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 속에 보통의 나날들 <윤미네 집> BY. 전몽각

14.12.10 0

브라운 관을 점령하다시피 하는 육아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요즘, 아이에 대한 애정이 깃들다 못해 ‘아들바보’, ‘딸 바보’라는 수식어가 생길 정도다. 아마도 나와 닮은 아이의 모습을 통해 고된 삶을 이겨낼 수 있고 아이의 성장을 통해 하루하루 다른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삶의 원동력’이 되는 아이의 모습을 흘러가는 순간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한 장 한 장의 사진으로 일대기를 담아낸 원조 딸 바보가 있다. 바로 사진 광(狂)이라 불리던 성균관대 교수 故 전몽각 선생이다. 故 전몽각 선생은 딸 윤미의 성장부터 결혼까지의 기록을 남겨 이를 엮은 사진집 <윤미네 집>을 출간했다. 책은 딸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담긴 ‘아버지의 시선’을 담았다.


비록전문가가 아닌 아마추어 사진집이지만 그 어떤 사진보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애환이 깃들어 있다. 무엇도 가미되지 않은 순수한 아이의 모습을 담기 위해 전몽각 선생은 카메라를 들었다.

 

잠자리에 들어 있는 모습을 한참이나 들여다보다 자는 모습이 예뻐서 카메라를 든다. 그렇게 아이의 모습을 담고, 한발을 떼는 순간을 담고, 입이 트이는 모습을 또 담으며 아이의 기록한다. 우리는 사진을 통해 선생의 흥분을 느낄 수 있다.   

 

변화를 넘어서 아이들이 어느 정도 무럭무럭 자랄 즈음부터는 전몽각 선생의 아쉬움이 묻어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그토록 천진했던 분위기도 차츰차츰 사라지고 현실적으로 변해 사진이 어려워지기 시작했고 필름 소비량도 자연 줄어갔다” 그렇게 성장하는 동안 카메라를 ‘의식’하는 아이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며, 선생은 아이의 ‘의식’에 빗겨 카메라를 든다. 

특히나 딸 윤미가 커서 연애를 할 무렵, ‘연애하는 윤미’를 담기 위해 몇 미터 따르며 담은 모습이 참 인상 깊다. 딸의 행복한 한 때를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 ‘의식하지 말 것’을 당부하며 행복한 순간만 기록해 그 자리를 떠나는 아버지의 마음. 누군가는 ‘딸에 대한 애정이 지나치다’고 할 수 있으나 그만큼 딸의 행복을 함께하고 간직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딸을 떠내 보내야 하는 ‘시집가는 순간’까지 보고 나니 “윤미가 아버지 품을 떠났구나”하는 아련한 여운까지 느낄 수 있었다. <윤미네 집>은 90년대에 절판된 후 약 20년만인 2010년에 다시 발간됐다. 딸 윤미의 모습과 사랑하는 아내의 모습을 담아서.

 

윤미의 성장과 동시에 윤미의 엄마이자 전몽각 선생의 아내의 모습은 윤미와 대비되어 세월의 흐름을 증명한다. 세상에서 가장 빛났던 여성은 어머니가 되면서 그 빛을 아이에게 전해준다. 엄마는 아이가 자랄수록 자신의 빛으로 아이를 더 밝혀주려고 노력하며 주름이 늘어간다. 하지만 전몽각 선생은 한 가정의 엄마이자 아내를 담아 내려 하기 보다 ‘한 시대의 여자의 모습’을 담아낸 것 같다.

 

<Self Portrait with Paul and Mary> London © 1969 Paul McCartney

<윤미네 집> 모든 사진, 출처: http://jmong.zenfolio.com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을 기록한 린다 매카트니처럼 전몽각 선생도 일상의 나날을 가장 소중한 순간으로 여겼을 것이다. 생각해보건대 특별하고 의미 있는 순간은 거창한 날이 아닌 보통의 날이 아닐까. 꾸밈없고 의식이 없는 자연스러움에 시간과 세월이 묻어나면 소중하고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하루로 기록되는 만큼.

 

배앓이

꿈을 꿀 수 있다면,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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