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몽마르트의 수호자, 모리스 위트릴로(Maurice Utrillo) 김월

몽마르트의 수호자, 모리스 위트릴로(Maurice Utrillo)

15.11.20   코 끝이 싸늘해지는 날씨가 다가오면 유독 안쓰러워 보이는 부류가 있다. 동이 터오는 아침 즈음, 골목 어귀에 널부러져 있는 취객들이다. 자우림의 <이런 데서 주무시면 얼어 죽어요>라는 노래도 있지 않은가. 무더운 여름 밤은 취객들에게 괜찮은 잠자리가 되어주지만 이제는 저체온증 걱정을 해야 하는 시기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언급하고 넘어가야 하는 화가가 한 명 있다. 새벽 길에 귀가하는 취객들의 수호성인(?)이자 파리 몽마르트 언덕의 지배자, 모리스 위트릴로(Maurice Utrillo, 1883~1955)다.   <모리스 위트릴로의 초상(Portrait of Maurice Utrillo)> 쉬잔 발라동, 1921   <사크레-쾨르 대성당(Sacre-Coeur)> 위트릴로, 1937   그의 골목길 인생은 태생부터 예견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어머니는 르누아르와 드가의 모델이자 본인이 직접 화가의 길을 걷기 0 Read more
Column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모견도(狗圖) 김월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모견도(狗圖)

15.10.26   그녀는 유독 사람 손 타는 것을 싫어했다. 남들처럼 팔을 베고 잔다든지 배 위에 올라탄다든지 좋아서 폴짝폴짝 뛰며 걸음을 못 걷게 한다든지. 모두 먼 나라 이야기였다. 그녀에게 최고의 애정표현은 살며시 다가와 모른 척 엉덩이를 슥 붙이고 앉는 것이었다. 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던 해, 우리 집으로 온 그녀는 타고난 성정부터 아주 도도하고 앙칼졌다. 사료는 딱 한 종류만. 간식은 절대 입에 대지 않았고, 평생 1.5kg을 유지했다. 무엇이 맘에 안 들었는지 3살 되던 해에 집을 나갔다가 고고하게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녀는 분명 고양이는 아니었다. 말티즈와 포메라니언이 섞인 누가 봐도 강아지, ‘개’였다. 출처: http://www.notefolio.net/Tteun-geum/34978 중학생 교복을 입고 처음 그녀를 받아 들었을 때를 아직도 기억한다. 하얗고 뭉실뭉실하던 그녀는 우리가 교복을 벗고 혼삿길을 걱정하는 나이가 될 0 Read more
Column 기회주의자 혹은 리얼리스트! 김월

기회주의자 혹은 리얼리스트!

15.10.05   미술사에 이름을 남기는 데 큰 기준이 되는 것은 ‘기존의 것을 전복시키고 혁신을 이루었는가’다. 쉽게 말해 완전히 새로운 흐름을 탔느냐 이거다. 혹은 누가 보아도 정말 ‘천재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작품을 창조해냈는가’도 미술사 속 인물이 되는 방법 중 하나다. 파격과 발견, 새로운 시도와 놀라운 아이디어들은 두꺼운 미술사 서적 속에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앞서 말한 두 가지와 또 다른 기준이 있다. 바로 ‘시대상을 얼마나 반영했는가’다. 시대상이란 정치, 경제, 역사를 아우르는 모든 상황을 일컫는다. 시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은 그 자체만으로도 후대의 사람들이 당시의 삶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증거가 된다. 그래서 이 기준에 부합하는 작품들은 굳이 새롭거나 독특한 시도가 아니더라도 그대로 미술사의 여러 페이지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 0 Read more
Column All you need is LOVE 김월

