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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인터뷰] 얼굴 속에 담긴 나, 강한라 <SELF PORTRAIT>展

17.05.23 2

언제나 인물의 얼굴을 담는 그의 작업은 고요하다. 감정을 쉽게 알 수 없는 미묘한 표정과 특유의 잔잔한 분위기는 그림 속 인물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강한라의 그림에는 작가 자신이 녹아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그려낸 뒤, 그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작가에게 ‘자화상(self portraint)’에 대해 물었다. 

 

<SELF PORTRAIT>展은 5월 31일까지, 카페 론리에비뉴에서 개최된다.

 

Q1. <SELF PORTRAIT>展을 개최한 소감이 어떤가.

평소에 전시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할 때 ‘내게 좋은 경험으로 남을 수 있을까’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그런 측면에서는 전시를 계획할 당시와 개최한 지금도 상당히 만족스러워요. ‘경력’이나 ‘일’이라기보다 좋은 추억이 하나 더 생긴 느낌이에요.


Q2. 화이트 큐브의 갤러리보다 카페를 전시 장소로 삼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종종 전시주최 측에서 제 작품을 원한다기보다 그저 정해진 기간 동안 빈 공간을 채워줄 ‘무언가’를 원하는 경우가 있어요. 말하지 않아도, 작가는 느낄 수 있죠. 이번 전시의 경우, 카페 ‘론리에비뉴’의 대표님께서 먼저 연락을 주셨는데 미팅을 하는 동안 정말 제 그림을 좋아하시는 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여기서 하면 후회는 안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사람들이 카페에서 여유롭게 그림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카페 론리에비뉴 전경, 출처: 강한라

 

Q3.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들이 느꼈으면 하는 감상이 있다면

‘사람’에 대해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저는 평소 ‘우리는 살면서 단 한 명이라도 제대로 알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해요. 정말 오래 보고 가깝게 지내던 이라도 문득 낯선 모습을 보게 될 때가 있잖아요? 전 그게 한 사람 안에는 수많은 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누군가 저를 끝까지 ‘좋은 사람’으로 봤다면 최소한 그 사람에게 전 좋은 사람인 거고, 반대로 저를 ‘나쁜 사람’으로 봤다면 또 그 사람에게 전 그런 사람으로 남겠죠. 마찬가지로 그림들을 보며 인물들이 어떤 상황일지, 어떤 감정일지 생각해보고 본인의 해석이 답이라고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I tried so hard, 2016

 

Max Overshiner, 2017

 

Q4. 이번 전시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작업했던 작품에 대해 소개해 달라.

<I tried so hard>(2016)라는 작품과 전시 포스터 속 <Max Overshiner>(2017)의 의미가 커요. 두 작품 모두 마무리와 시작의 의미가 담겨있거든요. <I tried so hard> 같은 경우에는 사람들과 멀어졌을 때의 내용이에요. 그림 속 오른쪽 상단에 위치한 ‘카라’의 꽃말은 ‘열정’과 ‘순수’라는 긍정적인 뜻을 담고 있어요. 반면, 그 위에는 ‘화이트 테일 스파이더’라는 독거미가 자리 잡고 있죠. 이 거미는 사람을 죽일 정도는 아니지만, 물린 부위에 심한 염증과 감염을 남긴다고 해요. 개인적으로 이러한 거미의 특성이 연인이든, 친구든 사람과의 이별 후에 겪는 후유증처럼 느껴졌어요.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그렇다고 죽진 않잖아요? 하지만 그 기억은 계속 사라지지 않는 거고요.

<I tried so hard> 카라와 화이트 테일 스파이더(좌), <Max Overshine> 미묘한 표정(우) 


<Max Overshiner>의 경우에는 미묘한 표정을 표현하는데 주력했어요. 무표정한 것 같지만 무언가 말하는 듯하고, 내려와 있는 듯 보이지만 또 묘하게 올라간 입꼬리 같은 요소들이요. 그래서 ‘누가’, ‘어떤 기분일 때’ 그림을 보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를 것 같아요. 포스터를 양쪽 얼굴로 나눠서 만든 것도 그 이유예요.

 

Q5. 전시 전반을 기획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배치와 액자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제 작품은 크게 ‘얼굴에 집중한 작품’과 어느 정도 ‘신체까지 나온 구도의 작품’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각각 어느 벽이 더 어울릴지를 보기 위해 번갈아가며 그림을 다 걸어봤어요. 액자 또한 프레임의 디자인과 색에 따라 느낌이 달라서 여러 번 고민하고 결정했고요. 또 전시서문을 쓸 때 너무 덧붙이고 장황하게 쓰지 않도록 조심했습니다.

 

▲ Abel Van Oeveren

▲ girls

 

▲ Matthew Bell

▲ Max Barczak

 

▲ What's funny

 

▲ 가을


Q6. 많은 대상 중에서도 특별히 ‘인물’을 주제로 작업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저에게 가장 큰 부분이기 때문이에요. 사람을 만나며 외로움을 달래기도 하고, 어쩔 땐 사람들 때문에 더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고. 또 나에게 상처를 줬거나 반대로 기쁨과 감사함을 느끼게 한 사람들, 이런 것들이 제 삶 전체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림도 ‘인물’에게 끌리는 것 같아요.

 

Q7. 작업 시 사용하는 도구에 대해 설명해 달라.

종이에 색연필과 연필을 주로 써요. 종이의 경우는 종종 색지를 쓰기도 하지만, 주로 흰색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여백을 남겼을 때의 깨끗한 느낌이 좋거든요. 색연필의 경우 파버카스텔을 주로 쓰지만, 부분적으로 프리즈마를 쓰기도 해요.

 

<SELF PORTRAIT>展 전시전경, 출처: 작가 제공

‘정말 특이하게도 항상 네가 그리는 그림에는 너의 모습이 조금은 보여.
너의 느낌은 그림에서 나오는 공통된 느낌이 네 특유의 느낌이야’


Q8. 전시서문에서 언급한 내용 중, 각 인물에 작가 자신이 녹아있다는 설명이 있다. 모두 다 다른 인물을 대상으로 작업하지만, 작업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강한라 ‘자신’은 어떤 모습인가.

전시서문에 한 친구가 제게 했던 말이 나오는데, ‘자화상은 왜 안 그려?’라는 질문에서 시작됐어요. 전 제가 본 상대방의 외모, 분위기, 감정 등을 해석하며 그림을 그리거든요. 속으로 ‘저 사람이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아’하면서요. 그런데 스스로에게는 그런 게 불가능해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겠고요. 그렇게 말했더니 돌아온 대답이 ‘네 그림에서 보이는 공통적인 느낌이 바로 너의 느낌이야’였어요. 심지어 친구를 그려도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그림 속의 분위기는 너를 더 닮았는데?’라고 말하더라고요. 공통적으로 조금 나른하고, 표정이 확실하진 않지만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인 것 같아요. 어딘가 불안해 보이기도 하고요. 아마 제가 그런 사람인가 봐요.


Q9. 전시 후의 계획이 궁금하다.

사실 그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다만 올해는 그림보다도 ‘나’ 자신에게 더 집중해보고 싶어요. 내가 나를 새롭게 채우면 또 다른 그림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 조금은 설레기도 하는 마음이에요.


Q10. 관객에게 한마디

당신이 본 작가는 어떤 사람인가요? 그리고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강한라

http://notefolio.net/kang-halla
http://halla-kang.tumblr.com
http://instagram.com/kanghalla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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