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Feminism), 다른 방식으로 보기

15.07.29 1



올해 상반기, 한국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됐다.페미니즘(feminism)이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사실 한국사회에서 페미니즘은 쉬이 언급하기 어려운, 불편한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 페미니즘이 사회와 제도의 근간, 남성과 여성의 무의식까지 통제하는 ‘남성중심적 사고’에 저항하고 여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담론임에도 불구하고, 용어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여성조차 언급하기 어려웠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일부 과격한 페미니스트(feminist)들의 권리 요구방식이 일종의 테러리즘(terrorism)으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그 예로, 극단주의적 페미니스트 발레리 솔라나스가 앤디 워홀을 저격해 목숨을 위협받았던 사건이나 성(性) 역(易)차별의 가능성을 가지는 몇몇 논의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페미니즘에 대한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은 상당부분 우리의 의식 깊숙이 자리잡은 ‘남성중심적 사고’에서 기인한다.


-영화 <데쓰 프루프(Death Proof)> 스틸컷


-영화 <데쓰 프루프(Death Proof)> 포스터, 출처: http://movie.naver.com/movie

 

 


영화 <Death Proof>는 장르영화에서 여성 캐릭터가 갖는 전형적인 ‘피해자’ 역할을 통쾌하게 뒤집는다. 영화 초반에는 여느 영화처럼 ‘보여지는 여성’과 ‘피해자인 여성’, 그리고 ‘그녀를 보는 남성’과 ‘가해자인 남성’의 모습을 나타낸다. 그러나 영화 후반부에서 그 역할을 완전히 뒤집는다. 그 역전의 순간은 상당한 충격을 안겨주는데, 이 지점에서 스스로 그 동안 얼마나 남-녀의 고정적인 역할에 익숙해져 있었는지 깨닫게 됐다.

 

 

머릿속으로 여성의 누드화를 하나 생각한 다음, 그림 속 여자를 남자로 바꾸어 보자.
그리고 그런 전환이 얼마나 폭력적인 것인지를 살펴보기 바란다. 이미지 자체에 대한 폭력이 아니라,
관객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 관념에 대한 폭력 말이다.

 

–존 버거, <다른 방식으로 보기>

 

 

페미니즘 미술은 여성의 목소리를 크게 하고, 권력과 정치에 희생된 점들을 고발하면서 우리를 둘러싼 사회를 미술이라는 형식을 통해 보여준다. 그렇다면 페미니즘 운동과 미술의 결합은 어떤 양식을 낳았는가.

-<Grande Odalisque>, Jean Auguste Dominique Ingres, 1814, 출처: https://en.m.wikipedia.org


-<no title> Guerrilla Girls, 1985-90, 출처: http://www.tate.org.uk/

 

 

페미니즘 작가들은 시각문화에서 예술의 생산자라기 보다 남성의 ‘볼거리’로 여겨져 온 여성들의 전통적인 위치를 비판하기도 하고,


-<미친년 프로젝트> 박영숙, 1995-, 출처: http://arch.cccf.or.kr/

 


숨막히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거세당한 일상을 고발하기도 한다.

-<Dinner Party> Judy Chicago ,1974-79, 출처: https://feministartpower.wordpress.com/

 

 

삼각형 모양을 이루고 있는 이 작품 속 식탁에는 신화적이고 역사적으로 기록된 여성 39명의 이름이 적혀있다. 또한, 식탁 위에는 여성 성기를 모티프로 다양하게 변주하는 독특한 식기가 놓여있다. 이렇듯, 주디 시카고(Judy Chicago)의 <디너파티(dinner party)>는 여성의 잃어버린 역사를 회복하고 재해석하여 여성만의 본질적인 특징을 강조한 작품이다.


-<Black Iris> Georgia O'Keeffe, 1926, 출처: http://www.metmuseum.org/toah/works-of-art/69.278.1

 

 

 

주디 시카고의 <디너 파티>와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의 <검은 붓꽃>은 여성만의 본질적인 특징을 강조하면서 남성과의 차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본질주의적 페미니즘 계열의 작품이다.


-<The Broken Column> Frida Kahlo, 1944, 출처: http://www.fridakahlo.org/the-broken-column.jsp

 

 

 

프리다 칼로(Frida Kahlo)는 고통 받는 자아와 이를 극복하려는 자아를 자화상으로 표현했다. 그녀는 자화상 시리즈를 통해 자신을 남성의 관찰대상이 아닌 스스로의 내면을 능동적으로 탐구하는 여성의 모습을 나타냈다.

페미니즘 작가들은 그들의 작품을 통해 시각예술 분야에서 망각된 여성의 지위를 예술의 생산자로 끌어올렸다. 그녀들의 작품과 페미니즘 운동 경향은 현대사회 속 미술의 역할에 다시 한번 고민해보게 만든다. 이제 한국사회에서 페미니즘은 그 용어에 대한 오해나 부담감도 경감되고 있는 추세다. 이 담론이 사회전반뿐만 아니라 미술계에도 활력을 불어넣어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전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길 바란다. 

 

 

 

나길

안녕하세요. 나길입니다.
영화와 소설을 좋아하고, ‘우리’의 잠재력을 믿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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