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플러스 사이즈가 살아남는 법!

15.09.14 0


- 플러스 사이즈를 위한 매거진 <66100>의 편집장 김지양, 출처: http://kr.wsj.com

 

처음 김지양씨를 봤던 기억이 난다. 그녀와 친분이 있는 지인이 그녀의 SNS에 댓글을 달았다. 패션지 <보그>와 함께 화보를 찍었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후에 구글에 그녀의 이름을 치고 화보사진을 구경했다. 같은 플러스 사이즈 소유자인데도 그녀의 플러스 사이즈 몸매가 눈에 들어왔다. 보통 이런 글을 쓸 때 ‘그녀의 자신감이 먼저 보였다.’는 말을 먼저 하지만 솔직히 ‘몸매’부터 눈에 띄었다. 연달아 이렇게 화보를 찍기까지 그녀가 한국에서 들어야만 했던 인신공격적인 말들이 상상됐다. 그러고 나서야 그녀의 자신감이 느껴졌고 그녀가 부러웠다. 그것도 엄청 많이. 코르셋을 입고 스타킹을 신고(그것도 사람들이 플러스 사이즈 몸매는 입으면 안 된다고 못박은 줄무늬 스타킹!) 아름다운 웃음을 짓는 그녀가 엄청나게 예뻐 보였다. 나는 쉽사리 도전하지 못할 걸 알았기 때문이다.

- 2015년 1월 <보그 코리아> 

 




언제부터 플러스 사이즈 몸매를 가진 여자들의 입지가 좁아진 걸까?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그 본격적인 시작은 1920년대다. 옛날부터 당연히 날씬한 몸매의 소유자들이 인기가 더 많았을 것이다. 날씬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연약함은 엠파이어 시대의 물에 젖게 한 드레스만큼이나 매력적이다. 20년대는 플래퍼 스타일이 유행이었다. 납작한 가슴에 마른 몸을 가진 단발의 여성들이 짧은 치마를 입고 담배를 피던 시절의 이야기다. 살이 찔수록 가슴은 커지기 마련이니 최첨단 유행이라는 균형대 위에서 넘어지지 않고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날씬한 사람들뿐이었다.

- 1920년대 플래퍼 스타일
출처: http://www.dailymail.co.uk

 

- 1950년대 모델.
출처: http://www.vanityfairrewards.com

 

- 1960년대의 트위기
출처: http://madfashionlover.com

 

세계대전이 끝나고 디올이 우아함의 시대로 돌아오라고 선언하자 풍만한 실루엣이 다시 복귀한다. 그래 봤자 ‘가슴만’ 풍만한 실루엣이었다. 여전히 허리는 잘록했다. (그러나 디올의 튤립 같이 퍼지는 긴 스커트는 지금도 플러스 사이즈의 여자가 입었을 때 우아한 매력을 뽐내게 해주는 유산이다.) 1960년대는 ‘날씬한 몸매 예찬론’이 시작된다. 메리 퀸트의 미니스커트와 형형색색 스타킹을 소화할 수 있는 여자는 트위기밖에 없었다. 짧은 머리에 과한 속눈썹, 빼빼 마른 몸매는 제 2의 트위기들을 만드는 하나의 기준이 됐다. 이때부터 현대 여성 몸매 기준이 바뀌기 시작한다. ‘여자는 무조건 연약해 보이는 몸매여야 한다.’는 기준. 그리고 이 기준은 2015년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름다움은 44사이즈와 88사이즈로 구분되는 게 아니에요.
아름다움은 숫자가 아니에요. 육체적인 것도 아니고요.”

출처: https://www.flickr.com

 

돌이켜 보면 오동통한 몸매 때문에 울기도 많이 울었다. 생애 처음으로 잡지를 본 건 10살 때인데, 당시 외국 모델들은 몸매 규정이 공식적으로 논해지기도 전이라 엄청나게 말랐었다. 잡지를 보며 왜 난 이러지 못하냐고 울었고 엄마는 결국 운동을 시켰다. 그 후로 다이어트는 계속됐다. 당시에는 “청소년기에 하는 다이어트는 건강에 안 좋다고? 지금 당장 놀림 받는데 그게 대수야?”는 식이었다. 다이어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빛을 발했다. 가장 사교적이었고 어딜 가든 많은 친구가 생겼다. 그러나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비만이 가장 많이 된다는 19살 수험생 시절,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대로 재수학원으로 들어가 1년을 더 의자에 앉아있었다. 두 번째 수험생 시절을 가장 괴롭혔던 건 ‘성적’ 다음으로 ‘몸매’였다. 설상가상 우울증까지 겹쳐 복합적인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기 시작했다. 지금은 2년 동안 받은 정신 건강의 적신호를 이겨내기 위해 장기적인 운동 계획을 실천하고 있다.

