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울리는 힘, 전이수

18.10.30 0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수록, 생각했던 대답과 다른 아이들의 생각에 놀랄 때가 많다. 으레 어른들이 아이들을 통해 세상을 배우게 되었다는 말처럼, 나 또한 아이들의 말을 통해 내 안에 내재한 편견을 깨닫고 세상을 배우는 것이다. 결코 ‘나는 그렇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자랐지만, 어느새 세상과 타협하고 자연스레 사회에 녹아든 나 자신을 발견할 때면 갑자기 뒷통수를 맞은 듯 마음이 아리다. 그리고 최근에는 10살 작가 전이수의 작업을 보며 이런 감상을 느꼈다.

 

위로

얼마전 강아지 한 마리가 저희 집으로 왔어요.
그 강아지와 놀다보니 그 강아지가 내 옆에 있기만해도
내게 큰 위안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 그림은 제가 아직 어려서 직접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진 못하지만
마음으로라도 위안이 되고 싶은 마음에 그리게 되었어요.
제가 사람보다 엄청 큰 개가 되어서 곁에서 말없이 지켜주고 싶어요.
모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최고의 소원

잘려진 두 발을 갖고 싶은 마음에
바닥에다 펜으로 발을 그리고 있는 곰….
 

누군가의 '최고의 소원'은 

두 다리를 갖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소원을 아무렇지 않게 가지고 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감사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만약 내가 그렇다면…. 내가 두 다리 또는 두 손, 손가락, 팔이 없다면 얼마나 절망적일까?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라는 것은 이런데서 시작하는 것 같다.
 

 
열매
 
우리집 과수원에 많은 열매들이 열려있다.
나무마다 열려있는 열매들은
그 크기도 맛도 다 다르다.
나무마다 달려있는 열매들을 보니
집집마다 부지런히 살아가고 있는 가족들 같다.

 
 
나랑 같이 자연에서 뛰어놀자
 
핸드폰의 영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아이
그 눈빛이 왠지 외로워 보인다.
 


고마운 우리엄마, 그리고… 세상의 모든 엄마들

엄마가 우리 남매들을 돌보아주는 모습에 고마움을 느껴서 그걸 그림으로 표현했다.
엄마악어는 새끼 악어들을 등에 업고가면서도,물에 빠진 악어도 챙기느라 눈이 한쪽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여기저기 여러 곳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 엄마뿐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엄마들도 이렇게 아이들을 위해 바쁘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고,그 모습과 그 마음이 고마워서 그려보았다.

 


사랑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은
꿈에서도 생각지 못한
상상마져도 뛰어넘을 수 있는
다리를 가지고 있다.

 


만남과 헤어짐

내가 사는 제주, 제주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진다.
만남은 늘 떨리는 가슴을 쥐고 기다리게 한다. 그 기다림은 무척 행복하다.
그렇지만 그런 만남 후에 헤어짐의 아쉬움이 또 기다리고 있다. 
비록 헤어지지만 다시 만나는 날까지 또 기다리는 설레임을 나는 좋아한다.
뒤에 다시 오는 만남이 더 기쁘다는 것을 나는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헤어져도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이다.

 

 
집으로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날아가는 새들을 보며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저 새들은 어디로 가는거야?"
"글쎄? 어디로 가는걸까?"
 
한참이 지난 후에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오는 중에 알게 되었다.
그 새들이 어디를 향해 그렇게 열심히 날아갔는지….
 


고집

같은 색깔의 세상에 살고 있는 각각 다른 색깔을 가진 사람들.
자기 생각이 다 맞는 것 처럼 바라보고 있는 눈은 그래도 타협하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함께 하고 있다고.
함께 울면서
함께 웃으면서….

 
 

 
사람은 왜 싸울까?
꽃은 싸우지 않고 잘 살아간다.
꽃들을 보고 배워보자.
꽃들은 다 자기 색깔이 있고 다 다른데도 싸우지 않는다.
꽃들은 다른 꽃이 다른걸 인정한다.
하지만 사람은 인정하지 않고 싸운다.
 


아이의 작품을 보면서 유년시절에 좋아했던 박지윤의 <하늘색 꿈> 가사가 떠올랐다. 어릴 적에 그 뜻을 온전히 가늠하긴 어려웠지만, 적어도 ‘저런 노래는 부르지 않는 어른이 되어야지’했었다. 그만큼 편견 없는 사람으로 자라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를 이루고 싶었던 나는 어느덧 세상사에 시달려가며 자꾸 ‘흐려지는 눈’을 갖게 되었다. 때문에 어찌됐든 이수의 작업은 계속되길 바란다. 그의 작품에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눈이 녹아있고, 그간 그냥 쉬이 지나쳐왔던 사람과 일상을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어서다. 그리고 그의 작업을 보는 사람들도, 그를 통해 잊혀졌던 유년시절의 꿈도 되찾아보길 바란다.


애처로운 듯 노는 아이들의 눈에선 
거짓을 새긴 눈물은 아마 흐르지 않을 거야
세상사에 시달려가며 자꾸 흐려지는 내 눈을 보면 
이미 지나버린 나의 어린 시절 꿈이 생각나

난 어른이 되어도 
하늘빛 고운 눈망울 
간직하리라던 나의 꿈 
어린 꿈이 생각나네

<하늘색 꿈> 박지윤

 



전이수 

<꼬마악어 타코>, <걸어가는 늑대들>,
<새로운 가족>,<나의 가족 사랑하나요?>의
꼬마 동화작가 전이수입니다.

http://instagram.com/jeon2soo
http://grafolio.com/euldong2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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