All you need is LOVE

15.09.22   이제 막 어린애 티를 벗어가던 교복 시절의 어느 날, 어디선가 우연히 한 장의 그림을 마주쳤다. 그림은 막연하게 ‘사랑이라는 걸 그리면 저런 느낌일까’, 하고 호기심과 설렘을 남겨주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진짜 사랑을 하고 있는 어느 날, 다시 꺼내 본 그 그림은 아직도, 여전히, 끊임없이 사랑을 발하고 있었다. <Couple Riding> 칸딘스키, 1906출처: http://www.wikiart.org/en/wassily-kandinsky/couple-riding-1906 혼자 짝사랑했던 교회 오빠(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면 백 프로다)나 몰래 쪽지를 쓰게 만들었던 그 녀석, 뭣도 모르던 대학 신입생 시절에 좋아했던 선배를 떠올려 보면 저 그림이 주는 느낌 대신 있는 힘껏 이불을 걷어차고 싶다. 그런데 문득, 지금 내 옆에 있는 친구를 떠올려보니 그림과 아름답게 합치되는 느낌이다. 모스크바의 궁전을 배경으로 애타게 서로를 끌어 0 Read more
Column 설치고, 떠들고, 생각하라 完 : 나는 나만의 것 김월

설치고, 떠들고, 생각하라 完 : 나는 나만의 것

15.06.24   연애를 아주 ‘잘’ 하는 친구가 하나 있다. 여기서 잘 한다는 말은 ‘매번 남자가 끊임없이 넘쳐나더라’ 뭐 이런 뜻이 아니라 정말로 연애 자체를 즐기며 행복하게 사랑한다는 얘기다. 친구들끼리 모여 앉으면 항상 하는 고민들, 애인과의 연락문제부터 시작하는 각종 연애 트러블이 우후죽순으로 오고 가는데도 그 친구만큼은 아주 평화롭다. 비법을 물었다. 대답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글쎄, 나한테도 상대방한테도 최선을 다 하면 되는 것 같은데?” 알쏭달쏭한 답변을 내 놓은 그녀가 떠오른다. 생각해보면, 그녀는 단지 연애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와 맞닥뜨리는 모든 일에서도 당당함과 활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랬구나! 그녀를 이토록 충만하게 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자존감’ 이었음을 깨닫는다. 현대 여성들이 롤모델로 삼는 여러 여성들의 공통점도 아마 이 1 Read more
Column 설치고, 떠들고, 생각하라 下: 붓을 뽑아 든 여자들 김월

설치고, 떠들고, 생각하라 下: 붓을 뽑아 든 여자들

15.06.10 나날이 메르스 확진 환자가 늘어가는 가운데 디씨인사이드에도 메르스 갤러리(지금은 ‘결혼 못하는 남자’ 갤러리로 이주했다는 게 유머 아닌 유머)가 생겼다. 본인이 메르스에 걸린 줄도 모르고 건방지게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다닌 ‘김치녀’는 잘 갈린 칼로 썩둑썩둑 잘도 썰려나갔다. 상황이 180도로 급 반전된 건 최초 감염자가 남자였다는 것이 밝혀 지면서부터다. 묵묵히 썰리고만 있던 김치녀들은 칼을 빼 들었다. 그다지 어렵지도 않았다. 그저 여태껏 들어왔던 말의 주체와 객체만 바꾸면 되는 일이었다.   - '여자나이가 25살이면 크리스마스'라던 그 간의 논리에 주체와 객체를 바꿨다. 같은 논리로 키보드 위에서 재생성되는 그녀들의 문장들을 보며 갑자기 떠오른 장면은 <킹스맨> 속 위풍당당 행진곡에 맞춰 펑펑펑 터지던 머리들이었다. 벌거벗은 임금님에게 거울을 들이댄 꼴이었을까, 혹은 세계에서 119위라는 성기 크기 데이터를 들이댔 1 Read more
Column 설치고, 떠들고, 생각하라 上: 페미니즘 미술의 등장 김월

