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Features  /  REVIEW

[디자인 북 리뷰] 느낌을 좌표로 만드는 '노트'

16.09.09 0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 <노트폴리오 매거진>에서는 디자인에 관한 다양한 시선을 비추기 위해 디자인 북 리뷰를 기획했습니다. 책을 통해 낯선 디자인을,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선을 접해보세요.

 

10. 느낌을 좌표로 만드는 '노트'

글: 김재웃

 

 

어느 창작이든 마찬가지겠지만 단순히 말하자면 디자인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을 가시화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이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일 뿐만 아니라, 설령 개념을 찾았다 할지라도 그것을 가시화하는 작업 또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의 디자인을 답습하지 않는다면, 디자이너는 스스로 구체화할 개념을 느끼거나 찾아야 한다. 그것은 자신의 경험 속에 있을 수도 있고, 그 동안 놓치고 있던 기억 속에 있을 수도 있다. 개념을 찾는 것은 마치 기억 속 캄캄한 방을 손으로 헤집는 것과 같다. 그렇게 개념의 지점을 찾아가다 조금씩 무언가를 느끼게 되면, 디자이너는 자신이 무언가를 느낀 바로 그 지점에 착실히 좌표를 심는다. 안 그러면 자신이 느꼈던 개념이 금세 사라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렇듯 느낌의 좌표를 심는 행위, 그것이 바로 노트(Note)다.



“ ‘:ook’은 내가 어떻게 디자인하느냐, 그리고 내가 디자인에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관한 책이다. 건물에 관한 책이 아니라 어떻게 건물이 구상되는가 하는, 말하자면 디자인 과정에 관한 책이며, 내가 어덯게 영감을 얻고, 내가 아이디어를 탈바꿈하기 위해 어떤 도구들을 추구하고, 왜 디자인이 팀워크이며 사람들이 구체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협력하는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은 실수와 실패, 그리고 긴 터널의 끝에 빛이 보이기까지 막다른 골목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출처: p.215, <건축가의 노트> "Essay"에서 


 

작가 “피터 윈스턴 페레토”의 노트, 출처 : http://gcolon.khan.kr/358

 

책 <건축가의 노트>의 서문에서 “이 책은 건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듯, 이 책은 단순히 건축과 건물의 작업 결과를 기록한 것은 아니다. 원제 < :ook Architectural Ingredients>에서 유추할 수 있듯, 작가는 건축을 이루는 요소와 그 과정을 중시 한다. 건축을 구성하는 요소는 다양하며 단순히 건물을 구성하는 토목적 재료가 아니다. 이것은 자신의 개념을 구축해 나가는데 필요한 추상적 요소들이다. 때문에 작가는 구성요소에 담긴 이야기와 구성요소들 간의 관계를 통해 생각이 구축 되는 과정을 노트에 기록한다. 작가는 노트를 토대로 각각의 요소가 가진 철학을 발견하고 생각의 과정에서 놓칠 수 있는 시행착오를 해결한다. 특히 작가는 이 오류의 기록을 중요시 여기는데, 이러한 ‘오류의 더미(작가는 ‘폐기물’이라 표현)’ 속에서 귀중한 창의의 에너지가 샘솟기 때문이다. 노트는 기록되어 기억되고 이는 곧 생각의 기초를 형성한다. 그리고 결국 디자이너가 기대하는 디자인이 된다.


“오늘의 이미지는 어제의 이미지와 다르다. 정신적 이미지, 사진, 회화, 언어를 통해 형성된 이미지 모두 우리가 과거에 관찰한 것에 대한 묘사다. 이미지는 역사이며, 기억이다.”

-출처: p.35, <건축가의 노트> "Image"에서

 

“모형들은 개방되어 있고, 의외의 해석에 대해 열려있다. 단순한 도구이기를 넘어서서
모형은 개념을 실체화 시키는 수단이다.”

-출처: p.93, <건축가의 노트> "Model"에서 

 

“선으로 그린 그림에서 공간과 생각은 핵심 요소로 추려진다. 명암, 색채를 통해 드러나는 형용사와 최상급을 비롯한 장식적인 부분들은 버려지고 뼈대가 드러나는데,
이는 공간의 본질과 비슷한 느낌을 자아낸다.”

