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s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안규철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展 REVIEW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안규철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展

15.11.24 손에 펜을 쥐고 종이 위에 글씨를 써 내려간 때를 더듬어 본다. 사실, 이 ‘더듬어 본다’는 표현자체가 벌써 그런 행위가 오래 전의 것임을 고백하는 것이다. 밤낮으로 키보드와 핸드폰을 오가며 텍스트로 언어를 표현하는 세상이다. 어느 라디오에서는 정말 오랜만에 도착한 손 편지 사연을 받고 내내 감격의 목소리를 냈다. 그 정도로 손 글씨는 우리의 삶 저 편으로 밀려났다. 평소처럼 화면상의 텍스트를 읽던 어느 날, 안규철 작가의 새로운 프로젝트 소식을 접했다. 익명의 1,000명의 사람들이 모여 필사본을 제작하는 작업이란다. 지극히 현대적인 발상으로, 지극히 구시대스러운 작업이라니. 황급히 일정을 예약했다. 안규철의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지하 5전시실에서 9월 중순부터 진행되고 있다. 참가자는 본인이 예약한 시간보다 10분정도 먼저 도착해(입구에서 무료 입장 티켓을 받을 수 있다)안내자의 간단한 설명을 듣고 하얀 부스 안에 있는 ‘필경사의 방&rsq 0 Read more
Features 어른아이, 왜곡된 소녀상(像) popular & design

어른아이, 왜곡된 소녀상(像)

15.11.23 출처: http://tuebl.ca/books/142667 소설 <롤리타>에서 험버트 험버트는 깨져버린 지난날의 환상을 혀 끝으로 발음해본다.     “롤리타, 내 삶의 빛이요, 내 생명의 불꽃, 나의 죄, 나의 영혼, 롤-리-타. 세 번 입천장에서 이빨을 톡톡 치며 세 단계의 여행을 하는 혀끝. 롤-리-타”.   어긋난 사랑이 가져오는 비극은 처참하기 그지없다. 특히 상대가 잘생긴-소설에 의하면-아저씨와 뭣 모르는 어린 소녀라면 더욱 그렇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결국 소녀는 왜곡된 사랑에 지쳐 울지만 어른은 모른 체하고 사랑을 더욱 거머쥔다.   어디선가 애들은 읽으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미성년 때는 한 번도 읽지 않았던 <롤리타>. 책은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책을 넘기는 내내 험버트의 합리화는 어찌나 화려한지, 하마터면 나도 모르게 롤리타적 상상에 빠져들 뻔 했다. 그러나 험버트의 사랑을 0 Read more
Features [디자인 북 리뷰] 서적의 시퀀스 REVIEW

[디자인 북 리뷰] 서적의 시퀀스

15.11.20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 <노트폴리오 매거진>에서는 디자인에 관한 다양한 시선을 비추기 위해 디자인 북 리뷰를 기획했습니다. 책을 통해 낯선 디자인을,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선을 접해보세요.     # 03. 편집자를 위한 북디자인  글: 김재웃   과연 종이로 된 책이 사라질까? 기술이 발전하면서 세상의 대부분이 디지털화 됐고, 그 흐름을 따라 종이 책 역시 E-book화 되어 쉽고 싸게 보급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신문·출판산업을 사양산업으로 치부하고 있고 그에 대한 대안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꼽는다. 그러나 종이 책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책은 그저 종이에 인쇄된 잉크 자국들의 모음집이 아니다. 책은 인간의 본능과 감성이 끊임 없이 축적된,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인류의 공생물(共生物)이기 때문이다. 과장을 조금 더 보태자면, 종이 책이 사라진다는 건 곧 우리가 살고 있는 건축물이 사라지는 것과 같은 의미일 9 Read more
Features B컷이 있어야 Creative와 Development로 간다 REVIEW