설치고, 떠들고, 생각하라 上: 페미니즘 미술의 등장

15.06.03 - 출처 : http://www.notefolio.net/youjino/32814 사실 시작은 장동민이 아니었다. 그 전에 스타벅스가 있었고, 명품백이 있었고, ‘된장녀’가 있었다. 장동민과 그 무리의 발언은 이 사회에 암묵적으로 깔려있던 생각이 드디어 때가 돼 터져버린 것뿐이다. 푹 익은 여드름처럼 언젠가는 터져야 할 일이었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여혐’ ‘여혐종자’ 라는 단어가, 그리고 차마 타이핑하기도 싫은 온갖 원색적인 표현들이 게시판을 가득 메우고 있다. 어딘가에선 아예 맨스플레인(Men+Explain, 설명하는 남자)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애초에 여성을 약자, 자신들보다 못한 존재로 여기고 ‘친절하게’ ‘지식의 자비를 베풀어 주시는’ 남자들을 표현하는 단어란다. 운전자가 여자든 남자든 사고를 내는 건 ‘김여사’며 더치페이를 하는 1 Read more
Column 다른 동물 말고 너 김월

다른 동물 말고 너

15.05.27     아직도 주말에 가면 주차할 자리가 없어 임시 주차장까지 만들었다는 이케아에 드디어 다녀왔다. 소문대로 주거 생활에 필요한 모든 용품이 싼 가격으로 ‘제발 날 데려가 달라!’며 아우성치고 있었다. 사람들은 무언가에 홀린 듯 장바구니를 꽉꽉 채우고 있었고 나 역시 무엇이든 하나 사야겠다는 일념 하에 눈을 부릅떴다. 그 때, 한 장식 소품이 시선을 강탈했다.   목마 모양의 피난시엘(Finansiell)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소품은 가격이 무려 14900원이다. 스웨덴의 전통 목각인형인 달라호스(Dalahorse)에서 디자인을 뽑아온 듯 한데, 여전히 북유럽 감성 인테리어가 핫 한 우리나라에서는 인기상품 중 하나다. - 피난시엘, 출처 : http://www.ebay.de     밤이 길고 수목이 우거진 스칸디나비아 지방의 특성상 집 안을 장식하는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은 대부분 나무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 1 Read more
Column 제인(Jane)의 비극과 우리의 비극 김월

제인(Jane)의 비극과 우리의 비극

15.05.20 제인(Jane)이라는 이름,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봤을 거다. 우리나라의 ‘영희’ 정도로 영미권에선 흔한 이름이라 얼핏 스치는 인물들만 해도 엄청 많다. (제인 에어, 지 아이 제인, 제인 구달, 제인 버킨, 제인 오스틴, 그리고 레이디 제인 등) 영화나 소설 속 가상 인물이든,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든 간에 참 많은 ‘제인이’들이 사고회로 속에서 앞다퉈 줄을 선다. 그 중에서 우리가 오늘 만날 제인은 ‘9일의 여왕’, 제인 그레이(Lady Jane Gray, 1536~1554)다. - 제인 그레이의 왕실 공식 초상화, 작자 미상, 1590년대 ,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Lady_Jane_Grey     런던에 가면 내셔널 갤러리를 꼭 들러야 하는 이유가 있다. 그 곳에 소장된 어마어마한 명작들 때문은 물론이요, 무엇보다 화장실이 공짜라는데 있다. 맥도날드에서마저 화장 0 Read more
Column 완벽함의 미학 김월

완벽함의 미학

15.05.08   우연찮은 기회로 전공과는 전혀 다른 일을 시작했다. 본투비 예술 워너비! (세일러문 포즈와 함께!)라고 생각했는데 이상과 현실의 합일은 역시나 어려운 일인가 보다. 항상 봐왔던 색면과, 흐드러지는 인물 군상, 자유롭게 나부끼는 물감의 자욱은 모두 사라지고 이제부터 내가 봐야 할 대상은 기계, 기계, 기계였다. - 이런 것들이 수십 수백 가지가, 그것도 사이즈는 각각 다르게 존재하고 있었다. 전동 모터라니, 미니카에 돌리고 끼우던 그 모터밖에 생각이 안 난다. 게다가 나는 그 미니카도 만들 줄 모르던 불량(?)초등학생이었다,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Electric_motor         보통 ‘기계를 다루는 일’ 이라고 하면 굉장히 투박하고, 거칠고, 날카로워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뭣도 모르고 거래처에 다니기 시작한 기계 생 초보 여직원이 마주하는 나날은 너무나 생경 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