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s [전시 프리뷰] 천재들은 철부지 같아

[전시 프리뷰] 천재들은 철부지 같아

17.04.11 “천재들은 철부지 같아” 사진작가 패티 보이드(Pattie Boyd)가 자신을 사랑했던 두 남자에게 남긴 무심한 코멘트다. 막장드라마가 현실이 되는 일이 심심찮은 해외 연예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패티 보이드가 비틀즈의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과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의 교집합이라는 것을 쉽게 눈치챘을 거다. 그야말로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을 떠올리게 하는 이들 세 명의 막장드라마는, 지금에 이르러서도 회자 될 만큼 자극적이고 흥미롭다. 마치 SNS의 관종을 보며 ‘왜 저러고 살까’싶으면서도 자꾸만 접속하며 염탐하게 되는 괴상한 심리와도 닮았다.    1960년대 모델로 데뷔한 패티 보이드, 출처: pinterest   살짝 벌어진 앞니와 큰 키의 매력을 가진 패티 보이드는 60년대 영국을 대표하는 모델이었다. 실제로 2020년이 다 되어 가는 1 Read more
Features 출판사의 타임머신 놀이

출판사의 타임머신 놀이

17.04.06 왼쪽부터 윤동주, 백석, 황순원   학창시절, 국어 시간에 시를 배웠던 기억이 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교육방식이 참 이상했는데, ‘시 공부’랍시고 고작 했던 일이 유명시인의 시를 외어 읊조리거나, 선생님께서 시 몇 군데에 빵빵 구멍을 뚫어놓으면 “빈칸에 들어갈 알맞은 단어를 채우시오”라는 지시를 읽고 정답을 선택하는 전부였기 때문이다. 마치 ‘답정너’처럼, 시인이 시를 쓴 의도와 특정 단어가 의미하는 바를 수학 공식처럼 ‘딱딱하게’ 외울 수밖에 없었다.   국어 교과서 속 서시와 친필 원고, 출처: 알라딘 서재    그래서 ‘시’가 재미없었다. 고작 단어 몇 개, 문장 몇 줄 모여 ‘시’가 되는 것만 같았다. 사람들이 그런 ‘고작 몇 줄로 만든 시’를 찬양하는 모습을 보면, 쉬이 이해할 수 0 Read more
Features 석촌호수에서 열일하는 백조, 스위트 스완

석촌호수에서 열일하는 백조, 스위트 스완

17.04.05 <스위트 스완> 다다(DADA)와 마마(MAMA) 그리고 아이들, 출처: sweet swan project  석촌호수에 다시 오리가 찾아왔다. 아니, 자세히 보니 깃털도 하얗고 부리도 튼튼해 보인다. 서로를 마주한 하트 모양의 자태도 어쩐지 고급진데, 보아하니 녀석들은 ‘오리’가 아니라 ‘백조’다. 알고 보니 이 7명의 아이들은 2014년 ‘러버덕’에 이어 ‘스위트 스완’이란 이름을 달고 석촌호수에 방문한 백조가족이란다.   스위트 스완 공공미술 프로젝트, 출처: 매일경제,sweet swan facebook 벌써 녀석들이 호수에 등장한지 5일차지만, 아직 공기가 빠진다든가 하는 헤프닝은 없다. 노랗고 귀엽기만 했던 러버덕이 불과 3년만에 예쁜 백조로 변신한 것 같다. 그래서일까, 어쩐지 어릴 적 읽었던 <미운 오리 새끼>이야기가 떠올랐다.&nbs 0 Read more
Features [전시 프리뷰] 잠깐 너네 집 좀 구경할게,  토드 셀비(Todd Selby) REVIEW

[전시 프리뷰] 잠깐 너네 집 좀 구경할게, 토드 셀비(Todd Selby)

