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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박타박, 집에 가는 길 <즐거운 나의 집(Home, Where the Heart is)>

15.01.15 0

 

‘신도시 키드’라고 지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산의 어느 아파트에서, 약 십오 년간 유년 시절을 보냈다. 길은 반듯하고 학교와 아파트 사이는 가까웠으며 곳곳에 근린공원이 포진해있었다. 아파트 내 놀이터에서 놀거나 단지에 딸린 상가를 이용했다. 친구들 역시 같은 동이거나 옆 동에 살았다. 주변의 풍경 모두 엇비슷한 출생 년도와 엇비슷한 모양새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양옥 주택이다. 길은 높낮이가 있고, 좁은 길이 여러 갈래로 뻗어있다. 공원이 보이지 않지만 조금만 걸으면 작은 공원이 있고 조금 더 걸으면 큰 산이 있다. 만약 누군가 ‘살고 싶은 집’에 대해 묻는다면, 큰 창 너머로 바다가 보이는 집이라 답하고 싶다. 애초에 소유하지 못할 집이라면 공간의 크기보다는 집이 위치한 장소에 집중하게 된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살고 싶은 집에 산다는 것은 대체로 불가능하니까.

 

 

- 즐거운 나의 집 

 

 

 

우리 삶에는 유년시절을 보냈던 기억의 집, 현재 살고 있는 집, 살아보고 싶은 꿈속의 집이 있다. 이 세 가지가 하나 된 집에 사는 사람은 인간으로서 참 행복한 사람이다.”

-     정기용, 2005

 

- 즐거운 나의 집, 출처 : http://blog.naver.com/clwmrjf/220237045855

 



 

 

 

아르코미술관과 글린트의 협력기획전으로 열리는 <즐거운 나의 집>은 정기용 건축가의 말을 인용해 ‘기억의 집’, ‘현재 사는 집’, ‘살아보고 싶은 집’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건축가, 시각예술작가 및 디자이너들이 참여하여 하나의 집으로 재구성하는 전시이다. 나와 가족의 생활이 있는 ‘보금자리’로써의 집, 투자가치와 ‘재산’의 규모로 인식되는 집, 실제적이기보다는 마치 3D의 산물인양 ‘허상’의 공간이 되어버린 집 등, ‘집’에 관한 다양한 가치를 떠올릴 수 있다.

 

- 벨터 벤야민 <베를린의 어린시절> 인용구

 

- 제 1전시실 <살았던 집>

 

 

 

 

 

전시장에 입장하자 미술관은 집으로 탈바꿈한다. 제1전시실은 ‘살았던 집’을 주제로 누군가의 집을 방문한듯한 인상이다. 현관문에서 거실, 부엌, 침실, 화장실로 이어지는 공간은 기본적인 기능 외에 공간이 담는 기억을 환기시킨다. 게다가 상패, 도자기, 소파처럼 집안을 구성하는 시각적 오브제 외에도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구절을 인용해 감상적인 분위기를 이끈다.

 

 

우리의 감정이라 부르던 어떤 것. 우리의 취향이라 부르던 모든 것.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되었던 모든 것.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되었던 어떤 것. 거실에는 어떤 모든 것이 있다.”

-     이제니, 거실의 모든 것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부엌이다. 그것이 어디에 있든, 어떤 모양이든, 부엌이기만 하면,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장소이기만 하면 나는 고통스럽지 않다.”

-     요시모토 바나나, 키친

   

- 제 2전시실 <살고 있는 집>, 출처 : http://www.arkoartcenter.or.kr

 

 

 

 

 

 

제2전시실의 ‘살고 있는 집’은 자신의 수입을 기반으로 한다. 이름하여 ‘확률 가족’. 베이비붐 세대와 자녀세대인 에코 세대의 자산을 합해 앞으로 불확실한 미래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따져보는 현실의 장(場)이다. 방문을 열자마자 바닥에 맵핑된 그래픽컬한 좌표는 순식간에 관객을 압도한다. (언제가 이 전시실의 부감샷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치 보드게임에 서있는 말이 된 듯, 주변에 위치한 숫자에 의해 몸이 움츠러들고 결코 마주치기 싫은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소득수준과 부모의 자산으로 결정되는 주거형태, 구체적인 통계와 실제 사례들.

 

다행히 전시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대안적인 집’에 대한 기틀을 제공하며 (외면하고 싶은 그러나 제대로 된) 현실인식을 통해, 또 다른 대안으로 나아갈 토대를 형성한다. 이 거대한 보드게임을 벗어나면 김기조 디자이너의 ‘선착순’, ‘마지막’, ‘평생’, ‘기회’ 등 한글 레터링이 씁쓸한 웃음으로 반겨준다.

 

- 집과 관련된 소리, 영상, 도큐먼트가 흘러나오는 휴게공간, 출처 :  http://www.arkoartcenter.or.kr

 

 

 

 

 

제2전시실과 제3전시실 사이에 위치한 아카이브 라운지는 과거의 추억과 현실의 막막함 사이에 쉼표를 찍어준다. 미술관 너머 마로니에 공원을 보며 제1, 2전시실의 이야기를 정리해볼 수 있다.

 

- 제3 전시실 <살고 싶은 집>

 

 

 

 

 

 

제3전시실은 대안의 공간이다. “살고 싶은 집”을 주제로 각국의 다양한 대안모델을 제시한다. 또한 중앙에 자리 잡은 수십 권의 책, 평면도, 영상 등이 관람자를 기다린다. 마치 전시의 주된 물음인 ‘우리에게 필요한 집은 무엇이고 또 어떤 형태인가?’를 넌지시 제시하는 것 같다.

다양한 오브제와 영상, 그래픽 등으로 표현된 삶과 집. 집이 가진 가장 근본적인 이유를 되새기는 <즐거운 나의 집>은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다시 집에 돌아오기 위해서 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전해주었다.  

 

 


전시기간  2014년 12월 12일 - 2015년 2월 15일 
관람시간 오전 11시 - 오후 7시 (* 입장마감 : 6시 30분)
입장료 무료
도슨트 평일(화-금) 2시 4시 / 주말 2시 4시 6시 
문의 02-760-4614
홈페이지 아르코 미술관

 

낭창낭창

삽질 대장, 딴짓도 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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