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는 호돌이!

17.06.22 0

호돌이는 1983년 지명공모를 통해 88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로 선정되었다. 

‘88올림픽’ 때문일까. ‘한강의 기적’이라는 고유명사에 꼭 맞아떨어지는 급격한 경제성장과 ‘우리나라도 곧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기대감 덕분인지 88올림픽은 국민 모두가 기억하는 특별한 이벤트였다. 그도 그럴게 성인이 될 즈음, 으레 나이를 묻는 대화 속에서 “뭐야, 그럼 88올림픽도 못 겪어 봤네?”라는 말을 곧잘 듣곤 해서다. 아마 80년대 후반에 태어났다면, 이런 식의 대화패턴을 5번 중 3번쯤 겪어봤으리라. 그만큼 88올림픽은 서로의 신상을 공개하는 자리마다 공고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호돌이 전화카드, 출처: 앱스토리 매거진

<호돌이 세계여행> 출처: 영록서점


하지만 88올림픽을 목격하지 않았음에도 마치 ‘2002년 월드컵’을 겪은 것 같은 착각이 이는 건, 다름 아닌 ‘호돌이’ 때문이다. 당시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전화카드 모으기’는 호돌이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족구성원 중 한 명이 공중전화카드 모으기에 심취해 있었기에 상모를 돌리거나 태극기를 손에든 다양한 호돌이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다. 게다가 금성출판사에서 출간한 <호돌이 세계여행 전집>을 구입하면서, 호돌이는 유년시절 동안 ‘88올림픽!’하면 조건반사처럼 떠오르는 친숙한 존재였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 환승구간에 연출된 호돌이 

 

그만큼 올림픽의 마스코트가 미치는 영향은 사회문화적으로 강력하다. 또한, 국제적인 이벤트인 만큼 그로 파생되는 수익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작년에 개최했던 2016년 리우 하계올림픽만 해도 마스코트와 관련된 라이선스 상품 매출액이 3억 달러(학화 약 3410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팝업스토어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흰색의 ‘수호랑’과 반달을 품은 ‘반다비’를 마스코트로 내세웠다. 어쩐지 흑백의 대조를 이루는 두 동물의 조화가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전반적으로 둥근 몸의 모양과 동물들의 귀여운 인상, 그중에서도 ‘수호랑’의 자태가 88올림픽의 호돌이하고도 많이 닮아있다.

수호랑(Soohorang)

 2018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은 백호를 모티프로 하고 있다. 백호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호 동물이다. ‘수호랑’의 ‘수호’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와 참가자를 보호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랑'은 호랑이와 강원도 정선아리랑을 상징한다.

 

반다비(Bandabi)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는 반달가슴곰을 모티프로 하고 있다. 반달가슴곰은 의지와 용기의 상징이다. ‘반다비’의 ‘반다’는 반달의 의미를, ‘비’는 대회를 기념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텍스트 출처: 평창올림픽 공식 사이트

 

무엇보다 인상 싶은 건, ‘수호랑’과 ‘반다비’를 이용한 ‘굿즈’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전화카드 같은 시의적인 상품은 사라졌지만, 인형은 물론이요 장갑과 담요, 에코백, 텀블러, 의류 등, 평창올림픽의 엠블럼과 마스코트를 활용한 제품이 2000여 개에 달한다. 또한, 평창조직위원회는 인형 및 잡화/노브랜드 의류는 롯데와, 스포츠 브랜드 용품은 노스페이스와 계약을 체결해 브랜드 힘을 더했다. 또한, 롯데쇼핑에 상품의 제작과 유통, 판매를 위임하는 마스터 라이선시(Master Licensee)를 체결해 유통망을 넓혔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팝업스토어에 배치된 수호랑&반다비 굿즈

 

SNS 마케팅도 눈에 띈다. 2018 평창올림픽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마스코트 수호랑이 귀여움을 뽐내는 영상을 여럿 접할 수 있다. 보고 있으면 잔망스러운 수호랑의 몸짓에 엄마미소가 절로 나온다. 이를 접하는 네티즌들도 신선하고 귀엽다는 반응이다.

 

 

‘88올림픽’으로부터 벌써 30년, 마스코트와 상품, 브랜드 홍보 전략의 방식만으로 세월의 흐름을 물씬 느낄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출시되는 것은 물론, SNS를 활용한 홍보방식도 과거와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수호랑’과 ‘반다비’는 88년 호돌이의 명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기억 속에 각인된 전화카드 속 호돌이처럼 앞으로 어떤 모습의 ‘수호랑’과 ‘반다비’로 2018년을 기억할지 궁금해진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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