B컷이 있어야 Creative와 Development로 간다

15.11.03 함께 회사생활을 하는 편집부 인턴이라는 이유로 꽤 가까이서 디자이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모든 회사원이 그렇겠지만, 디자인 팀의 치열함은 다른 측면에 있다고 느꼈다. 편집부는 원고를 훑어보고 다듬는 교정과 편집과정을 수차례 거쳐 최종본을 만든다면 디자인 팀은 이미지와 텍스트를 잘 섞어 여러 개 빚어낸 뒤 하나를 골라 정성스럽게 포장하는 느낌이랄까. 편집부가 원석을 깎는 세공사 같은 느낌이라면 디자인 팀은 흙을 여러 차례 빚어 하나의 도자기를 굽는 도공과도 같다. 물론 매우 짧은 기간 관찰한 결과지만 디자인팀 소속 직원들이 이 비유를 본다면 무릎을 탁! 하고 칠지도 모르겠다. - 책 <B컷>    그렇게 편집 일을 돕다 발견한 책이었다. 책 <B컷>은 선택받지 못한 시안, 즉 B컷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고 그 밑에 작게 원(原)표지를 넣어 구성했다. 또한 각 디자이너에게 북 디자인에 대한 사소하면서도 철학적인 질문을 0 Read more
Features [디자인 북 리뷰] 태도, 그 가능성의 힘! REVIEW

[디자인 북 리뷰] 태도, 그 가능성의 힘!

15.10.26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 <노트폴리오 매거진>에서는 디자인에 관한 다양한 시선을 비추기 위해 디자인 북 리뷰를 기획했습니다. 책을 통해 낯선 디자인을,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선을 접해보세요. #02. 넨도 디자인 이야기 글: 김재웃 <넨도 디자인 이야기> 출처: http://monthlyart.com/art-book-4/  능력은 당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말해주지만, 태도(態度)는 당신이 얼마나 일을 잘해낼 수 있을지 말해준다. 능력은 발휘될 수 있는 한계가 있지만 태도는 내가 갖는 마음가짐이므로 무한하다. 그것은 내 자신이 스스로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자 타인으로 하여금 나의 가능성을 보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창의성에 필요한 것 흔히 우리가 창의성을 이야기할 때 그것이 어떤 타고난 감각이나 어렸을 때의 교육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어떤 기자는 실리콘벨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창의성에 기여하는 가장 큰 요소가 무엇인지 찾아봤다고 1 Read more
Features 음악이 흐르고 옷이 걷는다 popular & design

음악이 흐르고 옷이 걷는다

15.10.23 - 셀린느의 2015년 봄/여름 컬렉션, 출처: http://www.billetrouge.com/page/4/   - 케이트 부시의 <This Woman’s Work>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This_Woman   페미니즘은 항상 수면 위에 있었으나 전세계적으로 페미니즘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시기는 바로 불과 몇 달 전부터다. 어쩌면 엠마 왓슨의 페미니스트 연설과 해시태그 캠페인에서부터 시작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남녀스타들의 페미니즘에 대한 지지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자 패션계도 페미니즘을 세련되게 표현할 방법을 강구했다. 대표적인 예로 셀린느(Celine)의 디자이너인 피비 파일로가 있다. 2015년 봄/여름 컬렉션의 주제는 여성이었다. 여성 컬렉션에서 언제 여성이 주제가 아니었던 적이 있냐 되물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편한 신발과 꽉 조이지 않고 되레 펑퍼짐한 옷들은 무언가를 말하 0 Read more
Features 낯설고도 익숙한 : 먹으로 만든 이야기 REVIEW

