉아, 그들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거나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네요.”라고 영혼 0 Read more
Column 뛰어 내리기 바로 직전의, 사진작가 안 준 십사

뛰어 내리기 바로 직전의, 사진작가 안 준

14.07.15 <Self-portrait>  HDR Ultra Chrome Archival Pigment Print, 53" x 40", 2011   ‘그럴 수도 있지.’ 내가 요즘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많은 것들을 이분법적으로만 생각하던 날들. 그래서 인생을 사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던 나는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을 잘하지 못했다. ‘어떻게 그래? 어떻게 너는 그렇게밖에 살지 못해?’라며, 주변 사람들을 독촉했던 것 같다. 따지고 보면, 누구 하나 많이 다르지 않던 날들인데. 어쨌나 난 내가 만든 틀에 스스로를 맞추며 살아왔다. 그게 맞는 거고, 그렇게 사는 게 ‘틀리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어쩌면 나는 내가 만든 기준으로 사람들을 분리해서 이해해 온 것 같다. ‘이 사람은 이럴 것이고, 저 사람은 저럴 것이다.’ 라고 말이다.  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