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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유명해지면, 네가 똥을 싸도 박수를 칠 거야

16.12.28 0

무제, 마크 로스코, 1970, 출처: http://www.asiae.co.kr

 

무제, 마크 로스코, 1956, 출처: http://www.asiae.co.kr

 

예술가의 똥(Artist's Shit), 피에르 만초니, 1961, 출처: http://lamblegs.wordpress.com

 

찐한 물감을 짙게 끼얹은 듯한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그림이나 어느 예술가의 똥으로 만들었다는 통조림(피에르 만초니, Piero manzoni)을 보고 있자면 ‘무엇이 예술인가’는 철학적인 사유에 빠지게 된다. 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감상과 동시에 작품을 마주한 두 눈에 동공지진이 일면, 어째서 나를 뺀 모든 관람객들이 그리도 교양 있어 보이는 걸까. 전시에 앞서 작가의 세계관과 작품의 함축적인 의미를 미리 공부하고 와서인지, 아니면 정말 작품을 통해 뭔가를 느껴서 인지, 사람들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거리거나 무언의 사유를 하고 있다. 그런 틈을 타 “저기요. 제가 뭘 몰라서 그러는데요, 왜 고개를 끄덕이시는 거예요?”라고 물어보자니 찌질하기 그지없고, 스스로가 ‘전시장 속 찐따’처럼 느껴지는 풍경은 비단 나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How To Make Modern Art, Ethan Klein, 출처: 영상 캡처

 

물론, 위처럼 소심한 방식(?)으로 작품 앞의 자신이 ‘찐따인지 아닌지’ 고민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람들은 흔히 “에이~ 저런 것쯤은 나도 할 수 있겠다!”는 ‘후려치기’ 발언을 자주하곤 한다. 저런 감상을 접할 때면 ‘아니 왜 직접 해보시지?’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야 말았다.

 

How To Make Modern Art

 

유튜브 채널 H3h3production을 운영하는 에단 클레인(Ethan Klein)은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현대미술’의 특징을 잘 살펴본 뒤, 직접 작품 만들기에 나선다. 그는 책상 위에 올려진 두 개의 팔찌를 찍은 영상과 전화번호부 종이가 한 장씩 찢겨져 예술이 된 ‘작품’을 보면서 매우 혼란스러워하며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미술관에 있는 내내 작품을 곱씹는 다른 관객들과 달리 ‘진짜 이게 뭔지 모르겠다’는 멍청한 표정을 짓던 그는, 작품을 만드는 3가지 방법을 찾아내고야 만다. 바로, ‘1) 오래된 물건으로 보일 것’, ‘2) 유리 액자 안에 넣을 것’, ‘3) 쓰레기를 되팔 것’이다.

 

 
이렇게 ‘작품 만드는 법’을 알아낸 에단 클레인은 직접 작품 만들기에 나선다. 그는 영상 내내 자신이 쓰고 있던 빨간색 비니를 높은 건물에서 떨어뜨려 행인들이 밟고 지나가게 해 ‘1) 오래된 물건처럼 보이게’ 만들었고, 그것을 주워담아 ‘2) 유리 액자 안에’ 넣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만든 ‘쓰레기’를 이베이(ebay)에 올려 판매를 시작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1) Make it look old

 


2) Put it behind glass

 

3) Resell old crap

 

출처: http://www.ebay.com

 

놀랍게도 에단 클레인의 ‘예술가의 비니(Artist’s Beanie)’는 2016년 3월 3일, 1000만 100달러(한화 약 120억 8012만원)에 낙찰된다. 간단히 생각해보면 ‘예술가도 아닌 그’가 딱히 특별한 기교도 없이 내놓은 쓰레기를 어마어마한 돈을 주고 사는 사람도 있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돈 벌기 참 쉽다는 생각도 든다. 세상 사람들 모두 생각하는 게 비슷해서인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대중들에게 ‘논란 거리’가 되는 자체부터 새로운 시도가 되며 예술로써 인정받는다는 사실이다.

 

 

출처: http://www.dailymail.co.uk

 

그리고 여기, 한 소년이 있다. 17세의 소년 칸야탄(Khayatan)은 친구들과 방문한 미술관에서 유쾌한 장난(?)을 친다. 그의 일행 중 한 명이 쓰고 있던 안경을 미술관 바닥에 살포시 내려놓은 것이다.

 

출처: http://www.dailymail.co.uk

 

놀랍게도 사람들은 ‘예술가의 모자’에 보였던 반응처럼 ‘안경’을 ‘예술작품’으로 대하기 시작한다. 일부 관람객은 사진을 찍기도 하고, 골똘히 감상에 빠지기도 한다. 소년은 이러한 사람들의 모습을 SNS에 게재했는데, 대중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혹자는 이 소년의 예술성을 칭찬했고, 혹자는 이러한 현상이 “내가 예술을 싫어하는 이유”라며 “현대 미술은 바보 찐따들에게 돈을 뜯어내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라며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칸야탄과 그의 친구들은 모자와 쓰레기통을 이용해 비슷한 시도를 해봤지만 안경만큼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출처: https://www.buzzfeed.com

 

물론, 사진 속 관람객들의 모습이나 에단 클레인의 표정이 호구같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들의 시도가 유쾌하며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다들 말로는 ‘에이~ 저런 거 나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리고 ‘똥을 싸도 예술이 될 수 있다’면 이 얼마나 평등한 제도(?)인가!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앤디 워홀에 의하면 똥을 싸는 주체가 아주 유명한 사람이어야 하지만, ‘의미’만 있다면 누구든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미술은 쉽고도 어려운 분야임은 분명하다. 누구나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무엇이든 예술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술 전공자도, 예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도 갖추지 못했지만 현대미술은 기존의 엄격하고 어렵기만 한 예술계에 살포시 던지는 ‘유쾌한 농담’이 아닐까는 생각을 해본다. 

 

"미술사에는 이런 리바이벌이 흔하게 있어왔어요.이런 리바이벌은 충분히 주목을 받아요. 봐요, 그게 ‘똥’이든 뭐든지 간에 논란이 되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수록 ‘예술작품’이 됩니다. 벌써 여기서 우리가 이 사건에 대해 떠들고 있잖아요? 그 다음에 신문과 방송에서 다뤄지고, 그렇게 작품이 홍보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재료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도 없던 것이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가격도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게 되는 거죠.”

- 출처: 정호진의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에서

 

김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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