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뱅크시’ 당했다.

18.10.12 0

지난 5일, 흥미로운 기사를 접했다. 경매에 출품한 뱅크시(Banksy)의 <풍선과 소녀(Girl With Balloon)>작품이 약 16억 원에 낙찰되자마자 파쇄가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기사를 찾아보니 뱅크시가 해당 작품을 설치할 때 미리 액자에 분쇄기를 설치했고, 작품이 낙찰되자마자 장치를 가동해 작품을 쪼갰다는(?) 것이다. 다음날, 급하게 뱅크시의 인스타그램에 접속해 사건의 전말을 확인하고 나니 그에 대한 흥미가 증가함과 동시에 예술이 너무나도 재미있다는 감상이 들었다.

A few years ago, I secretly built a shredder into a painting. In case it was ever put up for auction….

이미 유명한 ‘그래피티 예술가’이자 ‘테러리스트 예술가’로 알려진 그는, 이번 사건을 통해 ‘역시!’의 명성을 이어갔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화이트 큐브 속 액자에 놓인 작품이 예술이라는 기존의 관념을 깨부순 것뿐만 아니라, 작품을 옥션에 출품해 낙찰되고 쪼개지는 전 과정이 예술이 된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특히, 그는 사건의 전말을 담은 영상을 게재하면서 “The urge to destory is also a creative urge(파괴의 욕구는 창조의 욕구다) – Picasso”라는 문구를 남겼는데, 이를 통해 옥션에서 벌어진 일련의 과정이 전부 그의 의도였음을 알 수 있다. 당연, 사람들은 ‘뱅크시’다운 면모에 열광했고, 베일에 감춰진 그의 정체를 더욱 궁금해 하고 있다.


Girl with balloon

흥미로운 지점은 또 있다. 바로 낙찰된 작품이 어떻게 처리될 것이냐는 담론이다. 누군가는 16억 원에 낙찰된 뱅크시의 작품이 그의 행위로 부가가치가 더해져 몇 배의 가치로 뛰어오를 것이라 말하고, 혹자는 미술관 측이 낙찰자에게 작품의 훼손을 변상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누군가는 이렇게 대중들에게 화제가 되고 작품의 귀추가 주목받는다는 자체가 돈으로 측정할 수 없는 예술적 가치를 지닌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뱅크시의 정체가 아직 까지도 드러나지 않았기에, 작품과 그에 대한 흥미가 가중되고 있다. 항간에는 미술 경매사인 ‘소더비’가 뱅크시와 협업해 이 모든 행위를 계획했다는 설도 있지만, 사실여부는 알 수 없다.

소더비처럼 권위적인 미술 경매사는 보통 출품작을 전문가들이 사전에 철저히 조사하는 데, 그림 규격에 비해 지나치게 큰 액자에 대해 주관사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소더비 측은 또 경매에 나온 제품을 일반적으로 하는 것처럼 진행자의 연단 쪽에 두지 않고 이례적으로 벽에 걸어두었는데, 이는 분쇄기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사전에 계획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출처: <파괴가 곧 창조>


작품에 손상이 가해진 만큼 낙찰자는 구매 의사를 철회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비교적 깨끗하게 파쇄된 작품을 전문가들이 어렵지 않게 원상태에 가깝게 복원할 수 있다는 점, 현대미술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큰 뱅크시의 작품이라는 점, 사상 초유의 예술사적 이벤트에 쓰였다는 점 등으로 인해 작품가치는 천정부지로 뛰어오를 수도 있다. 소더비 측은 "낙찰자와 논의 중이며 낙찰자 역시 매우 놀랐다고 한다. 다음 조치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 경매 규정에 따라 낙찰자의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출처: <파괴가 곧 창조>

'We’ve been Banksy’d!' Balloon girl self-destructs on fetching $1.3mn at Sotheby’s auction


이번 사건으로 미술계는 그야말로 뱅크시 당했다(Banksy-ed). 그럼에도 그로인해 예술의 다양한 면모를 체감할 수 있어 뿌듯하다. 또한, 앞으로의 남은 일생동안 세계의 미술계가 어떤 뱅크시를 당할지 기대가 된다.

김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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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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