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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가방의 재발견, 루이비통(Louis Vuitton)

17.07.17 0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展 전시장 입구

 

지금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루이비통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비추는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展이 진행 중이다. 흔히, ‘루이비통(Louis Vuitton)’하면 떠오르는 갈색의 컬러와 시그니처 패턴은 전시를 관람하는 순간, 그 다양성에 놀라고 만다. 가벼운 마음으로 전시장에 방문했다 풍부한 볼거리와 그 이상의 가치와 철학에 놀랐다고 해야할까. 교통과 통신이 발달한 현대에서 쉬이 상상하기 어렵지만, 과거의 사람들이 사용하던 가방은 상상 이상의 기능을 갖췄다. 그래서 가방이라기 보다 하나의 ‘보석함’ 같은, 마치 시골 할머니댁에 놓여있는 커다란 동양적인 ‘함’의 느낌도 자아낸다. 때문에 전시를 관람하다보면 특이하게도 마치 한국의 고궁박물관에 방문한듯한 동·서양적 감각을 향유할 수도 있다. 

 

루이 비통(Louis Vuitton)

 

메종의 창립자 루이 비통(Louis Vuitton)은 인체공학적인 디자인 연구뿐만 아니라 내구성이 강하고 가벼운 여행가방을 제작하는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가 완성한 평평한 형태의 트렁크는 오늘날 현대적인 여행가방의 시초가 됐다. 이러한 인기로 모조품이 생겨나자 루이 비통은 캔버스 소재를 활용하고 혁신적인 패턴을 개발해 브랜드의 차별성을 확보하며 그만의 정체성을 지켜나갔다.

 

 

1875년 루이 비통은 세로로 세울 수 있는 최초의 워드로브 트렁크(Wardrobe trunk, 옷장 트렁크)를 개발했다. 양쪽으로 모두 옷을 걸 수 있게 만든 이 트렁크는 이미 여행가방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었던 루이 비통의 명성을 더욱 확고히 했다. 이후 메종의 역사는 루이 비통의 아들 조르주(Georges)와 손자 가스통 루이 비통(Gaston Louis)에 의해 써내려 갔다.

 

 

전시에서 눈여겨 봐야할 포인트는, 단순히 ‘과거의 루이 비통은 이랬다’는 사실의 확인이 아닌, 가방을 가득채우는 아기자기한 소품이다. 옷장이면 옷, 신발장이면 신발, 책장이면 책으로 가득 채운 가방 속 공간에는 당시의 생활상이 녹아있다. 그만큼 소품에 세세한 주의를 기울인 느낌이 충분히 전달되기에 전시를 관람하는 재미가 있다. 동시에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가방들의 행렬을 보고 있노라면, 어쩐지 영화 <킹스맨>이 떠오르기도 한다. 

 

윌리엄 롬블리가 소장했던 모노그램 캔버스 소재의 슈즈 트렁크, 1912

 

천연 소가죽으로 만든 이데일 트렁크, 1903

 

줄무늬 캔버스 소재의 하이 트렁크, 1890

 

 

또 다른 재미는 ‘과거의 광고 방식’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아직 미디어가 발달하지 않은 과거에는 화가가 그리는 그림이 영향력 있는 매체가 됐을 터. 때문에 가방을 제작하고 있는 장인을 그린 삽화나 루이 비통을 선전하는 광고를 보고 있자면 브랜딩의 발전이나 타이포그래피, 나아가 일러스트의 발자취를 덤으로 접하는 기분이다. 

 

 

전시장은 그야말로 별천지다. 그만큼 볼거리가 다양하다. 전시장 한 켠에는 ‘루이비통’하면 떠오르는 ‘가방’의 공식을 깨뜨리는 패션도 접할 수 있다. 이곳에 들어서면, 대다수 사람들의 ‘루이비통이 옷도 제작하는구나’라는 감상을 엿들을 수 있다. 그야말로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는 전시 제목에 걸맞는 ‘여행’의 콘셉트가 떠오르는 의복과 아이템은 바다를 연상케 하는 시원함과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잡았다. 

 

모노그램 캔버스 소재의 스페셜 라이브러리 트렁크, 1954

 

기차를 연상하게 만드는 공간 연출과, 긴 여행에 걸맞는 북 트렁크는 이번 전시의 매력 아이템이다. 현대의 우리가 장기간 여행시 아이패드나 스마트 폰을 꼭 챙기는 것처럼 과거의 사람들은 타자기와 여러권의 책을 트렁크에 차곡차곡 담았다. 누르고 싶게 생긴 타자기는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을 배경으로 긴글을 써내려 가는 여행객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또, 차곡하게 쌓인 책을 담은 북 트렁크는 현대 이북(e-book)의 전신은 아니었을까?

 

김연아 선수를 위해 제작한 스케이트 트렁크, 2012


그 외에도 국내외 스타들을 위해 루이비통이 특별히 제작한 스페셜 에디션을 살펴 볼 수 있으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방문해보길 바란다. 단순히 루이 비통의 가방 외에도 대형 설치물을 관람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총체적으로 이번 전시는 뭐랄까, 안나 가발다의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의 한 구절이 생각나는 전시다. 여주인공 카미유가 싸구려 벽난로를 구입한 기념으로 그의 이웃을 집으로 초대했을 때, 그가 가져온 트렁크에 관한 감상이다.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展 

카미유는 그가 가져온 트렁크의 내용물에 경탄했다. 그야말로 없는 게 없었다. 접시들은 자기 제품이었고 나이프와 포크와 스푼은 금박을 입힌 은이었으며, 잔들은 크리스털로 만든 것들이었다. 소금 통, 후추 통, 기름병, 커피 잔, 찻잔, 리넨에 수를 놓은 냅킨, 채소 접시, 소스 그릇, 과일 사탕 졸임 그릇, 이쑤시개 통, 설탕 통, 생선용 나이프와 포크, 코코아 끓이는 기구도 있었다. 그 모든 것들에는주인 가문의 문장(紋章)이 새겨져있었다.

출처: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안나 가발다, 2017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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