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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패션계에 일어난 놀라운 일들 - 上

16.01.07 0

어느덧 2016년이 밝았다. 매년 그렇듯, 새해 계획을 세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난 2015년을 돌아 보고 웃음 짓는 일 역시 신년 준비에 필수일 것이다. 2015년은 ‘수용’과 ‘저항’의 해였다. 먼저 전 세계적으로 페미니즘이 재조명되며 페미니즘이 가지고 있던 오해를 깨부술 수 있었다. 그리고 페미니즘이 여성의 존엄성과 인권을 지키는 신념임을 다시 한번 공고히 했다.

저스틴 팀버레이크, 숀 펜, 브래들리 쿠퍼,  재커리 퀸토의 <Real Men Don’t Buy Girls> 캠페인 참여 사진

헐리우드 배우들의 <Real Men Don’t Buy Girls>운동부터 #HEFORSHE 해시태그 운동, 그리고 많은 명사들의 여성 인권에 대한 연설까지. 2015년은 그야말로 여성 인권의 존엄성을 기리는 해였다. 동시에 미국은 동성애자의 결혼을 합법화했다. 성별에 구애 받지 않는 사랑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을까? 사랑 때문에 박해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더 이상 성별은 Sex가 아닌 Gender이다. 사랑에는 생물학적인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사랑할 수 있고 차별의 대상이 되면 안 된다. 



- 모델 안드레 페직(Andreja Pejic), 출처: http://cosmo.lv/forums/topic/http://www.ceritamu.com/


이러한 흐름에 패션계도 당연히 응답했다. 패션계가 그 어떤 직종보다도 젠더(gender)에 민감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곳인 만큼, 페미니즘과 젠더리스를 발 빠르게 환영했다. 샤넬의 칼 라거펠트 (Karl Lagerfeld)는 –비록 현재 니트 디자인 표절 문제로 시끄럽지만- 컬렉션 피날레에서 직접 페미니즘 시위 퍼포먼스에 앞장섰다. 또한 여성으로 성 전환을 한 모델 안드레 페직(Andreja Pejic)은 그 전보다도 더 많은 커리어를 쌓고 있다.


 

케이틀린 제너, 출처: http://theguiltycode.com/tag/caitlyn-jenner/

현재 가장 잘나가는 모델인 켄달 제너 (Kendall Jenner)의 아버지였으나 성 전환 수술을 거쳐 여성이 된 케이틀린 제너(Caitlyn Jenne)는 어떤가! 그녀는 이미 당당히 미국 <베니티 페어> 4월호 커버를 장식했다. 하얀 보디수트를 입고 우아한 미소를 보이는 그녀는 ‘날 케이틀린이라 불러줘요(Call me Caitlyn)!’ 라는 문구와 함께였다. 그리고 셀린느의 디자이너 피비 파일로(Phoebe Philo)는 워킹 맘들의 진정한 휴식과 여유를 위한 2015년의 컬렉션을 구성했다. 이렇게 패션만큼 여성을 사랑하는 직종이 또 어디 있겠느냐 만은, 2015년의 성별에 대한 열기는 그 전과는 달리 아주 특별했다. 진정한 평등과 수용의 자세로 나아갈 준비를 시작한 사회 분위기와 맞아 떨어진 것이다. 따라서 패션계가 트렌드로 지정한 젠더리스는 2015년을 강타한 하나의 사회 현상이라 해도 무방했다.



미국 <보그> 9월호, 출처: http://soletstalkabout.com/


미국 <데이즈드> 9월호, 출처: http://www.fashiongonerogue.com/

젠더리스가 상반기와 중반기를 강타한 이슈였다면 2015년 하반기에는 우리가 안고 있던 약간은 고질적인 이슈가 다시 떠올랐다. 바로 '인종'과 '외모 차별' 문제다. 영화 <장고-분노의 추적자>는 흑인 노예의 기막힌 복수극을 보여준다. 피가 낭자하고 시도 때도 없이 폭발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장고의 인종 차별과 아내에 대한 복수는 더없이 통쾌하다. 피부가 하얗지 않다고 학대하고 차별했던 기록은 세계의 역사에서 없어져서는 안 될 부끄러운 일이다. 90년대 슈퍼 모델 나오미 캠벨 (Naomi Campbell) 이후로 패션쇼의 첫 번째로 등장하는 흑인 모델은 극히 줄었으며 잡지 커버는 백인 모델이 장식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다.



#BlackGirlMagic

나오미 캠벨이 흑진주라 불리며 활동하면 전성기에서 20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2015년은 변화의 기미를 보였다. 많은 변화가 SNS에서부터 시작했듯, 그 시작은 바로 해시태그였다. 사람들은 #BlackGirlMagic이라는 해시태그를 쓰며 흑인 여성의 아름다움을 재조명했다. 그리고 많은 잡지사들이 정성을 들여 잡지를 만드는 9월호의 커버도 이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영국 <틴 보그> 8월호, 출처: http://www.mameyelnuevonegro.com/lineisy/

이제까지 셉템버 이슈(September Issue)의 커버는 90% 이상이 백인 여성 모델이었으나 많은 잡지가 흑인모델을 고용했다. 특히 <틴 보그(teen vogue)>는 세 명의 신인 흑인 모델을 표지 모델로 내세웠다. 보이지 않는 인종 차별의 관행이 존재했던 패션계에서 흑인, 그것도 신인 흑인 모델 세 명이 틴 보그의 표지 모델을 장식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파리 <보그>는 그보다 빠른 5월에 흑인 모델 리야 케베데(Liya Kebede)를 커버 모델로 내세웠다. 5년 만에 나온 첫 흑인 커버 모델이다.



 

- 모델 조단 던(Jourdan Dunn), 출처: http://onevybe.com/

패션 디자이너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Dianne Von Ferstenberg) 여사도 유색인종 모델을 더 캐스팅하라고 촉구하는 편지를 디자이너들에게 보냈다. 디자이너가 직접적으로 모델의 인종에 대해 적극적으로 편지한 일은 개방적인 패션계에서도 드문 일 일터. 게다가 2015년 브리티시 패션 어워즈는 올해의 모델 상을 슈퍼 모델 조단 던(Jourdan Dunn)에게 시상했다.




모델 수주, 출처: http://www.higoodday.com/

아시아 패션 모델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모델이자 샤넬의 사랑을 받는 모델 수주가 로레알 파리의 글로벌 모델이 된 것이다. 아시아 여성으로는 최초라고 하니 이보다 더 기쁠 수는 없다. ‘패션계의 백인’들이 보이지 않는 차별의 관행을 이어가던 때에 2015년의 의미 있는 움직임은 차별과 수용의 뜻을 재조명하는 계기였다. 사실 유색 인종은 수용할 존재도 아니며 그저 존재하는 한 인간일 뿐, 노랑 혹은 갈색 피부를 지녔다고 해서 차별당할 존재는 더더욱 아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은 2015년뿐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 <2015년 패션계에 일어난 놀라운 일들>은 下에서 이어집니다.
 

 

Lyla

오아시스와 에드워드 호퍼, 이브 생 로랑과 아제딘 알라이아를 사랑합니다.
많은 일을 경험해보고 싶고 이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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