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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아니었다면, 프리다 칼로 & 야요이 쿠사마

17.09.08 0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orange is the new black)>

 

미국의 인기 코미디드라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orange is the new black)>은 여성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게 된 한 여성의 이야기다. 주인공이 교도소에 처음 입소하여 동료 수감자에게 듣게 되는 대사는 우리가 인생에서 마주하는 고통을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알려준다.

 

“티베트의 수도승들은 염색된 모래를 가지고 거대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지.
며칠이나 몇 주 동안 공들여 완성한 다음 다 지워버려.
이곳에서의 경험을 만다라라고 여기도록 해. 최대한 의미 있고 아름다운 걸 만들어.”

 

만다라, 출처: <동휘스님의 해피붓다 해피만다라>

 

만다라(Mandala)는 불교의 진리를 상징하는 불화(佛畫)다. 그림의 형태는 원형이나 삼각, 사각의 특정한 경계를 여러 겹으로 겹쳐 연출한다. 그리고 그 안에 다채로운 색을 입히면서 완성한다. 종교적 측면에서 만다라가 지니는 의미를 쉽게 가늠할 수는 없지만, 만다라의 반복적인 패턴과 그 안에서 균형과 조화를 유지하는 과정은 엄청난 집중력을 요한다고 한다. 때문에 작업 동안 내면에 집중을 함으로써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고, 다양한 패턴과 채색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창작 행위를 통해 고통의 시간을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예술가들에 가장 가까운 경험일 것이다.

<프리다 칼로> 출처: http://culturacolectiva.com, http://thirdmonk.net

 

스페인의 여성화가 프리다 칼로(Frida Kahlo)의 삶은 역경과 고난 그 자체였다.

“일생동안 나는 사고를 두 번 당했다.
첫 번째는 열여덟 살 때 나를 부러뜨린 전차 충돌사고다.
이때 부러진 척추로 나는 20년 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두 번째는 바로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와의 만남이다.”


프리다 칼로는 6살의 나이에 소아마비를 앓았고, 교통사고로 죽기 전까지 30번에 달하는 수술과 죽음의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그녀는 침대에 누워서라도 창작을 이어가고자 했다.

 

<Self-Portrait with the Portrait of Doctor Farill>  

 

이 그림에서 프리다 칼로는 휠체어에 앉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그런데 그녀가 양손에 쥐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붓과 팔레트다. 그리고 그 옆엔 한 남성의 초상이 놓여있다. 이 남성은 그녀에게 7번의 수술을 시술한 Faril 박사다. 프리다는 박사에게 수술을 받은 후 1년 가까이 누워있어야 했고, 마침내 회복하여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때문에 그녀는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회복 후 첫 그림으로 박사의 모습을 그렸고, 그것을 헌정했다. 1년 가까이 신체적 고통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다시 그림을 그리게 된 것에 대한 감사함을 표한 것이다.

 

<Diego and I> 1949

 

이후 프리다 칼로는 인생의 사랑 리베라 디에고(Diego Rivera)를 만났다. 하지만 그녀는 디에고와 자신의 여동생과의 불륜을 지켜봐야했고, 심지어 절친한 친구 펠릭스와의 불륜마저 지켜봐야 했다. 이처럼 디에고의 끊임없는 여성편력과 여러 번의 유산은 칼로를 극한으로 치닫게 한다. 이러한 감정은 <Diego and I>에서도 드러난다. 작품 속 그녀의 머리카락은 칼로를 옥죄고 있고,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진다. 그러나 그녀의 이마에는 여전히 남편 디에고가 있다. 이를 통해 프리다가 남편에 대한 원망과 극심한 분노를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사랑했기에 더욱 고통스러움을 알 수 있다.

