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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질의 고급화, 오타쿠 아트

16.08.16 0


“속초로 가자!“ 사냥꾼들이 주섬주섬 짐을 챙겨 기차를 탄다. 이 때, 스마트폰은 반드시 챙겨야 할 무기이자 필수품이다. 이들의 목적은 바로 포켓몬을 잡으러 가는 것! 최근 스마트폰용 게임 '포켓몬go(Pokemon Go)‘가 출시되면서 때 아닌 포켓몬 열풍이 불고 있다. 그동안 애니메이션으로만 접했던 포켓몬 사냥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되면서 위기의 일본게임회사 닌텐도는 그야말로 화려한 부활을 했다.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았던 사람들에겐 ’포켓몬 고‘는 익숙하지도 않을뿐더러 이해불가의 영역일 수도 있다. 하지만 포켓몬 고는 전 세계 1억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면서 현재까지 1,8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만큼 애니메이션과 게임 산업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는 일이다.

포켓몬 고, 출처: 네이버 뉴스

 

포켓몬이라 하니 포켓몬 카드와 피규어를 수집했던 한 지인이 떠오른다. 애니메이션 속 포켓몬의 이름을 줄줄이 암기할 정도로 포켓몬을 사랑했던 지인은 ‘포켓몬 오타쿠’라 불렸다. 이렇듯 한 특정분야를 집요하게 탐닉하는 사람과 문화를 ‘오타쿠 문화’라 일컫는다. 오타쿠는 일본어로 ‘당신, 댁‘이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로 본래는 상대방을 높이는 대명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무언가에 집요히 몰두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체로 집안에서 자기만의 취미에 몰두하는 사람이나 이상한 것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대부분은 일본문화에 광적인 마니아를 뜻하는 말로 통한다. 비교적 하위문화라 여겨졌던 오타쿠 문화는 최근 몇몇 연예인들이 스스로 오타쿠임을 자칭하고 가감 없이 본인의 취향을 드러내면서 대중적인 문화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마이리틀 텔레비전 데프콘 편(위), 데프콘 트위터(아래), 출처: 캡션에 표기

 


이러한 오타쿠 문화는 예술분야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바로 ‘Mr.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와모토 마사카츠(Iwamoto Masakatsu)와 아야 타카노(Aya takano)다.

 

MR. Strawberry Voice, FRP, iron, various materials, 295 x 266 x 286 cm, 2007
출처: http://www.lehmannmaupin.com

 

MR.Whaaaaaaat!? Whyyyyyyy!?, acrylic and pencil on canvas mounted on wood panel,220.5 x 180 cm,2015
 출처: 
http://www.lehmannmaupin.com

 

먼저 ‘Mr.’는 오타쿠 아트를 통해 일본에서 일어난 대지진과 쓰나미, 방사능 피해 등의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동시에 개인의 내면과 사회적 측면을 반영하는 일에 집중했다. 그는 고난과 역경을 극복한 캐릭터를 이용해 일본에서 발생한 국가적 재난을 극복하고자하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또한 그는 오래된 캔버스나 낡은 나무판자와 같은 일상적인 소재로 작업을 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무엇보다 만화라는 서브 컬쳐를 이용해 그의 의도를 표현하고 전달하려는 점이 인상 깊다.

 

From the day, aqua blue sky and twinkling, 2009, 출처: https://theartstack.com

 

It's been like this since immemorial, 2009, 출처: https://theartstack.com

 

반면 아야 타카노는 다소 미래지향적인 메시지를 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녀의 작품은 미래에 대한 환상을 표현함으로써 애니메이션의 미학을 담아낸다. 그녀는 주로 소녀의 이미지를 차용하는데, 그녀가 그리는 캐릭터는 자유로워 보이면서도 에로틱한 느낌을 풍긴다. 그러나 아야 타카노의 작업 역시 ‘Mr’와 마찬가지로 일본 대지진의 영향을 받아 조금 더 숭고하고 인간미 있게 변하고 있다. 그녀는 일본대지진 시 죽게 된 동물을 보고 영감을 받아 그들이 좋은 곳으로 가길 원하는 마음으로 동물을 그림에 담아냈다.

 

 

무라카미 다카시와 루이비통 협업1, 출처 : https://kr.pinterest.com/

 

무라카미 다카시와 루이비통 협업2.
출처 : https://kr.pinterest.com

 

이와모토 아사카츠와 아야 타카노는 모두 ‘슈퍼플랫’이라는 이론을 이용하여 오타쿠 예술을 작업하고 있다. 이 슈퍼플랫의 원조이자 가장 대표적인 예술작가는 일본의 ‘무라카미 다카시(Takashi Murakami)’다. 사실 명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작품을 ‘명품백’을 통해 한 번쯤 접해봤을 것이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2003년 루이비통과의 협업을 통해 가방, 지갑, 루이비통 로고 등, 다양한 제품의 무라카미 라인을 선보였고 이후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 키덜트 풍으로 디자인된 상품은 루이비통의 ‘늙은’ 이미지를 ‘젊은’ 이미지로 뒤바꿨다. 동시에 다카시는 명품과 협업한 팝 아티스트로 명성이 높아졌으니 서로 윈-윈 한 셈이다.

