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온 한복

18.04.13 0

생활한복 브랜드 <리슬>http://leesle.com

 

광화문에서 짧은 회사생활을 하면서 좋아했던 몇몇 순간이 있다. 가을 무렵에 파란하늘에 노랗게 단풍 든 나무를 쳐다보던 출근길과 점심식사 후의 경복궁 산책, 그리고 늦은 밤까지 화려한 야경을 구경하는 일이었다. 그중에서도 점심시간의 산책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궁을 따라 걷노라면 왠지 모를 심신의 안정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때의 잔상 때문일까. 그래서 경복궁에 가는 일을 좋아한다. 그리고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경복궁 일대에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생활한복 브랜드 <리슬>, 출처: http://leesle.com


친구와의 짧은 여행으로 전주한옥 마을에 가서도, 친구들의 SNS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슬슬 예쁜 한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어렸을 때는 설날이나 추석에 입고 성인이 된 후에는 집안의 경조사가 있을 때만 입는 것이 한복이 아니라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이벤트성으로 경복궁이나 한옥마을에서 입는 전통한복이 아니라, 저고리와 치마를 본떠 현대식으로 디자인한 생활한복이 등장한 것도 비단 최근의 일은 아니다.

 

생활한복 브랜드 <리슬>, 출처: http://leesle.com


이러한 흐름에서 눈에 띈 건 젊은 디자이너가 재해석한 한복이다. 한복의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단아함을 살린 <리슬>과 다소 파격적인 패턴으로 눈길을 끄는 <씨네>다. 두 브랜드 모두 한복을 재해석했다는 점과 자신의 이름을 따 브랜드를 네이밍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들이 선보인 한복은 각기의 매력이 있다.

 

생활한복 <씨네>, 출처: @cnechoi

 

추석과 설날, 집안의 경조사 때나 차려입던 한복이 길거리에 스며들다니 감흥이 새롭다. 그만큼 사람들이 한복에 친밀감을 느껴 자신만의 특색을 살려줄 한복 디자인을 찾기도 한다. 때문에 과거보다 한복의 형태가 다양해졌지만, 혹자는 경복궁이나 전주한옥마을에서 대여하는 한복 디자인이 싸구려 같아 품격이 떨어진다고, 재해석한 한복이 왜색이 짙다며 훈수를 둔다. 그러나 그들이 정의하는 ‘전통’의 의미와 ‘왜색’의 레퍼런스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생활한복 <씨네>, 출처: @cnechoi


물론, 한복이라는 전통의상에 영감을 받은만큼 고유의 시그니처를 손상할 순 없겠지만, 그 기준을 조작적으로 정의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시중에 출시된 생활한복이 ‘한복은 입기 어려운 전통의상’이라는 편견을 깨부수고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드는 역할을 했기에 이러한 흐름이 반갑기만 하다. 앞으로도 기성복처럼 다양한 종류의 한복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이미지 출처
http://leesle.com
http://instagram.com/cnechoi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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