 

<Tree of Hope, Keep Firm> 1946

 

이 그림에는 밝은 하늘과 뜨거운 태양아래 피를 흘리며 누워있는 프리다와 어둡고 우울한 하늘아래 붉은 드레스를 입은 프리다가 있다. 병상에 누워있지만 그녀의 낮은 환하고 뜨거우며, 화려한 모습으로 꼿꼿이 앉아있다. 하지만 이곳은 어둡고 차디찬 밤이기도 하다. 이 그림에서 그녀가 들고 있는 깃발 속 문구는 삶에 대한 무기력함이 아닌 프리다 칼로가 여긴 가장 중요한 가치를 의미한다. "희망의 나무에서 단단히 지키라.“

 

 

야요이 쿠사마, 출처: http://adobeairstream.com


 “예술이 아니었다면, 난 진즉에 자살했을 것”

그리고 또 한 사람이 있다. 야요이 쿠사마(Yayoi Kusama)는 정신질환을 예술로 승화한 일본의 예술가다. 야요이 쿠사마는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학대를 받았고 그 영향으로 공황장애 및 강박증과 환영으로 고통 받았다. 그녀는 그녀가 바라보는 물체마다 끊임없이 좁쌀 같은 원형의 환영을 보았고, 그 점들이 세상을 가로막는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녀는 환영을 캔버스로 옮겨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도트(dot)는 곧 야요이 쿠사마 그녀만의 독특한 상징이 된다.

 

<Pumpkin BAGN8>, <The giant pumpkin> 


편집증의 영향으로 그녀는 끊임없는 반복과 이미지의 증식과 확산을 이미지로 표현했다. 그중 호박은 그녀가 좋아하는 소재로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그녀는 호박을 ‘애교 있고 독특한 사물’이라 언급하며 평면작업뿐만 아니라 설치미술로 까지 표현했다. 이렇듯 다양한 작품에서 나타나는 촘촘하고 세밀한 점(dot)은 그녀가 지닌 강박증이자 그것을 해소하는 치유의 과정을 의미한다.

 

<In infinity> 

 

<Infinity Mirror Room>

 

이후 야요이 쿠사마의 작업은 무한한 공간을 표현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는 ‘무한망’이라는 그녀의 작업적 특징으로 자리 잡는데, 도트(dot)가 거울을 통해 끝없이 뻗어나가는 공간이미지로 표현된다. 호박 외에 그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는 바로 성(性)강박증에서 비롯된 남근이다. 그녀는 남근 위에 점을 그리고 그것을 늘어놓은 공간에 누워 요염한 자태를 뽐낸다. 처음 남근을 표현했을 때 그녀는 미국에서 활동 중이었는데, 이는 남성중심의 미술계에 대한 간접적인 반항이자 강박증에 대한 표현이다. 남근 위에 누워있는 그녀의 모습은 그녀가 성(性)강박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편하게만 보인다.

루이비통 X 야요이 쿠사마 콜라보레이션

그녀가 대중적인 인기와 명성을 얻게 된 계기는 패션브랜드와의 협업이다. 야요이 쿠사마는 2012년 명품브랜드 루이비통(LOUIS VUITTON)과의 협업을 통해 의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패션 아이템을 그녀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풀어냈다. 또한 이를 전시하는 팝업스토어 역시 독특한 예술세계로 구축하면서, 그녀의 작업을 대중적으로 널리 알렸다. 이후 그녀는 파리의 퐁피두센터를 비롯한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전시를 개최했고, 작품 가격 또한 매우 상승했다.

 

George Clooney by Yayoi Kusama for W Magazine

그녀는 85세라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다. 그리고 여전히 자신이 가진 강박증을 예술로 승화시켜 스스로를 치유하고 있으며, 많은 이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자신의 강박증이 정말 싫다고 밝히기도 했다. 독특한 예술세계와 큰 유명세를 가져다줬지만 몇 십 년을 정신병원에서 보내야만했던 그녀의 삶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야요이 쿠사마는 이야기 한다.

“그래도 300년 동안 예술을 하고 싶다.”

 

이들이 겪은 역경은 뛰어난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고통 속에서도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의 갈망과 애정이 녹아있다. 때문에 우리의 삶에 고난이 찾아올 때,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만들어가고자 한다면 고통의 시간은 매우 가치 있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채이

예술과 디자인, 그 안의 다채로움을 좋아합니다.
룰루랄라한 즐겁고 사랑스러운 삶을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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