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담긴 패션과 당신의 판타지, Esprit Dior

15.08.18 0

- 동대문 디지털 플라자(DDP), < ESPRIT DIOR-디올 정신>展, 출처: http://www.dior.com/


8월 25일까지 열리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의 <ESPRIT DIOR-디올 정신>展에 다녀왔다. 패션 브랜드 디올의 창시자인 크리스챤 디올(Christian Dior)의 쿠튀르 드레스부터 현재 디올의 수장인 라프 시몬스(Ralph Simmons)의 드레스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전시에서 마주한 디올의 디자인 정신은 크리스챤 디올의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다. 디자이너 아제딘 알라이아 (Azzedine Alaia)가 여성의 곡선을 이용해 밀착된 섹시함을 표현했다면, 크리스챤 디올은 드레스를 이용해 여성의 아름다움을 최대치로 이끌었다. “드레스는 여성 실루엣의 비율을 찬양하기 위해 세워진 일시적인 건축물이라고 생각한다.”며 건축가를 꿈꾸던 어린 시절을 기억이라도 하듯, 드레스를 건축물에 비유하며 우아한 디올 레이디를 만들어낸 크리스챤 디올. 전시회를 관람한 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보니 문득 ‘우주선’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저렇게 디올의 드레스가 가득한 우주선이 다가온다면 기꺼이 탑승하겠노라는 상상을 했다.

 

 

- 크리스챤 디올의 바 앙상블. 일명 ‘뉴룩(New Look)’이라고 불린다.


- 2012년 디올 가을/겨울 오트 쿠튀르 컬렉션. 출처: http://www.vogue.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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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올의 2012년 봄/여름 오트 쿠튀르 컬렉션 드레스들. 꽃봉오리가 활짝 핀 실루엣이 눈에 띈다.
출처: http://www.vogue.de/
 


집으로 가는 도중, 영화로 치면 명 장면이라고 칭할 수 있는 옷을 생각했다. 일단 보자마자 울먹거린 디올의 전설적인 ‘바 앙상블’이 보였다. 전후 사회를 살아가던 여자들에게 다시 우아함의 시대로 돌아오라는 명령을 내린 그 드레스가 눈앞에서 번쩍이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라프 시몬스(Raf Simons)의 드레스! 브랜드 정신을 이어받아 예술가에게 영감을 얻은 프린트 드레스들은 현대적인 동시에 고전적이다. 디올의 새로운 디자이너로서 당시 그가 선택한 드레스 실루엣은 그 옛날 크리스챤 디올의 잘록함과 볼륨감이었다. 그러나 라프 시몬스의 꽃봉오리 같던 드레스들을 생각하니 전시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테마가 한 단어로 집약됐다. 바로 ‘꽃’이다.

 

 

- 꽃을 연상케 하는 드레스, 출처: http://www.telegraph.co.uk/

 

- 크리스챤 디올의 1950년대 무도회복

- 출처: http://blog.bureaubetak.com
 

전시회 중반부로 갈수록 꽃에 파묻힌 기분이 들었다. “세상에서 여성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존재는 꽃이다.” 라는 말로 집약되는 크리스챤 디올의 '꽃 사랑'은 쿠튀르 드레스와 은방울꽃 모자, 그리고 향수 <디올리시모>를 통해 표현된다. 특히 넝쿨로 감싼 새하얀 무도회복과 라프 시몬스의 2012년 가을/겨울 오트 쿠튀르 컬렉션 드레스는 디올이라는 브랜드의 꽃과 여자에 대한 사랑을 제대로 보여주는 디자인이었다. 디올이라는 패션 브랜드에게 모든 꽃은 여성의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존재이다. 그리고 디올의 꽃에 대한 특별한 애착은 크리스챤 디올의 어릴 적 추억에서 시작된다.

 

 

- 출처: http://www.snipview.com/q/Christian_Dior


크리스챤 디올은 노르망디 해안에 위치한 집에서 자랐다. 그런 그에게 어머니와 함께 정원을 가꾸는 일은 인생의 낙이었다. 특히, 장미를 좋아했던 크리스챤 디올은 꽃이 지닌 향기와 아름다움 속에서 평생을 보내게 된다. 건축가가 되고 싶었던 꿈을 접고 디자이너의 꿈을 기르던 중, 그는 어릴 적 추억을 회상하게 된다. 그는 잘록한 허리와 육감적인 가슴을 가진, 꽃 같은 풍성한 스커트를 입은 여인을 뮤즈로 삼아 컬렉션을 구상했다. 언뜻 보면 디올의 풍성한 스커트 자락이 마치 튤립 같은 이유도 그에 기인한다. 유독 디올의 쿠튀르 드레스들에 장미 프린트가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출처: http://somethingvain.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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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blog.bureaubetak.com/

