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기억을 저장하는 남다른 방식, 쑹둥(Song Dong)의 <버릴 것 없는> 십사

기억을 저장하는 남다른 방식, 쑹둥(Song Dong)의 <버릴 것 없는>

17.06.15 Waste Not, Song Dong, Courtesy of Tokyo Gallery + BTAP, 2005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짐들을 아주 간소하게 정리하며 사는 ‘미니멀리즘적인 삶’이 한동안 인기를 끌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데, 당장 사는데 있어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면 ‘현재에 집중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물건을 버리고 나서 단정한 삶을 시작했다는 사람들의 증언도 많았다. 소소한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어질러져 있는 집안을 치우며 겸사겸사 ‘버리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막상 버리려고 하면 눈 앞에 보이는 물건이 모두 추억이었다. 그래서 버릴 수가 없었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 때 살던 단독 주택의 열쇠, 중학교 때 처음 받은 ‘친하게 지내자’던 편지, 일기를 썼던 수첩과 친구들의 롤링페이퍼, 국토대장정에 갔을 때 썼던 1 Read more
Column [미술 말하기] 잃어버린 자신을 찾는 여정, 김누리의 <Incubator> 십사

[미술 말하기] 잃어버린 자신을 찾는 여정, 김누리의 <Incubator>

17.06.05 앞으로 노트폴리오 매거진에 게재할 <미술 말하기>는 필명 ‘십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주원의 평론글입니다. 평론을 통해 미술사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다양한 작품 속 이야기와 그녀만의 해석을 만나보세요. 글의 원본은 ‘대안공간 눈’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잃어버린 자신을 찾는 여정 <소리> 혼합매체, 55X55cm, 2017   나는 여성의 글쓰기에 대해, 여성의 글쓰기가 할 일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여성은 여성 자신에 대해 써야 한다. 즉 여성에 대해 써야 하며 여성들 자신이 쓰게 해야 한다. 여성들은 자신의 몸에서 멀어졌었다. 그만큼 격렬하게 여성은 글쓰기로부터 멀어졌다. 여성은 스스로의 몸짓으로 자신을 텍스트 안에, 이 세계와 역사 속에 두어야 한다. 출처: Hélène Cixous(1976), 「메두사의 웃음(The Laugh of the Medusa)」, 윤 0 Read more
Column The room, No exit, 심규동 작가의 <고시텔> 십사

The room, No exit, 심규동 작가의 <고시텔>

17.05.26 ‘시발비용’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의 정의를 살펴보면 ‘시발비용’이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을 말한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아서 홧김에 치킨을 시켜 먹는다든가 평소라면 대중교통 이용했을 텐데 짜증이 나서 택시를 타는 비용을 말한다. 시발비용과 맥락을 같이 하는 또 다른 신조어에는 ‘탕진잼’과 ‘YOLO’가 있다. ‘탕진잼’은 사람들이 ‘다이소’에서 값싼 물건을 잔뜩 사고 인증샷을 올리거나 인형 뽑기에 몇 만원을 쓰는 상황을 말한다. ‘YOLO’라는 단어는 ‘인생은 한 번뿐이다(You Only Live Once)’라는 문장의 줄임말로, 미래를 계획하기가 불안정하고 현재밖에 보이지 않는 삶을 사는 이 시대 사람들의 모습을 나타내는 용어다.   ‘시발비용’의 1 Read more
Column 스스로 반대의 길을 걸어가는 작가, 이승택 십사

스스로 반대의 길을 걸어가는 작가, 이승택

17.04.27 Wind, Graphite and watercolor on paper, 48.7x76.4 cm, 197 요즘에 인턴을 하고 있다. 2014년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이듬해 가족들의 반대를 이기고 대학원에 들어갔다. 회사를 그만두는 것도, 대학원에 들어가는 것도 모두 반대하며 인연을 끊자고 하던 아빠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인정해주었다. 그렇게 대학원에 입학해 얼마나 많은 자기 비판에 시달렸는지, 무엇을 위해 대학원에 왔는지도 잊어버린 채 2년이 지났다. 그리고 수료생이 되어 원하던 기관에 합격해 인턴을 하고 있다. 뒤돌아보면 나의 20대 후반은 10대와 20대 초반에 없던 늦은 사춘기의 상처를 꿰매느라 정신 없이 흘러버린 것 같다. 바람 민속놀이,헝겊, 퍼포먼스, 100 x 8000 x 2000 cm, 1971   20대 중반, 어렵지도 쉽지도 않게 회사에 들어가 좋은 사람들과 만나고 힘든 일을 했다. 위 역류, 위염, 장 트러블과 있지도 않던 생리통, 목에 오던 담까 0 Read more
Column 당신의 쓸모 없으면서도 쓸모 있는 인생을 위하여, 안규철 십사

당신의 쓸모 없으면서도 쓸모 있는 인생을 위하여, 안규철

17.04.20 <아홉 마리 금붕어> 출처: 안규철 작가 홈페이지   1) 남편은 요즘 거의 매일 야근을 한다. 그래서 밤 11시가 돼야 남편의 얼굴을 잠깐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잠이 들고, 아침에 일어나면 남편은 울상을 하고 어제 벗어놓은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는다. “다녀 올게”라는 짧은 인사와 함께. 이런 남편을 보고 어른들은 “우리 때도 모두 그랬어.”라는 짧은 위로로 ‘너만 힘든 게 아니니 버텨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가끔 이렇게 사는 것이 정말 잘하는 걸까는 생각도 들지만, 현실적으로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없어 말을 아낀다. 남편과 나는 오늘도 쓸모 있는 인생을 위해 달린다.   2) 엄마는 기간제 인턴을 하는 나에게 인턴이 끝나면 아이를 낳으라고 한다. 아마도 나를 빼고 가족 모두가 아이를 염원하고 있는 것 같다. 원래 아이를 낳으면 아이를 키워주겠다고 말했던 엄마 1 Read more
Column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이모티콘과 이모지 십사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이모티콘과 이모지

