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미술 말하기] 기억의 조합, 이송희 작가 십사

[미술 말하기] 기억의 조합, 이송희 작가

17.12.14 앞으로 노트폴리오 매거진에 게재할 <미술 말하기>는 필명 ‘십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주원의 평론글입니다. 평론을 통해 미술사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다양한 작품 속 이야기와 그녀만의 해석을 만나보세요. 글의 원본은 ‘대안공간 눈’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억의 조합   도판 1. <Untitle>, 2016, acrylic and marker on canvas, 112.1 x 162.2 cm 우리의 일상은 기억의 조각이다. 누구의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는지 모르지만 우리의 일상은 모두 누군가와의 이야기나 어떤 사람과의 추억, 그리고 기억과도 같은 생각들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속에 들어가서 남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없으니 우리는 우리들이 기억하고 생각하고 있는 것만을 가지고 이야기를 조합해낸다. 마치 머릿속에 날짜 별 폴더 혹은 기분 별 폴더를 만들어 그 안에 차곡차곡 매 0 Read more
Column 노동과 결합한 예술, 길종상가 십사

노동과 결합한 예술, 길종상가

17.11.20 일요일을 마무리 하면서 웹툰을 보곤 한다. 중학교 때부터 만화에 빠져 살았던 내게 웹툰은 일상을 잠깐 잊게 하는 즐거운 취미이다. (물론 잠깐 보지 않는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어쨌거나 웹툰을 보면서 10대의 감성도 느끼고 가끔은 병맛을 느끼기도 하면서 즐거움을 얻는데, 최근에 굉장히 신선한 웹툰을 발견했다. 바로 <오늘도 핸드메이드!>라는 소영 작가의 웹툰이다. <오늘도 핸드메이드>, 출처: 네이버 웹툰   이 웹툰은 작가가 직접 만든 핸드메이드 소품을 보여준다. 웹툰의 내용은 서두에 소품을 만들게 된 이유와 감정을 제시하고, 이후 소품을 만드는 과정과 결과물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작가는 강아지 인형과 양말, 베갯잇, 담요 등, 일상의 소품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이렇게 물건을 선정하고 만드는 과정이 인위적이지 않은 느낌을 준다. 작가의 생각을 따라서 웹툰을 읽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면에서 작가가 만든 작품을 사진으로 접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0 Read more
Column 포스터의 힘, 민중공방(l’Atelier populaire) 십사

포스터의 힘, 민중공방(l’Atelier populaire)

17.09.26 우리는 힘(le pouvoir)이다   선거철이 되면 나라 곳곳에 포스터가 붙는다. 어떤 정당의 어떤 후보가 출마했는지 설명하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포스터가 붙는 것이다. 지난 5월에 치러진 대선에서는 안철수 후보의 포스터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곤 했다. 물론, 대선에서는 좋지 않은 성적을 냈지만 포스터 입소문만으로 어느 정도의 홍보 효과를 얻었다. 그러나 정작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그 내용에 대해서는 쉽사리 알 수가 없다. 안철수의 브랜드 가치만을 내놓기에는 포스터가 포함하는 내용이 극히 적기 때문이다. 우리 기억 속의 포스터란 아마도 ‘화재 조심’이라는 문구를 어떻게, 그리고 강렬하게 한 장의 종이 안에 넣을 것인지를 고민하던 때부터 시작할 것이다. 초등학생 때 느꼈던, 하얀 백지 위에 ‘화재 조심’이라는 표어를 어떻게 넣을 것인지를 고민하던 것이 생생하다. 종이는 작았고 0 Read more
Column [미술 말하기] 인생의 허망함을 이겨내는 관계에 대하여 십사

[미술 말하기] 인생의 허망함을 이겨내는 관계에 대하여

17.08.08 앞으로 노트폴리오 매거진에 게재할 <미술 말하기>는 필명 ‘십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주원의 평론글입니다. 평론을 통해 미술사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다양한 작품 속 이야기와 그녀만의 해석을 만나보세요. 글의 원본은 ‘대안공간 눈’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인생의 허망함을 이겨내는 관계에 대하여   <Vanitas Vanitatum(바니타스 바니타툼)> 우무길   찬란한 것들은 모두 순간에만 존재한다. 순간이 지나면 시간이 지녔던 빛은 모두 무채색의 빛으로 바래 버린다. 지금 이 순간에 생기는 오해와 인생에 대한 회한, 그리고 다양한 존재에게 내뿜고 싶어지는 미움과 허망함과 화는 조금만 지나면 없어지기 마련이다. 시간은 그만큼의 힘을 지니고 있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모든 것이 조금씩 희미해지기 때문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찬란함은 조금 있으면 모두 꺼져버릴 불씨이다. 우리 인생의 불꽃놀 0 Read more
Column 우정이라는 이름, 오인환 십사

우정이라는 이름, 오인환

17.07.14 <우정의 물건(Things of friendship)> 오인환, 2000-2008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상대방과의 공통점과 차이점, 좋은 점과 싫은 점을 찾으며 관계를 이어나갈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게 된다. 그렇게 여러 번의 만남을 통해 공통점이 많고, 좋은 점이 많이 보이는 사람을 옆에 두고자 (서로 혹은 혼자) 노력하는 게 관계를 맺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의 농도가 짙어진 단계를 우리는 ‘우정' 혹은 '사랑'이라고 명명하곤 한다. 사전에 게재된 정의를 보면, 우정은 ‘친구 사이의 정’이다. 그렇다면 친구는 무엇일까? 친구(親舊)는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을 말한다. ‘정(情)’은 마음의 작용이라고 하니, 결국 우정은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 간에 일어나는 마음의 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우정의 물건(Thin 0 Read more
Column 비누로 대리석을 번역하는, 작가 신미경 십사