 


- 2013년 디올의 봄/여름 오트 쿠튀르 컬렉션. 출처: http://blog.bureaubetak.com


특히 라프 시몬스가 2012년 새로운 디올의 디자이너로 들어오며 처음으로 선보인 쿠튀르 컬렉션 장소에는 장미를 비롯한 꽃들이 사방 천지에 깔려있었다. 드레스 역시 꽃 같은 부드러운 색감과 잘록한 허리를 자랑했다. 라프 시몬스가 디올의 새로운 디자이너로서 크리스챤 디올의 꽃에 대한 찬송을 이어받아 진두지휘 한 데뷔 무대였다. 심지어 그 다음 컬렉션에서는 땅에서 막 피어난 꽃을 표현하기 위해 모델들이 땅에서 솟아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전 디자이너였던 존 갈리아노가 크리스챤 디올의 과감한 쿠튀르 정신을 닮았다면, 라프 시몬스는 내면의 여성성과 자연주의적인 로맨틱한 감성을 닮은 것이다.



 

- 알렉산더 맥퀸 2015년 가을/겨울 컬렉션. 출처: http://www.style.co.kr/

 

- 알렉산더 맥퀸 2015년 가을/겨울 컬렉션. 출처: http://www.style.co.kr/

- 셀린느 2015년 봄/여름 컬렉션. 출처: http://www.style.co.kr

- 마이클 코어스 2015년 봄/여름 컬렉션. 출처: http://www.style.co.kr/

- 마이클 코어스 2015년 봄/여름 컬렉션. 출처: http://www.style.co.kr/


꽃만큼 어디에 쓰이든 사랑스러워 보이는 것이 있을까. 특히 패션에 꽃이 쓰이면 매력은 배가된다. 옛날 로코코시대에는 하얀 얼굴에 장밋빛 같은 볼 터치가 유행이었다. 장미같이 물든 뺨이 소녀의 생기와 순수함을 상징해서였다. 거기에 노인의 지혜를 상징하기 위한 흰색의 분가루를 머리에 바른 여자가 당대 최고의 미인이었다.

 

시계 바늘을 돌리다 보면 1995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Bloom>展이 눈에 띈다. 이는 지난 세기 동안 여자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꽃무늬 드레스를 보여준 전시회였다. 그리고 2015년으로 눈길을 돌리면,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의 사라 버튼(Sara Button)이 선보인 날카로운 느낌의 새빨간 장미 프린트와 꽃잎이 말려있는 듯한 느낌의 드레스를 볼 수 있다. 옷은 마치 알렉산더 맥퀸 식의 전위적인 장미정원을 보는 것 같았다.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의 장미 프린트의 긴 원피스와 노란 재킷 역시 바로 입고 나가도 손색이 없는 경쾌한 디자인이었다. 여자를 위한 미니멀리즘 디자이너로 유명한 셀린느의 피비 파일로(Phoebe Philo)도 올해 봄/여름 컬렉션에 꽃무늬 드레스를 넣어 컬렉션의 여성미를 한층 돋구었다.

 

 

- 출처: http://www.vogue.de


나에겐 신기한 재주가 있다. 꽃을 손에 대기만 하면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시들게 하는 재주다. 그래서 한동안 꽃은 눈에도 거들떠 보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나도 어쩔 수 없는 여자인지 꽃다발을 받으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고 그 향기에 매료되었다.

 

디올의 전시회를 본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꽃씨를 사왔다. 디올의 꽃에 대한 찬가와 전시의 한쪽 벽을 다 덮었던 분홍 장미꽃이 내 마음속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꽃 하나가 이렇게 마음을 바꾸고 꽃을 돌보는 여성으로 변하게 만들다니 놀랍지 않은가? 아마 크리스챤 디올은 자신의 드레스를 보고 많은 여성들이 꽃을 통해 자신도 몰랐던 여성스러움을 이끌어 내기를 원했을지도 모른다. 꽃을 아무리 싫어해도 결국 마음 속에는 꽃에 대한 판타지가 누구나 하나씩 있기 마련이니까.

 

 

 

Lyla

오아시스와 에드워드 호퍼, 이브 생 로랑과 아제딘 알라이아를 사랑합니다.
많은 일을 경험해보고 싶고 이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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