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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리뷰] 문화역서울284 <타이포잔치 2017 : 몸>展

17.10.21 0

문화역서울284

 

지금 문화역서울284는 ‘제5회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인 <타이포잔치 2017:몸>展이 진행 중이다. 구 서울역사에 꾸려진 이번 전시공간은 ‘문화역 서울’이라는 새이름에 걸맞게 시기마다 다양한 주제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과연 ‘타이포그래피’와 ‘역사(驛舍)’의 조합이 어떤 모습일지,다소 이질적인 두 요소의 결합이 어떤 분위기를 자아낼지 궁금했다. 그러나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공간을 가득 메운 고전적이면서도 세련된 조형미를 느낄 수 있었다. 

 

<새로운 행성을 위해 주민투표를 하세요> 출처:@문화역서울284 및 직접촬영

이 작품은 참여자가 미래의 새로운 행성에서 거주하게 된다고 가정하고 3D 렌더링된 가상의 행성 풍경 위에 로봇 스티커를 부착하게 한다. 몇 가지 서로 다른 종류의 로봇 스티커는 각기 다른 노동의 역할을 상징한다. 관객의 참여와 작가가 던지는 생각의 관계를 이용해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경험을 제공한다.
 

이번 비엔날레의 특징은 ‘관객 참여형 전시’라는 점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스티커로 범벅된 작품 <새로운 행성을 위해 주민투표를 하세요>와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는 문자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는 이번 비엔날레의 특징인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것 이상의 경험’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의미있는 건, 이번 전시의 주제인 ‘몸(body)’이 어떻게 작품으로 승화될수 있는지 그 다양성을 목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별전:쓰기의 시간들> 

 

중앙홀을 지나 두번째 전시장에 들어서면, 동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문자의 탄생과 각종 매체의 발달 및 서체의 변화, 인쇄의 발단과 전개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 펼쳐진다. 눈길을 끄는 건 현대에 나타나는 한글 타이포그래피의 흐름을 가시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각종 포스터들이다. 이를 통해 각종 서체의 변화와 색채의 조합, 실험적인 디자인을 살펴볼 수 있다. 동시에 전시장 한 쪽에는 한자문화권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염원을 표상한 ‘길상문자’를 접할 수 있다.   

 

<그녀의 기록> 권민호&이수연 


이전의 공간과 다소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글자, 이미지 그리고 감각>섹션에는 ‘과정에서의 타이포그래피’를 감상할 수 있다. 온전히 완성되지 않은, 미완성의 흘긴 필체는 단순 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듯 보인다. 물론, 그 의미를 정확히 가늠할 수 없을지라도 바람에 흩날리는 커다란 메모지와 특별함이 없는 ‘건조한 기록’을 보고 있노라면 타이포그래피의 다양한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다. 

 

<글자, 이미지 그리고 감각>

이곳은 온전한 문자를 갖기 이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다룬다. 통용되는 문자가 없었던 시절의 소통은 다소 원시적이고 불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직관의 메시지를 온연히 전달할 수 있는 ‘몸(Body)’이 있었다. 물론, 몸은 문자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졌지만 우리는 메시지를 담을 음파와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다. 섹션은 바로 그 ‘원시성의 감각’을 다양한 형태로 선보인다.  

 

<직관의 과정, 경험의 변주> @문화역서울284 및 직접촬영 

 

각종 포스터의 행렬, 강렬한 색채는 관람객의 눈길을 다시 한번 사로잡는다. 경직된 사회에 사는 우리는 ‘창의성’이 필요한 순간에서조차 지나치게 이성에 의지하곤 한다. 이런 맥락에서 <직관의 과정, 경험의 변주>섹션은 디자이너의 직관이 어떤 창의성을 만들어내는지, 또한 이렇게 탄생한 창의성이 작가 개개인과 만나 어떤 작품을 탄생시켰는지를 조명한다.  

 

<직관의 과정, 경험의 변주>

 

<붉게 쓰기: 몸과 타이포그래피가 맞닿는 곳>

잇따라 <골든트리>의 김나무 디자이너가 총괄을 맡은 <붉게 쓰기: 몸과 타이포그래피가 맞닿는 곳>이 펼쳐진다. 제목인 ‘붉게 쓰기’는 몸과 타이포그래피의 접점을 의미하는데, 섹션은 말 그대로 ‘몸으로 하는 글쓰기’를 제안한다. 때문에 우리는 작업에 나타난 문자를 직관적으로 읽을 수 있고, 그 의미 역시 이해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의 ‘몸’ 또한 마음을 나타내는 기호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는데, ‘붉게 쓰기’는 단순 기호성에서 벗어난 ‘몸 자체의 글쓰기’를 표현하는 공간이다.   

 

<플레이 그라운드: 디자이너가 만드는 놀이 전시장> 


이후의 섹션들은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일상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타이포그래피의 연속이다. 특히, 노래방책을 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의 숫자를 붙이는 <Korean's favorite>이 신선하다. 다분히 한국적인 장치 탓인지 사람들은 쉽게 추억과 흥미를 느끼고, 어느덧 책을 넘기며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찾는다. 이처럼 관객이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움직이고 떼고 붙이게 만드는 장치는 이번 비엔날레의 큰 특징이다. 때문에 다소 복잡하고 미로같은 전시장을 돌고 있노라면, 마치 전시장 곳곳을 누비는 관람객의 동선이 전시장에 녹아들어 하나의 거대한 작품이 되는 느낌이다. 그러므로 이번 타이포잔치를 통해 일상에 녹아든 타이포그래피를 체감하고, 직접 작품이 되어보길 바란다.  


전시기간 2017년 9월 15일 – 2017년 10월 29일  
오프닝 2017년 9월 15일 PM 5:00
운영시간 AM 10:00 - PM 7:00 
장소 문화역서울284 (서울특별시 중구 통일로1)
문의 문화역서울284 / 02-3407-3500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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