낯설고도 익숙한 : 먹으로 만든 이야기

15.10.19   머릿속이 복잡한 날엔 가벼운 외투를 챙겨 문 밖을 나선다. 목적 없이 걷다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생각이 정리된다. 하루 중 절반을 보내는 회사가 가로수 길에 있다는 것도 큰 축복이다. 건물만 빠져나오면 개성이 흠뻑 묻어나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고, ‘핫하다.’는 아이템들을 거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으니. 저녁 약속이 없는 날은 일부러 먼 길을 돌아 골목 곳곳을 돌아보기도 하는데, 숨겨진 보석들과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 즐거움이 배가 된다. 최근 이여운의 <원더랜드>展이 그랬다. <청마와 용머리>   <백담사> <백련사와 심마니> <금산사 미륵전>, 모든 작품 출처: http://gallerykoo.com/wonderland/ 3층에 위치한 갤러리. 9월 한 달간 진행된 이 전시는 들어서는 순간 작품 하나 하나를 좀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게 만든다. 이미 15회 이상의 개인전을 연 0 Read more
Features 너의 의미 : 미학적 태도로 패션 바라보기 Feature

너의 의미 : 미학적 태도로 패션 바라보기

15.10.12 <구두> 고흐, 출처: http://www.arte365.kr   언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명품 구두에는 미학이 없다. 오직 가격만 존재할 뿐이다. 반면에 고흐의 <구두> 연작에는 미학적 감상이 담겨있다. 하이데거가 고흐의 그림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한 것처럼 고흐의 구두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고단한 삶, 고흐의 삶, 당대의 사회, 자연 같은 주제들이 말이다.   - 출처: http://www.sandrascloset.com/tag/gucci-museo/   그래도 패션에 대해 짤막하게라도 글을 쓰는 나로서는 이 구두철학에 의문이 들었다. 물론, 브랜드 구두에 전통적이고 복잡한 미학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요소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그저 ‘가격’만 존재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구두들은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장인이 손수 만드는 유서 깊은 구두들은 바느질 한 번에 그들의 인생 0 Read more
Features 디자이‘너에게로’ 떠나는 여행 REVIEW

디자이‘너에게로’ 떠나는 여행

15.10.05   한바탕 여름이 끝나고, 아직 낮볕은 뜨겁지만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10월이 찾아왔다. 때문인지 좋은날을 벗 삼아 휴가를 보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유 있게 연차를 내고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과 묶여 ‘OO투어’라는 팻말 아래 곳곳을 누비는 투어를 원하지 않는다면, 혹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번 봐둘 필요가 있다. - 디자인 하우스 제작 및 제공.   홍콩의 대표적인 디자인 출판사 빅셔너리(victionary)에서 출간한 <여행, 디자이너처럼 : 60명의 예술가 X 60개의 공간> 시리즈는 제목 그대로의 내용을 담았다. 2001년, 빅터 청이 설립한 빅셔너리는 그래픽 디자인, 일러스트, 패션, 건축 등 분야를 막론한 작품을 다각도에서 바라본 평론을 꾸준히 펴내고 있다. 이번 시리즈는 국내 출판사 디자인하우스에서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온 채 출간했다. 이미 많은 여행서적 0 Read more
Features 가장 원초적인 성숙, 이별 Feature

가장 원초적인 성숙, 이별

15.10.02     "내 신경이 이런 상황을 견뎌 내다니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내내 나는 그녀의 남편이 눈치 채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 했다.만약 눈치를 챈다면 그는 처음에 파랗게 질렸다가, 나중에는 활화산처럼 분노를 폭발하겠지." - 뭉크   <질투> 뭉크 <질투> 뭉크 <질투> 뭉크   요즘은 아침바람이 시리다. 아침엔 긴팔 옷을 꺼내 입었다가 오후엔 햇살이 뜨겁고, 돌아오는 밤에는 다시 시원해진다. 환절기(換節期)라는 이름의 애매한 계절이다. 이런 날씨에는 사람의 마음도 뒤죽박죽이다. 계절이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 일은 언제나 익숙치 않다. 우리나라는 두 번의 환절기를 거친다. 겨울에서 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따뜻함과 차가움이 정반대의 성질을 가지듯 따뜻한 날로 향하는 계절과 차가운 날로 향하는 계절 또한 사람 마음을 각자 다른 모양으로 흔든다. 그리고 벌써 10월이다. 우리는 겨울로 향하는 문턱에 서있다. 어쩐지 즐 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