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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를 위한 팩토리, <신도시 프로덕션>

16.10.14 0


수표동 11-2번지 5층에 위치한 공간 <신도시>는 을지로와 충무로 인접에 위치하고 있다. 주변에 각종 재료상과 인쇄소가 즐비한 덕분에 이미 오래 전부터 여러 디자이너와 미술가들이 활동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양한 디자이너와 미술가, 만화가, 뮤지션, 그리고 작가들이 모이던 신도시의 5층이 아닌, 4층에 작업공간을 따로 만들어 책과 포스터, 티셔츠, 앨범을 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 도쿄 아트 북페어에서 <신도시 프로덕션 ( SDS Production)>(이하 <신도시>)이라는 이름으로 ‘작업’을 선보였다.


신도시 로고, 출처: 신도시 프로덕션

도쿄아트북페어 참가모습, 사진 이윤호, 출처: 신도시 프로덕션 

신도시 프로덕션, 디자인 박재영, 출처: 신도시 프로덕션

 

만화가 김인엽, 백재중, 이일주, 유창창, 영이네 등을 비롯한 뮤지션 김윤기, 최태현, 텐거, PPUL, 민성식 그리고 권금성 성인극화 프로덕숀(권용만, 김의성)과 미술가 박광수, 홍승혜, 김영빈, 심래정, 이병재, 이윤호까지. <신도시 프로덕션>으로 참여하는 작가가 벌써 15명(팀)이 넘는다. 이들 대부분은 이미 만화가, 미술가, 음악가로 활발히 활동중인 작가들이다.


이들은 <신도시>를 통해 기존에 하던 작업에서 살짝 옆길로 새는듯한 ‘B-Side’ 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어느 출판사나 음반 레이블에서는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책과 음반을 출시할 것이다. ‘이런 걸 하면 제지 당할 것 같다’는 책이나 음반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때문에 이곳 <신도시>에서는 음악가가 만화책을 낼 수도 있고 미술가가 음반을 낼 수도 있다.

 

또 하나 새로운 점은 이들이 제작하는 출판물이나 앨범이 ‘아무 때나’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앨범 제작이나 출간 스케줄이 정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 무엇보다 이 곳에서 중요한 가치는 서로를 압박하지 않고 작가가 정말 하고 싶었던 작업을 하는 것이다. 때문에 <신도시>와 작가들은 자신의 작업물이 팔려야 한다는 부담에서 자유롭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딱 하나 정확하게 정해져 있는 룰이 있는데 바로 판매 수익금에 대한 분배다. 만약 수익이 발생할 경우, <신도시>와 아티스트가 절반씩(50:50) 나눠 갖는다.

  


#1. 김윤기의 <좋은 사람들이 있는 밤>과 <비스트 오브 소파>

 

만화책 <좋은 사람들이 있는 밤>(왼)과 앨범 <비스트 오브 소파>(우)의 표지, 김윤기,
사진 이윤호, 출처: 신도시 프로덕션

 
앨범 자켓 디자인을 비롯해 아트웍을<신도시>가 했다. <신도시>의 운영자이자, 사진작가인 이윤호가 찍은 사진에 또다른 운영자인 이병재가 그림을 그렸다. 앞으로 <신도시>에서 출시되는 앨범은 자켓 디자인과 뮤직비디오 같은 아트웍을 <신도시>가 맡는다.



최근 <신도시>에서 인디뮤지션 ‘곤충스님윤키’로 알려진 김윤기의 새로운 앨범뿐만 아니라 <좋은 사람들이 있는 밤>이란 제목의 만화책이 출간되었다. 그는 음반을 준비하면서 ‘만화를 그려보면 어떻겠냐’는 농담에 두 달 동안 매일매일 일기처럼 만화를 그렸다고 한다. 그렇게 그린 60여 개의 단편 만화를 엮자 <좋은 사람들이 있는 밤>이란 만화책이 완성되었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김윤기로부터 만화를 받은 <신도시>의 이윤호와 이병재가 만화의 순서를 랜덤하게 섞었다는 것이다. (<신도시>가 ‘편집자’역할을 했다.) 때문에 김윤기의 만화는 시퀀스 없는 ‘우연한’ 조합으로 구성되었다.

