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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리뷰] 취향은 어디에

17.08.23 0

 

지난 18일, DDP 살림터에는 디자인 컨설팅 회사 PPS 구병준 대표와 오세현 간송미술관 연구원의 포럼이 개최됐다. 이번 포럼은 <취향은 어디에>라는 주제로 각자가 정의하는 취향을 살피는 시간이었다. 흥미롭게도 두 연사는 각자의 시선에 어울리는 ‘취향’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재해석했다. 구병준 대표는 다양한 사회문화현상을 담은 ‘취향’을 선택(select)과 수집(collect), 공유(share)와 사유(private)의 조합으로 정의했다.



그에 따르면, 수집된 공유는 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는 ‘재단(foundation)’으로, 수집된 사유는 물건의 이야기를 담은 ‘경매(Auction)’로, 선택된 공유는 트렌드와 문화를 형성하는 브랜드(Brand)로, 선택된 사유는 취향과 철학의 형태로 발현된다. 때문에 취향은 수많은 것들 중 자신을 반영하는 물건의 선택으로 정의되며, 그것을 사람들과 공유하며 새로운 트렌드와 문화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독서여가(讀書餘暇)> 정선, 견본채색, 33.0 x 28.5cm

 

<인곡유거> 정선, 지본담채, 27.4 x 27.4cm 

<척재제시(惕齋題詩)> 정선 

<시화환상간(詩畵換相看)> 정선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조선시대 그림을 통해 취향을 정의한 오세현 연구원의 강연이었다. 그는 정선의 <독서여가>와 <인곡유거>, <척재제시>, <시화환상간>, 김홍도의 <월하취생>,<포의풍류>, <송석원시사야연도>를 통해 아취(雅趣)를 정의했다. 아취란, 고아한 정취 혹은 그런 취미를 일컫는 말로서 조선시대의 아취는 단순히 고급스러운 향(向)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벗삼고 독서를 즐기는 것이었다.

 

<월하취생(月下吹笙)> 김홍도, 지본담채, 23.2 x 27.8 cm

 

<포의풍류(布衣風流)> 김홍도, 27.8 x 37.0cm

 

<송석원시사야연도> 김홍도, 지본수묵, 25.6 x 31.8cm, 1745


모습에 혼이 없고, 말에 맛이 없고, 웃음에 자태가 없고, 소리에 여운이 없으며, 걸음에 운치가 없다면 껍데기만 남아 있는 하나의 진흙상일 뿐이다. 남공철.

 

때문에 당시에는 ‘모습에 혼이 있고, 말에 맛이 있고, 웃음에 자태가 있고, 소리에 여운이 있으며, 걸음에 운치가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이는 남과 더불어 나를 키워가는 정신을 탐하는 취향을 가져야 이룰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에 따르면, 이런 취향을 갖기 위해서는 향을 사르고 거문고와 바둑판을 곁에 두고 정원을 경영하고 화초나 수목을 가꾸며 벗들과 모임에서 담론, 산수유람, 척독(편지)하는 일이 필요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취를 위해 자연을 가까이하는 담론은 현대의 주류취향으로 등장한 ‘동/식물’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처럼 취향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힘을 지니는 동시에 시대별로 다양한 사회현상을 반영하고 있었다.

 

두 연사는 생각보다 다양한 의미를 지닌 ‘취향’을 쉽게 재단하여 정의할 수 없었다. 워낙 다양한 담론이 단어 안에 녹아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에 이르러서야 ‘취향’에 주목하고 그 중요성을 인식했기에 ‘취향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인생을 향유하는데 가장 중요한 ‘나는 누구인가’의 측면에서도 취향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때문에 한번쯤 자신의 취향에 대해 정의해보는 일도 좋은 일일 것이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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