17.04.10 이모티콘은 유용하다. 상대와 대화를 나눌 때 어색한 공간을 메우기 때문이다. 물론 연령별로 사용하는 이모티콘은 다르다. 종종 아빠가 선물해준 이모티콘에는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같은 인사말이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 시리즈나 귀여운 그림의 이모티콘을 더 좋아한다. 그런 걸 보면, 사람마다 선호하는 이모티콘이 따로 있는 것 같다. 일전에 이모티콘을 주로 사는 연령층이 40-50대라는 기사를 읽었다. 직접적으로 자신들의 마음을 드러내는 방법을 배우지 않았던 세대가 카카오톡 채팅을 위해 이모티콘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버디버디’라는 메신저가 한창일 때 엄마가 “왜 매일 컴퓨터에 붙어서 쪽지만 하냐!”고 했던 일이 생각난다. 그 때 어른들을 위한 카카오톡 같은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엄마도 나처럼 계속 컴퓨터 앞에 붙어있지 않았을까. 쓸쓸하고 외로운 0 Read more
Column ‘흑인의 인권’은 가볍게 사용할 수 있는 이미지가 아니다. 십사

‘흑인의 인권’은 가볍게 사용할 수 있는 이미지가 아니다.

17.03.24 지난 2월, 프랑스에서 큰 사건이 발생했다. 프랑스 경찰관들이 22세의 흑인 청년인 ‘테오’를 검문하는 도중, 구타와 성적인 학대를 가한 것이다. 프랑스 시민들은 차에 불을 지르고 상가를 부수는 등의 격한 행위로 인종차별 행위에 답했다.    사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모습, 출처: 연합뉴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테오가 입원한 병원에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경찰은 테오의 항문에 경찰이 들고 다니는 봉을 깊게 삽입하기도 했는데, “마약을 확인하기 위한 행위”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테오를 찾아간 올랑드 대통령 그러나 인종차별은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유럽이 강한 대륙으로 거듭나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데리고 올 때부터 만들어진 편견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흑인 인권 신장’을 1 Read more
Column 당신은 국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백현주 작가 <낭패 (狼狽)> 십사

당신은 국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백현주 작가 <낭패 (狼狽)>

17.03.17 <함께 부르는 노래> 백현주 대한민국에 태어나 국민으로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국가와 나의 관계란, 보이지 않는 혈연관계와 같다. 평소에는 별로 상관이 없지만, 어느 순간에는 돌연 나의 정체성이 모두 국가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내가 먹는 것, 내가 생각하는 것, 내가 느끼는 모든 것들이 실은 국가의 영향아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진 선입견이 누구에 의해 형성된 것인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런 의심 없이 모든 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사저 앞 지지자 900명 집결 … 박근혜, 눈물 글썽인 채 미소, 출처: 중앙일보   최근,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갈망이 표출된 사건이 있었다. 바로 대통령의 탄핵이다. 촛불집회가 시작됐던 지난 11월, 집회와 관련된 글을 쓰기도 했는데 그때 시작된 촛불집회가 해가 바뀌고 달이 세 번 바뀔 0 Read more
Column 일본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모습을 담는 사진작가 안세홍 십사

일본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모습을 담는 사진작가 안세홍

17.03.10   Liu Feng-hai in China   Carminda Dou & Martina Madeira Hoar in Timor-Leste 요즘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물론 '요즘'이라는 정의는 위안부 문제가 공론화가 되고 사회적 이슈가 된 기간을 의미한다. 공론화가 되지 않았다고 해서 실재한 사건이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그런데 2015년 기사를 보니 일본에서는 조작된 내용의 댓글을 퍼뜨리며 ‘위안부’문제를 막고 있었다.   위안부 기사에 달린 악성 댓글 '21세기 가미가제, 출처: YTN 한 컷 뉴스 일본은 아직도 그러는 중이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기에, ‘위안부’ 문제는 계속해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해결되지 않은 채 말이다. 하지만 담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다. 사람들의 관심 속에 ‘위 0 Read more
Column 잡을 수 없는 유토피아를 향해서, 이불(Lee Bul) 십사

잡을 수 없는 유토피아를 향해서, 이불(Lee Bul)

17.03.06 <Civitas Solis III10>,  acrylic mirror, plywood, and galvanizing on nickel-plated aluminum frame, 162 x 112 x 14.5 cm, 2015 ‘시급 남편(時給男便)’이라는 단어가 있다. 시간당 1만 5,000원에서 2만 5,000원을 받고 남편이 하는 다양한 역할을 대신하는 대행 서비스이다. 여기서 말하는 ‘남편의 역할’이란 결혼식에 함께 참석하고, 수도꼭지나 형광등 설치와 같은 집안일을 돕기도 한다.    시급남편 서비스 항목, 출처: IT조선   시급 남편은 1900년대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른바 ‘골드미스’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그 시초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을 갖추었으나 단지 ‘남편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깔보 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