 

Tan Tan Bo – In Communication', Takashi Murakami,2014, 출처:
https://theartstack.com

 

무라카미 다카시 역시 스스로를 오타쿠라고 지칭하며 작품에 만화적인 요소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 그는 소위 ‘망가(만화세대)’라고 불리는 1960년대 생이며 만화에 빠져 대학에 낙방할 만큼 오타쿠였다고 한다. 하지만 동경 국립대에 입학하여 일본화를 익히고 박사과정까지 밟으면서 그가 좋아하는 만화적인 특징을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었다. 특히 그는 일본 전통미술인 우키요에의 ‘플랫(평평함)’과 만화적인 요소를 결합시키면서 다카시만의 슈퍼플랫이라는 독창적인 이론을 구축했다.

 

'수퍼플랫'은 원래 납작하고 깊이가 없는 현대문화의 경박함을 나타내기 위해 쓴 용어였습니다. 일본문화가 무책임한 점, 세계문화와 융합하지 못하는 부분을 꼬집기 위해 사용했던 거죠. 이후 컴퓨터화 되는 세계상까지로 용어의 의미를 확장한 결과 지금의 개념이 탄생한 것입니다."

 

And Then x 6 (Red), Takashi Murakami ,2013, 출처: https://theartstack.com

  

Hiropon, Takashi Murakami , 출처: https://theartstack.com

 

그가 작품 초기에 선보인 캐릭터는 ‘Mr.Dob’라는 캐릭터로 어찌 보면 귀엽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소 기이한 모습이다. 마치 ‘미키마우스와 도라에몽을 합친 것 같다.’는 평을 듣는 이 캐릭터는 처음엔 귀여운 모습이었지만 점점 기괴하고 특이한 모습으로 변한다. 그렇지만 최근까지도 꾸준히 호기심과 사랑을 받는 캐릭터라고 한다. 반면, 그의 과감함을 보여주는 작품은 ‘피겨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히로폰’이라는 이름의 이 작품은 크기2.2m의 미소녀인형으로 큰 가슴을 강조한다. 이는 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여성캐릭터를 떠올리게 한다. ‘히로폰’은 순수예술작품으로 크리스티 경매에 부쳐져 우리 돈으로 약 5억 원에 낙찰되었다고 한다. 동시에 일본의 한 장난감회사인 ‘다카라’는 이 작품을 축소한 모형인 ‘미스 코코’를 내놓기도 했다. 순수예술로써 크리스티경매에 부쳐졌던 작품이 한편으로는 대중적인 장난감 회사에서 판매되다니 다소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Flower matango, Takashi Murakami, 2001-2006, 출처:https://theartstack.com

 

다카시는 자신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작품세계를 구축하면서 2006년부터 ‘히로폰팩토리(Hiropon factory)’를 설립했다. 그리고 2010년에는 ‘카이카이키키’라는 주식회사로 명칭을 바꾸면서 앤디 워홀의 현대판 ‘팩토리’로 불리고 있다. 그는 조각, 회화, 판화, 비디오, 티셔츠, 열쇠고리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말 그대로 ‘팩토리‘스럽게 그는 100여명 이상의 미술가들을 고용해 작품의 개념을 잡아주고, 그의 조수들이 작품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팩토리‘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신선한 행보는 2010년 프랑스 ‘베르사이유 전시’에서도 드러난다. 역사적인 베르사이유 궁전에 알록달록한 ‘망가’풍의 팝아트를 내건 것이다. 무엇보다 그의 ‘망가스러움‘을 승인한 것이 까탈스럽기로 소문난 프랑스이기에 더욱 이목을 끌었다. 

 

“일본 현대미술은 전후에 접어들며 오랫동안 정체되어 왔다. 일본의 망가와 애니메이션을 핵으로 세계 속에 새로운 일본 현대미술을 확실히 각인시키고 싶다.”

 

이렇듯 다카시는 현 시대의 손꼽히는 예술가인 동시에 꽤나 흥미로운 예술가다. 작품 속에 전통적인 요소와 현대적인 요소가 녹아있을 뿐만 아니라 하위문화와 고급문화의 경계를 넘나들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만의 ‘슈퍼플랫’이라는 기법은 단순히 평면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관점과 소신을 보여준다.

 

Unknown to me, Takashi Murakami, 출처: https://theartstack.com

 

일본의 만화문화를 기반으로 성장한 ‘오타쿠 문화’가 ‘오타쿠 예술’의 경지까지 이른 것은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고민과 그들의 신념 덕분이다. 이와모토 마사카츠는 작품을 통해 일본의 재난과 역경을 극복하고자 했고 아야 타카노 역시 일본의 긍정적인 미래를 이야기하고자 했다. 또한 그들의 원조라 볼 수 있는 무라카미 다카시는 세계화되지 못하는 일본문화를 융합시키기 위해 슈퍼플랫이라는 이론을 창조했다. 이렇듯 오타쿠 아티스트의 ‘일본스러운’ 자신만의 기법이 그 자체로 세계화가 되었다는 점이 깊은 울림을 준다. 어쩌면 가볍게 비춰질 수 있는 오타쿠 문화가 예술에서 만큼은 ‘가볍지 않은 가벼움’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우키요에라는 일본의 전통화에서 끄집어낸 플랫이라는 전통적인 요소가 대중적인 만화의 저급 요소를 만나 기적을 일으켰다. 아마도 오타쿠 예술은 점차 예술가들의 정교한 시선을 만나 더욱 ‘고급화’될 것이다.

 

채리

예술과 디자인, 그 안의 다채로움을 좋아합니다.
룰루랄라한 즐겁고 사랑스러운 삶을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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