17.04.04 토드 셀비, 출처: The selby   여기 유명 예술가의 집에 방문해 "한 컷 줍쇼"를 외치는 남자가 있다. 바로 뉴욕을 거점으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토드 셀비(@theselby)의 이야기다. 그는 2008년부터 건축가, 디자이너, 모델 등, 다방면의 크리에이터들의 집을 방문해 그들의 ‘공간’을 담았다.   The Selby Book, 출처: The Selby   사람이 머무는 ‘공간’은 큰 의미를 지닌다. 어떤 사람이 사용하는 책상만 봐도 그의 성격과 취향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듯, 공간은 곧 그의 분신이자 자아를 드러내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매체에서 유명인사들의 집을 찾아 요란하게 비춰대는 것도, 실은 집만큼 이들의 생활방식이나 가치관, 취향을 ‘날것’으로 살필 수 있을 만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패션계의 거장 칼 라거펠트(Karl Lag 0 Read more
Features 물개가 커피를, 프릳츠 커피 컴퍼니

물개가 커피를, 프릳츠 커피 컴퍼니

17.03.29 프릳츠 커피 컴퍼니 로고, 출처: 프릳츠 페이스북 어쩐지 30년대 간판이 연상된다. 오타가 난 게 아닐까 의심되는 ‘프릳츠’라는 외래어 표기법도 그렇고, 빨강과 파랑으로만 연출한 색감이나 로고를 둘러싼 옛날 그릇에 찍혀있을 법한 패턴도 그렇다. 그래도 이 로고가 귀엽게 다가오는 건, 물개가 커피잔을 들고 있는 괴이한 모양새 때문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물개는 아주 당당한 표정으로 나와 눈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이 물개는 계절과 시즌, 상품에 따라 다양한 차림으로 맵시를 뽐낸다. 정유년 새해를 맞이하는 물개    모자를 쓴 물개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물개      추석을 맞이한 물개      광복절을 맞이한 물개     현충일을 맞이한 물개    투표장에 간 물개  백남준 전시에 참가한 0 Read more
Features 이거 착각이야, 진짜야?

이거 착각이야, 진짜야?

17.03.28 EBS 다큐프라임 <인간의 두 얼굴> 제2부 여기 편안한 차림의 남성과 깔끔한 정장을 갖춰 입은 남성이 있다. 두 사람이 길거리에 나가 행인에게 길을 물어보는데, 둘에 대한 인상을 물어보니 상반된 반응이다. 편안한 옷차림의 남성에게는 ‘공장에서 수리하시는 분’, ‘음식점 하시는 분’이라는 평가를 내렸고, 정장을 갖춰 입은 남성에게는 억대연봉을 받는 ‘변호사’와 ‘의사’, 심지어 ‘금수저 같다’는 평가까지 등장한다.   EBS 다큐프라임 <인간의 두 얼굴> 제2부 캡처   그러나 놀랍게도 두 사람은 동인인물이다. 그저 티셔츠에 바지를 입었냐, 정장을 입었냐는 ‘차림’의 차이만 존재할 뿐이다. 흥미롭게도 “사람을 볼 때 무엇을 보세요?”라는 질문에 대다수의 인터뷰이는 “성격을 본다&rd 0 Read more
Features 우주의 실현, 마츠모토 레이지 <은하철도999>展 REVIEW

우주의 실현, 마츠모토 레이지 <은하철도999>展

17.03.27 은하철도 999 주제가   ‘은하철도 999’하면 떠오르는 단상은 ‘기차가 어둠을 해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 정거장에 햇빛이 쏟아지네~’를 읊조리는 김국환 아저씨의 목소리다. 거기에 이상한 천 쪼가리를 어깨에 둘러싼 덥수룩한 ‘철이’와 어쩐지 사연이 있어 보이는 ‘메텔’까지. 어린 나이에도 두 주인공은 음울한 분위기를 풍겼댔고, 그런 둘을 보고 있으면 침울한 기분이 들곤 했다.   images about Galaxy Express 999 on Pinterest   지금 와서 보면, 당시엔 뭣 모르고 움직이는 캐릭터여서 좋았던 <아기공룡 둘리>, <두치와 뿌꾸>처럼, <은하철도 999>에 대한 정확한 스토리나 세계관 설정은 기억나지 않지만, 제목만으로도 유년시절이 떠오름은 분명하다.   마츠모토 레이지의 사인회와 라이브 페 1 Read more
Features 예술가가 된 이정미와 매리언 popular & design

