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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리뷰] ‘격자에 갇힌 바다’에 대하여

17.07.21 0

<GRIDDED CURRENTS>展, 김아영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제갤러리 K2관에서 니나 카넬(Nina Canell)과 김아영, 루노 라고마르시노(Runo Lagomarsino), 찰스 림 이용(Charles Lim Yi Yoing)의 그룹전 <GRIDDED CURRENTS(격자에 갇힌 바다)>의 오프닝을 개최했다. 오프닝은 네 명의 작가가 모두 참석해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시선을 사로 잡는 건,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니나카넬의 작품이다. 전시장 1층 곳곳에 분포된(?) 작품이 혹여 발에 채이지 않을까 마음 졸이는 것도 잠시, ‘바다’를 주제로 자신만의 관점에 따라 재해석한 작품들이 즐거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Shedding Sheaths> Nina canell, 2015, 출처: 국제갤러리 제공 

 

이번 전시에서 와닿은 작품은, 요트 선수 출신이라는 특별한 이력을 지닌 스위스의 ‘찰스 림 이용’의 작업이다. 요트선수로 올림픽에 출전할 만큼 바다와 가까웠던 그는, 자신의 삶의 터전인 싱가포르가 바다를 대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인 만큼, 싱가포르는 바다가 삶의 터전이며 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싱가포르’하면 바다보다는 화려한 쇼핑센터를 떠올리곤 한다. 국가가 바다를 대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이러한, 다소 무관심하면서도 폭력적인 태도를 작품을 통해 드러낸다.

 

찰스 림 이용(Charles Lim Yi Yoing)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섬나라로 과거 식민지 지배 하에 있었고, 1960년대 이후 간척사업을 통해 영토를 확장 해나갔습니다. 작품을 보는 바와 같이, 싱가포르는 크게 두 구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섬의 외곽지역은 이민자와 소외계층이 거주하며, 섬의 중심부로 갈수록 부유층이 메인에 자리잡고 있죠... (중략)...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싱가포르가 섬나라인 만큼 해상무역이 활발한데, 수입의 25%가 바로 ‘모래’라는 사실입니다. 60년대 이후 본격화된 간척 사업의 영향때문이죠. 애석하게도 인도네시아의 한 섬은 싱가포르에서 너무 많은 모래를 수집하는 바람에 지구상에서 사라져버렸다고 합니다. 결국 동남아시아는 싱가포르에 모래를 수출하는 는 것을 금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자 싱가포르는 바다 속에 있는 모래를 간척사업을 위해 끌어다 쓰기 시작했습니다.  - 찰스 림 이용, <GRIDDED CURRENTS> 오프닝 中

 

찰스 림 이 용의 최신작. 드론을 이용해 싱가포르에서 현재 진행 중인 간척사업을 촬영했다. 

 

전시장 2층에는 네 명의 작가가 직접 출연하거나 연출한 영상작업이 재생된다. 루노 마고마르시노는 지중해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구멍내는 행위를 통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물 속에서 벌어지는 폭력적 사투를 드러냈다. 그에게 바다는 해변이나 도시를 둘러싼 폭력의 역사이자 난민과 같은 인권에 무관심한 공간이다. 슬라이드가 넘어가는 무심하고 규칙적인 기계소리는 이러한 사회적 현상에 대한 침묵을 강하게 시사한다.

<Sea Grammer(detail)> Luno lagomarsino

 

흔히 ‘바다’하면 떠올리는 해변의 아름다운 풍경은 이번 <GRIDDED CURRENTS>展에서 그 의미를 새롭게 정의한다. 여기서 바다는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적 행위를 실어나르던 역사 속의 공간이자 국가주의적 경쟁과 국경을 나누는 공간일 뿐이다. 조류 아래 몸을 숨겨 잘 포착되지 않는 세상의 기반과 구조를 드러난 이번 전시를 통해 흥미로운 미학적 접근을 시도해보길 바란다.

 

전시기간 2017년 7월 20일 - 2017년 8월 20일 
운영시간 AM 10:00 - PM 6:00
관람료 무료 
장소 국제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54)
문의 국제갤러리 / 02-735-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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