-출처: p.113, <건축가의 노트> "Line"에서

 

“난 이 버려진 재료들로써 내 건축학적 연구의 근간을 삼는다. 각각의 학습 모델, 각각의 참조자료, 각각의 드로잉은 모두 지식의 저장고가 되고, 상상력의 분류학이 된다.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시각화가 건축학적 표현의 정점을 차지하는 오늘날, 건축학적 폐기물은 건축학적 사고를 전형적으로 구현하며, 또 건축을 브랜드로 만들어버리는 맹목적 열병에 대한 해독제 기능을 한다.

-출처: p.152, <건축가의 노트> "Fiction"에서

 

 

<건축가의 노트>, 출처 : http://gcolon.co.kr/

 

건축가의 노트는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 된다. 이 책에서 소개 된 방법은 다음과 같다. ‘평면도, 가상화 된 이미지, 사진, 스케치, 모형, 선, 추상 이미지, 소설, 도시, 프로세스, 에세이’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된 노트는 각각의 디자인을 위한 언어가 된다. 디자인 언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을 채집할 수 있는 망채가 된다. 언어가 풍부할 수록 망채가 커지고 개념을 찾는 것이 용이해진다. 더 나아가 디자인 언어는 다른 이의 생각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 협업을 가능케 한다. 올바른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루어진 협업은 디자인 작업을 더욱 풍성하고 다채롭게 만든다. 이 과정은 글쓰기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뜻 없는 글자가 단어를 이루고 문장이 되어 뜻을 담은 글이 되는 것처럼 노트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아무 뜻이 없어 보이지만 노트가 모여 개념을 이루고 결국 디자인의 구성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메모는 거칠지만 순간을 잘 저장해주는 생각들이다. 그림, 스케치, 낙서, 글 조각 등 이들은 모두 사고의 해부를 표현하는 개인적인 어휘들이다. (...) 그냥 생각을 종이 위에 옮기는 것이다.”

-출처: p.75, <건축가의 노트>, "Notation"에서

 

“가장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낙서도 잠재적인 아이디어 DNA를 담고 있을 수 있다. 메모는 포착하기가 어렵고, 심오한 지적 가치는 아직 없을 때가 많다. 번역되고, 다듬어지고, 다시 변경되어야 할 제안들인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런 원시적인 면이 내가 이와 같은 사유방식에 끌리는 이유다.
끄적거리는 메모는 가식이 없고 직접적이며, 즉각적이다.”

-p.75, <건축가의 노트>, "Notation"에서

 

 

<건축가의 노트>, 출처 : http://gcolon.co.kr/

  

노트는 ‘디자인’이라는 공동의 선을 이루는 과정에서 매우 유의미하다.  노트는 자신의 느낌을 기록하고 생각을 발전시키는 사적인 행위이지만, 나아가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가 된다는 점에서 가치가 매우 크다. 그저 자신이 끄적여 놓은 작은 기록들이 훗날 자기 자신에게도 영감을 주고, 협업을 하는 구성원에게도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듯 “디자인은 결국 공간을 창조하는 생각 행위”라면, 공간은 형태가 없는 느낌이기 때문에 누구 한 명의 전유물일 수 없고 혼자서 발전 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때문에 디자인 과정에서 기록된 개개인의 노트는 서로의 느낌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더 유의미하다. 서로의 느낌을 함께 실재로 구체화할 수 있어서다. 이러한 과정에서는 오류도 반갑다. 더 많은 가능성을 갖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트는 기록 그 자체로 많은 가능성을 지니며 그렇게 형성된 디자인은 더 많은 가능성과 공간으로 많은 대화를 이어나갈 것이다.




“생각이 공유되기 위해서는 해석되어야 한다. 우리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이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언어다…. 손으로 쓰는 메모는 나의 언어이며, 이때 흰 종이는 손이 펜과 연필의 도움을 받아 내 생각을 재연해내는 무대(proscenium)이다.

-출처: p.75, <건축가의 노트>, "Notation”에서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당신이 창조하는 공간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출처: p.250, “건축가의 노트, Notation”에서


“건축을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재료는 열정이다. 어쩌면 유일한 재료라고도 할 수 있는데, 다른 모든 재료는 열정의 결과로 따라오기 때문이다."

-출처: p.250, <건축가의 노트>, "Notation”에서 

 

- 작가 “피터 윈스턴 페레토”의 노트, 출처 : http://gcolon.khan.kr/358

 

김재웃

더욱더 관찰하고 더욱더 통찰합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