예술가가 된 이정미와 매리언

17.03.15 출처: 노트폴리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소름 돋는 순간이었다. 벌써 일생의 두 번째 탄핵 재판을 실시간으로 방청했고, ‘역사가 바뀔뻔한 날’과 ‘역사가 바뀌는 날’을 경험했다. 일부 집단을 제외하곤, 박근혜의 탄핵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아주 당연한 결과임에도, 지난 몇 년간 비상식적인 일들이 가득한 이곳에서 행여 탄핵선고가 기각될까 마음 졸이는 게 이상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3월 10일 오전,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출근한 이정미 재판관은 긴장된 상황을 반영하듯 머리카락에 미용도구를 그대로 꽂은 채 청사로 들어갔다. 이미지 및 캡션 출처: 연합뉴스 결코 일상적인 일은 아니지만 이번 탄핵선고가 여러모로 흥미로운 건, 그날 발생한 다양한 ‘해프닝(happening)’덕분이다. 선고당일, 이정미 재판관은 머리에 헤어롤을 만 채 출근했다. 언론은 앞다투어 ‘그녀의 헤어 1 Read more
Features 1990년대라는 동시대적 현상, X라는 질문 -X1 REVIEW

1990년대라는 동시대적 현상, X라는 질문 -X1

17.02.01 X1: 1990년대 미술은 ‘역사적 필연’이었다.   서울시립미술관 <X:1990년대 한국미술>展 전경, 출처: 일상의 실천   2017년 1월 18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는 SeMA Gold <X:1990년대 한국미술>展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궂은 날씨의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오늘은 앞으로 총 4주에 걸쳐 ‘90년대 미술’을 주제로 진행될 세미나의 첫 토크가 예정된 날이다. 우연찮게 90년대 미술을 주제로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에 서울시립미술관에 방문한 게 벌써 2주 전이다. 개인적으로 ‘90년대’라 함은 ‘유년시절의 총집합체’로 웨딩피치와 HOT, SES 언니들이 대세였던 시절이다. 학교가 끝나면 근처 떡볶이 집에서 300원짜리 떡볶이를 사먹고, 똑같은 300원짜리 슬러시에 피카츄만 한입 배어 물면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던 0 Read more
Features 제가 바로 그 '요즘 것'들의 작품입니다,  <X:1990년대 한국미술>展 REVIEW

제가 바로 그 '요즘 것'들의 작품입니다, <X:1990년대 한국미술>展

17.01.13 나, X세대? 출처: 브런치, 젊음을 위한 나라는 없다   “요즘 것들은 버릇이 없다”는 말은 이집트 벽화에도 적혀있을 만큼 아주 오래된 관용어라고 한다. 그도 그럴게, 굳이 저 말이 아니어도 몇몇 기성세대들은 “나 때는 안 그랬는데...”라는 말을 쉽게 내뱉곤 하니까. 한 사람이 태어나면 그 사람의 인생의 80%는 ‘시대적 배경’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이 명제들에 대해 우리는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숨을 쉬듯 시간은 흐르고 있고, 자신이 처한 문제나 혜택에 대해 ‘시대적 배경’을 자각하기보다 개인적 차원의 이유로 치부하기 쉬워서다.    19세에서 29세까지의 연령층을 지칭하는 ‘X세대’는 전쟁을 겪은 부모세대가 피땀 흘려 이룩한 ‘풍요한 시대’의 젊은이들이다. 전쟁의 비극이나 배고 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