비누로 대리석을 번역하는, 작가 신미경

17.06.30 <트랜스레이션 시리즈> 신미경, 비누, 가변크기, 2006-2013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를 번역하고 해석하는 일이다. 즉,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해석’이라는 것은 ‘사물이나 행위 따위의 내용을 판단하고 이해하는 일, 혹은 그 내용’인데, 여기서 ‘내용을 판단하고 이해하는 일’의 기준이 굉장히 주관적이므로 관계는 오해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첫만남 이후,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고 친해지는 것은 그만큼 오해를 얼마나 잘 풀어내는가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오해가 완전히 풀린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자신이 속한 공간과 시간에 의해 항상 변하기 때문이다.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며 최대한 오해를 푸는 쪽으로 번역을 했지만, 그럼에도 오해가 생기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나 0 Read more
Column 기억을 저장하는 남다른 방식, 쑹둥(Song Dong)의 <버릴 것 없는> 십사

기억을 저장하는 남다른 방식, 쑹둥(Song Dong)의 <버릴 것 없는>

17.06.15 Waste Not, Song Dong, Courtesy of Tokyo Gallery + BTAP, 2005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짐들을 아주 간소하게 정리하며 사는 ‘미니멀리즘적인 삶’이 한동안 인기를 끌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데, 당장 사는데 있어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면 ‘현재에 집중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물건을 버리고 나서 단정한 삶을 시작했다는 사람들의 증언도 많았다. 소소한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어질러져 있는 집안을 치우며 겸사겸사 ‘버리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막상 버리려고 하면 눈 앞에 보이는 물건이 모두 추억이었다. 그래서 버릴 수가 없었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 때 살던 단독 주택의 열쇠, 중학교 때 처음 받은 ‘친하게 지내자’던 편지, 일기를 썼던 수첩과 친구들의 롤링페이퍼, 국토대장정에 갔을 때 썼던 1 Read more
Column [미술 말하기] 잃어버린 자신을 찾는 여정, 김누리의 <Incubator> 십사

[미술 말하기] 잃어버린 자신을 찾는 여정, 김누리의 <Incubator>

17.06.05 앞으로 노트폴리오 매거진에 게재할 <미술 말하기>는 필명 ‘십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주원의 평론글입니다. 평론을 통해 미술사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다양한 작품 속 이야기와 그녀만의 해석을 만나보세요. 글의 원본은 ‘대안공간 눈’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잃어버린 자신을 찾는 여정 <소리> 혼합매체, 55X55cm, 2017   나는 여성의 글쓰기에 대해, 여성의 글쓰기가 할 일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여성은 여성 자신에 대해 써야 한다. 즉 여성에 대해 써야 하며 여성들 자신이 쓰게 해야 한다. 여성들은 자신의 몸에서 멀어졌었다. 그만큼 격렬하게 여성은 글쓰기로부터 멀어졌다. 여성은 스스로의 몸짓으로 자신을 텍스트 안에, 이 세계와 역사 속에 두어야 한다. 출처: Hélène Cixous(1976), 「메두사의 웃음(The Laugh of the Medusa)」, 윤 0 Read more
Column The room, No exit, 심규동 작가의 <고시텔> 십사

The room, No exit, 심규동 작가의 <고시텔>

17.05.26 ‘시발비용’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의 정의를 살펴보면 ‘시발비용’이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을 말한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아서 홧김에 치킨을 시켜 먹는다든가 평소라면 대중교통 이용했을 텐데 짜증이 나서 택시를 타는 비용을 말한다. 시발비용과 맥락을 같이 하는 또 다른 신조어에는 ‘탕진잼’과 ‘YOLO’가 있다. ‘탕진잼’은 사람들이 ‘다이소’에서 값싼 물건을 잔뜩 사고 인증샷을 올리거나 인형 뽑기에 몇 만원을 쓰는 상황을 말한다. ‘YOLO’라는 단어는 ‘인생은 한 번뿐이다(You Only Live Once)’라는 문장의 줄임말로, 미래를 계획하기가 불안정하고 현재밖에 보이지 않는 삶을 사는 이 시대 사람들의 모습을 나타내는 용어다.   ‘시발비용’의 1 Read more
Column 스스로 반대의 길을 걸어가는 작가, 이승택 십사

스스로 반대의 길을 걸어가는 작가, 이승택

17.04.27 Wind, Graphite and watercolor on paper, 48.7x76.4 cm, 197 요즘에 인턴을 하고 있다. 2014년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이듬해 가족들의 반대를 이기고 대학원에 들어갔다. 회사를 그만두는 것도, 대학원에 들어가는 것도 모두 반대하며 인연을 끊자고 하던 아빠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인정해주었다. 그렇게 대학원에 입학해 얼마나 많은 자기 비판에 시달렸는지, 무엇을 위해 대학원에 왔는지도 잊어버린 채 2년이 지났다. 그리고 수료생이 되어 원하던 기관에 합격해 인턴을 하고 있다. 뒤돌아보면 나의 20대 후반은 10대와 20대 초반에 없던 늦은 사춘기의 상처를 꿰매느라 정신 없이 흘러버린 것 같다. 바람 민속놀이,헝겊, 퍼포먼스, 100 x 8000 x 2000 cm, 1971   20대 중반, 어렵지도 쉽지도 않게 회사에 들어가 좋은 사람들과 만나고 힘든 일을 했다. 위 역류, 위염, 장 트러블과 있지도 않던 생리통, 목에 오던 담까 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