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색, 여권

18.10.17 0

언젠가 한국 여권 파워가 세계 1위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실상은 알 수 없으나) 가장 위조하기가 어렵고, 그만큼 불법체류자들이 가장 훔치고 싶은 여권이 한국의 여권이란 소리도 들은 적도 있다. 때문에 해외여행을 하는 동안 특히 여권을 잘 간수하라는 주의를 수도 없이 들었지만, 쉬이 와 닿지는 않았다. 고작 얼굴 사진과 이름, 생일과 국적이 영어로 쓰인 이 작은 초록색 네모가 그렇게 대단한 힘을 지녔는지 체감할 수 없었서였다. 그러나 다른 나라를 이토록 편히 여행할 수 있는 일이 특권임을 알면서부터, 한국의 여권이 특별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인포그래픽 출처: 중앙일보


총 200개 국가를 대상으로, 비자 없이 여권으로 몇 개 나라를 갈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헨리 여권 지수(Henley Passport Index)의 2018년도 순위에서 한국은187개국을 여행할 수 있어 핀란드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과 함께 3등급 국가에 속했다. 1등급에는 189개국의 입국이 가능한 일본이, 2등급에는 188개국이 가능한 독일과 싱가포르가 속했다. …(중략) 그런데 헨리여권지수보다 먼저 2월에 발표된 아톤(Arton)의 2018년도 여권 파워 순위에서는 한국은 싱가포르의 164개에 이어 163개로 일본보다 높은 2등급에 속했다.

한편, 이렇게 한국 여권으로 많은 국가를 쉽게 통과할 수 있기에 한국 여권을 노리는 절도범들도 많다. 밴쿠버에서는 공항에서 입국을 하거나 탑승 수속을 하면서 정신이 없을 때 주로 많이 분실사고가 일어난다. 한때 한국인 관광객이 탄 버스가 스탠리파크에 정차해 있고 관광객이 내려 주변을 돌아보는 사이에 단체로 한국 여권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 적도 있었다. 출처: <세계에서 한국 여권 인기 높아, 간수 잘 해야>

 

Brexit Passport Design Competition, Design Thinking


이처럼 편히 다른 나라를 여행할 수 있다는 메리트로 각국 여권파워를 가늠하는 일이 흥미롭기도 하지만, 나라마다 다른 특색으로 해석한 여권 디자인도 흥미롭기 그지없다. 뭣 모르던 시절에는 세상에 존재하는 여권이 다 같은 모양인 줄 알았는데, 나라를 대표하는 공문인 셈이기에 여권 디자인 역시 각 나라별 특색을 지니고 있다. 또한, 나날이 발전하는 신기술에 따라 여권에도 신기술이 반영되는데, 이를 통해 발전과정을 추적해볼 수도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차세대 여권 디자인 


그리고 지난 15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외교부는 2020년부터 발급할 예정인 차세대 전자여권 디자인 시안을 발표했다. 이는 아직 확정적인 디자인은 아니며,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올해 말까지 최종시안을 선정할 예정이다. 차세대 여권디자인은 2007년 경, 문체부와 외교부가 공동으로 주관한 <여권 디자인 공모전>의 당선작으로 수정‧보완되었다. 차세대 여권 디자인의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색상’이다. 기존의 녹색표지가 남색표지로 변화했으며, 기존에 모두 동일한 디자인이었던 내지(사증면)가 시대별로 대표적인 유물을 담은 내지로 구성될 예정이다.


 

32년 만에 여권디자인이 변화를 맞은 만큼, 이를 두고 국민들의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혹자는 ‘어째서 북한 여권과 디자인이 같냐’, ‘남색이 민주당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냐’는 정치적 불만을 표출하기도 하며 깔끔한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많다. 누군가는 <여권 디자인 공모전>에 출품한 다른 디자인이 아쉽다고도 말한다. 이처럼 모든 사람의 마음을 만족시킬 수 있는 디자인은 없지만, 새롭게 변화할 대한민국의 여권이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되는 바다. 한편, 차세대 여권디자인에 대한 국민의견수렴은 온라인 설문조사와 오는 18일부터 28일까지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리는 공공디자인 기획전에서 관람객들의 의견을 받는 형식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2007 <여권 디자인 공모전> 최우수작: 안상수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표지 글자체는 한글 세로 배열을 통해 세계 속에 우뚝 서는 한국인의 자부심 표현하고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책 표지 디자인의 ‘책 제목 표현법’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배열했다. 색조는 짙은 청색으로 동쪽 나라 한국의 의미를 담은 동해의 ‘깊고 푸른 빛’을 연상토록 했다.

내지 건곤감리 4괘가 보호하는 빛나는 대한민국을 모티브로 국가 상징 태극기를 창의적으로 표현했다. 태극과 무궁화의 ‘나라 문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위조 방지를 위해 정세도(精細度) 무늬를 넣었다.

 

2007 <여권 디자인 공모전> 최우수작: 김수정 서울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표지
채도가 높은 청색을 사용했으며, 패턴은 삼태극 모티브를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퍼져나가는 점들로 이뤄져 질감이 느껴지도록 디자인했다.

내지 청색 바탕에 적색을 주조색으로 사용, 태극의 색상을 연상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의 상징적 이미지들을 다양한 크기의 점으로 패턴화하여 전통미와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동시에 표현했고 이미지에는 각각의 요소보다 짙은 색을 배경으로 하여 시각적 차별화를 꾀했다.

 

2007 <여권 디자인 공모전> 우수작: 박금준 601비상 대표, 모든 출처: <월간 디자인>


표지
건곤감리로 전체를 아우르며 앞 표지와 앞 표지 이면부에 엠보싱*디보싱 효과를 적용해 내지와의 유기적 연결을 꾀했다.

내지 10가지 전통 놀이 문화인 부채춤, 판소리, 사물놀이, 상모돌리기, 씨름, 그네뛰기, 탈춤, 연날리기, 강강술래, 태권도 등으로 국가의 힘찬 도약과 웅비, 영원한 안녕과 발전을 기원했다. 캘리그래피의 디지털화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교감을 만들어내고 여권의 시작과 끝이 우리 민족의 정신과 함께하고 있음을 표현했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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