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를 위한 디자인

17.07.13 0

‘성(性)교육’하면 떠오르는 단상은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 담임선생님께서 남학생들을 운동장 밖으로 내몰아 여학생들만 앉혀두고 ‘생리대 사용법’에 대해 설명한 게 전부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겉포장은 이렇게 뜯고, 속옷에 이렇게 붙이는 거야. 2~3시간쯤 후에는 새것으로 교체해야 해.’라는 게 성교육’의 전부였다. 그러나 중/고등학생이 되었을 때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에도 그런 피상적인 성교육이 형편없다는 것을 직관적으로도 알 수 있었고, 마음속엔 항상 의구심이 자리했다. 어째서 ‘성교육’이 곧 ‘생리대 사용법’이 되는 거야?


<사랑마을> 성교육 e-book project, 한승연, 출처: 노트폴리오

 

여자라면 한 달에 한번 치르는 생리에 대해, 우리 사회는 ‘쉬쉬해야 할 문제’로 치부하곤 한다. 때문에 생리를 지칭하는 ‘그날’, ‘마법’, ‘대자연’같은 은어의 사용은 때때로 “생리 하냐?”따위의 폭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생리를 부끄러운 것으로 만들었고, 생리와 관련된 교육이 단순히 생리대 사용법 이상으로 전개하는데 어려움을 만들었다. 과연 PMS(premenstrual syndrome, 월경전증후군)에 대해, 생리대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교육받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생리컵과 천연생리대, 출처: momQ

 

저소득층 여학생들이 생리대가 비싸 운동화 깔창을 대신한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화두가 되기 전까지 우리사회는 ‘생리’에 대해 별로 알고 싶지 않아했다. 그래서 곧잘 ‘귀여운 남자친구 썰’쯤으로 등장하는, 갑자기 생리가 터진 여자 친구를 대신해 생리대를 구매하지만 그 종류가 뭔지 몰라 애먹는 남자친구의 에피소드가 달갑지만은 않다. 물론 여성이라면 익히 알고 있겠지만, 생리대는 대다수가 흔히 떠올리는 일회용품이 전부가 아니다. 체내 삽입형인 탐폰과 생리컵, 그리고 면 생리대가 있다. 특히, 여성 질환과 생리 중 삶의 질(?)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증대되면서 이들에 대한 관심도 늘어갔다.

 

천연 면생리대, 출처: hannah pad


면 생리대는 말 그대로 ‘면으로 만든 생리대’다. 기존의 일회용 생리대가 가진 화학물질에 대한 위험을 줄이고 환경 또한 지킬 수 있는 대체품으로 등장해 몇 년 전 인기를 끌었다. 면 생리대가 매력적인 건, 디자인에 있다. 번거롭긴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천으로 직접 생리대를 제작할 수 있고, 그만큼 심미적인 디자인 역시 뛰어나다. 시중에 제작되어 판매되는 면 생리대 역시 그러한데, 이는 기존에 ‘생리대’라 하면 떠오르는 ‘순백색’의 이미지를 깨부쉈다. 생리대도 이토록 귀엽고 아기자기하며 사랑스러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제품과 달리 사용 시 매번 세탁해야하는 번거로움과 생리혈이 샐 수 있다는 부담감이 단점으로 작용한다. (물론, 제대로 사용하면 혈이 샐 염려는 없다고 한다)

 

탐폰(tampon), 출처: http://playtexplayon.com

 

탐폰의 경우, 체내삽입형 일회용제품으로 질 안에 넣어 사용한다. 성인 검지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굵기와 길이로 삽입하기 편하고 제대로 사용만 한다면 이물감 또한 느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생리혈이 공기 중에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위생상의 이점이 크다. 그러나 질 안에 무언가 삽입하는 행위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우리나라 정서상,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여성들이 많다. 또한, 탐폰 사용 중 갑작스런 고열이나 두통을 호소하는 TSS(Toxic Shock Syndrome, 독성쇼크증후군)의 위험성 때문에 사용을 꺼리기도 한다.

 

Lily cup & Lily cup compact

 

Yukki cup

 

unicorncup

 

sckoon cup

Lady cup


Me Luna

 

최근에 화제가 된 건 생리 컵이다. 생리컵은 말 그대로 생리혈을 받는 컵모양의 생리용품인데, 천연고무나 실리콘 재질로 만든다. 사용방법은 탐폰과 비슷하다. 질 안에 생리컵을 넣고 일정 시간이 흐른 후(생리혈이 찬 후) 체외로 빼낸 뒤 세척하여 사용하면 된다. 탐폰과 마찬가지로 체내에 삽입한다는 두려움이 있긴 하지만, 매달 구입해야하는 일회용 생리대에 비해 효용가치가 크다. (여성들은 알지 않나. 생리대, 특히 탐폰의 가격이 만만찮다는 걸.) 게다가 생리컵은 생리기간 중 감내해야하는 꿉꿉함과 매번 생리대를 교체해야하는 번거로움도 한큐에 해결한다. 개인적으로 면생리대의 위생적이고 심미적인 측면과 탐폰의 간편함을 결합한 것이 생리컵이라고 생각하는데, 흥미로운 지점은 아무래도 생리가 여성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니 만큼 생리컵 역시 예쁜 디자인이 많다는 것이다.

 

Luv ur body cup, 출처: http://luvur-body.com

 

며칠 동안 기사가 날만큼, 생리컵을 둘러싼 이야기로 시끄럽다.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 받았던, 고작 ‘일회용 생리대 사용법’에 불과한 조악한 성교육이 지금까지 이어지진 않았으면 좋겠다. 2차 성징처럼, 인간이라면 당연히 겪는 ‘신체의 변화’에 대해 특정성별에게만 책임을 부과하지도, 그것을 쉬쉬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생리를 편하게 ‘생리’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면 생리대든 생리컵이든 다양하고 예쁜 제품을 선보여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면 좋겠다. 조만간 아트박스같은 샵에서도 생리컵을 마주할 수 있길, 그래서 다른 상품에도 뒤처지지 않을 또 하나의 ‘디자인 상품’이 되길 기대해 본다.

 


REFERENCE
Lily cup & Lily cup compact  https://www.intimina.com
Yukki cup, 출처: https://www.yuukicup.com
Sckoon cup https://www.sckoon.com
Lady cup https://www.ladycup.eu
Me Luna https://www.me-luna.eu
unicorncup https://unicorncup.co.uk
Luv ur body cup http://luvur-body.com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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