 

<좋은 사람들이 있는 밤> 내지, 김윤기, 출처: 신도시 프로덕션


김윤기의 만화는 흔히 ‘4컷 만화’라고 불리는 단편 만화의 형태다.주로 5-6컷으로 구성되어있다. 단순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그림이 매우 독특하고 기발하다.

 


#2. 김인엽의 <신도시(Newtown)>

<신도시4> 표지, 김인엽, 출처: 김인엽 제공



이러한 ‘우연’의 재미는 만화가 김인엽에게서도 이어진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만화가 김인엽의 만화책 제목이 바로 <신도시>다. 이미 여러 차례 김인엽과 협업을 지속적으로 해오던 <신도시>는 이번에는 김인엽의 만화가 찍힌 티셔츠를 제작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형태의 김인엽의 작업이 출시될지 기대가 된다.

<신도시> 김인엽, 출처: 김인엽 제공

공간<신도시>가 우연히 ‘신도시’라 적힌 간판을 발견해서 신도시가 되었다면, 만화가 김인엽은 우연히 신도시에서 태어나 만화 <신도시>를 그리게 되었다.

 

 

#3.백재중의 <DIAMAN> & 이일주의 <SHIFT-SFT KNOWN>&<XED>


백재중과 이일주는 리소그라프와 실크스크린을 이용해 화집이자 포스터를 제작했다. <신도시>의 운영자이면서 미술가와 디자이너로 활동중인 이병재가 인터넷 사이트 ‘중고나라’에서 구한 ‘리소그라프(Risograph) 인쇄기’로 제작한 것이다. 그에 의하면 흑백 프린터기 인줄만 알았던 기계가 알고 보니 ‘리소’였다고 한다. <신도시>는 인쇄기를 이용해 다양한 출판물을 제작하고 있다.

 

백재중의 <DIAMAN> 시리즈. 만화책의 형태가 아닌 그림 포스터집이다. 낱장으로 분리가 가능하며, 침실이나 거실 등에 걸어두면 질병, 액운 등이 사라지고 두루 만복이 온다고 한다.

 

<SHIFT-SFT KNOWN> 이일주,사진 이윤호, 출처: 신도시 프로덕션

 

<XED> 이일주, 사진 이윤호, 출처: 신도시 프로덕션

 

 

#4.심래정의 <The Suspicious Signals>

 

<The Suspicious Signals> 표지 , 심래정, 사진 이윤호, 출처: 신도시 프로덕션

 

<The Suspicious Signals> 내지, 심래정, 사진 이윤호, 출처: 신도시 프로덕션

 
심래정 작가는 원래 작업을 하면서 색을 잘 쓰지 않는다고 한다. 이번 드로잉북은 리소그라프로‘ 빨간 색’을 입혔다. 식인행위를 하는 연쇄살인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의 긴장감이 빨간 색으로 인해 한층 더 강조되고 있다.

 

 

#5.영이네 <우리 동네 풍경 그림들>


영이네의 <우리동네 풍경 그림들>, <신도시>버젼으로 변환하여, 네 가지 컬러의 엽서로 제작 하였다.


<신도시>에서 제작하는 만화책과 엽서, 포스터를 살 때 유심히 살펴보아야 할 점이 있다. <신도시>에서 판매하는 작업물이 모두 손수 제작하여 소량만 생산되기 때문에 출판물의 상태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이 말은 <신도시>에서 만든 출판물이나 앨범이 각각 고유한 에디션이기 때문에 일단 판매가 되면 다시 구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무언가 만들다 보면 한 가지 깨닫는 사실이 있다. 바로 불가능이라고 여겼던 여러 제약과 한계 속에서도 ‘가능성’을 발견한다는 사실이다. 같은 맥락에서 <신도시>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장비 내에서 실현이 가능한 것들을 제작하고 있다. 물론, 추가적으로 장비를 늘릴 수도 있겠지만 초기 제작비가 적게 들고 가볍게 만들 수 있는 것을 선호한다. 또한 앞으로도 크게 욕심을 부려 무리한 시도를 하거나 힘들게 만들 생각은 없다. 만드는 과정에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신도시>는 아티스트와 서로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책이든, 포스터이든, 음반이든, 그 무엇을 하나씩 만들어 낼 것이다. (그리고 더 많은 정보는 <신도시> 홈페이지에 올라올 예정이다.)

김소염

책 읽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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