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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북 리뷰] 이미지와 권력

16.06.03 0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 <노트폴리오 매거진>에서는 디자인에 관한 다양한 시선을 비추기 위해 디자인 북 리뷰를 기획했습니다. 책을 통해 낯선 디자인을,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선을 접해보세요.

 

08. 이미지와 권력

글: 김재웃

영화 <미드 나잇 인 파리>에는 주인공이 과거로 시간을 이동하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은 우연히 어느 카페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와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같은 여러 역사적 인물들과 조우한다. 영화는 단순히 허구가 아닌, 실제로 존재했던 유럽 내 카페 문화에 픽션을 더한 것이다. 그곳에는 정치가도 있고 사업가도 있고 작가, 화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서로의 분야에 대해 대화하며 의견을 나눴다. 때로는 뜻이 맞는 이들끼리 후원을 하며 도왔다. 각자 분야는 다르지만 시대를 공유했기에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 것이다.

 

- 영화 <미드 나잇 인 파리>중 한 장면, 출처: 캡처

 

‘역사’란 그렇다. 각 분야 별로 따로 뗄 수 없는 게 역사다. 그러나 우리가 역사를 대하는 방법은 어떤가? 분리할 수 없는 시대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로 분리해 가르친다. 그러다 보니 ‘역사’의 개념이 분리되고 ‘하나의 역사’로 대화 할 수 없게 된다. 대화가 불가능하니 역사는 고리타분해지고 재미가 없다. 디자인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디자인이나 이미지도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흐름을 알면 매우 흥미롭다.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한 시대, 한 장소를 살고 있다면 비록 전공이 다르고 영역이 다를지라도 당대의 현실에 무심할 수 없고 문제 의식을 함께 하는 일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쪽에서의 성취가 저쪽에 자극 내지 영감으로 작용하고, 거기에서 나온 결실이 다시 이쪽에 생산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일도 자연스럽다. 이렇듯 이런 현상은 서로에게 상승 작용이 나고 시대 전체의 문화 지형을 형성한다. 그것을 '공동 문화'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출처:강혁,“건축이라는 특이한 대상" <건축과 철학>, p.140

 

“불행하게도 우리에게는 이러한 공동 문화가 없다. 개별 문화의 논의가 다른 분야와 수월하게 소통이 되고, 그러한 개방성이 궁극적으로 문화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환경이 우리에게 낯선 것이다. (중략) 그래서 각 분야가 서로 만나기보다 저마다 따로 노는 일이 일상화됐다.

- 출처:강혁,“건축이라는 특이한 대상" <건축과 철학>, p.141

 

 

- 1918년 덕수궁 석조전에서 촬영한 고종황제의 어진(첫째 줄 중앙), 출처: 브레이크 뉴스

 

세계 이미지의 역사는 국제 교류, 언론의 기능이 발달하면서 시작된다. 특히, 사진기 같은 근대적 시각매체가 유입되면서 전통미술에서 벗어나 이미지에 대한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근대화 과정 동안 그 영향을 받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단순히 이 흐름이 외세의 강압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나타났다는 점이다. 고종은 그 동안 흥선대원군의 섭정부터 명성황후 시해사건, 아관파천의 아픔을 거치면서 시각 매체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대한제국을 공포하면서 그 필요성을 더욱 절감했다. 당시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프랑스 등, 세계열강에 위협받는 대한제국의 현실을 이미지를 통해 대외적으로 알려야 했기 때문이다.

 

 

- 해강 김규진이 촬영한 황제 복식 차림의 고종황제 초상사진(미국 뉴어크박물관 소장), 출처: 아주뉴스

 

이러한 고종의 의도는 마침 선교를 목적으로 국내에 머물던 선교사를 통해 실현될 수 있었다. 당시 세계는 상호간의 교류가 활발해지던 시기였고 ‘왕의 사진’은 대외적으로 한 나라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효과적인 매체였다.또한, 대내적으로는 그간 신성화되어 제사장에서만 볼 수 있던 왕가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공개함으로써 백성들의 기운을 돋우고 국가의 자주독립과 충군애국 정신을 고취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한 신문사에서는 고종의 윤허를 받아 신문과 고종황제의 사진을 함께 판매하였는데 고종황제의 사진만 팔려 신문사가 1년 구독 시에만 사진을 주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만큼 고종황제의 사진은 인기와 영향력이 컸다. 이렇듯 고종은 대내외적으로 대한제국의 구국(救國)의 일념으로 왕과 왕가, 친족, 선교사들이 방법을 강구했던 것이다. 바람 앞 등불 같은 대한제국의 운명을 시각매체로써 전화위복 하려는 시도가 흥미롭다.


- 고종과 순종,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 고종, 출처: 호남매일신문

 

왜 고종이 그 어려운 시기에 거금을 들여 서양인들에게 초상 제작을 맡겼는지, 채용신이나 서양인들의 비공식적 초상 제작이 전통적인 어진 도사와 같은 시기에 집중된 이유는 무엇인지, 또 여러 형태로 촬영된 고종이 사진들은 이러한 회화들과 어떤 관계 속에 있으며, 당시 이루어진 진전의 재정비는 이러한 근대적 매체들과 어떤 관계 속에 있는지 등 각 작품들 간의 상관 관계나 맥락에 대해서는 다루어지지 않았다.

- 출처: p.9 <이미지와 권력> 중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고종의 초상은 전통과 새로운 매체가 경합을 벌인 실험장 같았다. 고종은 조선 왕조의 정치적 전통을 이어받은 왕이자 열강들의 침입 속에서 근대 국가를 지향해야 했던 전환기의 왕이었다. 따라서 고종의 이미지들도 전통적인 어진에서 유화나 사진 같은 새로운 매체들로 제작되었으며, 그 의미와 기능 역시 다양했다. 

-p.284, <이미지와 권력> 중

 

고종의 초상 만들기는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국가 통치자의 사진이 정치적 담론 공간 속에서 활용되는 방식은 (중략) 해방 이후 이승만 정부 시기 이승만 초상 및 동상 세우기를 통해,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의 군복 입은 사진으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익숙한 시각경험으로 지속 되고 있다.

...(중략)...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고종의 초상에 대한 이 논의는 현재의 시점으로부터 재구성된 역사이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보완, 변경되어갈 이야기라 할 것이다.

- <이미지와 권력> 중

 

출처: 신문고


출처: 헤럴드 경제

 

<이미지와 권력>은 대한제국 시기의 고종과 이제 막 근대적 문명을 접하기 시작한 대중들에게 시각 매체가 어떤 의미였는지 흥미롭게 기술하고 있다. 또한, 세계 속 대한제국의 정세에 따라 시각 매체의 활용과 대중의 인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역사적 고증 자료로 풀어간다. 때문에 이 책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그리고 시각 이미지를 다루는 디자이너로서 예술 분야에 국한 된 역사가 아니라 전반적인 역사의 흐름을 흥미롭게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이미지를 재생산하는 현대의 우리에게 아주 유용할 것이다. 시각매체와 그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배움으로써 앞으로도 변화할 새로운 관점에 대해 논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도는 결국 상호간의 대화와 의견교류를 쉽게 나눌 수 있는 풍요로운 사회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제목 이미지와 권력(고종의 초상과 이미지의 정치학)
출판사 돌베개
저자 권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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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웃

더욱더 관찰하고 더욱더 통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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