 

"잡지를 보거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나도 성공하려면
저렇게 말라져야지'라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출처: http://www.007museum.com

 

인터넷 우스개 소리 중 이런 말이 있다. 프리 사이즈를 선정하는 기준이다. 디자이너가 옷을 만들긴 했는데 Small 사이즈인지 Medium 사이즈인지 헷갈릴 때 ‘에라 모르겠다!’ 하고 붙이는 게 프리 사이즈란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S와 M 사이즈에만 신경 쓰고 있다. 지하철에서 S와 M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사람을 발견하면 누군가는 몰래 사진을 찍고 어떤 노인은 끌끌 혀를 찬다. 자기관리를 못해서 그렇단다. 그렇다면 도대체 자기관리의 기준이 뭐길래? 플러스 사이즈 소유자에게 ‘자기관리’를 내세우는 논리는 그 사람의 사정이 어떤지도 모르는 잔인한 말 중 하나다. 몸매를 포함해 무엇이든지 자기관리라는 명목 하에 타인의 사정을 모두 무시하고 내뱉는 말은 누구에게나 큰 상처가 된다.

“제 자존감은 항상 괜찮았어요 문제는 다른 사람들이었죠.
전 제 몸무게에 불만이 없었어요 불만은 다른 사람들이 있었죠”

출처: https://namu.wiki

 

나에게 아직 자기관리 논리를 주장하는 사람은 없었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플러스 사이즈라고 해서 외모로 비웃지 않도록 최대한 깔끔하게 하고 다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은 엠파이어 드레스처럼 허리선이 높은 긴 원피스를 즐겨 입는다. 더운 날씨에 꽃무늬가 들어간 긴 원피스는 일반 바지보다 시원한 촉감을 선물한다. 하체도 쉽게 노출되지 않아 일석이조다. 기장 70cm이상의 얇고 헐렁한 블라우스도 중요한 아이템이다. 격식 있는 자리나 캐주얼한 옷차림에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딱 붙지 않고 나시처럼 헐렁하게 입을 수 있는 뷔스티에를 위에 입어주면 지적으로 보일 수 있다.

 

 

 

- 와이드 팬츠
출처: http://lookbook.nu/

 

플러스 사이즈로서 2015년 트렌드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바로 스키니진이 한 발짝 물러나고 ‘스트레이트 진’과 ‘와이드 팬츠’가 유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슬랙스는 플러스 사이즈 전문 쇼핑몰에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많이 팔고 있다. 모델들은 말랐지만 고객들은 플러스 사이즈다. 그렇기에 거기에 발 맞춘 하체를 보완하는 동시에 다양한 사이즈의 바지들이 꽤 보인다.

- 와이드 팬츠와 플랫폼 샌들
출처: http://vogue.co.kr/

 

최근에 발목이 약간 보이는 슬랙스를 구매했다. H&M이나 MIXXO와 같은 SPA 브랜드는 사이즈가 다양한 편이니 가서 직접 입어보는 게 제일 좋다. 옷을 잘입으려면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야 한다고 하는데, 플러스 사이즈의 여성들도 예외는 아니다. 직접 입어보고 이것저것 시도해 봐야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와이드 팬츠는 발까지 다 덮는 기장은 피해야 한다. 대신 종아리의 1/3만 보여주는 길이의 부드러운 소재의 와이드 팬츠와 샌들이나 키튼 힐은 환상의 조합을 자랑한다. 하체 비만이라면 상의의 네크라인을 깊이 파 상체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다. 특히 니트를 입을 때 좋은 방법이다. 니트는 덜 촘촘하고 비교적 부드러운 소재가 몸의 곡선을 따라 타고 내려와 아름다워 보인다. 무엇보다 플러스 사이즈 몸매의 가장 큰 장점은 우아해 보일 수 있다는 건데, 장점을 살리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게 필요하다.

출처: http://www.plusmodelkorea.com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오직 사랑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한 뱀파이어 커플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제목이기도 하다. 오직 사랑하는 자만이 살아남는 세계가 과연 영화 속 밖에 없을까?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플러스 사이즈의 여성이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그 옛날 모델을 보며 울던 11살짜리 꼬마아이는 이제 마음 속에 묻어두자. 플러스 사이즈라고 해서 예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몸매가 빼빼 말랐든 엄청 뚱뚱하든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기에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말만 쉽고 행동은 어렵겠지만 그래도 오직 사랑하는 자만이 이 엄격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66100> 매거진의 편집장인 김지양씨는 여자 66사이즈, 남자 100사이즈에서 매거진의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플러스 사이즈 남녀가 더 이상 자신을 혐오하지 않고 오직 사랑만 할 때, 그리고 사회가 플러스 사이즈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줄 때, 그제서야 우리는 진정한 패션이 탄생하는 순간을 엿보게 된다. 패션은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똑 같은 기회를 부여한다. 다만 오직 사랑하는 자만이 패션이라는 알을 부화시켜 살아남을 수 있다.

 

Lyla

오아시스와 에드워드 호퍼, 이브 생 로랑과 아제딘 알라이아를 사랑합니다.
많은 일을 경험해보고 싶고 이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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